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삼국무쌍 ORIGINS>(이하 진삼 오리진, 시리즈는 '진삼'으로 통일)는 1월 17일 발매될 오메가 포스·코에이 테크모의 '무쌍' 신작이다.
우리가 흔히 '무쌍'을 찍는다는 말의 배경에는 이 게임 시리즈가 있다. 중국 삼국시대의 영웅이 되어 몰려오는 NPC로 빗자루로 쓸어버리듯 일소하는 독특한 재미는 이 프랜차이즈가 자랑하는 인기 요소다. 삼국지로 시작한 '무쌍'은 인기를 끌며 일본 전국시대로, 전국시대와 삼국지의 크로스오버로 퍼져나갔다.소울라이크의 대유행이 있기 전에, 막 눌러도 멋있는 무쌍의 유행이 있었다고 하면 과언인가?
이미 '과언'을 꺼낸 김에 조금 더 나가보자면, 코에이는 자사 <삼국지> 이상으로 <진삼>을 통해서 옛 역사소설을 재해석했다. '한당이 존재감이 없다'거나 '전위가 대머리였다'거나 '제갈량이 빔을 쏜다' 같은 설정은 모두 코에이가 독자적으로 해석한 특징이다. 한때 이런 과감한 캐릭터 창조에 대해서 쓴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제는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20년 넘게 '무쌍'의 우물을 판 나머지, 코에이는 IP홀더가 된 것만 같다.
코에이는 한당 존재감 밈을 정말 꾸준히 밀고 있다. 중국에 한당 종친회가 없나.
<진삼 오리진>은 4년 만의 정식 '진삼' 타이틀이다. 전작 <진·삼국무쌍 8>은 팬들에게는 다소 지루했던 오픈월드 설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작심한 코에이는 오픈월드 구성 요소를 계승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를 넣어버렸다. 전작들에서 '신무장'으로나 가능했던 완전 가상 무장을 주인공으로 만든 뒤, 그 떠돌이 협객이 중원의 판도를 바꾼다는 설정을 집어넣은 것이다.
어찌 보면 코에이 입장에서는 안전한 길 대신에 모험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코에이는 뻔한 길을 가지 않았다. 적군을 쭉 그어버리는 시리즈의 재미는 계승하면서 싱글 RPG의 감각을 가득 채웠다. '호로관 메뚜기' 같은 보스 몬스터에는 긴장감이 넘쳤고, 여러 미션을 클리어하며 대군단을 무너뜨리는 공성전의 재미가 배가됐다.
<진삼 오리진>은 적벽대전에서 끊어버려도 싫어하기 어려울 만큼 잘 만들었다.
[알림]
- 본 리뷰는 코에이 테크모로부터 발매 전 리뷰코드(PC/Steam)를 받아 작성됐습니다.- 게임 내 콘텐츠는 추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진삼 오리진>의 줄거리는 우리가 너무 많이 보고 듣고 플레이한 <삼국지연의>의 그것과 똑 닮아있다. 이 기사를 여기까지 읽은 여러분도 기자처럼 줄줄 읊을 수 있지 않을까? 후한 말, 지방 관리의 폭정이 심해지면서 곳곳에 황건당이 일어나고, 그들이 좀 사라지는 듯하더니만 왕권을 둘러싼 암투가 일어나고, 갑자기 동탁이 튀어나왔다더라...
다른 점이 있다면, 정체 불명의 '무명' 무사가 곳곳마다 큰 활약을 한다는 것이고, 그 존재가 바로 플레이어 캐릭터다. 그간 정사, 연의는 물론 2차 창작물에서도 나온 바 없는 새로운 캐릭터인데, 삼국지의 세계를 유랑하면서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스포일러를 피하는 선에서 조금 더 말해보자면, 주인공은 (늘 그렇듯이) 힘숨찐이고, 어마어마한 존재다.
참고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성별 선택 등은 전혀 없고 진행도에 따라서 몇몇 복장을 얻을 수 있다.
개발진은 새로운 캐릭터가 들어가서 모든 것을 뒤엎어놓는 삼국지 세계의 당위를 이해시키려는 듯, 의도적으로 컷씬을 풍부하게 배치했다. 약간은 변화가 있는 일본 성우진의 연기와 함께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예상대로 넘길 수 있는 컷씬과 넘길 수 없는 컷씬이 존재하는데, '컷씬이 풍부하다'는 말은 후자가 꽤 많다는 말이 된다.
