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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무협세상에서 사는 느낌을 주겠다”

위메이드 ‘천룡기’ 성정국 디렉터 인터뷰

안정빈(한낮) 2012-09-13 11:00:00

“진짜 무협세상에서 사는 느낌을 주겠습니다.” 위메이드에서 개발 중인 <천룡기>의 목표다. <천룡기>는 무협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기본공식을 충실히 따랐다.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강함 이외에도 기연이나 인연이 필요하다.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인연을 만나 강해지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천룡기>는 정통무협이 아닌 판타지와 무협 세계관을 조합한 MMORPG다. 궁금해졌다. 진짜 무협세상에 사는 느낌을 줄 거라면 왜 정통무협이 아닌 퓨전 장르를 택했을까? <천룡기>의 기획을 총괄하는 성정국 디렉터는 반문했다. “영화 <쿵푸허슬>은 무협인가요, 아닌가요? 혹은 <월광보합>이나 <서유기> 같은 주성치 영화는요?”

 

‘무협’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마다 드는 생각은 다르다. 정통 무협 소설에 달관한 사람이라면 김용이나 고룡의 무협소설을 생각할 것이고, 무협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연걸과 서극의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성룡이나 주성치의 코믹에 가까운 액션물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위메이드는 여기에 주목했다. 일반인이 떠올릴 수 있는 갖가지 무협의 요소들을 자유롭게 넣자. 근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상상력이 개입될 수 있도록 만들자. 그렇게 <천룡기>가 시작됐다. 오는 20일 1 CBT 시작을 앞둔 <천룡기>(//chunryong.wemade.com)의 성정국 디렉터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위메이드의 성정국 디렉터.

 

 

■ “지스타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이제 1 CBT를 시작한다. 개발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닌가?

 

성정국: 다들 오래 걸렸다고 하는데 <천룡기>를 개발한 지 이제 38개월이 지났다. 기존에 <창천 2>로 열심히 홍보하고 중간에 리뉴얼까지 거치고 그러니까 다들 5년 이상 개발해온 줄 알더라(웃음). MMORPG에서 3 8개월은 긴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창천 2>에서 2 CBT까지 마치고, <천룡기>로 바꾸고, 지스타에 나가고… 그 과정에서 ‘이렇게 된 거 무협게임의 정점을 찍어 보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무협적인 요소는 다 담아 보자’는 모티브로 개발하다 보니 당초 예상보다는 오래 만들고 있긴 하다.

 

 

바꿔 말하면 지스타에서 보여준 버전이 그만큼 완성돼 보인 탓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고맙다. 우리 입장에서 지스타 버전은 완성도와 재미에서 많은 개선이 필요한 상태였다. 사실 <천룡기1차 목표는 1시간 동안 일반공격으로만 사냥해도 재미난 게임을 만들자는 거였다. 그만큼 전투와 무공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데 지스타 2011에서는 그 부분을 원하는 만큼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웠다. 최근 게임답지 않게 불친절하고 게임 포장이 덜됐다는 의견도 많았고.

 

지스타 2011 위메이드 부스에 마련됐던 <천룡기> 체험존의 모습.

 

 

지스타 이후 많은 부분이 달라진 건가?

 

맞다. 성장 라인부터 다 바뀌었다. 일단 사냥터만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유저들이 성장해 나가면서 콘텐츠가 부족하거나 놀거리가 없는 부분을 대폭 보완했다. 게임의 핵심인 무공을 인연과 기연을 통해 습득하게 만들었고, 사회직업이나 오행 등 새로운 시스템도 녹여 넣었다. 밸런스와 게임 개선에도 많은 시간을 썼다.

 

<천룡기>에서 가장 큰 재미를 느끼게 만들 부분이 전투와 무공인데 그 부분을 계속 다듬고 있다. 지스타에서 좋은 반응을 받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조금만 더 개선하면 어떤 MMORPG와 비교해도 재미있는 전투를 구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이제시간 동안 일반공격만 해도 재미있는 건가?

 

그건 아니다. 솔직히 말해 역시 일반공격만으로는 어렵더라(웃음). 근데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일반공격만으로도 무협다운 액션과 무공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저레벨부터 고레벨까지 어느 구간이든시간 내내 전투를 반복해도 재미있는 수준까지 만들었다.

