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3용 ‘인터랙티브 드라마’ <비욘드 투 소울즈>가 10월 8일 한글판으로 발매된다. SCEK에서는 올해 하반기 PS3 최고의 기대작으로 밀어붙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비욘드 투 소울즈>의 방대한 텍스트 전체를 한글화했고, 13일 개발 디렉터인 퀀틱드림 데이비드 케이지 대표를 한국으로 초대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데이비드 케이지 대표가 밝힌 <비욘드 투 소울즈>의 개발과정은 ‘장인’이라 불러도 무색하지 않은 수준이다. <비욘드 투 소울즈>는 1년 동안 각본을 다듬고, 1년 동안 모션캡처를 진행한 후, 다시 1년 반의 개발을 거쳐완성됐다.
<비욘드 투 소울즈>의 출시를 맞아 한국을 포함해 27개국을 방문하는 데이비드 케이지 대표를 만나 개발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퀀틱드림의 대표이자 <비욘드 투 소울즈>의 디렉터인 데이비드 케이지.
■ 1년에 걸친 각본 작업, 다시 1년에 걸친 촬영
데이비드 케이지 대표가 <비욘드 투 소울즈>의 개발을 시작한 건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다. 직접 겪은 지인의 죽음 이후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들의 경험에서 우러난 죽음에 대해 다른 설명을 하고 싶었다. 아울러 게임 면에서는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길 원했다.
결국 데이비드 케이지 대표는 퀀틱드림 직원들을 설득한 끝에 <비욘드 투 소울즈>의 집필을 시작했다. 드라마와 이야기를 같이 녹이는 거대한 콘셉트. 공동작업으로 각본 완성에만 1년이 걸린 대규모 작업이 시작됐다. 그는 감동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플레이어가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도전했고, 결국 9,000 페이지 분량의 스토리가 완성됐다.
다음은 모션캡처를 위해 배우를 섭외할 차례였다. 데이비드 대표의 머릿속에 처음 들어온 이미지는 배우 엘렌 페이지가 화난 모습이다. 화가 났지만 작고 연약한 여성.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스케치를 완성한 후에는 그녀가 최선의 선택이었다. 데이비드 대표는 <비욘드 투 소울즈>의 스크립트와 전작 <헤비레인>에 직접 쓴 편지를 담아 그녀에게 보냈다. 멋진 게 나올 거라는 기대의 말과 함께.
이후 LA에서 처음으로 그녀를 만났고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됐다.
<비욘드 투 소울즈> 개발과정 영상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데이비드 케이지 대표와 엘렌 페이지.
■ <헤비레인>보다 복합적이고 다양한 세계
데이비드 대표가 말하는 <비욘드 투 소울즈>의 장르는 ‘인터랙티브 드라마’다. <비욘드 투 소울즈>의 주인공인 조디(엘렌 페이지 역)는 태어날 때부터 보이지 않는 어떤 개체와 끈으로 연결돼 있다. 이 개체가 유령인지 귀신인지는 모르지만 조디는 그를 ‘에이든’이라고 부른다. 에이든은 이야기에 따라 조디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그녀의 일에 훼방을 놓기도 한다.
<비욘드 투 소울즈>에서 플레이어는 조디의 소녀 시절부터 아가씨가 될 때까지의 15년 간의 삶을 지켜보게 된다. 평범한 삶을 살고 싶지만 에이든의 정체가 알려지면서 더 이상 보통일 수 없는 소녀의 이야기다. 다만 플레이가 시간 순으로 배열된 게 아니다. <비욘드 투 소울즈>는 시간대를 오가며 조디의 삶을 보여준다. 플레이어는 조각조각난 시간들을 플레이하면서 전체적으로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이해하고 알게 된다.
이야기만 들으면 단순히 영상만 보는 게임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유저는 <비욘드 투 소울즈>를 플레이하고 조디를 직접 움직이면서 그 과정에서 조디의 행동이나 상황 등을 느끼게 된다. 캐릭터의 상황에 따라 움직임이 크게 달라지고, <헤비레인>보다 복합적이고 다양한 환경이 등장한다.
<비욘드 투 소울즈>의 게임 콘텐츠 볼륨은 퀀틱드림의 전작 <헤비레인>의 약 3배다.
■ 행동에 따라 계속 바뀌는 결과, 쌍방향 드라마
조디가 취한 행동에 따라 상황과 이야기도 쉴 새 없이 달라진다. <비욘드 투 소울즈>를 플레이하는 유저는 게임의 곳곳에서 선택을 하게 되고, 그 모든 결정은 스토리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 영화의 주인공을 보는 게 아니라 주인공의 입장에서 선택을 하고 영화가 바뀌어 가는 과정을 보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 데이비드 대표의 설명이다.
