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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대일 PD가 R2를 만든 이유

NHN게임스 레인보우 스튜디오 김대일 PD 인터뷰

이재진(다크지니) 2006-07-19 18:39:54

잠시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지난 3월 28일, <R2> 기자간담회 현장에 모인 기자들의 눈앞에 처음 <R2>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였다. “타격감은… 괜찮아 보이네” “점프가 왜 저래?” “공성게임이네?” 기자들이 나지막이 수군수군 거리는 와중에 김대일 PD(26)가 열심히 게임을 설명하고 있었다.

 

게임의 특징에 대해 굳이 질문할 것도 없었다. 길드와 공성전에 올인한 게임. “솔로잉 유저들은 어떻게 하나요?”란 질문에 반사적으로 김 PD가 대답했다. “길드에 들면 됩니다.”

 

그 때 생각했다. 아, <R2> 게임성이 어떻든, 점프가 어색하든, ‘리니지 3D’라고 불리든 그냥 원래 의도했던 길을 가겠구나. 목적지가 옳건, 그르건 주관 하나는 확실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28일부터 시작될 프리 오픈을 앞둔 <R2>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김 PD를 찾아가는 도중에 들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은 서서히 하나의 질문으로 모아졌다.

 

‘김대일 PD는 왜 <R2>를 만들었을까?’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겠다. /디스이즈게임

 


 

 

 

“원래 MCC 같은 시스템도 생각했었다”

 

PD는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그냥 열심히 만들어서 조용히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반응. 뭐 그래도 관심이 있다는 건 그만큼 기대하는 사람도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PD는 <R2>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나오는 많은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서도 결국 자신이 믿는 것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모습이었다.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R2>를 만든 이유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김 PD의 전작인 <릴>(R.Y.L)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상은 2003년 여름부터 시작했다. 사실은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MCC(멀티캐릭터컨트롤)와 비슷한 시스템을 생각했다. ‘셀프 파티 시스템’이라고 불렀는데 <릴>이 파티 게임이었으니까 그걸 발전시켜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엔 3명의 캐릭터를 동시에 컨트롤하는 게임을 만들려고 하다가 동료 개발자들이 밸런스를 맞추기 힘들다고 해서 포기했다.”

 

밸런스. 김 PD는 <릴>을 만든 이후에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게임이 성공한다’는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겼다. 그는 “밸런스가 잘 맞고 경제구조가 탄탄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는 짧은 문장으로 <R2>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장소나 직업,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밸런스가 잘 맞는 게임이 보다 절실했다.

 

자연스럽게 게임의 배경이나 직업, 아이템 등 게임요소 모두를 밸런스가 잘 맞을 수 있는 쪽으로 유도했다. <R2>의 무대가 ‘콜포트’란 가상의 섬으로 결정된 것도 개발하기 편한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함이었다. 업데이트도 쉬우니까. 그러면 그 다음의 확장은? 김 PD는 “게임이 장기간 흥행하면 섬 단위로 업데이트 하면 된다”며 간단히 정리했다.

 

새로운 영지에 대한 작업이 한창이다.

 

 

“솔로잉 유저가 살아야 길드도 산다”

 

<R2>는 7월 말에 프리 오픈을 시작한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8월에 오픈베타가 시작될 것이다. 그토록 중요시한 ‘밸런스’에 대해 김 PD는 아직도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스스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미 <R2>는 지난 2차 클로즈 베타테스트 이후에 게임 내적으로 많은 변화가 예고돼 있는 상태였다.

 

“우선 특정 길드가 너무 강해졌다. 이대로 플레이가 계속 흘러가다간 독재가 벌어지는 ‘저주섭’이 많이 생기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김 PD는 경쟁할 수 있는 길드들이 많이 생겨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어차피 <R2>는 유저들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임이다. 그 이야기가 너무 시시하면 게임도 함께 지루해진다. 김 PD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솔로잉에서 찾았다.

 

“개인 유저들이 길드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받쳐 준다면 앞서 말한 문제들이 상당히 해결 될 것이다. 프리 오픈 버전부터는 몬스터의 배치와 떨어트리는 아이템의 특성도 조금씩 달라진다. 모두 솔로잉을 배려한 조치다.”

