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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RPG를 향한 6년의 도전, 거울전쟁”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남택원 대표이사 인터뷰

김승현(다미롱) 2012-08-09 17:12:00

독립 개발사에게 힘든 시기다. 국내외에서는 초대형 신작들이 쏟아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게임업체들의 인수합병 소식이 이어진다. 이런 험난한 환경 속에서 한 독립 개발사가 신작의 출사표를 던졌다. <거울전쟁-신성부활>(이하 신성부활, //www.mirrorwar.co.kr)의 엘엔케이로직코리아.

 

슈팅 RPG라는 보기 드문 장르도 눈길을 끌지만, 회사의 과거도 흥미롭다. 2000<거울전쟁-악령군>(이하 악령군)으로 시작된 엘엔케이로직코리아의 역사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지금도 계속 도전하고 있다는 남택원 대표를 만나보자.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도전 자체가 우리의 경쟁력입니다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남택원 대표이사.

 

<거울전쟁> 시리즈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초기작인 <악령군>과 후속작 <거울전쟁-은의여인>은 건물생산 대신 건물점령과 유닛전직이라는 요소를 넣어 다른 RTS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2005년 발매된 <거울전쟁-롤과 앤의 모험>은 당시 생소했던 게임폰 GPANG 전용 타이틀이었다.

 

게임계엔 항상 새로운 시스템이나 장르를 개척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사 이래 계속된 도전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남택원 대표는 웃으며 답했다. 항상 새로운 게임에 목마르다는 남 대표의 말은 그 자신의 개발 철학이자 회사 전체의 의지이기도 하다.

 

개발자들이 모두 도전에 목말라 있습니다. 최초로 <악령군>을 개발했을 때 단순히 RTS만 만들고 싶었다면 <C&C> 시리즈나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본떠서 개발했겠죠. 하지만 다들 천편일률적인 채집-건설-생산-전투방식에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이번에 <신성부활>을 개발하며 비행슈팅과 RPG를 결합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거울전쟁-은의 여인>의 게임 화면.

<거울전쟁-악령군>과 <거울전쟁-은의 여인>은 건물 건설 없이, 필드의 건물을 점령해 유닛을 생산하고, 생산한 유닛을 키워 상위 유닛으로 전직시키는 플레이 방식을 선보였다.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대표이기 이전에 개발자였기 때문이다. 보통 게임업체는 경영과 개발이 분리돼 있는 경우가 많다. 회사운영을 책임지는 경영자는 뚜렷한 예측을 추구한다. 예상되는 이용자나 결제율 등을 알아야 원활한 회사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참조할 모델이 없는 새로운 시도는 항상 의사결정이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남 대표 자신은 개발자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거울전쟁> 시리즈의 개발과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했다. 이렇게 회사의 경영과 개발이 거의 일치하기에 공격적인 자세만 있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유저들은 계속 새로운 것을 요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전은 그 자체로 우리의 경쟁력이죠.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6년의 도전, 멀고 험한 온라인 비행슈팅의 길

 

도전은 늘 힘든 일이다. 그것이 중소 개발사의 신규 장르 도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신성부활>도 기본적인 게임의 틀을 구성하는 일부터 개발 외적인 문제까지 무엇 하나 만만했던 것이 없었다.

 

마을에서는 MORPG처럼 돌아다니고 던전에서는 비행슈팅처럼 탄을 쏜다. 지금 생각하면 단순한 모델이지만 처음에 생각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모릅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틀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아케이드 성향이 강한 비행슈팅의 문법을 온라인 플랫폼에 맞게 재창조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80년대 비행슈팅 게임부터 최근의 MORPG까지 수많은 게임을 연구했는데도 <신성부활>의 현재 모델이 정립되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거울전쟁-신성부활>의 플레이 장면. 

던전과 마을의 각기 다른 게임화면, 그리고 비행슈팅이 아닌 ‘보행’슈팅 방식의 던전 플레이에는 개발자들의 고뇌가 담겨 있다.

