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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법] 셧다운제부터 중독법까지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현황

땡땡땡 2016-04-18 15:10:40

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저는 평소 시사프로를 즐겨 보긴 하지만 사회이슈 파악을 위한 정도의 관심에서 보는 것일 뿐 정치에 대한 관심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 연재는 정치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지난 주에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드러난 예상 밖의 결과에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 민심까지도 모두 들썩였던 것 같습니다. TIG 독자 여러분 중에도 이번 선거에 참여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셨겠지요. 저도 선거일 당일 늦잠을 자고 일어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왔습니다.

 

게임업계에서의 화제는 아무래도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갑 국회의원으로 당선이 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과거에도 남경필 경기도지사(새누리당)나 전병헌 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과 같이 게임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정치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긴 했습니다만, 이번처럼 게임업계 출신의 정치인이 처음 등장한 것은 화제가 될 만한 사건이었죠.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여부나 정치 성향을 떠나서, 제20대 국회에서 김병관 의원이 게임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풀 수 있는 가교가 되어 주시길 기원합니다. 업계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라 생각됩니다. [관련기사] 더민주 입당한 김병관 "정치권의 게임 인식을 바꾸고 싶다" 

 

출처: 김병관 당선인 페이스북

 

사실 길었던 게임과 지적재산권에 대한 연재를 마치고, 원래 이번 연재부터는 ‘게임과 규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던 차였는데, 정치적 사건이 벌어진 타이밍도 어쩌면 이렇게나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필자의 역량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짤막하게 게임과 관련한 규제 현황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 제19대 국회에서 입법되지 못한 법안들

 

얼마 전에도 보건복지부의 게임중독 질병화 추진 논란으로 게임업계가 시끄럽긴 했습니다만, 제19대 국회는 게임업계에는 ‘흑역사’나 다름이 없는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명확히 해 두어야 할 것은, 실제로 현재 시행 중인 규제 법률과, 입법 시도는 있었지만 법률로 입법되지는 않은 법률안을 구분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먼저 아직까지 의안으로 머물러 있는 법률안들을 살펴 보죠. 해당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규제안들은 의안일 뿐 아직 법률로 입법된 것이 아닙니다.

 

유명했던 것은 신의진 의원을 포함해 14인의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제19대 국회 의안 번호 제4725호) 손인춘 의원 등 17인이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 (제19대 국회 의안 번호 제3262호)과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 (제19대 국회 의안 번호 제3263호)이었습니다.

 

신의진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법률안은 이른바 ‘중독법’으로 불리는 것으로,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를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 및 행위의 하나로 보고 이를 규제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법이 ‘국가중독관리위원회’까지 만들어 규제하겠다는 것은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외에는 ‘알코올’, ‘마약류’, ‘사행행위’ 등입니다. 당시 정치권이 바라보는 게임의 위상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20대 총선에서는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손인춘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법률안은 더 강력합니다. 해당 법률안은 두 개의 의안이 짝을 이루고 있는데, 먼저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인터넷게임중독치유센터를 두고, 인터넷게임중독 치유기금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 기금의 조성 재원을 ‘인터넷게임중독치유부담금 및 그에 대한 가산금’,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에 따라 징수한 과징금, 정부의 출연금, 개인이나 법인·단체의 출연금 등으로부터 조달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 중 치유부담금은 인터넷게임 관련사업자로부터 부과·징수하도록 하고 있는데 연간 매출액의 1% 범위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에 따라 부과·징수하도록 하는 것이고 체납시에는 체납금의 5%를 가산금으로 부과하도록 되어 있으며 국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강제징수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연간 ‘수익금’의 1% 범위가 아닙니다. 연간 ‘매출액’의 1% 범위입니다. 즉, 매출이 나지만 개발비용이나 제반비용이 많이 들어 수익을 내지 못한 회사라고 해도 치유부담금 납부 의무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고, 내지 못하면 가산금이 붙는 데다 강제징수까지 당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이었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수익이 나지 않아도 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지 잘 모르겠네요.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 (역시 20대 총선에서는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위 법률안과 짝을 이루는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은 ‘인터넷게임’은 ‘인터넷게임 중독유발지수’의 측정을 거쳐 제작 및 배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중독유발지수가 높은 인터넷게임은 청소년에게 제공하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청소년에게 게임을 제공하려고 할 때에는 보호자의 동의를 받고 보호자 및 담임교사에게 게임 사용 관련 사항을 알려야 하는 의무를 인터넷게임 제공업자에게 부과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현행 ‘셧다운제’의 시간을 모든 청소년에게(만 19세 미만)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현재는 16세 미만에 한해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 보호법 제26조 제1항)까지로 확대하도록 하고 있죠. 이런 사항을 위반한 사업자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매출액의 5% 범위 내에서 부과할 수 있는데, 이것이 결국 위에서 말한 인터넷게임중독 치유기금의 재원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법안들이 게임업계에 지우려 했던 부담이 얼마나 무거운 것이었는지 감이 오시나요? 저는 만약 이 법안들이 입법돼 시행됐다고 한다면, 게임업체들은 국내 접속 IP는 모두 차단시키고 해외시장만을 바라보는 것이 타당하다 생각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법안의 입안자들이 말하는 인터넷게임 중독의 실체에 대한 확인 과정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제대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토론을 하거나 의학적인 연구를 거치지도 않은 채 그 존재를 전제하고 법안의 입법이 기획됐습니다. 이 역시 게임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러나 위 법안들은 향후 제19대 국회의 남은 회기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므로 자동으로 폐기될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혹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여도 당분간은 해당 법안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 이미 법률로 시행되고 있어 효력이 있는 규제들

