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현실에서 재현하는 코스튬 플레이(줄여서 ‘코스프레’라고도 부른다)가 최근 게임 쪽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블레이드 & 소울> <디아블로 3> 등의 캐릭터 코스튬 플레이가 인기를 끌면서 e스포츠 무대에 오르고, 마케팅에 정식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주인공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 소나, <블레이드 & 소울>의 진서연 코스튬 플레이로 화제를 모았던 ‘팀 CSL’과 공승용 대표입니다. 팀 CSL의 스튜디오가 있는 경기도 용인을 방문해 그들의 꿈과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 팀 CSL(Team C.S.L)은 국내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뭉쳐 지난 2007년 만든 팀으로 무대 퍼포먼스를 전문으로 한다. 해외 유명 코스튬 플레이 행사에 한국대표 자격으로 여러 차례 출전해 입상하기도 했으며, 다수의 우승 경력도 갖고 있다.
최근에는 무대 퍼포먼스 외에 사진촬영 및 화보활동도 시작했으며,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 서머너 쇼케이스에도 소개된 소나, <블레이드 & 소울> 진서연 코스튬 플레이 등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팀 CSL 공승용 대표.
“왜 하냐고요? 정말 좋아서 하고 있습니다.”
팀 CSL의 역사는 꽤 길다. 공승용 대표를 포함해 많은 구성원들이 10년 이상 코스튬 플레이를 해왔다. 한국대표로 여러 번 해외 대회에 나가 국내외에서 인지도를 쌓았다. 공 대표에게 팀의 유래를 물었더니 PC통신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처음 시작은 90년대 중반 PC통신 나우누리에서 동호회 활동을 한 것이었습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복장도 만들고, 무대공연을 한 것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겼네요. 팀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능력 있는 팀원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진행된 세계 코스프레 서밋 2012에 한국대표로 참가한 팀의 공연 모습.
현재 팀 CSL은 25명에서 30명 정도의 팀원(그들의 표현으로는 가족)들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 누구 하나 코스튬 플레이를 생업으로 삼고 활동하는 사람은 없다. 당장 공 대표부터 본업이 따로 있으며, 어디까지나 코스튬 플레이는 취미생활로 즐길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 대표와 팀 CSL이 코스튬 플레이에 쏟는 열정과 시간은 다른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왜 그들은 (속된 표현으로) ‘돈도 되지 않는’ 코스튬 플레이에 열정을 쏟는 걸까?
“글쎄요. 그냥 재미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처음 코스튬 플레이를 접했을 때도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복장을 직접 만들어 보고, 또 행동을 따라 하면서 무대공연하는 것이 정말 즐겁고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되지 않지만 10년 넘게 코스튬 플레이를 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좋아서, 코스튬 플레이가 정말 좋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팀 CSL의 스튜디오 내부. 사진을 찍기 위한
<LOL> 케일 장비와 한창 제작 중인 모데카이저 복장. 모두 직접 만든다.
“반드시 게임을 즐긴 후 코스튬 플레이를 합니다.”
CSL은 사진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팀이 아니다. 물론 <리그 오브 레전드>의 소나, <블레이드 & 소울>의 진서연 같은 캐릭터의 사진으로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사진촬영을 시작한 것은 6개월도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의 상황을 무대에서 재현하는 공연이 전문분야다. 이로 인해 팀원들 중 남성의 비율이 80%에 이른다. 전문적으로 연기를 배우는 팀원도 있으며, 영화배우로 데뷔를 준비하는 팀원도 있다. 공 대표는 팀 CSL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몇몇 여성 캐릭터 사진들로 화제가 됐지만 팀 CSL은 사진 외에도 게임 캐릭터들을 다양하게 연기하고 보여주자는 기본원칙을 지키려고 합니다. 코스튬 플레이는 예쁜 여성 코스튬 플레이어를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래서 현재 ‘LOL 더 챔피언스 서머 2012’ 결승전에 맞춰 다양한 캐릭터들의 코스튬 플레이를 준비하고 있는데, 샤코나 가렌, 모데카이저 등 보다 다양한 챔피언들을 재현할 생각입니다.”