선택이 유기적으로 이어지고 같은 장면에서도 행동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게 유저의 선택에 달려 있다. 게임오버가 되면 세이브된 지역에서 다시 시작하는 일반적인 게임과 다르다. <비욘드 투 소울즈>에서는 실패하면 게임오버가 나오는 게 아니라 스토리 자체가 다른 방향으로 꺾인다. 실패가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식이다.
데이비드 대표는 조디가 경찰에게 쫓기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경찰이 검문을 시작했을 때 조디는 에이든을 사용해서 도망갈 수 있다. 안 그러면 경찰에게 잡혀가지만 이건 게임오버가 아니다. 갇혀 있는 객실에서 에이든으로 탈출이 가능하다. 이 경우 지붕 위에서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물론 그냥 갇혀 있는 것도 가능하다. 갇힌 채 역에 도착했다면 열차 밖으로 자신을 꺼내는 경찰을 물리친 후 다시 도망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도 경찰을 물리치는 데 실패하면 다시 체포돼 이송된다. 이번엔 차에서 탈출해야 한다. 한 번의 실수가 게임오버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계속 다른 이야기로 이어져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구조다.
퀀틱드림은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위해 23개의 각기 다른 엔딩을 만들었다. 그 사이의 가지들이 있고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 모든 동작이 모션캡처! 1년을 넘긴 촬영 작업
<비욘드 투 소울즈>는 기본적으로 모든 장면에 모션캡처 데이터를 이용했다. 3D스캔으로 배우의 얼굴과 몸을 캡처했고, 모션캡처 스튜디오에서 1년 동안 모든 장면을 촬영했다. <비욘드 투 소울즈>의 하루 촬영 분량은 20분(게임에 들어가는 결과물의 분량). 하루에 보통 2~3분 정도의 분량을 촬영하는 영화의 10배다.
준비도 까다롭다. 배우는 88개의 점을 얼굴에 붙였고 몸에 여러 개의 공을 붙인 채 연기했다. 소리와 모션을 함께 캡처하는 만큼 사실적이고 독특한 연기가 가능했지만 제약도 심했다. 일단 스튜디오의 모든 건 게임 속과 크기가 같아야 했다. 재질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자동차 문을 붙잡는 액션에서 자동차 문이 덜컹거리는데 나무 재질 소리가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철을 사용해서 자동차의 골격을 만들어야 했다. 모션캡처 복장에 주머니가 없어서 가죽 끈으로 주머니를 만들어 달기도 했다. 골판지를 잘라서 피자라 생각하며 씹고, 헬리콥터 연출을 위해 스태프가 모두 매달려 바닥을 흔들었다.
단순히 화면 안에서 총을 쏘고 달리는 게 아니라 유저에게 배우 자신을 전달할 수 있는 연기가 필요하다는 데이비드 대표의 판단 때문이다. 이렇게 퀀틱드림은 수 십 시간의 애니메이션을 찍으면서 1년 동안 매일 같이 촬영했고 이를 다시 1년 간 게임에 적용했다.
■ 연인 혹은 가족과 즐긴다. 전용 모바일 컨트롤러 공개
기술적인 면에서도 많은 도전이 있었다. 데이비드 대표는 먼저 <헤비레인>의 반응부터 밝혔다. <헤비레인>을 플레이한 유저들을 보면 대부분 친구나 연인과 함께 플레이했다. 이때 두 번째 플레이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화면을 보고 이야기를 지켜볼 뿐이었다. 그래서 <비욘드 투 소울즈>에서는 2명의 플레이어가 조디와 에이든을 각각 조작할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두 번째 플레이어는 하드코어 게이머가 아니다. 게임을 잘못하는 친구나 연인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했다. <비욘드 투 소울즈> 앱을 다운로드한 후 iOS나 안드로이드 태블릿PC를 이용해 같은 와이파이를 쓰는 PS3에 접속하면 태블릿PC를 컨트롤러처럼 이용할 수 있다.
<비욘드 투 소울즈> 앱은 거의 모든 조작에서 터치 입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주 간단하게 컨트롤러를 대체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접근성을 높이려고 고민한 방식이다. 여기에 유명 작곡가 한스 짐머의 곡을 사용했고,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2시간이 넘는 분량의 음악을 만들었다.
데이비드 대표는 “PS3 기술을 극한까지 활용했다.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단순한 플레이로 끝나는 게임이 아닌, 게임을 끝내도 남아 있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고 개발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비욘드 투 소울즈>는 10월 8일 PS3 독점 타이틀로 발매된다. 국내에는 자막 한글판으로 발매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