 

이제 살펴봐야 할 것은, 이미 입법이 되어 시행되고 있는 규제들입니다.

 

첫 번째로는 해외에서 ‘신데렐라법’으로 악명이 높은 ‘셧다운제’가 있습니다. 현 청소년 보호법 제26조 제1항의 규정이죠. 

 

청소년 보호법 제26조(심야시간대의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 ① 인터넷게임의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중략)

 

청소년 보호법 제59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3.3.22., 2014.3.24., 2016.3.2.>

 

5. 제26조를 위반하여 심야시간대에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인터넷게임을 제공한 자

 

(중략)

 

청소년 보호법 부칙 <법률 제11048호, 2011. 9. 15.>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26조 제1항의 개정규정에 따른 인터넷게임 중 심각한 인터넷게임 중독의 우려가 없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기를 이용한 인터넷게임에 대한 심야시간대 제공시간 제한에 관한 부분은 2013년 5월 20일부터 시행한다.

 

 (후략)

  

해당 조항을 읽어보시면 바로 아시겠지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인터넷게임의 제공자는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는 게임을 제공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위반의 결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고요.

 

재미있는 점은 이 조항의 입법 당시에 게임업계의 상당한 반발로 인터넷게임(흔히 우리가 온라인게임)을 제외한 모바일게임 등의 경우는 해당 조항의 적용을 유예했다는 부분입니다. 이것이 개정 당시 부칙 제1조에 반영돼있습니다.

 

그 외에도 청소년 보호법은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인터넷게임에 회원으로 가입하려는 경우 친권자등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고(동법 제24조 제1항), 친권자등에게 해당 게임과 관련한 사항을 알리도록 하고 있습니다(동법 제25조 제1항 등). 이 법의 소관 부서는 여성가족부입니다. 

 

  

 

다음으로는 소위 ‘선택적 셧다운제’로 불리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의3이 있습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의3(게임과몰입·중독 예방조치 등) ① 게임물 관련사업자[「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의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을 통하여 공중이 게임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자에 한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는 게임물 이용자의 게임과몰입과 중독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내용을 포함하여 과도한 게임물 이용 방지 조치(이하 "예방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1. 게임물 이용자의 회원가입 시 실명·연령 확인 및 본인 인증

 

2. 청소년의 회원가입 시 친권자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 확보

 

3. 청소년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요청 시 게임물 이용방법, 게임물 이용시간 등 제한

 

4. 제공되는 게임물의 특성·등급·유료화정책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과 게임물 이용시간 및 결제정보 등 게임물 이용내역의 청소년 본인 및 법정대리인에 대한 고지

