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AOS <카오스 온라인>의 뜻밖의 변신을 시도 중이다. 지난 16일 공개된 <카오스 마스터즈>는 <카오스 온라인>의 IP를 이용한 모바일 RPG다. 게임은 실시간 AOS였던 원작과 달리, ‘턴제 대전 RPG’라는 보기 드문 장르로 개발되고 있다.
<카오스 마스터즈>가 해쳐나가야 할 길은 만만치 않다. 이미 굳어진 모바일게임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조차 되지 못한다. 게임은 AOS였던 원작의 느낌과 모바일 턴제 RPG의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도 잡아야 하고 그동안 흥행작이 많지 않았던 ‘모바일 대전’ 분야에 헤딩해야 한다는 어려움도 극복해야 한다.
과연 개발사 네오액트는 이를 어떻게 극복하려 하는 것일까? 네오액트의 김현민 대표와 정극민 PD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늦은 시기에 모바일게임 시장에 뛰어들었다. 더군다나 모바일에서 ‘대전’ 콘텐츠를 내세운 작품 중 흥행작도 없는데 지금 이런 작품을 개발한 이유가 있는가?
김현민 대표: 고민이 많다 보니 게임도 늦었다. (웃음) 개발자로써 모바일에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긴 싫었다. AOS <카오스 온라인>을 통해 쌓은 대전 게임의 노하우를 버리기도 싫었고 개발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도 이런 대전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모바일에 맞는 대전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런 게임이 성공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다.
<카오스 온라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바일 AOS도 생각해봤고, 보드게임 방식이나 정통 TCG도 생각해 봤다. 그러던 중 턴제 대전 RPG이라는 키워드를 정극민 PD가 말했다. 본인은 농담처럼 말한 것이었지만 이거다 싶어 바로 개발을 시작했다.
마침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모바일 대전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하더라. 아직 비동기 PVP가 대부분이지만 최소한 예전보다는 우리가 꿈꾸는 시장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이정도면 나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웃음)
정극민 PD: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카오스 마스터즈> 성격 상 캐주얼 유저들과는 조금 거리감이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계속 고민하고 머리를 써야 하는 게임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그런 시장이 열렸고 또 그런 유저들이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카오스 마스터즈>는 모바일 턴제 RPG고 원작인 <카오스 온라인>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실시간 AOS다. 원작이 주는 대전의 재미를 모바일에서 온전히 구현할 수 있을까?
김현민 대표: PC게임과 모바일게임이 주는 재미는 같을 수가 없다. 기술의 발전은 예측할 수 없지만 지금의 환경만 보자. 키보드와 마우스 없이, 터치와 스와이프 만으로 AOS를 한다면 과연 재미있을까? 이미 PC라는 기존 환경이 있는데 ‘모바일은 지금 환경이 이러니 이것만으로 즐겨줘’라고 말하면 누가 좋아할까?
아직 우리는 <카오스 온라인>을 100% 모바일로 옮길 수 없다. 그리고 그렇다면 불완전한 모바일 AOS를 만드느니,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라도 온전한 모바일 대전 게임을 만드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래서 게임의 이름도 <카오스 모바일>이 아니라 <카오스 마스터즈>다.
좋다. 그렇다면 <카오스 마스터즈>는 어떤 게임인가?
김현민 대표: <카오스 마스터즈>는 실시간 1:1 매칭을 엔드 콘텐츠로 하는 턴제 모바일 RPG다. 게임이 추구하는 것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원작이 갖추지 못했던 낮은 진입장벽, 그리고 원작의 재미 요소를 턴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이 중 진입장벽에 대해서는 턴 방식 자체가 충분한 답이 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적어도 손이나 눈이 느려서 ‘흡수무적’같은 것을 못할 일은 없으니까. 또한 모바일 RPG를 내세운 만큼 초반 콘텐츠는 시나리오 기반의 싱글 스테이지다. 이 과정에서 게임에 대한 학습도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정극민 PD: <카오스 온라인>의 대전의 재미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료들과의 스킬 연계, 혹은 ‘내가 스킬 맞기 직전 마법 면역의 물약 등으로 무효화시키는 손맛’을 이야기한다. 이는 결국 스킬과 스킬, 혹은 캐릭터와 캐릭터가 만드는 ‘합’이 아닐까?
그래서 극단적인 캐릭터라는 틀을 생각했다. <카오스 마스터즈>의 캐릭터는 극단적이다. 어떤 캐릭터는 쉴 새 없이 자신의 체력을 깎아 공격력을 높이고 어떤 캐릭터는 아군이 죽어야 강해지기도 한다. 유저는 이런 까다로운 캐릭터를 조합해 상대와 싸워야 한다. 극단적이기 때문에 파훼할 여지가 있고, 파훼 당할 여지가 있다. 어떻게 아군 캐릭터 간의 ‘합’을 만들고 어떻게 상대 캐릭터의 합을 부수는지가 핵심이다.
