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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의 감성을 더한 FPS를 만들고 싶다”

위플게임즈 송길섭 대표이사

정우철(음마교주) 2012-12-14 17:00:00

지난 2007, <> 서버 프로그래머로 실력을 인정받았던 송길섭 전() 웹젠 상무는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5년 만에 새로운 개발사를 세우고 자체제작 엔진으로 만든 신작으로 돌아왔다.

 

이른바 ‘웹젠 3인방’(김남주·조기용·송길섭) 중에서 가장 젊은 나이였으며, 순수했고, 본인 스스로 게임을 만들고 싶어해 언론 앞에 나서기보다는 개발에 집중했던 그는 이제 한 개발사의 대표로 자리를 잡았다. 웹젠에서의 게임인생 1막을 정리하고 2막을 자신이 원하는 일로 시작한 것이다.

 

그는 지난 2010년 위플게임즈를 설립하고 <아이언 사이트>라는 FPS게임을 만들고 있다. 폭설이 내리던 12월 초, 위플게임즈를 방문해 그와 만남을 가졌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관련기사] 최초공개! 근미래전 FPS게임 ‘아이언 사이트

 

 


 

 

위플게임즈 송길섭 대표

 

 

■ 무엇을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었나? 답은 ‘FPS’

 

웹젠을 떠난 후 첫 공식 인터뷰. 그동안 어떻게 지냈고, 지금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궁금하다.

 

송길섭: 생각해 보니 언론 앞에 선 것이 8년 만이라 어색할 정도다. 웹젠에서 나온 후 한동안 휴식기를 가졌다. 15년 정도(미리내 시절부터) 게임을 만들다 보니 피로가 쌓였던 것 같았다.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 무엇을 할까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예전부터 내가 좋아했던 것을 만들어 보고 싶었고, 그것이 바로 FPS였다. 가장 재미있게 즐기던, 만들어 보고 싶던 장르였다. 다양한 장르를 만들어 봤지만, FPS는 처음 도전해 본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위플게임즈를 설립하고 <아이언 사이트>라는 FPS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개발을 시작했고, 지금 멤버들은 어떻게 구성했나?

 

위플게임즈를 설립한 것은 2010이었다. 설립 이후에는 FPS게임의 처음부터 개발하고 싶었다. 당시에는 게임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상용 엔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게임의 고유한 특징이나 느낌이 엔진에 의해서 좌우되는 편이었다.

 

게임브리오와 같은 가벼운 엔진은 퀄리티가 안 나오고, 언리얼 엔진이나 크라이 엔진은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상용엔진을 사용해서 만들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FPS에 최적화된 엔진과 툴, 시스템,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하기로 결심했다. 1년 동안 기술개발에 집중한 이유였다.

 

 

그리고 나름 고민하면서 우리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사람을 찾는 일에 집중했다. 개인적으로는 프러포즈를 한 것처럼 공을 들였다. 아트디렉터(AD)는 물론 캐릭터, 기획, 프로그래머, 레벨 디자이너 등을 모집하면서 몇 개월 동안 같이하자고 설득하고 다녔다.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고 프레젠테이션(PT)까지 진행했었다. 우리가 함께 이런 게임을 만들어 보자고. 현재 17명이 함께하고 있으며, 엔씨소프트, NHN, 웹젠, 엑스엘게임즈, 레드덕, 게임하이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개발자들이다.

 

 

위플게임즈라는 사명에 특별한 뜻이 있나? 또, FPS만을 만들기 위한 개발사인가?

 

게임은 결국 만드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발자도 함께 플레이하고 즐기자는 콘셉트였다. 그렇다면 개발자와 유저들이 같이 즐기자는 생각으로 사명을 지었다. 플레이의 이기도 하고, 피플의 이기도 하다.

 

그리고 FPS게임 전문 개발사는 아니다. 처음 개발하는 장르가 FPS인 것은 맞지만, 장르에 관계없이 우리의 개성과 기술력이 묻어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그 첫 단추가 FPS로 지금 모인 멤버들이 모두 좋아하는 장르기이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고, 꼭 한번 만들어 보고 싶은 장르였다.

 

총기는 레일 시스템을 통해 외형과 성능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 상용엔진보다 자체엔진 개발로 프로세스 정립

 

앞서 직접 엔진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엔진의 특징을 말한다면?

 

불필요한 기능을 넣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FPS에 필요한 기능만 들어갔다. 멋지게 보일 수는 있지만 필요없는 기능이라면 과감하게 뺐다. 반대로 꼭 필요한 기능이라면 추가한 엔진이다.

 

엔진은 개발 파이프라인에서 보면 캐릭터와 레벨 디자인이 중요하다. 이를 자체적으로 빠르게 제작하고 테스트해서 수정할 수 있는 툴을 만들었다. 즉 피드백을 받아서 실시간으로 수정하고 적용하는 프로세스의 기반이 자체엔진으로 확립됐다.

