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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춤추는 제로투는 어떻게 틱톡 인싸 밈이 되었나?

일본 애니메이션에 베트남 노래에 중국 게임을 섞어버린 인터넷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1-02-05 11:14:20

 

# 밈에는 국적도 장르도 없다

 

틱톡에 '제로투 댄스'가 인기입니다. 

 

틱톡을 하다 보면 특정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추는 영상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고개를 들썩이게 만드는 신나는 비트에 큰 동작의 춤은 중독성이 강력합니다. 현재 틱톡에는 350만 개 이상의 '제로투 댄스' 콘텐츠가 올라왔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제로 투 댄스는 또다른 챌린지의 영역에 올랐습니다.​ 급기야 한 유저는 자신의 틱톡에 롤스로이스 자동차를 제로투로 꾸민 AR 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합성입니다 (출처: 틱톡)

 

현재 이 밈(Meme)에는 굉장히 특이한 이력이 있습니다. 일본 애니, 베트남 음악, 그리고 중국 게임까지 한 데 섞여있는 무국적, 다장르 밈입니다. 밈에는 국적도 장르도 없다는 특징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춤추는 제로투는 어떻게 탄생했나?

 

제로투 댄스의 주인공은 제로투입니다. 2018년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 <달링 인 더 프랑키스> 에 등장하는 캐릭터죠. 인간형 병기 프랑크스를 조종하는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으로 작품 자체는 호평을 받지 못했지만, 여주인공 제로투는 신비로우면서도 엉뚱한 매력으로 나름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제로투는 애니메이션에서 단 한 차례도 저러한 '댄스'를 추지 않습니다. 제로투 댄스는 인터넷에서 창작된 것으로 그래픽 모딩 툴 미쿠미쿠댄스(MikuMikuDance, MMD)로 춤추는 제로투를 제작했습니다.

 

춤추는 제로투는 이름 그대로 '제로투 댄스'라는 이름으로 스팀 창작 마당, 레딧, 빌리빌리를 비롯한 몇몇 커뮤니티에 퍼졌습니다. 고개 뒤로 깍지를 끼고 엉덩이를 좌우로 흔드는 댄스 동작은 단편 애니 프로젝트 작품 <ME! ME! ME!>의 모션을 사용했습니다. 굉장히 수위가 높은 뮤직비디오입니다. 아무쪼록 이런 '근본 없는' 과정을 통해서 춤추는 제로투가 탄생한 것입니다.

 

 

# 막강한 중독성의 BGM 하이 풋 흐언

 

틱톡에서 제로투 댄스를 감상하면 특이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생소한 언어로 된 노랫말이 흘러나온다는 것입니다.

 

베트남의 가수 빠오(Pháo)와 프로듀서 CM1X는 작년 2월, <하이 풋 흐언>(Hai Phút Hơn)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발표합니다. 몽환적인 보컬에 베트남 전통 악기 탄비파(彈琵琶) 연주가 곁들여진 곡인데요. '2분 더'라는 제목에 "아무 말 하지 말고 술을 마시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카이즈(KAIZ)라는 이름의 DJ가 이 곡을 조금 더 EDM 느낌이 강하게 리믹스합니다.

 

인터넷에서는 춤추는 제로투​의 모습이 하이 풋 흐언의 리믹스와 '찰떡'이라는 것을 발견합니다. 중독성 있는 곡에 중독성 있는 춤사위가 만나면서 제로투 댄스의 기본이 갖춰진 것이죠. 이렇게 제로투 댄스는 인플루언서들의 챌린지 대상이 됐고, 노래는 말 그대로 '떡상'을 한 것입니다.

 


 

이 노래는 현재 유튜브에서 6,300만 뷰를 기록 중입니다.​ 2017년에 푸에르토리코의 루이스 폰시가 부른 레게 팝 <데스파시토>가 2017년에 빌보드 1위를 달성했다면, 서브컬쳐에는 베트남의 <하이 풋 흐언>가 있습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지난 1월 27일에는 <하이 풋 흐언>​의 공식 뮤직비디오까지 나왔습니다. 제로투, 세일러문, 그리고 <니어: 오토마타>의 2B​ 코스프레를 한 남성들이 제로투 댄스를 추는 다소 놀라운 클립입니다. (굳이 보러 가기)

 

# 게임 한 스푼 첨가한 제로투 댄스

 

제로투 댄스의 판이 커지면서 '변형 기출'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천재들의 연애 두뇌전~>(이하 카구야)의 하야사카 아이와 리듬게임 <뮤즈대쉬>의 블랙 소녀 마리쟈가 추가된 것입니다. 아래 세 캐릭터의 춤추는 영상으로 비로소 밈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카구야>는 현재 2기까지 방영된 애니메이션으로 학원 러브 코미디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적잖은 팬층을 보유한 시리즈로 애니메이션 3기 제작 소식도 발표됐는데요. 여기 나왔던 "안녕하살법!"이 2019년 인싸 인사법으로 한 차례 인기를 얻은 데 이어, 틱톡의 춤추는 하야사카 아이​로 또다시 밈이 됐습니다.

 

<뮤즈대쉬>는 페로페로 게임즈가 개발한 리듬게임입니다. 일본어 페로페로(ぺろぺろ)​는 대략 '핥짝핥짝'이라는 뜻으로 보통 이름이 아닌데, 이름과 달리 중국 회사라고 합니다. 횡스크롤 액션에 리듬게임 요소를 접목했고, SD 풍의 귀여움을 강조하면서 성인풍 오덕력을 보여주는 별종으로 스팀, 모바일, 스위치에서 서비스 중입니다.

 

참고로 <뮤즈대쉬>는 최근 설을 맞아서 눈여겨볼 만한 협업을 두 건 발표했습니다. 레이아크의 리듬게임 <사이터스 2>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 12개 곡을 추가하고 협업 캐릭터 '네코'를 출시하는 한편 유명 동인 레이블 하드코어 타노시(HARDCORE TANO*C)로부터 단독 확장 음악팩을 받기로 했습니다.

 

 

<뮤즈대쉬>로 들어온 <사이터스 2>의 네코

 

 

# 마치며

 

제로투 댄스 사례를 통해서 살펴봤듯이 콘텐츠에 장르와 국적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습니다. 게임도 밈의 창조에 활발하게 기여하고 있는데요. 정리한 내용만 살펴봐도 스팀, 2B를 비롯한 여러 흔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뮤즈대쉬> 또한 이러한 새로운 밈에 추가되면서 다른 게임, 아티스트와 교류하는 모습입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밈은 1976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처음 등장한 개념입니다. 밈은 유전자와 같이 자기 복제적으로 생산되고 전파됩니다. 그리고 밈은 인터넷이 탄생으로 보다 넓어졌고, 빨라졌습니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버니 샌더스의 모습이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의 밈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제로투 댄스는 애니메이션, 음악, 그리고 게임의 결합체로 지금까지 알아본 독특한 과정을 거쳐 또 하나의 밈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 밈은 어디로 갈까요? 그리고 우리의 게임은 또 어떤 씬을 연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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