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대작게임들이 국내 시장을 휩쓰는 가운데 해외를 노리는 게임이 있습니다. 노리아의 라이딩 MMORPG <세븐코어>는 현재 북미·유럽·동남아시아·일본·브라질 퍼블리싱 계약이 되어 있습니다. 올해 3분기에는 해외 CBT를 끝내고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세븐코어>의 정식 서비스가 진행될 예정이죠.
신생 개발사 노리아의 이러한 저력은 어디서부터 나온 걸까요? 노리아의 김정주 대표이사가 말하는 <세븐코어>의 해외시장 도전기를 통해 알아보시죠.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5년 전부터 해외 진출을 준비했습니다”
노리아의 김정주 대표이사.
TIG> <세븐코어>가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김정주 대표이사: 5년 전 게임 시장을 공부하다 보니 특이한 흐름이 보였어요. 게임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점점 커지는데 반해 게임의 순환주기가 굉장히 빨라지더라고요. 몇몇 대작은 롱런하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은 잠시 반짝했다가 곧 잊혀지죠. 특히 인지도가 낮은 신생 개발사나 신작 타이틀은 더욱 그래요.
이런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답은 ‘처음’이었어요. 사람들이 가장 오래 즐기는 게임은 처음 접한 게임이더라고요. 한국에선 힘든 이야기겠지만 세계가 무대가 되면 달라지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해외진출이 빨라야 했고요.
TIG> 해외 진출에 앞서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다면요?
<세븐코어>를 기획하면서 전 세계 유저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했어요. 일부러 사양도 당시 추세보다 낮은 사양으로 설정했고, 게임의 디자인도 MMORPG를 모르는 유저도 쉽게 빠져들 수 있도록 구성했죠. 시스템도 빠른 현지화를 위해 신경을 썼어요. 예를 들어 <세븐코어>의 UI(유저 인터페이스)는 그래픽과 텍스트가 분리돼 있죠. 텍스트를 번역만 하면 어렵지 않게 현지화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개발 중에도 게임스컴이나 GDC 등 해외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게임을 알렸어요. 사소한 것들이지만 이러한 것들이 모여 지금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봅니다.
TIG> 사전 준비를 많이 했는데, 실제로 준비한 데로 잘 진행됐나요?
고려할 것이 많다 보니 도중에 변경하거나 폐기한 것도 많아요. 원래 <세븐코어>의 첫 진출지로 중국을 생각했어요. 무협게임 <일기당천>의 개발자들이 많아 회사 인지도가 중국에서 높았거든요. 그래서 게임의 종족 중 하나인 ‘누크’를 동양적으로 디자인하는 등 현지 공략에 신경을 많이 썼죠.
하지만 중국시장이 급격히 커져 현재 콘텐츠로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거에요. 현지 정부의 의사에 따라 시장 상황이 요동치는 것도 큰 위협이었죠. 그래서 중국을 미루고 유럽을 목표로 잡았죠. 원래는 동양적으로 디자인됐던 누크도 이에 맞춰 다시 수정해야 했죠. 고생했던 디자이너들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현재 계약 중인 해외 퍼블리셔는 북미·유럽·일본을 담당하는 갈라 그룹과 동남아의 TEC입니다. 갈라 그룹은 한국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게임을 해외에서 성공시켰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중소 타이틀로 그런 성과를 거뒀다면 현지에서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잘 파악하는 회사라고 생각했죠.
TEC는 대표이사가 직접 게임포럼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생각했죠. 유저의 입장에서 의견을 수렴해서 서비스하는 타입이랄까요? 개인적으로 온라인게임은 개발이 반, 서비스가 반이라고 생각하는데 계속 유저의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퍼블리셔는 많지 않거든요. 특히 해외 퍼블리셔 중에서는 게임에는 문외한이면서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하는 곳이 많은데, 그런 곳들에 비해서 TEC는 확실히 매력 있는 상대였죠.
■ ‘해가 지지 않는 게임’을 위한 노력
TIG> 비슷한 시기에 유럽과 동남아시아 지역 CBT를 시작했습니다. 개발사 입장에선 시기를 다르게 하거나 통일했으면 하는 생각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개발사 입장에선 그런 유혹이 많이 들었죠. 하지만 현지 퍼블리셔가 아무 이유 없이 그 날짜를 정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현지 사정은 현지 퍼블리셔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요. 때문에 마케팅이나 서비스 일정 같은 부분은 퍼블리셔에 일임하고, 요구사항도 대부분을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실제로 좋은 결과도 많았고요.
일례로 유럽 퍼블리셔인 갈라 유럽은 게임을 홍보하며 우리도 캐치하지 못했던 세계관과 스토리를 장점으로 발굴하더군요. 일본 퍼블리셔인 갈라 재팬은 아직 서비스도 시작하지 않은 게임을 위해 유명 록그룹 린치(lynch)와 제휴 마케팅을 맺었어요. 퍼블리셔가 현지 상황과 유저들의 니즈를 알고 있었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었죠.