 

지금까지는 몬스터들이 그룹으로 몰려다니고 동족 인식을 하기 때문에 솔로잉 유저가 자신의 레벨에 맞춰 사냥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른바 ‘레벨 20이 넘도록 그렘린만 괴롭히는’ 불상사가 발생했던 것. 앞으로는 솔로잉 유저들도 몬스터를 레벨대에 맞춰 잡고 던전도 갈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몬스터 그룹의 동족 인식 확률도 낮아지거나 상당 부분 변경될 것이다.

 

가만있자. 인터뷰 서두에 언급한 ‘길드의, 길드에, 길드를 위한’ <R2>의 기획의도에서 솔로잉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솔로잉의 강조는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거치면서 <R2>의 방향성이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이 아닐까? 김 PD는 “그래도 길드 중심의 게임성은 변함 없이 유지할 것이다. 솔로잉이 잘 되면 길드원들이 튼실해지고, 길드 간의 경쟁관계도 팽팽해 질 것이다”며 의미를 풀어냈다.

 

새로운 복장을 만드는 그래픽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고급 아이템들은 대부분 제작방식으로 바뀐다”

 

솔로잉 유저를 위한 배려는 단순히 사냥터의 재배치만으로 끝나지 않고 아이템까지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드랍되는 아이템의 종류가 바뀌는 것은 아니고 그 능력치가 상당 부분 수정되는 방식이다. 김 PD는 “상대적으로 덜 풀렸던 아이템의 속성이 바뀔 것이다”라며 기존의 아이템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아이템의 드랍률은 어떻게 결정될까? 기준은 간단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할 아이템인데, 상대적으로 소수의 유저만이 갖고 있다면 드랍률을 높인다.’ ‘매일 아이템 변화량을 보고 너무 많이 풀렸다 싶으면 조금 줄인다.’ 유저들은 잘 인식할 수 없지만 패치가 될 때마다 아이템 드랍률은 미세하게 조정돼 왔다.

 

“우리끼리는 ‘잠수함패치’라고 부르는데(웃음) 게임의 밸런스를 맞추는데 상당히 중요한 과정이다.” 김 PD는 그렇다고 모든 아이템의 드랍률이 수시로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2차 클로즈 베타테스트까지 대중적으로 풀린 아이템에 대한 드랍률은 바뀌지 않을 예정이다.

 

사실 아이템의 드랍률 변화에 울고 웃는 것은 유저들이다. 이른바 ‘대박’ 아이템을 건진 유저들은 한 순간에 신분상승을 이룰 수 있다. 이렇게 지나치게 ‘운’이 작용하는 부분도 바뀐다. 김 PD는 “한 방에 떨어지는 고급 아이템들은 대부분 제조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라며 ‘운’이 작용하는 부분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프리오픈 준비로 대단히 분주한 레인보우 스튜디오의 전경.

 

 

R2의 공성전이 단순하다고? 해보고 말하라”

 

<R2>의 공성전은 ‘밸런스가 잘 맞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김 PD와 개발진은 유저들이 대규모로 싸울 수 있는, 그래서 그 와중에 리소스(게임머니, 아이템)를 소비할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성전을 만들었다.

 

“대규모의 인원이 모여서 싸우고, 소비하고, 다시 얻는 행동이 계속되면 게임의 반복적인 플레이가 원활해진다”는 것이 김 PD의 생각. 보통 공성전은 MMORPG에서 최종 업데이트 대상이다. <R2>가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부터 공성전을 실시한 것은 분명 보기 드문 일이었다.

 

PD는 “<R2>의 공성전이 단순하다는 의견이 있다”는 질문에 단호하게 맞섰다. 본인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성전에 참여해 보면 다르다는 것이 그 이유. 이어서 동의할 수 없다는 반론에 대한 근거들이 쏟아졌다.

 

“잘 막기도 힘들고 공격도 쉽지 않다. 캐릭터들의 상성을 잘 이용해 전략도 짜야하고, 지형지물을 잘 이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타이밍을 잘 맞춰서 공격해야 한다.” 김 PD는 “수많은 유저들이 모여서 벌이는 공성전이기 때문에 겉보기엔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굉장히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고 강조했다.