자칫 잘못하면 애매할 수 있는 시리즈 최초의 변화를 훌륭하게 해낸 인상이다. ⓐ 관도대전이나 적벽대전 같은 큰 줄기의 이야기와 ⓑ 주인공의 과거사, 주인공과 여러 장수의 신변잡기가 복잡하지 않게 잘 놓여있다. 마치 개발진이 '너희들이 당장 나가서 NPC 1,000마리 썰어버리고 싶은 걸 알지만, 우리가 이야기한 오리지널 스토리를 감상해주렴'이라는 인상인데, 그게 아주 불편하지 않은 것이다. 아주 뜬금 없는 설정도 아니라서 ⓑ는 잔잔하게 즐기기 좋다.
신무장 모드도 아닌데 이름부터 정하는 게 신선하다
초선과 데이트를 할 수 있다
아유 방해라뇨...
보통 이렇게 선택지가 있는데 초선의 데이트 신청은 거절할 수가 없다.
오히려 ⓐ가 대부분 아는 내용이라서 재미가 덜했달까?
<진삼 오리진>이 감행한 또다른 모험은 (일단) 이야기를 적벽대전에서 맺어버린다는 데 있다. <진삼 오리진>의 대미는 적벽대전과 화용도 추격전이 장식한다. 게임의 끝인데 황개가 투항하고, 주유가 반응하고, 조조군이 황개를 받아주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 아는 내용이라서 '뭔가 있겠지'라고 착각까지 들게 된다. 시리즈의 팬이라면, 곧장 제단으로 달려가서 제갈량의 동남풍 계략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플레이할 것이다.
적벽대전이라면
이게 나오는 걸 너무 잘 안다
물론, 20년 넘는 개발 구력을 지닌 오메가 포스는 '칠성단 특공대' 작업이 쉽지 않도록 난도와 맵을 잘 설계했고 이후로도 끝없이 액션 시퀀스를 집어넣으면서 패드에 땀을 쥐게 했다. 정리하자면 <진삼 오리진>은 아주 새로운 캐릭터와 그룹을 추가되어 색다른 이야기가 있고, 그걸 감상하는 게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각 세력이 전장에서 싸우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고 어려운데, 이게 전체 게임이랑 나름 잘 맞는다. '무명' 무사는 3장부터 자신의 소속 세력을 고를 수 있고, 고르기 전까지는 마음껏 간을 볼 수 있다.
기자는 <진삼 오리진>의 액션보다 중요한 요소가 바로 위의 설정 설계라고 봤다. 컷씬에 꽤 많은 시간을 들인 데에나 ⓑ를 하기 위한 서브 퀘스트 요소가 상당히 많았다. 조금 더 팁을 주자면, 진엔딩을 보거나 트로피를 모으기 위해서는 ⓐ와 ⓑ에 나란히 시간을 써야 할 것이다. ⓐ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레벨에 해당하는 '경지'가 높아야 하고, 월드에 뿌려진 잡몹 사냥을 하면서 기준을 맞춰야 플레이가 용이하다.
3장부터는 특정 소속의 이야기를 진행해야 한다.
일회차 플레이를 하면서 희귀 장비는 보지 못했다.
<진삼 오리진>에는 50명, 100명, 1000명 제거하면서 자신의 최고로 강함을 느끼는 '진삼'류 '무쌍'액션이 대단히 잘 살아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게임 내내 똑같은 무기만 쓰면서 적을 섬멸하면 써는 맛이 떨어지는데, '무명' 전사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검, 창, 언월도 등 여러 무기를 번갈아가며 사용할 수 있다. 쌍극은 연타로 상대방에게 지속 대미지를 입힐 수 있고, 모(矛)는 상대방의 대미지를 저장했다가 돌려줄 수 있다. 전작의 플레이 경험이 없어도 상대 무장의 리액션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다. 이건 소울이 아니니까 아무 무기나 집어서 마구잡이로 눌러도 재밌다.
게임에는 여러 무기가 있고, 저마다 다른 액션을 지향한다. 검은 유비와 조조가 쓰는 검과 비슷하고, 모는 장비가 쓰는 그것, 그렇다면 여포의 무기가 없는데...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황충의 활이나 제갈량 레이저 같은 특수 무기를 쓰고 싶다는 욕구가 드는데, 그런 특이한 무기가 론칭 시점에는 일반 무기로 제공되지 않는다. 활이나 마법은 스킬트리를 올리거나 상점에서 주문서를 구매하는 등의 방식으로 쓸 수 있는데 이런 스킬들은 '무예'라고 부른다. 무예에는 게이지에 해당하는 '투기'가 사용된다. 참고로 활은 상대방의 특수 동작을 제어시킬 수 있는데, 이를 게임에서는 '발경'이라고 부른다.
