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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 시장의 은둔고수, '열혈강호 온라인'의 장수 비급

제2의 전성기 맞으며 '역주행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기까지

한지훈(퀴온) 2024-12-02 18:36:58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이 말만큼 <열혈강호 온라인>을 잘 설명하는 말이 또 있을까. 숱한 게임들이 등장했다가 또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냉혹한 무림 같은 대한민국 온라인게임 시장 속, <열혈강호 온라인>은 긴 시간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로 20살, 글로벌 1억 3천만 유저를 보유한 <열혈강호 온라인>은 최근 새로운 경지에 올라 두 번째 흥행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 저력의 출처는 어디일까. 답은 이들이 밟아 온 20년 서비스 역사 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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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탄한 IP와 독특한 분위기로 틈새시장 공략

돌이켜보면 <열혈강호 온라인>이 서비스를 시작한 2004년 말은 한국에 3D MMORPG에 대한 관심이 한창 뜨거웠던 시기다.

2003년 <리니지 2>로 시작된 유행은 비슷한 시기 국내 오픈 베타를 시작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통해 들불처럼 번졌다. 이런 시기에 게임을 출시하는 게 무모하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열혈강호 온라인>은 기라성 같은 경쟁작들 사이에서 꿋꿋이 살아남았다. <열혈강호 온라인>은 다음 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인기게임상과 대상을 모두 거머쥐는 성과를 거뒀다.

그렇다면 이 같은 흥행의 비결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원작 만화 <열혈강호>가 가진 IP 파워와 이를 기반으로 한 게임의 독특한 분위기를 그 비결로 꼽는다. <열혈강호 온라인>은 1994년 연재를 시작한 전극진, 양재현 작가의 <열혈강호>를 기반으로 했다. 당시만 해도 인기 만화의 IP를 활용해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김진 작가의 <바람의 나라>, 신일숙 작가의 <리니지>, 이명진 작가의 <라그나로크>가 그렇다.

많고 많은 작품 중 굳이 <열혈강호>를 온라인게임으로 옮긴 이유는 원작이 가진 특유의 코믹함 때문이다. 당시 무협 만화들이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에 반해 <열혈강호>는 주인공 ‘한비광’을 중심으로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물론 진지할 때는 또 한없이 진지한 모습을 보여줘 독자들을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원작의 독특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열혈강호 온라인>은 ‘코믹 무협’이라는 독보적인 콘셉트를 만들어냈다. 5등신의 캐릭터, 아기자기한 그래픽, 그리고 경쾌한 분위기의 이야기까지. 이를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이후 비슷한 콘셉트를 내세운 후발주자들이 종종 모습을 비추기도 했으나, <열혈강호 온라인>의 견줄만한 흥행을 이룬 작품은 거의 없다.

주인공 '한비광'은 매사 가볍고 코믹한 모습으로 등장하다가도
진지할 때는 한없이 진지한 모습을 선보인다.

# 중국 시장에서 맞은 '제2의 전성기'

<열혈강호 온라인>의 흥행은 한국에서 그치지 않았다. 무협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과 대만, 더 나아가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열혈강호 온라인>의 이름이 전해졌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일찍이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던 <열혈강호 온라인>은 서비스 시작 전부터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작업을 이어왔다. 주요 개발자를 현지에 파견하고 현지 퍼블리셔와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온 끝에 한국 출시 이후 1년 뒤인 2005년 중국 서비스를 시작해 서비스 6개월 만에 총 가입자 수 1,200만 명, 동시접속자 수 30만 명 돌파를 기록하며 주요 온라인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에서 진행된 <열혈강호 온라인> 유저 간담회 현장 사진

이후 시간이 지난 2019년 선보인 ‘공성전’ 업데이트가 <열혈강호 온라인>의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PvP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은 중국 유저들을 겨냥한 대규모 PvP 콘텐츠가 제대로 통했다는 것이 내부의 분석이다. 해당 업데이트 이후 게임의 평균 동시접속자 수는 매년 15% 이상 증가했고, 게임의 매출 역시 연간 80억 원에서 100억 원 이상으로 상승했다.

새로운 기회를 잡은 <열혈강호 온라인>은 전성기에 버금가는 흥행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을 마련했다. 이전부터 현지 퍼블리셔의 안정적인 서비스로 유저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열혈강호 온라인>은 중추절, 국경절 같은 중국의 명절마다 대규모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적절한 시기에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방식으로 유저들의 발길을 붙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열혈강호 온라인>은 현재 상경, 중경, 청도, 서안 등 중국 11개 지역에 36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급증한 유저 수에 맞춰 신규 서버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매출 상승으로 이어져 2022년부터는 2005년 최고 매출액이었던 200억 원을 넘어 연 매출 300억 원 기록을 유지하며 ‘제2의 전성기’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은 성과를 이어오는 중이다.

PvP 콘텐츠에 많은 수요를 가진 중국 유저들을 겨냥한 '공성전' 콘텐츠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 20년이 지나도 멈추지 않는 변화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열혈강호> IP는 이 같은 글로벌 흥행 성적을 기반으로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열혈강호 온라인>을 기반으로 중국 게임사 킹넷이 개발한 모바일 게임 <전민강호>가 올해 중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신지게임즈의 <열혈강호S>와 중국 도유게임즈의 <열혈강호: 귀래>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신지게임즈가 개발 중인 <열혈강호S>(왼쪽)와 도유게임즈의 <열혈강호:귀래>(오른쪽)

<열혈강호 온라인> 역시 신규 콘텐츠 출시에 한창이다. 지난 20일 진행된 20주년 기념 업데이트로 신규 레벨인 ‘승천 7식’을 새롭게 선보인 것에 이어 내년 3월에는 원작에서 등장한 ‘안미마을’과 ‘동령’, ‘동령의 요충지’ 등 3곳이 신규 지역으로 새롭게 출시될 예정이다.

<열혈강호 온라인>의 개발을 지휘하고 있는 엠게임 강영순 본부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향후 운영 계획에 대해 “굳이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우리 게임만의 매력은 유지하되 유저들이 선호하는 플레이 방식이나 환경에 맞춰 새로운 요소들을 더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확고한 운영 철학이 <열혈강호 온라인>이 지난 20년 간 서비스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인 셈이다.

10년 넘게 게임을 즐겨온 유저 '키티와우유식빵'은 이 게임이 앞으로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동반 게임으로 곁에 남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서는 “유저들과 소통을 통해 필요한 변화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다행히 최근 <열혈강호 온라인>은 그의 바람대로 공식 홈페이지에 직업 밸런스 조정을 위한 토론 게시판을 신설하고, 여러 유저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이들의 바람대로 “10년, 20년 더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으로 우리 곁을 계속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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