합을 맞추고 허를 찌르는 2:2 전략 전투가 핵심
<카오스 마스터즈> 개발자 플레이 영상
콘셉트만 들어서는 어떤 게임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게임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가?
정극민 PD: 싱글 플레이든 1:1 매칭이든 전투의 기본은 같다. 전투 시작 전 4명의 영웅을 골라 2명의 영웅을 선발조에, 그리고 나머지 2명의 영웅을 대기조에 배정한다. 선발조 2명은 바로 전투에 참가하는 캐릭터, 대기조 2명은 선발 캐릭터가 당하면 교체할 수 있는 캐릭터다.
전투가 시작되면 캐릭터의 ‘행동속도’에 따라 공격순서가 정해진다. 유저와 상대는 이 공격순서를 보고 대기시간에 해당 캐릭터의 행동을 미리 지정한다. 캐릭터마다 주어진 선택지는 4개다. 모든 스킬은 쿨타임이 없고 일반공격을 제외한 3개의 스킬은 마력(MP)를 소모한다. 유저는 이를 고려해 행동을 설정하면 된다. 이렇게 행동지정이 끝나면 전투가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전투의 반복이다.
단, 캐릭터마다 스턴이나 마력(MP) 흡수, 도발 등 다양한 특수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각 없이 행동을 지정하면 공격 한 번 못하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기도 한다. 상대가 아군 캐릭터 순서가 오기 전 스턴을 먹일 수도 있고, 아군이 기껏 마력을 소모해 버프를 해도 다음 순서의 적이 디스펠로 없던 일로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상대의 수를 읽었다는 가정하에.
장르가 달라진 만큼 캐릭터들의 스킬도 많이 달라졌겠다.
정극민 PD: 기본적으로 스킬의 부가 효과에 신경을 많이 썼다. 물론 장르 특성 상, 그리고 진입장벽 문제 상 원작 스킬을 100% 살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핵심만 남기고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원작과 달리 각 캐릭터는 일반공격, 공통스킬, 고유스킬, 궁극스킬을 하나씩 가진다.
고유스킬과 궁극스킬은 해당 캐릭터만 가진 고유한 능력이다. 해당 캐릭터를 대표하는 스킬이기 때문에 원작의 느낌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다. 예를 들어 ‘리버스 엘시드’ 같은 경우 주력스킬인 Q스킬보다, 유저들이 ‘광선검’이라고 애칭까지 붙인 자가버프 스킬을 고유스킬로 가지고 있다. ‘호른달’은 아예 ‘시공의 마법사’라는 콘셉트를 강화해 원작에 없던 ‘시간 흐름을 바꿔 느린 캐릭터가 오히려 빨리 움직이는 마법’을 추가했고.
반면 공통스킬은 진입장벽을 위해 새롭게 추가한 개념이다. 공통스킬은 힘이나 민첩같은 특정 ‘계열’ 캐릭터들이 공유하는 ‘스킬군’이다. 특정 계열 캐릭터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사한 캐릭터를 만나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캐릭터마다 모든 스킬을 달리 했다가는 게임을 익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만든 개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스킬군’이기 때문에 힘 캐릭터라고 모두 ‘도발’ 스킬을 가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상 캐릭터 고유의 특징은 고유 스킬과 궁극 스킬 2개뿐이다. 더군다나 궁극 스킬은 마력을 전부 소모한다는 제약 때문에 사용하기도 까다로운데, 이 둘만으로 ‘극단적인’ 캐릭터가 가능한가?
정극민 PD: 캐릭터마다 이를 보강할 패시브 스킬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리버스 엘시드’ 같은 경우 패시브로 체력이 25% 이하로 떨어지면 다음 3회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보험이 아니라, 엘시드가 가진 '자신의 체력을 깎아 공격력을 올리는 스킬'과 연계돼 그를 ‘극딜형 캐릭터’로 만들어준다.
‘적혈귀’ 같은 경우, 남은 아군이 혼자일 경우 스킬의 위력을 140% 강화시키는 패시브를 가지고 있기도 한다. 평소에는 말 그대로 마지막 발악용 스킬에 불과하지만, 앞서 언급한 ‘리버스 엘시드’나 스킬을 쓸 때마다 자신도 반동피해를 입는 ‘두발카인’과 같은 캐릭터와 팀을 짜면 말 그대로 ‘자살특공대의 끝판왕’이 된다.
참고로 이같은 조합은 실제로 내부 테스트 중 등장한 조합이다. 피해 감소 패시브가 있고 도발 스킬이 있는 ‘스톤콜드’와 디스펠 스킬이 있는 ‘리버스 레오닉’ 등의 조합에 깨지긴 했지만. (웃음)
결국 그렇게 특정 목적에 특화된 캐릭터를 다른 캐릭터로 보완, 혹은 강화하며 수싸움을 한다고 봐도 무방한가?