 

이 툴은 팀에 합류한 전문 레벨 디자이너의 의견을 받아 개선작업을 거쳤다. 내부적으로 1주일에 한두 번 플레이 테스트를 통해서 피드백을 받고, 수정 요청을 받아 개발하고 있다. 얼마나 빠르게 피드백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향후 유저들에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엔진은 이런 부분에 특화돼 있다. 렌더링 기술이 좋다기보다, 개발 프로세스를 정립했다는 부분에서 특징을 가진 엔진이다.

 

내부 테스트 직후 레벨 디자인 점검과 수정사항을 점검하고 개발에 반영한다.

 

 

엔진을 개발하다 보니 사양에도 염두에 뒀을 듯하다.

 

사양은 전체적으로 중간 정도를 보고 있다. 예를 들자면 게임브리오와 크라이 또는 언리얼 엔진의 중간 사양을 차지하고 있다. 최고옵션으로 설정했을 때 중간 사양에서 실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불필요한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개발 프로세스를 정립할 수 있었고, 외부 상용엔진을 사용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상용엔진을 사용하면 우리에게는 필요없는 기능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때도 있고, 필요하지만 적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상용엔진들은 모두 뛰어난 퀄리티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도구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레고처럼 주어진 블록으로 자유롭게 만들 수 있지만, 특정한 블록이 없을 경우 원하는 결과물을 변형할 수밖에 없을 때도 있다.

 

그에 반해 우리 엔진은 찰흙 같은 재료다. 언제든지 변형할 수 있고, 원한다면 필요한 부분을 쉽게 추가하거나 떼어내서 마음대로 결과물을 만들 수도 있다.

 

자체개발한 엔진의 맵 편집기는 실시간으로 수정한 바로 적용하고 테스트할 수 있어 개발 프로세스를 단축할 수 있다. 

 

 

<아이언 사이트>의 세계관과 시대는 어떻게 설정했나?

 

FPS 자체가 한정적이다 보니….(웃음) CTU PDS라는 집단이 있는데, 2025년에 벌어지는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현재 시대에 존재하는 무기와 개발 가능한 무기 체계를 적용하고자 한다. 보다 멋있게 적용하려고 준비 중이다.

 

세계 경제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군사기업이 세력을 확장하고, 정복하기 위해 일을 꾸민다. 유저는 이들 군사기업의 일원이 되거나, 저항세력인 연합군이 되어 서로를 견제하고 대립하는 구도에 뛰어들게 된다.

 

CTU(Counter Terrorist Union)과와 PDS(Private Defense Service).

 

 

그렇다면 뭔가 내세우는 특징이 있을 것 같다.

 

일단 내부적으로는 전투의 디테일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FPS PvP가 재미있어야 한다. 요즘 PvE도 보강되는 추세인데, 온라인 FPS게임은 역시 유저들 사이의 플레이가 재미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야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다양한 FPS의 플레이 패턴을 분석해 보니 하나의 레벨()을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유저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이 공간을 어떻게 재미있게 꾸밀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재미를 위해서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기보다 기존 게임에서는 조금 부족했던, 개선이 필요했던 부분을 찾아서 보완, 발전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전투에 참여했을 때의 디테일을 높이고 있다. 한마디로 전투의 몰입감을 더욱 높이기 위해 전장의 느낌을 더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 새로운 것보다 모자란 부분을 채우는 맵 설계

 

디테일? 너무 포괄적인 개념이라 이해하기 힘들다. <아이언 사이트>의 디테일이란 무엇인가?

 

일단 무기를 드는 순간부터 시작해서 사격할 때까지의 모든 것이다. 캐릭터의 모션, 총알이 날아가서 목표에 맞는 순간의 타격감을 살리는 것이 전체적인 디테일이라고 본다. 뛰고, 쉬고, 상대를 찾아 이동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

 

물론 새로운 시스템도 추가할 예정이지만 기본적인 시스템 자체를 보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플레이하고 재미를 느끼면서 계속 게임을 하고 싶은 FPS를 만들어 보고 싶다.

 

 

 

자체개발 엔진을 통해서 구현된 <아이언 사이트> 캐릭터의 모습.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이언 사이트>는 기존 FPS와는 다른,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듯하다.

 

시장에 나와 있는 FPS게임들도 훌륭한 게임성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컨트롤과 관련해 조금 더 지원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주어진 레벨()을 보다 자유롭게 활용하는 부분이 아쉬웠다. 우리는 이런 부분을 보완해서 유저들이 갖고 놀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다. 이를 위해 기존의 좌우 이동에 상하 움직임을 보강하고자 한다.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꼭 상하 움직임도 해야만 하나? 어렵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와 아래를 컨트롤하는 플레이가 있었으면 좋겠고, 이를 흐름으로 만들고 싶다.

 

복층 건물과 엄폐물을 통해 상하좌우 컨트롤을 유도한다.

 

 

이를 위해서 게임에 적용한 대표적인 콘텐츠가 있다면?

