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높은 중독성으로 ‘20대에 절대 해서는 안 될 것’, ‘과부 제조기’ 등의 수식어를 달고 있는 게임 <풋볼매니저>의 온라인게임 버전 <풋볼매니저 온라인>이 본격적인 국내 테스트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영국 스포츠 인터랙티브의 개발자들이 한국에 왔다.
이미 영국에서 <풋볼매니저 라이브>(Football Manager Live)를 서비스했다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던 그들은 심기일전하며 온라인게임 강국인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왼쪽부터 스포츠 인터랙티브 <풋볼매니저 온라인> 마크 더피(Marc Duffy) PM, 롭 쿠퍼(Rob Cooper) 프로그래머.
■ “<풋볼매니저 온라인>, 원작과 완전히 다르다”
<풋볼매니저 온라인>을 하는 유저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나?
마크 더피: <풋볼매니저 온라인>에서 자신만의 구단을 생성하고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풋볼매니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리버풀처럼 유명한 팀을 선택해 실제 팀을 보는 것 같은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다면, <풋볼매니저 온라인>은 축구 구단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부분을 관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풋볼매니저>와 <풋볼매니저 온라인>의 개발팀이 나눠져 있다고 들었다. 둘을 다른 게임으로 생각하기 때문인가?
마크 더피: 그렇다. 스포츠 인터랙티브의 프로젝트는 4개인데, PC 버전의 <풋볼매니저>, 클래식 모드, 모바일 버전, <풋볼매니저 온라인>이다. 서로 선수 데이터나 핵심 기술은 공유하고 있지만, 팀 자체는 별도로 운영된다. <풋볼매니저 온라인> 프로젝트는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진행 중이다.
덧붙여서 말하고 싶은 건 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점인데, PC, 모바일, 온라인은 각각 성격이 다르다. 비교 자체가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해서 따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접근 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렇다면 <풋볼매니저 온라인>을 <풋볼매니저>와는 다른 게임으로 보면 되나?
마크 더피: 맞다. <풋볼매니저 온라인>은 <풋볼매니저>의 온라인 버전이 아니다. 선수 데이터베이스(이하 DB)나 매치엔진 등은 공통적으로 사용하지만, <풋볼매니저 온라인>은 <풋볼매니저>와는 다른 게임이다.
<풋볼매니저 온라인>은 <풋볼매니저 2012>의 매치엔진을 기반으로 개발된 것으로 안다. 조금 있으면 <풋볼매니저 2013>이 출시되는데, 매치엔진은 언제쯤 업데이트되나?
마크 더피: 현실적으로 내년 상반기가 되어야 매치엔진이 업데이트될 것 같다. 작년에는 매치엔진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풋볼매니저 온라인>에서 사용한 매치엔진은 자체적으로 온라인에 맞는 개선사항을 반영한 엔진이다.
<풋볼매니저> 팀이 사용하는 매치엔진은 지난 2년 동안의 개선사항을 반영한 엔진이라 <풋볼매니저 온라인>과는 지향하는 바가 조금 다르다. 내년 상반기에 엔진을 받으면 온라인게임에 맞는지 검토하고 필요한 부분을 반영할 것이다.
■ “<풋볼매니저 온라인>에서 캐주얼 유저를 배려했다”
<풋볼매니저 온라인>에서 추구하고 있는 인터페이스(UI)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마크 더피: 이번에 텍스트 위주 게임에서 이미지를 많이 사용하기로 한 것은 대중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한 결과다. 유저들이 초기에 게임을 할지 안 할지 결정할 때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게임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보다 직관적인 UI를 선택했다.
물론 개선의 여지는 있다. CBT 버전의 UI가 최종적인 형태는 아니다. 주의 깊게 살펴봤다면 발표 때 봤던 UI와 CBT의 UI가 다르다는 걸 알았을 텐데, OBT 때는 KTH와 협업해 더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겠다.
롭 쿠퍼: 지금 <풋볼매니저>의 최신 버전들도 직관성을 강화하는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다. UI의 편의성과 게임 데이터나 기능성 사이의 밸런스는 잡기 힘든 부분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할 것이다.