 

<천룡기>에서는 유저가 스스로 다양한 연속기를 만들 수 있다. 무공마다 정해진 상황이 있고 해당 상황에 맞춰 무공을 사용하면 ‘강타’가 발동된다. 예를 들어 협객은 공중에 적을 띄우는 무공과 넘어진 적에게 추가 대미지를 주는 무공을 갖고 있다. 이를 조합해서 적을 띄운 후 추가로 공격하고 쓰러진 적에게 다시 추가 대미지를 입히는 식이다.

 

몬스터 한 마리를 처치하는 데 10~15초 정도로 굉장히 빠르게 전투가 진행되는 만큼 그 과정에서 각 무공을 얼마나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느냐가 박진감 넘치는 재미로 이어질 것이다.

 

 

 

■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천룡기>에서 유저들은 무엇을 목표로 게임을 즐기게 되나?

 

시나리오상으로는 강호백팔룡이라는 이 세상의 영웅들이 되어 가는 과정의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레벨과 아이템의 수준만이 아니라 무협다운 다양한 요소들을 넣기 위해 노력했다. 유저들이 무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느끼거나 떠오르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무공도 3단계까지는 수련으로 올릴 수 있지만 4단계와 5단계는 NPC와 친밀도를 쌓거나 무림고수를 만나 각성하며 배우게 된다. 무협에서 흔히 등장하는 인연과 기연 시스템이다.

 

 

인연과 기연에 대해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달라.

 

이런 경우도 있다. <천룡기>에는 선약당이라는 세력이 있다. 선약당의 2대 제자 중 한 명인 왕정은 약초를 좋아하는데 왕정에게 약초를 계속 가져다 주면 호감도가 쌓이고, 어느 순간 왕정이 지주곡에 위치한 비밀던전으로 유저를 안내한다. 거기서 여왕거미를 처치하게 되면 환단과 명약을 얻고 캐릭터의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반대로 낚시나 제작에 몰두한 유저에게 인연이나 기연이 찾아올 수도 있다. 이 같은 기연들을 게임 곳곳에 감춰 뒀다.

 

 

 

언제 어떤 일을 하다가 기연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건가?

 

맞다. 일단 레벨에 맞춰 많은 기연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물론 유저들은 기연을 그대로 스쳐 지나갈 수도 있다. 지금 고민하는 부분이 이런 인연과 기연을 ‘대놓고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어느 정도 숨겨둔 채 유저가 스스로 찾아 나서게 만들 것인가?’.

 

일단 현재로서는 어떤 세력에서 어떤 보상을 얻을 수 있는지 결과물 정도만 힌트를 주고 있다. 다만 그 과정을 찾아내는 건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몫이다.

 

 

오히려 인연이나 기연을 번거롭게 생각하는 유저들도 있지 않을까?

 

단순히 레벨 20이 되면 퀘스트를 깨서 아이템을 보상받고, 이번에는 저 퀘스트를 깨서 저 무기를 얻고…. 이런 뻔한 플레이 방식이 싫었다. 그 때 무협적인 요소들을 활용하면 더 재미있는 시스템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투 이외의 부분에 기연을 넣은 이유이기도 한데 다양한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보상들을 얻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해 두고 싶었다. 실제로 낚시나 제작과 관련된 위업만 달성해도 레벨 하나는 통째로 올릴 만한 경험치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단순히 레벨업과 아이템 수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게임 속에서 이것저것을 즐기며 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난 PvP를 만들겠다

 

PvP 콘텐츠도 지원하나?

 

지원한다. 현재 남궁훈 대표 이름으로 개발팀 전원을 대상으로 한 토너먼트를 진행 중이다. 밸런스 등 다듬을 부분이 좀 많지만 사내 평가도 좋은 편이다. 무협게임 자체가 PvP랑 잘 어울리기도 하고 상황에 맞춰야 하는 전투 시스템도 PvP와 잘 맞아떨어진다.