갈라 재팬이 주도한 린치(lynch)와 세븐코어의 제휴 마케팅.
TIG> 해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하나 꼽자면 무엇인가요?
가장 힘든 것은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입니다. 서비스하는 국가마다 각각 요구하는 것이 다르다 보니 게임의 빌드가 자꾸 나눠지죠. 예를 들어 게임에 ‘아마르’라는 노예종족이 있는데, 이들의 회색피부가 흑인을 연상시킨다며 수정해야 했던 적이 있어요. 이런 눈에 띄는 것들 외에도 성장공식이나 아이템 수치 등 많은 부분이 한국의 <세븐코어>와 다르죠.
국가별로 이렇게 다르다 보니 빌드를 관리하는 것이 한국에서만 서비스할 때보다 2배, 아니 ‘N배’로 힘들어요. 지금은 많은 부분을 자체 툴에 적용해서 한숨 덜었지만, 앞으로 계속 신경 쓸 수밖에 없죠.
TIG> 각 국가의 요구사항을 듣다 보면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흐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요구하는 것은 다르지만 결국은 기본기와 개성, 두 가지 요소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기본기만 튼튼한 게임이나 개성만 강한 게임도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게임 자체가 오래되다 보니 두 요소 중 하나만 빠져도 성공하기 힘들죠. 때문에 퍼블리셔들도 이 두 요소들을 자국 사정에 맞게 강화해 주기를 바라더군요.
TIG> 퍼블리셔들의 요구 중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곧 일본 서비스가 시작되는데, 갈라 재팬에서 캐릭터 추가 요청이 들어왔어요. 일본에서 성공하려면 귀여운 캐릭터가 있어야 된다고 하더군요. 예시라면서 직접 피규어까지 보내왔죠.
보내준 피규어가 기존 <세븐코어>의 화풍과는 많이 다른 캐릭터라 아트디렉터가 요새말로 ‘멘붕’을 일으켰죠. 하지만 현지 퍼블리셔의 말도 일리가 있기에 지금은 열심히 개발 중입니다. 이를 위해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시스템까지 개선했어요.
TIG> 3분기에 전 세계적으로 정식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이를 위해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점이 있나요?
전 세계적으로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제 낮과 밤의 의미가 없어지죠. 내부에서는 ‘해가 지지 않는 게임’이라고 말하기도 해요(웃음).
때문에 마라톤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체력과 로테이션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요. 특히 전 세계 론칭이다 보니 연락책을 중시하며 준비하는 중입니다. 현지 PM과 대화해야 하는 국내 PM, 그리고 언제나 중요한 서버팀은 비상연락망은 물론 따로 대기조까지 편성했습니다.
■ “경험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TIG> 유럽, 동남아시아, 일본 등 국내 게임사들이 진출할 수 있는 곳의 대부분을 진출했는데요,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요?
사업적으로는 서비스 국가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새로운 국가를 향해 영역을 넓혀야겠죠. 일단 서비스가 궤도에 오르면 러시아 쪽을 생각하고 있어요. 처음에 목표로 했던 중국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곳은 시장 상황과 퍼블리셔 양쪽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느리더라도 차분하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개발 부분에선 점령전 콘텐츠의 확대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지역이 아니라 대륙 간, 나아가서는 서버 간 전쟁을 구현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일본 서비스와 동시에 앞서 말했던 귀여운 캐릭터가 추가될 예정입니다. 아트디렉터가 고심하며 디자인한 캐릭터이니 국내 유저 분들도 많은 기대 부탁 드립니다.
TIG> 국내 게임시장이 대형 게임사 위주로 재편되면서 해외시장이 중소업체에게 주목받고 있는데요, 해외진출을 처음 시도하는 업체에게 조언을 하자면 무엇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해외시장을 잘 알고 있는 마케터나 사업자가 필요합니다. 사업이든 개발이든 해외진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죠. 현지 사정을 아는 사람이 있는 것과 막연히 개발자가 해외에서 먹힐 만한 것을 기획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저희도 그것 때문에 많이 고생했고요. 특히 현지 유저들이 어떤 게임을 좋아하고 현지에서 어떤 유료화 모델이 각광받는지는 그곳에 끈이 닿아 있지 않으면 파악하기 힘들죠. 고용이 힘들면 외주나 친분으로라도 경험을 빌려야 한다고 권하고 싶네요.
TIG> 만약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업체들에게 진출할 국가 하나를 추천한다면?
사실 고려할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게임의 성격과 진출할 나라의 국민성을 생각해야 하고, 수익모델도 고려해야 합니다. 해당 국가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롱런을 목표로 하는지, 아니면 짧게 치고 빠질지도 생각해 봐야 하고요.
하지만 개인적으론 대형 게임사가 아니라면 브라질이나 러시아, 인도 같은 신흥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성장 가능성도 높고 선점효과도 누릴 수 있으니까요. 아, 힘 있는 퍼블리셔를 알고 있다면 그 쪽에 ‘올인’하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