<풋볼매니저 온라인>을 플레이해 보니 영입 시스템이 원작과 너무 많이 다르더라. 지금의 영입 시스템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마크 더피: <풋볼매니저 온라인>은 축구 지식이 부족한 사용자를 위해 <풋볼 매니저>와는 다른 방향성을 택했다. <풋볼매니저> 같은 경우 방대한 선수 DB를 보유하고 있고 전 세계 선수를 검색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은 축구선수에 대해 잘 아는 하드코어 유저들에게 유리하다. 축구선수를 많이 알수록 좋은 선수를 검색해 영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에 영국에서 <풋볼매니저 라이브>를 출시하고 얻은 교훈인데, 결국 많은 축구선수들에 대해 알지 못하는 캐주얼 유저들에게 불리한 방식이다. 그래서 <풋볼매니저 온라인>에서는 캐주얼 유저를 위해 영입 시스템을 바꿨다.
<풋볼매니저>가 실제 축구팀의 매니지먼트만 하는 게임이었다면, <풋볼매니저 온라인>은 구단의 모든 운영을 맡아야 한다. 그래서 영입 시스템을 다르게 했고, 실제 축구의 모든 것을 담지 않았다.
선수 영입 시스템이 부분유료화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는 유저들도 있다.
마크 더피: 선수 영입에 대한 추가적인 내용은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스태프 기능 자체를 확장할 계획은 있지만, CBT에서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풋볼매니저 온라인>에서는 왜 능력을 선택해서 훈련하는 방식을 택했나?
롭 쿠퍼: 첫째는 <풋볼매니저>와 <풋볼매니저 온라인>의 시간 경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풋볼매니저>는 사용자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시간이 지나가고, <풋볼매니저 온라인>은 경기를 기준으로 시간이 경과하기 때문에 훈련 방식을 바꿔야 했다.
둘째는 직관성을 위해서다. <풋볼매니저>는 선수를 육성할 때, 무엇 때문에 선수의 능력이 향상됐는지 느끼기 힘들었다. 그래서 <풋볼매니저 온라인>은 유저가 보다 직관적으로 선수를 훈련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능력을 선택해 육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바꾸면서 선택한 능력이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알기 쉽게 됐다.
그렇다면 기존 <풋볼매니저>의 팬들을 흡수하려는 전략은 없는 것인가?
마크 더피: 그렇지만은 않다. <풋볼매니저 온라인>이 캐주얼한 방향성을 택했기 때문에 하드코어유저보다는 캐주얼 유저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기획된 것이다. 그렇다고 <풋볼매니저> 팬들을 무시하고 대중성만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형평성 측면에서 처음 접하는 사용자를 배려하고 있는 정도다.
그리고 유저들이 게임을 진행하면 구단 시설 기능들을 경험하게 될 텐데, 지금은 제한된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레벨이 올라가면 새로운 기능이 열린다. 이렇게 되면 돈을 더 들여 원하는 포지션의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기존 팬들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풋볼매니저>에서는 중독 등급을 표시해 줬었는데, <풋볼매니저 온라인>에도 그런 요소가 있나?
마크 더피: <풋볼매니저 온라인>에도 그런 센스는 들어간다. 업적 시스템을 활용할 계획인데, 업적에 ‘속옷을 갈아입을 때가 됐습니다’ 같은 멘트를 넣을 것이다.
■ “한국을 통해 배우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전에 출시했던 <풋볼매니저 라이브>와 <풋볼매니저 온라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마크 더피: <풋볼매니저 라이브>에서 실수했던 부분을 개선해 <풋볼매니저 온라인>을 기획했다. <풋볼매니저 라이브> 같은 경우 ‘온라인게임을 이렇게 만들면 안 된다’는 설명서가 있다면 표본이 될 것 같을 정도로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었다.
당시 게임의 기획을 준비했을 때 가장 큰 실수는 <풋볼 매니저>와 동일한 기획이나 경험을 온라인 유저에게 그대로 제공하려고 했던 것이다. 다른 실수는 초기 설계를 잘못해서 게임 출시 후 수정이 어려웠던 것이다.
