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게임에서 실시간 대전은 기술적으로 힘들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1년 전부터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대전게임을 준비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오렌지크루의 퍼니플로우스튜디오의 개발자들이다.
이들은 야구에 대한 열정과 자존심을 걸고 스마트폰 야구게임 <골든글러브>를 개발했다. 게임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만큼, 대한민국 게임대상 모바일 부문에 출품하기도 했다. 퍼니플로우 스튜디오 3인방의 <골든글러브> 개발 이야기를 들어 보자.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왼쪽부터 오렌지크루 산하 퍼니플로우 스튜디오 유민형 사운드팀장, 박민규 스튜디오장, 이동후 SF팀장.
■ ‘모바일 야구게임 달인들이 모이다’
지금은 야구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모바일 야구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야구게임은 야구 규칙 등을 상세히 알고 있지 않으면 만들기 힘든 게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주자 2루 상황에서 타자가 번트를 댔다면 타자에게는 해당 타석에 어떤 기록을 줘야 할까?’ 같은 문제들이 개발자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오렌지크루에서는 야구게임을 오랫동안 만들었던 사람들에게 <골든글러브>의 개발을 맡겼다. 퍼니플로우 스튜디오는 <KBO프로야구 08>부터 야구게임을 만들며 호흡을 맞춰 온 개발자들이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퍼니플로우 스튜디오는 오렌지크루 박영목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모바일게임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풀 3D와 실시간 네트워크 대전이다. 박 대표는 퍼니플로우 스튜디오 개발자들에게 “남들이 할 수 없거나 안 하는 것들에 도전해 보자”고 자주 이야기했다고 한다.
대표이사의 지지도 든든했지만, 퍼니플로우 스튜디오의 진정한 원동력은 자신감이었다. 오랜 기간 야구게임을 만들어 왔던 팀이기에 야구 하나만큼은 정말 잘 만들 자신이 있었다. 기술적인 난관도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 속에서 실시간 대전을 지원하는 야구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실시간 대전이나 풀3D 모바일게임 같은 것들은 남들이 잘 안 하는 시도지만, 성공할 자신이 있었기에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에 풀 네트워크 게임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고요.” 박민규 스튜디오장(아래 사진)의 말이다.
■ “<골든글러브>에 자존심을 걸었다”
<골든글러브>는 퍼니플로우 스튜디오의 자존심이 담긴 게임이기도 하다.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는 것 외에도 유저에게 최고의 품질을 보여줄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것들에 도전하자’라는 모토 아래 <골든글러브>의 개발이 시작됐다.
초기에 <골든글러브>는 2D 게임이었다. 그러나 야구의 생동감을 살리려다 보니 2D보다는 3D가 더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 3D로 전면 교체 작업을 했다. 이 작업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개발이 오래 걸렸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야구의 생동감이 좋아졌고, 그래픽 팀이 원하던 캐릭터를 구현할 수 있었다.
이동후 팀장은 개발 초기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픽을 3D로 바꾸면서 다양한 애니메이션이나 리얼한 느낌을 살린 게임을 만들 수 있었어요. 2D로 만든 게임이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처음 생각했던 대로 2D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아찔합니다.”
그래픽에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캐릭터 콘셉트부터 세세한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도 현실감 키우려고 했다.
퍼니플로우 스튜디오는 직접 타격 위치를 조작하는 방식을 더욱 실감나게 만들기 위해 타격 모션을 9개나 만들어 넣기도 했다. 스트라이크존을 9가지로 분할해 어느 곳을 때렸는가에 따라 애니메이션에서도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골든글러브>의 실시간 대전 기능 구현에도 사활을 걸었다. 개발을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3G 특유의 불안정한 네트워크 때문에 실시간 대전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오렌지크루는 실시간 대전게임에 도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게임을 만들어 자신들의 개발력을 보여주겠다는 의도였다. 1차 CBT까지는 서버 불안이 문제가 됐지만, 이후 많이 안정화해 출시했다. 이렇게 <골든글러브>가 완성됐고, 실시간 대전을 할 수 있다는 자신만의 색을 확실히 갖추게 됐다.
오렌지크루 박 대표는 <골든글러브>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골든글러브>는 오렌지크루의 자존심과 철학이 담긴 게임입니다. 그래서 남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기술에 도전했죠. 후속작도 자존심을 담아 만들 생각입니다.”