 

 

전작 <창천>에서는 굉장히 하드코어한 PvP를 내세웠다

 

<천룡기> PvP도 처음에는 <창천>처럼 낙양이나 건업 등의 대도시와 던전을 문파가 소유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PvP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기 십상이다. <창천>에서도 PvP 자체는 잘 만들었지만 상위 랭커들의 전쟁만 이어지다 보니 일반 유저들은 ‘그냥 전쟁을 하는구나’ 수준으로 보고 지나쳐 버린다.

 

그래서 <천룡기>에서는 사회직업을 통한 PvP와 정해진 인원끼리 인스턴스 지역에서 싸우는 PvP, 두 가지 방식으로 바꿨다.

 

 

 

사회직업이면 일종의 정파와 사파 개념인가?

 

정파도 있고 사파도 있다. 그리고 각종 제작직업도 있다. PvP를 원하는 유저들은 정파의 경비대와 사파의 비적단 중 하나에 가입해서 활동하면 되고, 싸움이 싫은 유저는 제작직업을 택해서 여유롭게 아이템 생산에 매진하면 된다.

 

제작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경비대는 경험치가 조금 더 빨리 오르고 비적단은 아이템 획득률이나 공격력이 조금 더 오르는 등의 혜택이 있다. 등급을 올릴수록 더 많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물론 정파와 사파에 가입했다고 무작정 싸움만 하는 건 아니다. 싸울 수 있는 지역이 제한될 것이며 싸움을 원할 때 비적단이나 경비대로 ‘변신’하면 된다. 일종의 ON·OFF 방식이다.

 

독특한 점은 PvP 상태에 돌입하면 원래 자신의 아이디 대신 새로운 ‘코드네임’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서 (변신 장소만 잘 택한다면)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다른 진영 유저들을 괴롭힐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10:10, 문파:문파, 30:30 인스턴스 전장도 구현돼 있다. 정파와 사파의 대전을 비롯해 약탈전, 몬스터 대전 등 다양한 종류의 전장이 열릴 것이다. 공식적인 랭킹전과 전적도 기록된다.

 

 

1 CBT에서는 어느 정도 콘텐츠가 공개되나?

 

형주 지역이 공개된다. 레벨로 따지면 30 정도의 콘텐츠다. 협객과 검객, 술사와 도사의 4개 직업이 공개되며 던전과 PvP, 전투 등 게임의 기본적인 골격을 모두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위메이드는 지금 오토와의 전쟁 중

 

최근 전사적으로 오토(자동사냥 프로그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무슨 이야기만 나오면 게임이 문제가 되는 시기다. 게다가 오토 프로그램을 통해 각종 문제까지 생겨나는 이상 기획 단계부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방법이 들어가야 하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천룡기>에서는 그 시범단계로 ‘유저 간의 거래’를 아예 없앴다. CBT에서 반응을 지켜본 다음 OBT에서 최종 적용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거래 자체를 없앤 건 조금 극단적인 선택 아닌가?

 

다양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거래할 때마다 공인인증을 하게 할까? 운영자 위탁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할까? 근데 공인인증서까지 브로커가 파는 세상에서 오토와 현금거래를 막으려면 개인 거래를 아예 없애 보자고 생각했다. 오토들이 모은 걸 판매책으로 몰아가는 걸 끊어 버리면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최소한의 아이템을 거래하기 위한 경매소는 준비돼 있다. 다만 거래 횟수 제한이 있고 아이템 시세 조작이 어려운 귀한 아이템 위주로 거래를 허용한다. 거래를 통해 한 계정으로 수익을 모을 수도 없는 만큼 현금거래를 봉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거래와 경매장, 위탁판매 등은 이미 내부적으로는 구현이 끝난 만큼 반응이 안 좋다면 언제든지 바로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웃음).

 

 

마지막으로 1 CBT를 통해 유저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게임을 게임스럽게 즐기는 유저들이 더 재미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 거문고를 튕겨 적을 공격하고, 무공을 실은 손바닥 자국이 바닥에 찍히정통무협도 좋지만 무협에 큰 관심이 없는 일반 유저들도 즐길 수 있는 무협을 만드는 게 목표다.

 

<천룡기> 자체도 다양한 상상력들을 동원해 무협 요소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나온 만큼 재미난 무협, 그러면서도 기본적인 근거는 갖춘 무협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테니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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