 

5. 과도한 게임물 이용 방지를 위한 주의문구 게시

 

6. 게임물 이용화면에 이용시간 경과 내역 표시

 

7. 그 밖에 게임물 이용자의 과도한 이용 방지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② 여성가족부장관은 「청소년 보호법」 제26조에 따라 심야시간대의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대상 게임물의 범위가 적절한지를 평가할 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개정 2011.9.15.>

 

③ 제1항의 예방조치를 위한 게임물의 범위, 방법 및 절차와 제2항의 평가 방법 및 절차,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④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게임물 관련사업자에게 예방조치와 관련한 자료의 제출 및 보고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제4항에 따라 게임물 관련사업자로부터 제출 또는 보고받은 내용을 평가한 결과 예방조치가 충분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면 해당 게임물 관련사업자에게 시정을 명할 수 있다.

 

⑥ 게임물 관련사업자는 제5항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때에는 10일 이내에 조치결과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⑦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제5항에 따라 예방조치를 평가하는 경우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전문가, 청소년, 학부모 관련 단체로부터 의견을 들을 수 있으며, 평가 결과를 공표할 수 있다.

 

[본조신설 2011.7.21.]

 

(후략)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45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07.1.19., 2011.7.21.>

 

1. 제12조의3 제5항에 따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아니한 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조의3(게임과몰입·중독 예방조치 등)

 

⑤ 법 제12조의3제1항제3호에 따른 게임물 이용방법, 게임물 이용시간 등의 제한은 특정 시간이나 기간을 정하여 제한할 수 있는 서비스 또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한다.

 

  

선택적 셧다운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 나와 있습니다. 선택적 셧다운제의 핵심은 게임과몰입과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청소년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이 요청을 하는 경우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반했을 때에는 직접적인 페널티 조항은 없지만, 위반행위를 했을 때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청소년 보호법에서와 마찬가지로 청소년의 회원 가입에 있어 본인인증과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요하는 등의 조항도 함께 입법되어 있죠. 이 법의 소관 부서는 문화체육관광부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게임시간 선택제

지금까지 살펴본 규제들은 청소년들이 게임물을 이용함에 있어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들입니다.

 

그 외에도 게임의 내용에 대한 규제도 있습니다. 다들 잘 알고 계시는 게임등급분류제도인데요. 별도의 민간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를 두어 게임의 제작 또는 배급 전에 등급분류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1항).

 

등급분류를 받지 않거나, 등급분류를 받았지만 등급심사 당시의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을 제공한 경우 불법게임물을 제공한 행위가 되어(동법 제32조 참고) 전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동법 제44조 제1항 제2호), 후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동법 제45조 제1항 제4호).

 

사실 이 규정들은 헌법에서 금지하는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게임물의 내용에 대한 규제이기 때문이고,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이를 공표할 방법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보셨듯 게임업계에 존재하는 법에 의한 규제는 크게 셧다운제, 선택적 셧다운제, 게임등급분류제도의 3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혹 TIG 독자 여러분들 중에는 현행 규제가 3가지밖에 되지 않는 걸 보니 그리 과하지 않은 규제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뭐야? 게임업계 과도한 규제로 죽겠다더니 겨우 3가지 규제만 있었던 거냐’고 말이죠.

 

그러나 두 가지 규제의 근거가 되는 인터넷게임 중독은 그 존재와 폐해가 명확히 입증된 것인지조차 불명확하고(이것은 개인이 게임에 큰 재미를 느낄 때 ‘나 그 게임 완전 중독됐어’라고 말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 생각됩니다만, 이런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었던 보건복지부의 광고나 질병화 추진 논란은 개념에 있어 착각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점이 많습니다), 다른 규제의 근거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도 맞닿아 있어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성에 기반해도 치열한 국제무대에서 살아남기 힘든 게임업계가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업계 종사자들은 사회로부터 중독물질 제작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자괴감으로 인해 스스로 창작의욕이 저하되는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 자발적 규제

 

그 외에도 게임업계의 자발적 규제사항도 존재합니다. 특정 법률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라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와 같은 게임사들이 설립한 협회가 회원사들 사이의 협의를 통해 자발적으로 만든 규제사항이죠.