 

블랙랜드 성의 경우 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인터뷰 분위기는 팽팽해졌지만, 이야기가 점점 흥미롭게 전개됐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렇다면 지금 이 상태로 공성전은 완성된 것인가?”라고 되받았다. 김 PD는 유일한 마법 클래스인 ‘엘프’의 광역마법 ‘플레임 스트라이크’가 들어가면 양상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48레벨 이상의 엘프가 쓸 수 있는 ‘플레임 스트라이크’ 마법책은 이번 프리 오픈 때부터 들어갈 예정이다.

 

새로운 클래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김 PD는 “내년 초 쯤 ‘잠입’이 가능한 어쌔신 스타일의 클래스를 추가할 계획을 갖고 있다. 클래스가 하나 늘어나는 것은 공성전에 엄청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정식 서비스까지는 지금의 나이트, 레인저, 엘프의 3개 클래스로 간다는 의미다.

 

처음 <R2>의 공성전을 기획했을 때는 지금보다 규모가 훨씬 컸다고 한다. 김 PD는 멋쩍어 하며 “초기에는 비행체의 개념도 있었고 공성 병기도 나오는 공성전이었다”고 소개했다. 나중에 개발이 진행되면서 도입될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시간과 개발여력의 문제로 미뤄두었다는 것이다.

 

 

 

“개발진이 꼭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R2>의 개발진은 현재 29명이다. MMORPG를 만드는 팀 치고는 크지 않은 규모. NHN의 전작 <아크로드>를 떠올릴 때 더욱 작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김 PD는 “사람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개인별 능력이 좋고 팀웍이 좋아서 지금의 규모로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R2>를 개발하는 ‘레인보우 스튜디오’는 이미 주말에도 출근한지 오래된 상태였다. 토요일, 일요일 중 하루는 꼭 쉬지만 대부분의 개발진이 주 6일씩 꼬박 <R2>의 작업에 몰입하고 있었다. 김 PD는 “그래도 게임에 등장하는 4개의 영지를 모두 만들어서 오픈하고 싶었는데 그건 어려울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오픈에 대한 높은 관심, 그리고 각양각색의 의견들. 유저들이 <R2>를 기대하는 이유는 김 PD와 핵심 개발진의 전작 <릴>에 대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자연스럽게 김 PD 입장에서는 <릴>을 넘어서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다.

 

레인보우 스튜디오의 여성 개발자 2명 중 한명인 김기선 사원.

 

 

R2는 푹~ 빠져서 해야 재미있는 게임”

 

PD는 <R2>의 흥행 목표를 묻는 질문에 “욕심을 버렸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에 대한 욕심은 주저 않고 드러냈다. 바로 유저들이 만들어가는 게임의 무한한 ‘이야기’ 말이다.

 

“게임이라는 것이 컨텐츠를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것도 한계가 있다. 유저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주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만족 못한다.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그림? 유저들이 모여 길드를 하나 만들고 <삼국지> 게임처럼 스팟, 성을 하나씩 차지해 가면서 서로 뺏고 뺏기는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와중에 다른 인재(유저)를 끌어들이기도 하고 배신도 일어날 것이다. 솔로잉이 잘 돼야 하는 이유는 재야의 고수들이 나와야 <R2>의 이야기 전개가 재미있어지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R2>는 ‘거친’ 남자들의 게임이다. 김 PD는 “<R2>는 가끔씩 게임을 즐기는 유저보다는 게임에 몰입해서 전력으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훨씬 재미를 느낄 게임이다. 한 번 즐기고 끝나는 게임도 있고, 두고두고 하는 게임도 있다. <R2>만의 맛이 잘 살아서 유저들이 오랫동안 플레이 하기를 바란다”며 인사말을 대신했다.

 

그렇다면 김 PD가 생각하는 <R2>의 맛은 무엇일까? 곰곰이 고민하던 김 PD가 입을 열었다. “하고 싶은 만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재미!”라는 그의 대답처럼 <R2>가 유저들의 입맛을 살려줄 수 있을지, 28일 시작될 프리 오픈을 지켜보자.

  

<R2>가 자신의 '맛'을 잘 살릴 수 있을지, 프리 오픈부터 진정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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