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에서 ‘흥행작’을 만든 개발자를 찾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2011년 서비스를 시작한 PC온라인게임은 약 1,000개(게임물등급위원회 자료 기준). 그중 몇 개의 게임이 기억에 남았는지를 생각해 보면 흥행작을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하물며 두 개 이상의 ‘대박 게임’을 만든 개발자는 게임업계를 통틀어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야구로 따지면 연타석 홈런을 날린 셈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에이스톰의 김윤종 대표는 국내 게임업계에서 몇 안 되는 ‘강타자’다. 그가 개발한 게임은 <던전앤파이터>와 <사이퍼즈>. 하나는 액션 MORPG의 교과서가 됐고, 다른 하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 김윤종’이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이번에도 장르는 전공인 ‘액션’이다. 같은 장르에서 얻은 두 번의 성공, 그리고 세 번째 도전. 무엇을 경험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신작 MMORPG <프로젝트 MC>를 통해 액션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그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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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톰(//www.astorm.co.kr) 김윤종 대표이사.
■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액션을 만들고 싶다”
또 액션인가?
그렇다. 자기가 파던 것을 잘 파야지.
그런데 이름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프로젝트 MC>가 무슨 약자인가?
‘막강 창의력’의 약자다. 한글 이름을 살려서 <프로젝트 막창>으로 지을까도 고민했는데 관뒀다(웃음).
<던전앤파이터>에서 액션 MORPG를, <사이퍼즈>에서 액션 AOS게임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어떤 형태의 액션을 만들 생각인가?
<던전앤파이터>와 <사이퍼즈> 둘 다 처음에는 ‘액션’만 보고 시작한 게임이다. MORPG나 AOS 같은 형태는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선택했다.
<던전앤파이터>를 만들 때는 P2P로 액션이 되느냐 안 되느냐 말이 많던 시기였다. 그래서 직접 도전해 봤다. <사이퍼즈>도 처음에는 PvE로 개발하고 싶었지만 개발팀의 규모가 받쳐주지 못했다. 게다가 첫 3D 도전이고 하다 보니 선택하게 된 것이 AOS였다. 결과를 보면 둘 다 잘됐지만.
그럼 이번에도 주변 상황이 중요하겠다.
다행히 <프로젝트 MC>는 주변 상황의 영향을 덜 받는 여건에서 개발하고 있다. 만들고 싶은대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이랄까? 그래서 상황에 맞추기보다는 ‘사람들이 액션을 재미있게 즐기는 형태가 어떤 걸까’를 고민 중이다.
예를 들면?
유저가 게임을 하는 건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전략시뮬레이션을 좋아하는 유저는 머리를 쓰려는 욕구가 있다. 액션을 선택하는 유저는 때리고 부수는 본능을 채우기를 원한다. 결국 액션게임이라면 얼마만큼 ‘잘 때리고 부수는 본능을 채워줄 수 있을까’가 첫 번째 고민이다.
MORPG나 AOS 등의 형태는 어떤 액션을 보여줄지 정하고 나면 자연히 뒤따라 나오는 거고.
구체적으로 어떤 액션을 고민 중인가?
액션의 기본이랄까, 닌텐도를 많이 참고하고 있다. 닌텐도의 액션게임들이 다른 액션게임들에 비해 깔끔하게 액션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슈퍼마리오>를 보면 가로로 가면서 적을 만나 점프하고 미끄러지고 하는데 그게 정말 군더더기가 없고 쉽다. 액션의 본질에 가장 충실하고 있는 것 같다. 비슷한 게임도 많은데 <슈퍼마리오>가 그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말이야 쉽지만 깔끔하고 쉬운 액션이 제일 어려운 거 아닌가?
그래서 개발팀이 소수인 상태에서 프로토타입으로 다양한 실험을 했었다. 경험으로 배운 건데 일단 개발이 시작되면 새로운 걸 찾아서 넣을 수가 없다. 초반에 다 끝내 놔야지.
<프로젝트 MC> 원화 (※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 “온라인게임에서 액션은 이제 시작 단계”
액션게임이 늘었다. 따지고 보면 이게 다 경쟁작인데….
액션의 종류가 대단히 많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온 온라인 액션게임을 다 합쳐도 전체 액션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논타겟팅이라도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이 다 다르다.
예를 들어 <몬스터 헌터>는 묵직한 느낌과 상황을 극복하는 재미를, <던전앤파이터>는 여러 몬스터를 한꺼번에 처치하는 재미를 주는 식이다. <던전앤파이터> 이후에 나온 액션게임들도 대부분 여러 몬스터를 한 번에 처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천지를 먹다>처럼 1대 2~3 정도로 싸우는 횡스크롤 액션도 있고, <마계촌>이나 <악마성 드라큘라> 같은 액션도 있다.
액션게임은 캐릭터의 크기를 어떻게 잡느냐, 카메라를 어디에 두느냐, 조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만큼 걱정할 건 없어 보인다.
뭔가 액션 추종자 같다.
개인적으로도 빠른 게임을 좋아하니까. 예전 콘솔게임에서 액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었다. 정말 많이 나오고 그걸 다 구입했는데 지금 온라인에는 많아야 20개 남짓의 액션게임이 있다. 눈을 조금만 돌려도 새로운 액션게임이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많다. 다 채우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액션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다들 콘텐츠 걱정부터 하더라.
일반적인 MMORPG에 비해 흐름이 빠르다 보니 생기는 당연한 현상이다. 사실 <리니지>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보면 액션게임에 비해 한 몬스터를 처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몇 배는 더 길다. 반복에 대한 부담감도 덜할 수밖에 없다.