지금은 <풋볼매니저 온라인>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 영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온라인게임 선두주자이고 KTH가 가진 노하우가 많아 우리가 많은 지식을 공유받고 있다.
<풋볼매니저 온라인>을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마크 더피: 어려웠던 점이 꼭 게임과 관련된 부분만 있는 건 아니었다. 언어의 장벽, 영국과 한국의 시차, 시장에 대한 이해도의 차이, 한국의 문화, 사용자들의 행동 방식, 유저들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모두 배워야 했다. 이 부분에서 KTH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중에 일부분은 말로 전달받는다고 모두 알 수 있는 건 아니고, 이번 CBT처럼 몸소 겪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지금 게임이 완벽한 건 아니지만, 한국시장이나 사용자에 대해 배우고 있기에 더 좋아질 여지가 있다. 앞으로는 더 개선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유저들의 의견 중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마크 더피: 가장 기억에 남는 의견은 대회까지 시간이 남았을 때 즐길 만한 다른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었다. 준비 중인 콘텐츠인데, 아직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 빨리 보여주고 싶다. 다른 것들은 한글화에 대한 의견과 선수 영입에 대한 불만이었다. 아직은 모든 유저에게 한글이 지원되지 않는데,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최대한 빠르게 지원할 것이다.
한국 유저들이 경기 시뮬레이션 속도를 더 빠르게 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마크 더피: 그 의견은 인지하고 있다. 지금 3단계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풋볼매니저 온라인>을 개발할 때 경기 속도를 바꿔 가며 테스트했던 만큼 충분히 개선이나 조절이 가능한 부분이다.
K리그는 추후에 구현될 가능성이 있나?
마크 더피: K리그는 지금 100% 정리된 상태는 아니다. 향후 잠정적으로 팀 라이선스를 고려하고 있지만, K리그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 다른 라이선스를 이야기하자면, 프리미어리그는 <피파> 시리즈가 독점 라이선스를 갖고 있어서 힘들다. 단, FIPro 라이선스는 계약했다.
롭 쿠퍼: <풋볼매니저 온라인>은 <풋볼매니저> 시리즈의 DB를 사용하고 있다. 약 6개월마다 선수 로스터를 업데이트할 생각이다.
선수 데이터에 연도가 붙어 있지 않다. 로스터 업데이트 때 선수 데이터는 어떻게 되나?
롭 쿠퍼: 선수 정보가 업데이트될 때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데이터는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업데이트 후 영입한 선수는 최신 DB가 기준이 된다.
<풋볼매니저 온라인>은 <풋볼매니저> 시리즈의 DB를 사용해 이적시장이 끝날 때마다 업데이트를 할 계획이다. <풋볼매니저 온라인>에 등장할 선수들의 숫자가 궁금할 텐데, <풋볼매니저> 시리즈에 나오는 선수 중 상위 3,500~4,000 명의 데이터를 사용한다. 너무 하위권인 선수들은 잘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 선수들은 어림잡아 1,000 명 정도 들어가 있다.
다른 축구게임과 비교했을 때 <풋볼매니저> 시리즈의 경쟁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마크 더피: 사실 다른 축구게임의 방향성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스포츠 인터랙티브는 우리 제품에만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갖고 게임을 만들고 있다.
스포츠 인터랙티브의 디렉터는 “게임을 빨리 출시하는 회사가 될 필요가 없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다른 게임에 비해 늦게 출시하더라도 최고의 퀄리티로 내놓자는 게 우리의 철학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크 더피: 지금까지 인내심을 갖고 <풋볼매니저 온라인>에 관심을 보여준 커뮤니티와 많은 유저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 사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을 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롭 쿠퍼: 개인적으로 한국에 관심이 많아 셧다운제에 대해서도 뉴스를 통해 전해들었다. 셧다운제에 걸려 게임을 못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용자들이 생길 정도로 사랑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앞으로도 <풋볼매니저 온라인>을 많이 기대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