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의 내면적 성장을 표현했다” vs “불쾌한 마케팅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신규 챔피언 ‘세라핀’을 둘러싸고 새로운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에는 캐릭터 콘셉트나 인게임 성능이 아닌, SNS 소통 과정에서 대두된 논란이다.
9월 말 세라핀은 ‘심리적 불안’을 토로하며 팔로워들과 교감을 시도했다. 많은 팔로워가 여기 호응했지만, 일부는 ‘정신건강 문제를 마케팅에 사용한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현실성을 표방한 ‘세라핀’ SNS 계정이 ‘너무 멀리 갔다’는 평가도 일부 제기됐다.
세라핀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정식 챔피언으로 추가되기에 앞서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에 먼저 정체를 드러냈다. 우리와 같은 세상에 살아가는 실제 SNS 스타로 설정해 대중에 어필하는 마케팅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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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만든 ‘세라핀’은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사운드클라우드에 자기 노래를 업로드하는 등 현실과 접점을 계속 만들어나갔다. 네티즌들이 일종의 상황극으로서 소비하기에 그 형식이나 주제에서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던 중 일각에서 세라핀의 활동에 비판을 제기했다. 세라핀이 SNS에서 K/DA 합동 공연을 앞둔 자신의 ‘심리 증세’를 토로하기 시작한 이후였다. 9월 25일 트위터에서 “내가 (내 일에 관해)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들키고 나면 어떻게 될지 계속 생각하고 있어” 라고 썼다.
여기서 ‘세라핀’이 묘사한 심리는 흔히 ‘가면 증후군’(impostor syndrome)이라고 부르는 증상이다. 사회적 성공을 거둔 인물이 돌연 자신은 그저 운이 좋아 성과를 이뤘을 뿐, 실제로는 실력 없는 ‘사기꾼’(impostor)이라고 여기게 되는 불안심리를 말한다. 심한 경우 수면장애, 신경과민, 대인기피 같은 증세를 일으켜 일상과 직장생활에 지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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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포스팅 이후 ‘세라핀’의 트위터 팔로워들은 응원의 말을 쏟아냈다. ‘세라핀’은 이들 응원메시지 중 일부를 출력해 메모 보드에 붙였다며 새로운 이미지를 포스팅했다. “아직 준비가 완벽하지 않지만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괜찮아. 정말 진심으로 고마워. 맞서서 이겨낼거야” 라는 문구와 함께였다.
많은 ‘세라핀’ 팔로워가 이 연출된 가상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반대로 몰입해 그의 불안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발했다. 정신질환이나 심리적 증상을 픽션 속에 묘사하는 행위 자체는 문제 없을지 모르나 태생부터 ‘마케팅 수단’인 세라핀 계정은 더 주의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현실에서 심리적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위화감을 느낄 수 있는 마케팅에 구체적 거부감을 드러냈다. 한 네티즌은 “정신 건강 문제와 그로 인한 위기를 마케팅 수단으로 쓰다니 정말 역겹다”고 썼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종사자도 입을 열었다. 북미리그 LCS의 ‘골든 가디언즈(Golden Guardians) 팀 수석 코치 바렌토 모하메드는 “마케팅 계정이 자기불신과 정신건강을 (소비자와의) 공감 수단으로 삼는 모습은 우울한 자본주의의 일면”이라고 촌평했다.
논란에 ‘세라핀’ 계정을 운영하는 라이엇 직원 베서니 히가(Bethany Higa)가 직접 나서 해명했다. 그는 개인적 경험을 세라핀의 트윗에 투영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고 전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세라핀의 이야기 중 다수를, 젊은 여성으로서 라이엇에 입사한 나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 쓰고 있다. 라이엇은 대학 졸업 후 내 첫 직장이고, 개인적으로 자기불신과 가면 증후군 같은 것들을 모두 경험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트윗 역시 ‘희망과 인내, 세라핀의 내면적 성장, 역경과 공포의 극복 등을 표현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라이엇 게임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패트릭 모랄레스 역시 해당 트윗은 직원 개인의 열정과 ‘몰입’의 결과로 작성된 것이며 증세를 겪는 이들의 고충을 비양심적으로 상업화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히가와 같이) 자신의 내밀한 부분을 캐릭터에 쏟아붓는 팀원들이 개인적으로 자랑스럽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스토리가 (마케팅) 내러티브 바깥에서 의도치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인지했다. 현재로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렇다. 우리 팀은 ‘세라핀’과 팔로워 간의 교류 방식, 그리고 사람들을 다치게 하거나 오도할 수 있는 트윗 주제들에 관해 양심적으로 접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