<진삼 오리진>의 '진삼'형 액션의 맛을 가장 크게 누릴 수 있게 하는 장치는 다름 아닌 업그레이드되는 무쌍난무다. 무쌍난무는 대부분의 시리즈 플레이어가 '필살기'로 이해하고 있는데, 특정 레벨 당성 뒤 각성된 상태에서 무쌍난무를 작동하면 화면이 검게 전환되고 <바람의나라>의 포효검황 같은 이펙트가 쭉 깔리면서 적군들이 속수무책으로 날아간다(진·무쌍난무). 상대 거점이나 군단 앞에서 이 무쌍난무를 성공시키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이 무쌍난무는 플레이어 캐릭터 말고 각 진영마다 대동할 수 있는 무장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세력별 무장은 전투 중간에 투입해,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다. 그간 시리즈에서 보여준 캐릭터의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올드 팬들은 익숙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조조군을 고르면 여포를 피할 수 없는데, 꽤 난도가 높은 편이니 셋업을 제대로 해가는 게 좋다.
단기접전(일기토)은 언제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진삼' 팬에게는 대단히 잘 알려진 사실인데, '진삼'은 땅따먹기 게임이다.
거점을 많이 확보해야 거기서 우리쪽 병사도 많이 나오고 사기도 높게 유지되기 때문에 거점 신경 안 쓰고 혈혈단신 네임드 무장 목숨만 노리고 다니는 플레이는 그리 권장되지 않는다. 전의가 높으면 일반 병사들도 쉽게 쓰러지지 않으며, (이를테면 조조에게 허저, 손권에게 주태와 같은) 주군을 지키는 부관들도 더 오래 살아남아서 플레이어가 다른 일을 할 시간을 벌 수 있다. 반대로 상대편 전의가 높다면, 잡몹을 여러 번 공격해야 할 수 있다.
'진·무쌍난무'의 반대편에는 대군단 공략 때 공성전 요소가 있다. 수천 명의 병사들이 있는 대군단은 혼자서 들어가면 이길 수 없고, 아군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이 대군단을 깨기 위해서는 방패군단의 가드(외공)를 벗기고, 진을 헤집으면서 상대를 공격하고, 또 반대로 날아오는 적에 대해서 반격 느낌의 '수격'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한 겹 한 겹 적의 무장을 해제하다 보면 요술이나 공성장비, 강력한 무장의 단기접전 요청을 만나면서 변수가 더 많아진다.
진법을 통해서 고저차를 이용한 화살 공격을 할 수도 있다.
회피나 막기 때 '저스트' 타이밍에 성공하면 게이지에 해당하는 '투기'를 얻을 수 있고, 그 투기를 통해서 스킬(무예)을 쓰는 구조다. 회피, 막기, 발경(행동저지) 등을 통한 방어와 이어지는 공격 기능은 '소울라이크식 가위바위보'를 추구하는 듯하다. 하나 특이한 점은 <진삼 오리진>은 아무때나 (듀얼센스 기준) L3를 눌러 말을 소환할 수 있는데, 점프와 대시 등과 함께 전투에 유리하게 쓸 수 있다.
기자는 중간 보스로 등장하는 호로관 메뚜기를 잡느라 1시간 정도 애를 먹었는데, 각성한 여포의 외공을 깨려고 했지만 체력이 없어서 말을 타고 다니면서 시간을 끌었고, 그렇게 체력을 채워서 여포를 공략할 수 있었다. 성 안에서 이루어지는 <진삼 오리진>의 보스전은 상당한 난도를 자랑한다. 아군 장수들과 함께 공략에 나서는데, 때때로 아군이 외공 게이지를 줄여줘서 도움을 받을 때도 있는데, NPC로부터 힐링이나 합격기 같은 요소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만나지 못했다.
대군단에 혼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무쌍'이라면?
여전히 짜증나는 공성장비. 주인공 있는 데만 쏙쏙 골라서 쏜다.
전장을 헤집는 존재가 빠지면 나머지들끼리는 대형을 잘 지키면서 싸운다. 전작보다는.
코에이는 <진삼 오리진>을 통해서 자신들이 고착화한 삼국지 액션게임의 룰을 '오리진'이라는 이름으로 혁신했다. 스토리와 설정 측면에서 이루어진 완전한 재해석은 제법 흥미로웠고, 액션 측면에서도 상당한 성취를 달성했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지만) 월드와 퀘스트의 관계도 전작보다 훨씬 개선되었다.
<진삼 오리진>이 적벽대전에서 막을 내린다는 정보가 나오면서 '분량이 적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밀도 있는 콘텐츠를 구성하여 플레이타임이 예상만큼 짧지는 않았다. 기자는 조조군을 플레이했는데, 나머지 두 세력을 한다면 장면, 대사, 전투 모두 다를 것이므로 그 나름의 기대가 든다.
- 점수: 8.7/10
- 한줄평: 2025년 연초부터 코에이가 큰 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