■ ‘현장의 소리를 담기 위해 야구장을 떠돌다’
“경기 중에 나오는 응원가를 녹음하기 위해 전국의 야구장을 떠돌았습니다. 녹음을 위해 야구장을 찾은 횟수만 스무 번이 넘어요. 이젠 전국 야구장의 명당자리를 다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유민형 사운드 팀장은 전국 야구장을 돌아다니며 각 구단과 선수의 응원가를 녹음했다.
게임에 응원가를 넣을 때에도 더 듣기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음향 작업을 거쳤고, 녹음된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야구장을 찾았다. 그렇게 스무 번이 넘는 야구장 방문 끝에 <골든글러브>의 응원가 작업이 완성됐다.
현장감을 위한 녹음 작업은 응원가에서 끝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와 아웃 음성을 더 실감나게 하기 위해 한국야구위원회 김풍기 심판의원을 직접 스튜디오에 불러 녹음했다. 현직 심판을 불러 녹음을 하는 일도 순탄치는 않았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심판들은 경기에서 ‘아웃!’이라고 또렷하게 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웃 발음을 또렷하게 해 달라고 부탁해 가면서 거듭 녹음해야 했다.
오렌지크루는 자체적인 음향 작업실을 갖추고 있다. 5개의 음향 작업실은 모두 1인실로 꾸며져 있어 서로 방해받지 않고 작업할 수 있다.
더 나은 게임을 위한 시도는 사운드뿐 아니라 배경 등에도 녹아 있다. 야구장 배경 작업을 위해 그래픽 팀도 야구장을 직접 방문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이 노력의 결과로 올해 5월에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대전 구장의 모습을 게임에 담을 수 있었다.
선수들의 특이 폼 구현 작업에서도 이런 열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골든글러브>에서는 최동원, 선동렬 등 유명 투수들의 투구자세를 게임에 구현했는데, 이 동작들은 모두 애니메이터가 손으로 작업했다. 게임 내 캐릭터가 실제 사람과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모션캡처를 사용하면 어색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터가 난해하게 생각하는 동작은 평소에 야구를 하는 개발자가 옆에서 시범 동작을 보여주며 작업하기도 했다.
이런 열정 끝에 나온 <골든글러브>는 현재 무난하게 순항하고 있다. 왠만한 캐주얼게임과 비슷한 동시접속자 수가 나올 정도다. 박민규 스튜디오장은 게임 오픈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게임을 출시하면서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온라인게임이기에 서비스가 개발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이죠. 이제 <골든글러브>를 사랑해 주시는 유저들과 오래 게임을 끌고 나갔으면 합니다.”
■ ‘접근성을 높이고 결제의 부담을 줄이다’
오렌지크루는 <골든글러브>를 단순한 모바일게임이 아니라 온라인게임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업데이트와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이 원하는 것들을 업데이트해 가능한 유저들과 오랫동안 게임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목표다.
우선 줄곧 ‘게임이 어렵다’는 의견이 나와서 게임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방향으로 업데이트를 기획했다. 초보 유저들을 붙잡기 위해 타격 가이드를 더 추가하고 타격 밸런스도 조절하는 작업이다.
타격 밸런스를 조절하는 데는 오렌지크루가 가진 철학이 반영됐다. ‘유저가 즐겁게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자 스스로가 게임 유저이기 때문에 억지로 돈을 빼가는 느낌으로 운영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다음 패치에서는 타격 밸런스를 조절해 실력이 좋은 유저가 얼마든지 더 좋은 카드를 가진 유저를 이길 수 있도록 했다. 열심히 노력한 유저가 승리할 수 있도록 해야 돈을 쓰지 않고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초보자 채널인 ‘루키 채널’을 세분화해 가급적이면 비슷한 수준의 유저끼리 맞붙도록 조절하고, 출석 보너스나 경기 후 지급되는 보상도 늘렸다. 추가 결제를 하지 않는 유저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취한 조치다.
박민규 스튜디오장은 초보 유저를 위한 업데이트를 계획하면서도 기존의 상위 유저들을 배려해야 하는 고충을 털어놨다. “사실 결제하지 않는 유저를 배려하는 업데이트를 하면 이미 많은 금액을 지불한 유저들이 불만을 가질 것 같아 고민도 많이 됩니다. 아직 오픈 한 달째이니 유저 여러분이 밸런스를 잡아 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퍼니플로우 스튜디오는 앞으로 결제해서 좋은 카드를 많이 소유한 유저와 일반 유저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이 지향하는 목표는 ‘쓰지 않은 유저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