 

여기에는 온라인게임에서의 1인당 결제한도에 제한을 둔 것이 있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 있습니다. 

 

선수카드의 개별 획득 확률을 공개하고 뽑기 시뮬레이터까지 만든 <피파 온라인 3>

 

 

■ 맺음말

 

지금까지 살핀 바와 같이, 제19대 국회에서 게임에 대한 규제입법이 여러 차례 시도되었지만, 현재까지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제20대 국회에서는 어떻게 될 지 아직 모르겠지만 잠시 게임업계는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아울러 현행법상의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는 청소년 보호에 대한 규제 두 가지와, 게임의 내용에 대한 등급심의 규제 하나가 있습니다. 아울러 게임업계가 시행하고 있는 자발적 규제사항도 있죠.

 

현재까지의 규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정리하고 글을 맺을까 하다, 문득 달력을 보니 작년 생각이 나서 조금 더 덧붙입니다.

 

본 연재를 시작하면서 게임산업진흥법의 ‘게임을 보는 시각’에 대해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게임산업진흥법의 ‘게임을 보는 시각’

[관련기사] 게임 관련 법은 아직도 오락실 안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닐까

  

  

확실히 게임산업은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 나온’ 산업과 같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전설과 같이 기억되는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의 전성기는 정말 대단했지만, 그 이전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이란 참 보잘 것 없었죠.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즐기며 ‘나도 이런 걸 만들어 보고 싶다’라고 생각한 업계 선구자들의 노력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가 지금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자본의 논리와 회사의 조직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설명하기 힘든 것이 ‘재미’에 대한 것입니다. 게임산업의 성장기에 우리나라 재벌기업들도 게임업계의 문을 두드렸었지만, 그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산업구조가 고착화된 현대 사회에서 전혀 새로운 깜짝 스타가 자주 등장하는 산업은 개인의 아이디어와 능력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찾아보면 IT산업과 문화콘텐츠산업(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음반 등), 스포츠 산업 정도가 이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그 접점에 게임이 서 있습니다. 

 

  

우리는 오락실의 나쁜 환경을 탓했어야 하지, 오락실로 사람을 모이게 만드는 ‘오락’을 탓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게임이 오락실을 나온 지는 이미 오래 됐습니다. PC방에서도 서서히 나오는 중입니다. 게임의 외연은 이제 사회 곳곳에까지 확대되어 있는데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직도 게임이 오락실에 있다고, 나쁜 형들과 담배 연기 속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국민학생 시절 친구 집에서 <부루마불>(블루마블)을 하다가, 친구 어머님께서 애들이 돈놀이를 한다고 하며 보드게임은 압수당하고 벌을 서기까지 했던 일이 생각이 납니다. 생각해보니 그 보드게임에도 ‘게임 내 가상화폐’가 있었네요. :)

 

어른들이 보기에 어린애들이 즐기는 새로운 놀이는 ‘원래’ 버릇없어 보이고 나빠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 보지도 않고 그걸 못하게 막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게임규제에 대한 입법 시도와 현황을 개괄해 보니, 이제 그 어린애들도 어른이 되어 그 놀이로 산업을 만들고 돈을 버는데도 여전히 버릇이 없어 보이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제가 원고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 4월 17일은 작년에 TIG에서 ‘게임과 법’ 연재를 처음 시작한 날이기도 합니다(이 칼럼은 아마 4월 18일자로 게시될 것입니다). 재미있게도 위에 링크한 두 글이 바로 그 첫 연재의 시작이었네요.

 

개인적으로야 졸고가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되어 기쁘지만, 슬프게도 그 전날인 4월 16일은 19일과 함께 우리 사회와 세대가 가슴에 새기고 잊지 말아야 할 날이니 항상 잘 기억하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조용히 연재를 이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저도 글의 소재 면에서 슬슬 밑천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라, 앞으로 한 두 달 정도 연재를 더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난 1년간 부족한 점이 많았음에도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2014년 화제가 되었던 셧다운제 헌법소원에 대해 논하기 위해 헌법소원제도 자체를 개괄해 보겠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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