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과몰입의 질병 코드 분류 여부를 결정하는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세계보건총회가 5월 20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됩니다. 때문에 전 세계는 지금 게임 과몰입 질병 등재에 대한 관심과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각종 학회는 물론 MBC <100분 토론>, KBS <열린 토론> 등으로 전문가들의 의견 교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안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토론에서 입장을 말한 사람 대부분이 자기 주장만 말하거나 다른 사람이 연구한 것을 인용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전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안건이니 만큼,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수 있는 진짜 연구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죠.
이와 관련해, 게임 과몰입에 대해 직접 연구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출연하지 않았던 걸까요? 사실 게임 과몰입을 5년째 연구중인 전문가는 국내에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에 소개할 정의준 교수입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건국대학교 정의준 교수는 2006년부터 게임에 대해 연구한 사람입니다. 그는 '게임 과몰입' 이슈가 상호 입장차가 극명하지만, 제대로 된 연구 자료가 없다고 판단해 2014년부터 원인 파악을 위한 연구를 시작합니다.
정의준 교수는 게임 과몰입을 유발하는 것이 게임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게임 과몰입이라는 현상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5년간 <마인크래프트>,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는 청소년 2,000여명을 추적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연구 5년간 결과는 일관됐습니다. 게임 과몰입은 어떤 요인으로 인해 비롯된 '결과'라는 것입니다.
정의준 교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군으로 분류된 청소년 60%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아도 1년 내 정상 범주(일반군)으로 돌아왔습니다. 심지어 이는 매년 조사 때마다 반복되는 내용이었습니다. 5년간 연구 중 지속해서 과몰입을 유지한 청소년은 약 1% 정도였다고 합니다.
과거 게임 과몰입 주원인을 '게임'이라 주장하는 측의 의견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정의준 교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속해서 게임 과몰입을 유지한 1% 내외 청소년들은 게임보다 '자기 통제력'이 원인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자기 통제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학업 스트레스'로 조사됐습니다.
정의준 교수의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는 게임 과몰입 이슈 관련 최초의 추적 연구입니다. 해당 연구 때문인지 최근 WHO 이슈에서는 찬성측이 게임 자체가 문제라던 과거 입장에서, 게임 과몰입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을 돕기 위해 질병 코드 등록이 필요하다라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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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라 열리는 TV 토론회 등 의견 교류장 패널에 전문 연구자가 아닌 연구 결과나 소견을 인용해서 전달하는 사람이 많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논란 중인 안건은 전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슈인데, 토론자 대부분이 다른 사람의 연구만 인용하다 보니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못하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앞서 소개한 정의준 교수 사례처럼) 국내에 이런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향후 토론회에는 자신이 연구한 것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