정극민 PD: 맞다. 2:2 전투를 만든 가장 목표가 그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카오스 마스터즈>의 캐릭터는 극단적이다. 이러한 캐릭터를 1:1로 붙이면 전략이 아니라 단순한 가위바위보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캐릭터가 한 명씩 추가된다면 경우의 수가 훨씬 다양해진다. 캐릭터가 많아짐에 따라 한쪽이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압살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공격 순서 때문에 생각할 요소도 많아진다.
김현민 대표: 내부 테스트 중 이런 일이 있었다. 상대 ‘두발카인’의 마력이 최고조에 이르러 바로 궁극기를 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마침 아군에는 두발카인의 궁극기에 죽을 수 있는 캐릭터가 존재하는 상태. 참고로 해당 캐릭터는 한 턴만 버티면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 때 테스터가 도출한 답이 무엇이었는지 아는가? ‘킹죠’의 궁극기로 두발카인을 날려 강제로 대기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마력이 꽉 찬 두발카인은 선발대 중 한 명이 죽을 때까지 나오지 못했고. (웃음)
더 화려해진 궁극기, 더 섬세해진 캐릭터를 기대해 달라
앞서 유저 간 대전을 앤드콘텐츠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앞 딴에 있을 싱글 콘텐츠의 분량은 어느 정도 되는가?
정극민 PD: 진행속도가 빠른 사용자라면 3일 후부터 대전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카오스 마스터즈>는 기본적으로 대전 게임이 아니라, 대전을 앤드 콘텐츠로 하는 RPG를 표방하고 있다. 싱글 콘텐츠에서 의미 없는 AI 대전의 반복은 없을 것이다. 주인공 ‘아그네스’가 어둠의 신 ‘라데스’에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가 있고 대전 콘텐츠에서는 볼 수 없는 거대 보스와의 대전이 있다.
<카오스 마스터즈>의 모토 중 하나가 ‘크고 아름다운 스케일’이다. 앞서 언급한 캐릭터와 스킬의 묘사는 물론, 싱글 콘텐츠에만 있는 거대보스, 매번 달라지는 스테이지 연출 등 싱글 콘텐츠에도 많이 신경 썼다. 단순히 거쳐가는 과정이 아닌, 싱글 콘텐츠 자체를 즐겨 달라.
김현민 대표: 참고로 싱글 콘텐츠의 길이는 내부에서도 계속 조율 중인 사항이다. 조만간 있을 CBT에서도 집중 검증할 대상이니 만약 싱글 콘텐츠 길이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그 때 집중적으로 말해달라.
게임의 최종 목적은 결국 실시간 대전이다. 모바일의 경우 유저들의 접속 시간이 제각각인데, 유저 풀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까?
정극민 PD: 5:5 팀플레이 게임인 <카오스 온라인>과 비교하면 상황이 훨씬 났지 않을까? (웃음) 더군다나 <카오스 온라인>은 한 판에 평균 30분 가까이 소요되지만 <카오스 마스터즈>는 길어봐야 10분을 넘지 않는다. <카오스 온라인>과 동일한 동시접속자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진행할 수 있는 경기의 수는 몇 배는 된다. 유저 풀 자체는 아직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턴 방식 게임의 강점이 있다면 연출의 자유로움이다. <카오스 온라인>의 경우, 궁극 스킬의 화려함으로 유명했는데 <카오스 마스터즈>도 그럴까?
정극민 PD: 우리 아트 디렉터가 가장 신났던 부분이었다. (웃음) 사실 <카오스 온라인>의 경우 팀 대전 게임이다 보니 이펙트가 너무 화려해도 문제였는데, <카오스 마스터즈>는 그런 걱정이 없으니까. 게임도 턴 방식이니까 카메라 앵글도 훨씬 자유롭고.
캐릭터 묘사도 훨씬 풍부해졌다. 원작에서는 아무리 캐릭터를 예쁘게 만들어도, 또는 다양한 포즈를 넣어도 시점 문제 때문에 부각되기 힘들었다. 하지만 <카오스 마스터즈>의 경우 기본적으로 ‘백뷰’ 시점인데다 캐릭터 입장 시나 전투 중 카메라 앵글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캐릭터를 훨씬 더 자세히 묘사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아름다워진 ‘아카샤’를 기대해 달라. (웃음)
<카오스 온라인>이라고 하면 게임도 게임이지만 ‘스페셜 의상’의 퀄리티로도 유명하다. <카오스 마스터즈> 또한 이런 스페셜 의상이 주요 비즈니스 모델일까?
김현민 대표: 일부 확정되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것을 밝힐 순 없다. 다만 스페셜 의상의 경우, 원작과 같이 ‘스킨’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의상 하나하나가 별개의 캐릭터가 되는 방식을 기획하고 있다. 덕분에 경우에 따라서는 4 아카샤 파티도 가능하다. (웃음)
앞으로의 일정이 어떻게 되는가?
김현민 대표: 이번 봄 안에 CBT와 정식 서비스를 모두 돌입할 예정이다. 아직 퍼블리셔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자체 서비스까지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머지않아 CBT가 시작될 예정이니 그때까지 많은 기대 부탁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