지난해 7월 13일 바른손 인터랙티브가 개발한 횡스크롤 MMORPG <드래고니카>가 서비스를 종료했다. 한국 서비스 종료 후에도 <드래곤 사가>는 북미, 동남아 등 10여 개 나라에서 서비스를 꾸준히 이어오며 꾸준히 콘텐츠와 경험을 쌓았다.
이후 바른손 인터랙티브가 그라비티에 인수되면서 <드래고니카>의 국내 론칭이 다시 추진됐다. 이름도 <드래곤사가>(//ds.gnjoy.com/)로 바꿨고, 지난 24일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드래곤사가>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그라비티 게임즈 김영주 개발 1부 차장과 오성수 한국 사업그룹 사업 1 유닛 마케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 <드래고니카>의 액션을 강조하되 컨트롤은 쉽게
TIG> 먼저 <드래고니카>를 <드래곤사가>로 다시 론칭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김영주: 그라비티가 바른손 인터랙티브를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드래고니카>의 IP(지적재산권)도 그라비티의 소유가 되면서 다시 한번 서비스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유저들 사이에서 엔씨소프트가 서비스하던 게임을 다시 그라비티에서 선보이는 것을 두고 ‘돈 보고 론칭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았다.
물론 사업인 만큼 돈을 생각하지 않을 순 없지만, 꾸준히 기다려온 유저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다시 서비스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오픈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포기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라비티 게임즈 개발 1부 김영주 차장.
TIG> 이름도 바꿨는데, 게임 내적으로는 어떤 것이 바뀌었는가?
오성수: 기존 서비스 경험을 토대로 유저 인터페이스(UI)를 수정하면서 게임 플레이가 편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픽도 유저가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변화를 줬다.
그라비티 한국 사업그룹 사업 1 유닛 오성수 마케터.
김영주: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드래고니카>의 베이스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한국에서 나온 불만이나 문제점이나 요구사항은 최대한 개선하고 업데이트했다.
그리고 게임 이름을 바꾼 이유는 서비스 중인 해외에서 이미 <드래곤사가>라는 게임명을 사용하고 있어서 헷갈리지 않도록 통일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TIG> DB도 기존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낫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김영주: DB도 가져오고 싶었지만 계약상 가져올 수 없었다. 계약할 당시에는 DB에 대한 이슈가 적어서 계약서에 그 부분이 명시되지 않았었다.
아기자기한 그래픽이나 액션을 강조한 플레이 등 기본적인 시스템은 변하지 않았다.
TIG> 돌아온 <드래곤사가>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김영주: <드래고니카>도 그렇고 <드래곤사가>도 기본은 액션이다. 다만 <드래곤사가>는 컨트롤을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강조했다.
<드래고니카>가 액션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을 위한 게임이었다면, <드래곤사가>는 누구나 쉽게 방향키와 Z, X 키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액션에는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체인콤보 시스템을 추가했다. 기존 콤보는 그냥 스킬을 난사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 추가한 체인 콤보는 스킬의 흐름에 강약을 두었다.
예를 들어 한 번 공격하면 일반 공격이 들어가고, 두 번째에는 적이 밀리고, 세 번째에는 스턴에 걸리고, 네 번째에서 회오리로 적을 띄우고, 다섯 번째에 내려찍으면 주변의 적도 모두 쓰러지는 식이다. 이후에 유저의 성향에 따라 추가로 스킬을 넣을 수도 있다.
단순히 칼질하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 자체도 ‘내가 전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제공하고 직접 콤보를 만드는 것을 어려워하는 유저를 위해 4~5단계의 가이드를 만든 것이다. 누구나 기본적인 콤보는 느낄 수 있고 이후 어떻게 콤보를 이어 가느냐에 따라 실력이 나뉠 것이다.
PvP 유저 테스트를 해봤더니 기존에는 스킬을 난사하며 싸웠다면 지금은 콤보를 체계적으로 전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다.
■ “재탕이라는 말이 비수처럼 느껴진다”
TIG> 지난해 7월 <드래고니카>가 서비스를 중단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영주: 여러모로 상황이 안 좋았던 것 같다. 밸런스 패치가 잘못되는 등 게임 내적인 문제도 많았고, 당시 엔씨소프트가 사업정책의 변화로 캐주얼 게임의 비중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나마 이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TIG> 유저들에게 이미 한 번 서비스를 종료했다는 인식이 크게 박혀 있을 듯하다. 이를 어떻게 타파할 생각인가?
김영주: 한 번 서비스를 종료했다는 딱지는 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가 둘로 나뉜 상황이다. 한쪽은 기존에 <드래고니카>를 즐기던 유저로 게임을 잊지 못해서 아직 서비스 중인 싱가포르나 북미에서 하고 있던 상황에서 다시 한국에 나온 것을 기뻐하고 있다.
반대로 <드래곤사가>부터 즐기는 유저나 아직 플레이해 보지 못한 유저는 일반적으로 ‘한 번 망했던 게임’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재탕이라는 시선이 비수처럼 꽂히지만,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 같다. 그저 우리 색에 맞는 것을 찾아 나가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천천히 차분하게 성장하겠다”
TIG> 현재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오성수: 대다수의 유저들이 <드래곤사가>에 캐주얼하게 접근하는데 이런 유저들을 장기적으로 이끌어갈 만한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지가 가장 고민이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서비스하며 만들어진 콘텐츠를 단계적으로 오픈해도 6개월 정도는 충분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본다. 한국만이 콘텐츠를 즐기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콘텐츠를 마련하려고 한다.
그래서 3개월마다 한국 유저를 위한 업데이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서비스할 때는 1년 단위였는데, 장기적으로 온라인게임은 빠른 피드백과 업데이트가 중요한 만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미 10여 개 국에서 서비스 중이기 때문에 매출에 대한 생각을 줄이고 좀 더 자유로운 아이디어와 기획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새롭게 선보이는 유쾌한 PvP 모드 ‘러브러브대작전’.
TIG> 한국 재론칭으로 내부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김영주: 개발팀이 더 활기차졌다는 것 자체가 좋다. 해외에만 서비스할 때는 피드백도 느리고 시차나 언어 문제도 있어서 이슈에 대처하는 것이 느렸다.
하지만 한국은 개발자들이 직접 홈페이지를 보고 플레이하는 유저들과 소통할 수 있어 좋다. 덕분에 지금은 주제만 하나 던져도 모든 개발 팀원이 알고 있고, 자연스레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TIG> 끝으로 오픈 베타를 시작하면서 내부적으로 잡은 목표가 있다면?
오성수: <드래곤사가>에 처음부터 유저가 몰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초기에는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가볍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으로 시작해서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끊임없는 업데이트와 운영으로 조금씩 점유율을 높여갈 생각이다.
김영주: 이제 OBT를 시작했는데 아직 서버나 버그 등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조만간 매주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대규모 업데이트도 시작할 예정이니 많이 즐겨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