 

일단 엄페물과 지형지물을 활용한 부분이다. 기존 FPS의 엄폐물은 단순히 시야를 가리는 수준이었다면, 우리는 무릎, 허리, 가슴 높이로 구분되는 엄폐물을 통해 적진에 침투하는 느낌을 주고자 한다.

 

또 엄폐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길이 아닌 듯하지만 유저가 직접 길을 만들어 내는 지형지물을 통해서 스스로 루트를 개척할 수도 있다.

 

창을 깨뜨리고 들어갈 수 있고, 벽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지붕 위에서 이동하다가 바닥을 깨뜨리고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는 등 자잘한 동선을 통해서 침투의 재미를 살리려고 한다. 처음에는 쉬운 레벨을 제공하지만 익숙해지면서 자신이 레벨을 갖고 노는 느낌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개발할 생각이다.

 

 

레벨() 디자인이 독특하다. 시스템적으로 다른 FPS와 차별되는 부분이 있는 건가?

 

차별화로 접근하기보다 일종의 기본기라고 생각한다. 엄폐물이 있을 때 상대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특정 게임은 엄폐물 뒤에 적이 있는데, 쏘기 어려울 정도로 잘 안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FPS의 기본기 면에서 잘못됐다고 본다.

 

뭔가 맞아떨어지는 설계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스템이라기보다는 보완해서 완성도를 높이는 부분이다. 콘셉트는 전투의 디테일을 살려서 세심하게 구현하는 것이다. 하나의 맵에서 많은 반복 플레이를 하는데, 소재가 가볍다면 유저가 이를 바로 알아차릴 것 같다. 이런 부분에서 완성도를 높여 보자는 것이다.

  

<아이언 사이트>의 히트맵(Heat Map): 테스트 플레이가 종료된 후 플레이어가 죽은 위치, 사살한 위치를 맵의 전개도에 표시한다. 빨간색이 죽은 지점, 파란색이 사살한 지점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써서 레벨 디자인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 MMO의 감성을 추가한 FPS가 목표

 

굳이 기존 FPS와 비교하자면 어떤 유저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나?

 

일단 <카운터스트라이크> 스타일의 게임을 즐겼던 유저와 PC·콘솔게임 유저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보면 된다.

 

민감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카운터스트라이크> 스타일의 게임은 처음 시장에 나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고, 해외에서는 점차 다른 스타일의 FPS를 찾는 현상이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게임들이 10년 이상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데, 서서히 흐름이 바뀌는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변화의 시기에서 진지하고 보다 하드코어한 콘텐츠를 원하면서 친구들과 쉽게 즐기는 것을 요구하는 유저들이 우리의 타깃이다.

 

 

앞서 PvP에 중점을 둔다는 말을 했다. 별도의 PvE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나?

 

PvE도 준비는 하고 있다.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취지는 충분히 구현하고 있지만 아직 밝힐 수 있을 정도로 정리되지는 않았다. 일단 우리가 현재 풀지 못한 숙제를 먼저 풀어내는 것이 먼저다.

 

예를 들면 월드 점령전 같은 것이다. 이것이 구현되면 FPS에서 최고레벨 콘텐츠를 구현하게 된다. 지금도 이를 시도하는 게임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우리만으로 것으로 풀어 나갈지가 숙제다. 매일 단순하게 반복하는 플레이도 중요하지만,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아이언 사이트>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유도하면서 즐길 수 있는, 그리고 MMO의 감성을 추가한 FPS를 만들고 싶다.

 

 

드론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어떤 시스템인지 소개해 달라.

 

드론 자체가 콤보의 느낌이랄까? 고레벨 유저만 즐기는 게 아니라 모든 유저가 이용하는 시스템으로 준비하고 있다. 기존 게임에서 드론은 고수들이 레벨을 높이고, 킬 수를 높인 이후에 보상으로 받아서 사용하는 시스템이었다.

 

<아이언 사이트>에서는 일반 유저들도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팀플레이 기반의 시스템으로 드론을 준비하고 있다. 일종의 지원 시스템으로 정찰, 공격, 방어 등의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라도 재미를 볼 수 있는 일종의 추가 스킬의 개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역시 계속 개발하고 있어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추가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드론이 등장하는 <아이언 사이트> 대표 이미지.(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내부 테스트 버전의 스크린샷에 그래픽 리소스를 추가해 만든 것이다.

 

 

앞으로의 개발 일정은 어떻게 잡고 있나?

 

욕심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선보이고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고 싶다. 엔진 개발을 완료한 후 1 6개월 정도 개발자들이 모여서 만들고 있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50%의 완성도로, 남은 반을 만들기 위해서 내부와 외부의 피드백을 받고자 한다.

 

계획상으로는 2013년 말, 혹은 2014년 초에 론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도 콘텐츠는 상당히 만들어져 있지만 보다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퍼블리셔가 결정되면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을 시기를 밝힐 수 있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박한 목표일 수는 있는데, 후발 주자다 보니 한번 경험하고 나면 다시 접속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 시간이 지나도 재미를 줄 수 있는 FPS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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