지금 만드는 게임도 액션이니까 당연히 흐름이 빠를 거다. 솔직히 콘텐츠 걱정이 안 된다면 거짓말인데……. <던전앤파이터> 때도 버텨봤으니까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중이다(웃음).
그러고 보니 전작에서는 굉장한 콘텐츠 개발속도를 보여줬다.
결국은 그래픽 문제 같다. 게임 개발이라는 게 팀플레이니까 그래픽이 안 나오면 다른 쪽도 할 게 없다. 일러스트가 있고 모델이 있는 상태에서 만드는 것과 상상만으로 만드는 건 차이가 크다. 효율도 효율이지만 게임 자체의 재미도 떨어진다.
결국 그래픽과 다른 부분이 딱딱 맞아떨어져야 하는 셈인데, 이번 게임의 그래픽에서도 그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좋은 그래픽도 좋지만 유저들이 얼마나 원활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멋지게 만들어도 콘텐츠 수급이 늦고 요구사양이 높아지면 소용이 없다. 예를 들어 라면을 만든다고 할 때, 맛도 중요하지만 일단 누구나 끓일 수 있어야 할 게 아닌가. 오븐에만 끓일 수 있는 라면이 나온다면 맛이 좋아도 의미가 없다. 라면이 부족하면 더 문제고.
결국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건데, 예쁜 그래픽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당연하다. 그래서 크게 봤을 때 전보다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전에는 그래픽에 그렇게 많이 투자하지 못했는데 게임을 만들수록 조금씩 투자가 늘어 가는 듯하다.
<던전앤파이터>부터 스토리를 거의 직접 챙기던데 이유라도 있나?
스토리 쓰는 걸 좋아한다. 설정이나 스토리가 단단하게 가면 게임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유저가 스토리를 다 읽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도 하나의 아이템이나 캐릭터나 몬스터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데 있어서는 가장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작업이 스토리가 아닐까 싶다.
왜, 예전에 베스킨라빈스가 아이스크림 만들 때 그냥 녹차나 초코크림보다는 ‘엄마는 외계인’ 같은 이름을 붙이면서 아이스크림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한 것과 비슷하다. 모델 작업이나 액션을 다듬는 것보다 훨씬 시간은 적게 들지만 효과적이다.
몇 번 하다 보니까 대표가 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작업이고 해서 지금까지는 다 직접 스토리를 잡고 있다. 메인 스토리 흐름이 끝나고 나면 각 월드를 담당하는 기획자들에게 분산시켜서 스토리가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
<던전앤파이터>의 스토리를 작성할 때와 비교해 많은 게 달라졌을 텐데….
<던전앤파이터>의 스토리를 쓸 때는 유저가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경험도, 생각도 없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썼다. 그런데 <던전앤파이터>에서 경험하고 <사이퍼즈>에서도 피드백을 받고 하다 보니 유저들이 좋아할 수 있는 캐릭터나 이야기의 흐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
예를 들어 유저들은 일본문화의 영향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걸 꽤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일본풍을 싫어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우리나라 교육이 정말 잘되고 있구나 생각했다(웃음). 그래서 특정 국가의 문화를 직접 가져오는 것은 피하고 있다.
문화 코드나 인물, TV의 영향도 빠르게 따라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여기엔 재미난 사건도 있는데 <던전앤파이터>에서 프리스트를 기획했을 때 긴머리의 근육질 캐릭터를 공개했다. 나름대로 잘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유저들이 보자마자 ‘게이’라고 놀리더라. 결국 프리스트의 머리를 잘랐다.
그때 정말 놀랐다. 우리나라에도 게이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있구나. 그 후로 근육질의 남성 설정을 잡을 때 게이코드를 피하려고 노력한다. 진지하다(웃음).
서비스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직접 서비스도 생각하고 있다. 확정은 아니고. 네오플에서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할 때 퍼블리셔가 있었지만 서비스는 직접 했다. 그때 온갖 일을 다 겪었으니 다른 퍼블리셔를 찾기보다는 직접 팀을 꾸려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대체 언제쯤 게임이 나오나?
내년 초 정도에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예상하는 개발 기간 2년 중 1년 4개월이 지났다. 앞으로도 인력을 늘려 나갈 셈이니 완성도로 따지면 40% 정도 온 듯하다.
이번에도 개발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게임 하나를 만드는 데 시간이 길어지면 정작 생각했던 재미를 다 담기가 어렵다. 10명이 2년을 개발하는 것과 20명이 1년 동안 개발하는 건 들어가는 인건비는 같아도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물론 <블레이드 & 소울>처럼 몇 년에 걸쳐 개발할 수밖에 없는 게임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최대한 사이클을 빨리 가져가는 게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비결 같다.
지난해 봤을 때보다 인력이 대폭 늘어났다. 현재 몇 명인가?
45명이다. 지금도 기획을 뺀 모든 부분에서 인원을 뽑고 있다. 빠른 시일 안에 사람을 뽑다 보니 면접 보랴, 인원 관리하랴, 게임 개발하랴, 정신이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속이 참 편했는데, 이런 쪽은 잘 안 맞나 보다.
그래서 게임을 더 빨리 만들지도 모른다.
그럴지도. 문제가 생기기 전에 빨리 내자는 주의다(웃음). 근데 일단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면 다들 라이브에 정신이 없다 보니 인력 문제도 줄어든다. 이건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