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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영상 30분) “게임을 넘어선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

‘비욘드 투 소울즈’ 퀀틱드림 데이비드 케이지 대표 인터뷰

석모도 2013-09-13 20:15:09
퀀틱 드림 데이비드 케이지 대표.

“<비욘드>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껴주시길 바랍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는 13일 서울 청담동 비하이브에서 오는 10월 8일 발매하는 PS3용 신작 <비욘드: 투소울즈>(이하 비욘드)를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개발사 퀀틱드림의 대표 겸 디렉터인 데이비드 케이지는 <비욘드>를 ‘인터랙티브 드라마라고 정의했다. 쾌감이나 공포 등 다양한 감정 중에서 하나에 국한됐던 기존의 게임과 달리, 드라마나 소설처럼 인생이나 성장 과정에서 우러나는 복합적인 감정을 <비욘드>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케이지 대표는 주인공인 조디’(엘렌 페이지 역)의 성장을 통해 아이가 크는 모습을 보면서 애정을 느끼듯, 한 사람의 삶을 살았다는 느낌을 플레이 과정에서 받을 수 있다며 플레이어도 조디에게 애정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비욘드 투 소울즈> 한글판 시연 영상

■ “아는 이야기를 쓸 때 더 좋은 글이 나온다”


<비욘드>의 이야기 소재는 어디서 얻은 것인가?

데이비드 케이지 대표: 언제나 혼잣말을 하는 사람에게 신비감을 느꼈다. 예를 들어 노숙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 그렇다면 만약 그들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어떨지 생각해 봤다. 또한 가족을 잃은 경험을 통해 죽음의 이면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런 두 종류의 이야기를 통해 삶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역경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


게임에 거친 액션과 총격전이 자주 나온다. 그럼에도 소녀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에 화내고, 반발할 수 있으면서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힘을 얻는 등 성장 요소를 가진 캐릭터를 원했다. 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바로 엘렌 페이지였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영화를 찍었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성장 궤적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엘렌 페이지가 주인공 조디의 15년 인생 여정을 그리는 데 가장 적합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왼쪽부터 데이비드 케이지 대표, 엘렌 페이지, 윌렘 데포.


유저들이 이 게임을 하면서 느껴주길 바라는 것이 있다면?

<비욘드>에서는 누군가의 삶을 바탕으로 감정적인 여정을 플레이하게 된다. 그만큼 주인공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그 사람의 삶을 살았다는 경험을 했으면 한다. 플레이어는 작은 아이에서부터 성장해 나가는 조디의 삶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실제 아이의 성장을 바라볼때 느끼는 것 같은 애정을 가져주길 바란다.


플레이어는 주인공 조디의 삶을 소녀 때부터 15년 동안 들여다보고 직접 경험하게 된다.


감정에 집중하기 어려운 관찰자 시점인데도 몰입이 된다. 어떻게 만들었나?

<비욘드>나 <헤비레인>과 같은 방식의 게임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해서 개발하기가 힘들다. 예를 들어 우뇌의 감성적인 부분을 발현하면서 이를 좌뇌가 잘 정리해야 한다. 내가 개발한 스토리텔링 전략 중 하나는 이야기를 구부려 작가의 의도대로 흘러가게 만드는 것이다. 선택지에서 다른 결정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의 내러티브는 하나의 장면에 하나의 이야기만 기술한다. 하지만 게임은 캐릭터의 소유권이 유저에게 있고 유저가 무엇을 할지 무엇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감안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마련해야 한다.




시나리오를 쓸 때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영화나 책, TV 드라마 등을 통해 얻는다. 사실 <헤비레인> 자체는 나에게 큰 발견이었다. 그 전까지는 상상한 것들을 시나리오로 썼지만, <헤비레인>을 통해 내 삶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도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소설이나 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은 모르는 것을 쓸 때보다 아는 것을 쓸 때 더 좋은 이야기가 나온다.

<헤비레인>은 아버지로서 아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썼고, <비욘드>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을 잃는 과정에서 죽음의 공포와 같은 감정을 본능적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목표를 갖고 시나리오를 썼다. 결과적으로 게임은 시나리오보다 규모가 커져서 삶과 성장, 죽은 이에 대한 애도 등이 담기게 됐다.


몸을 이용한 액션이 많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기본적으로 기존과 다른 액션 장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조디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강력한 힘을 사용하고, 그걸 즐기는 인물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게임을 플레이해 보면 알겠지만, 조디는 일반적인 여자처럼 살면서 친구를 사귀고 데이트를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해 괴로워한다.

조디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감당하고 견뎌야 하는 불쌍한 사람이다. <비욘드>는 일반적인 비디오게임처럼 폭력적이거나, 그 자체에서 재미를 즐길 수 있도록 전투를 반복하게 만들지 않는다.