 

비행슈팅은 레벨 디자이너의 연출 실력이 굉장히 중요한 장르입니다. 하지만 국내에는 숙련된 비행슈팅 레벨 디자이너가 사실상 전무하죠.”

 

비행슈팅 게임에 익숙한 레벨 디자이너를 구하는 일부터 난관이었다. 숙련된 레벨 디자이너는커녕 신입 디자이너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신입 디자이너를 구해도 처음부터 개발에 참여한 레벨 디자이너와 신입 디자이너의 작업 품질 차이가 컸기 때문에 이를 조율하는 데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새로 충원되는 인원들에게 게임의 지향점과 목표를 알려주는 것도 일이었다. 장르 자체가 국내에서 생소했기에 신규 인원들이 콘셉트와 방향을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남 대표는 직접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만들어 개발자들에게 기획의도를 설명하기도 했다.

 

어렵사리 기본 틀을 완성한 후에도 난관이 남아 있었다. 테스터들의 혹독한 검증이었다. 콘텐츠 보강을 위해 최초공개 6개월 후 정식 론칭을 계획했던 <신성부활>은 테스터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느라 2년 여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당초 계획보다 4배의 시간이 더 걸린 셈이다.

 

 

“최초공개 전에는 슈팅 RPG라는 콘셉트와 겹치는 게임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공개하니 그보다 유저들의 관심에 더 신경이 갔습니다. 개발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저들에게 잊혀지는 것이 가장 두려웠죠.”

 

남 대표는 지난 2년 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으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최초공개 전 4년의 개발 기간까지 합하면 6년에 걸친 도전이었다.

 

 

■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게임

 

잇단 국내외 대작게임의 출시와 신작 캐주얼게임들의 부진 등 <신성부활>의 앞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허들이 놓여 있다. 남 대표의 복안은 무엇일까?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죠. 우리는 인지도가 높지도 않고 유명한 포털 사이트도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재미있으면 사람들이 할 거라는 10년 전 개발자 마인드로 열심히 만들었습니다(웃음).”

 

<신성부활>은 슈팅의 간명함과 RPG의 깊이가 공존하는 게임을 목표로 개발됐다. 슈팅게임처럼 누구나 가볍게 접근할 수 있지만, 그 속을 살피면 RPG처럼 수많은 콘텐츠가 존재한다. 비행슈팅이란 외모로 천편일률적인 장르에 지친 유저와 마니악해지는 온라인게임에 다가가기 힘들어하는 유저를 유혹하고, RPG의 콘텐츠로 유저들을 사로잡는 전략이다.

 

<신성부활> 해방부대 진영 프롤로그 영상.

 

특히 남 대표가 신경 쓴 것은 보다 많은 유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같은 게임인데도 종족마다 각기 다른 소설 장르를 연상시킬 정도로 시나리오에 공을 많이 들였다.

 

일례로 해방부대 진영의 시나리오는 청소년의 성장과 갈등을 그려 또래 학생들의 공감과 위안을 이끌어 내려 했고, 흑마술파 진영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에 끌린 유저들을 위해 배신과 음모를 다룬 스릴러 느낌의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망자가 주를 이루는 악령군 시나리오에서는 하드코어한 스토리 진행 속에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인 화두를 녹여냈다.

 

패로힐 대륙(거울전쟁 시리즈의 무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인물들에게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재미가 아닐까요?”

 

남 대표에게 있어 <거울전쟁> 시리즈는 자식과 같다. 그가 쓴 동명의 소설에서 시작된 시리즈는 그가 개발한 첫 타이틀이자 개발자 경력 대부분을 차지하는 분신이 되었다. 하지만 그가 <거울전쟁> 시리즈에 바라는 것은 소박하다.

 

그저 유저들에게 재미있는 게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는 장수 게임 IP(지적재산권)이 많지 않잖아요? 언젠가 판타지 계열 IP 중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시리즈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6년 동안 남 대표와 엘엔케이로직코리아 직원들의 애간장을 태운 <거울전쟁-신성부활>은 오는 810일과 11일 프리미엄 테스트와 14일 오픈 베타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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