제작이 완료된 샤코. 팀 CSL은 ‘LOL 더 챔피언스 서머 2012’ 결승전에 맞춰 샤코를 포함해 총 15종 이상의 캐릭터 코스튬 플레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팀 CSL이 게임 캐릭터의 코스튬 플레이를 하는 데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바로 ‘실제로 게임을 즐긴 후’ 코스튬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코스튬 플레이도 단순히 게임이 인기가 많다고 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공 대표를 비롯한 팀 CSL의 주요 멤버들은 모두 시즌1 때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긴 열성 유저였다.
“알리스타로만 한 500판 이상했을까요? 금장까지 달아봤습니다(웃음).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팀원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괜찮은 퀄리티가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이번에 샤코를 준비하는 분은 평소에 샤코에 많은 원한을 갖고 있죠. 그래서 굉장히 높은 퀄리티가 나온 것 같습니다(웃음).”
공 대표가 본업(?)을 보는 사무실. 곳곳에서 게임과 관련된 소품들이 보인다.
“코스튬 플레이로 모두 함께 어울리고 싶습니다.”
팀 CSL은 코스튬 플레이를 통한 상업적인 활동은 최대한 나서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갖고 있다. 업체와 협력한다고 해도 복장 제작비 정도만을 지원받을 생각이며, 무언가 큰 이득을 취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미래에 팀이 성장하면 상업적인 활동을 고민해볼 시기가 올 수도 있겠지만, 공 대표는 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공 대표와 팀 CSL은 한 가지 꿈을 갖고 있다.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코스튬 플레이를 주제로 서로 어울리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재미있게 노는 것, 즉 코스튬 플레이가 하나의 대중문화로 자리를 잡는 것이다.
“누구나 어릴 때 좋아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을 흉내 내면서 놀아본 기억이 있을 거예요. 코스튬 플레이는 이상한 놀이문화가 아니라 재미있고, 또 훌륭한 놀이문화입니다. 앞으로도 저와 팀 CSL은 코스튬 플레이에 대해 최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모든 유저들이 함께 코스튬 플레이로 즐겁게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샤코의 ‘깜짝 상자’는 현재 제작 중.
게임 뿐 아니라 만화나 애니메이션 관련 코스튬 플레이도 계속 진행한다. 사진은 <페이트/제로>의 버서커.
[미니 인터뷰] ‘소나’의 그녀 에키홀릭
가렌의 검 뒤에 숨은 에키홀릭.
TIG> 요즘 사진이 많은 화제를 모으고 인기도 높아졌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많이 좋게 봐주시고 덕분에 기분이야 당연히 좋습니다. 앞으로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해요.
본래 팀 CSL은 무대공연 쪽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우연찮게 아시는 분이 사진을 찍어보라고 해서 찍어봤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네요. 그야말로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 상황이라고 할까요? 앞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TIG> 평소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겨 하나요? 혹시 소나도 플레이하나요?
주력 캐릭터는 그레이브즈예요. 강하고 딱 캐릭터가 제 취향이라고 할까요? 반면 소나는 정작 잘 하지 못해요(웃음). 음… 게임 실력은 그레이브즈로 할 때는 서포터가 너무 못하지만 않으면 중간 이상은 할 자신이 있어요. 그레이브즈가 워낙 밴을 많이 당해서 랭크 게임은 잘 안 하는 편인데, 노멀 게임에서는 14연승을 한 적도 있죠.
TIG> 앞으로 희망이 있다면? 그리고 코스튬 플레이는 계속할 생각이 있나요?
원래 만화를 좋아해서 중학생 때부터 계속 코스튬 플레이에 관심이 많았어요. 앞으로도 별다른 상황변화가 없다면 좋은 취미생활로 계속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현재 저는 대학교에 재학 중이고, 산업 디자인 쪽을 공부하고 있는데요, 꿈이라고 하면… 제 디자인으로 된 자동차가 생산되는 것을 보는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웃음).
<리그 오브 레전드> 서머너 쇼케이스에서도 소개된 소나 코스튬 플레이.
‘주사 맞을 시간이군요?’ <리그 오브 레전드> 아칼리(간호사 스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