이야기 속에서 조디는 싸움을 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는다. 이런 이야기를 거치면서 <비욘드> 특유의 전투 체제가 나오길 바랐다. 조디의 15년 동안의 삶을 조명하는 만큼 싸움이나 갈등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순간, 슬픈 순간 등도 있다.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어가 보고 겪는 조디의 15년 중에서는 싸움을 훈련받는 과정도 포함돼 있다.


■ “노출? 자극적이기보다 예술적으로 접근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대부분 모션캡처로 작업했다.

모션캡처를 언제나 써야 한다는 신념이라기보다, 장비와 설비가 갖춰진 상황에서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인위적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과 모션캡처로 만든 애니메이션은 스타일이 달라서 둘을 혼합하면 유저가 어색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션캡처로 워낙 많은 장면을 만들어 놨기 때문에 필요할 때 원하는 모션을 사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웠다.

또한 모션캡처를 통해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비욘드>는 테이블에서 대화하는 장면을 모션캡처할 때 말하는 사람 외에 듣는 사람 등 모든 사람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듣는 사람의 리액션도 그대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보다 조화로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헤비레인>에서는 노출 장면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비욘드>에도 유사한 장면이 나오나?

있다. 극중에서 주인공이 이런 (신체 노출이 있는) 행동을 할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드 장면 등에 대한 반감도 없다. 하지만 게임의 등급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어떤 상황에 어떤 장면이 들어가는 게 적절한 지 판단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비욘드>는 게임의 주인공이 여성인만큼 사랑에 빠지고 데이트하는 장면도 있을 것이다. 다만 자극적이기 보다 예술적으로 접근했다고 보고 싶다.




<헤비레인>을 비롯해 <비욘드>도 인터랙티브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이러한 장르를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비디오게임은 쾌감, 공포 등 특정한 감정 하나를 증폭시킨다. 하지만 영화나 문학 등에서는 특정한 감정 외에도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걸 볼 수 있다. 내가 게임을 통해 전하고 싶은 건 ‘살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플레이 과정만 즐겁고 이후 쉽게 잊혀지는 게 아니라, 플레이 후에도 남아서 기억되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게임이 아닌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


<비욘드> 안에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 언제나 새롭고 끝이 없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헤비레인>에 비해 <비욘드>의 볼륨은 어느 정도로 커졌나?

<헤비레인>에 비해 3배 이상 커졌다. 굉장히 디테일한 환경이어서 다양한 탐험도 가능하다. 23개의 엔딩이 준비돼 있고, 다른 요소도 있을 것이다.


실제 영화로 만들어도 될 것 같다. 영화화도 생각하고 있는가?

지금 막 게임 개발을 끝내서 1년 동안은 잠만 자고 싶다. 할리우드에서 영화화 제의를 안 받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비욘드>는 게임으로 끝났다. 아마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내가 아닌 다른 감독이 맡게 될 것이다. 게임 자체는 최소한 10시간의 이야기인 만큼 영화로 만드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PS4 버전도 개발 중인가? 스마트폰을 이용한 플레이도 자세히 말해 달라.

지난 3년 동안 PS3의 성능을 극한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PS4 버전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다. PS3 독점 타이틀이다.

안드로이드나 iOS를 통해서는 무료로 제공되는 앱 컨트롤러를 사용할 수 있다. 컨트롤러를 사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만든 것이라 방식 자체는 정말 단순하다. 조이스틱이나 컨트롤러를 완전 대체하는 건 아니지만 인터페이스를 최대한 쉽게 만들어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물론 게임을 하려면 당연히 PS3와 게임이 필요하다.




PS 무브 에디션도 나오나? 플레이 타임은 얼마나 되는가?

안 나온다. 플레이 타임은 10시간 내외가 될 것이다.


개발자이자 작가로서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다면?

<비욘드>처럼 내러티브를 가지면서 여러 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예를 들어 가상의 도시에 있다면 그곳에서 생활하는 유저들이 각자의 스토리를 갖고 있고, 그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짜여진 하나의 이야기 외에도 상황과 순서에 따라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절차적인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갖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와 배경을 조사하고 기록해 파라미터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구축하는 것이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를 통해 완전히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단계마다 파라미터를 정한 후 유저가 반응하는 파라미터 수치에 따라 무작위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끝없는, 언제나 새로운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늘 이 자리에 와줘서 정말 감사하다. 내가 이 게임에 가진 열정을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 기쁘다. <헤비레인>을 한국에서 많이 즐겨준 걸 알고 있다. <비욘드>도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기를 원한다. 연말에 훌륭한 게임들이 많이 나오는데 <비욘드>는 진정으로 다르고 독특한 게임이니 많이 즐겨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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