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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프레도 엄연한 게임이다” 서브컬쳐 밀어 붙이는 ‘최강의 군단’

안정빈(한낮) 2015-04-16 11:41:00

2주에 한 번씩 모델과 함께 신규 코스프레를 제작, 매달 새로운 캐릭터 테마송 업데이트, 신규 코스프레와 카툰 발굴, OST와 미니콘서트의 기획, 캐릭터 피규어 제작. 어디 이벤트 회사의 업무가 아니다. <최강의 군단> 임종균 사업실장의 일정이다.

 

게임에서 홍보를 위해 코스프레나 테마송, 카툰을 활용하는 건 이제 식상한 일이다. 다만 그것이 출시 후 6개월 넘게 이어진다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최강의 군단>이 이처럼 서브컬쳐에 매달리는 이유는 단 하나, 적절한 서브컬쳐야 말로 캐릭터의 이해를 돕고, 유저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게임의 일부’로 봤기 때문이다. 

 

“서브컬쳐를 단순히 마케팅이나 이벤트로만 볼 건 아니에요. 게임에 추가적인 생명력을 주는 존재죠” 그래서 <최강의 군단>은 서브컬쳐를 발전시킨 ‘컬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단발성 이벤트에서 벗어나 오프라인의 2차 창작 문화까지 게임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임종균 사업실장을 디스이즈게임에서 만났다. 

 

참고로 인터뷰 도중에는 <최강의 군단> 코스프레를 맡고 있는 RZ코스의 레브님과 CSL의 에키홀릭님도 합류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왼쪽부터 RZ코스의 레브, CSL의 에키홀릭, 에이스톰의 임종균 사업실장

 


■ 코스프레부터 음악까지. 최강의 군단이 추구하는 '컬쳐 프로젝트'


TIG> 올해 초부터 갑자기 제이코스, CSL, RZ코스 등과 함께 코스프레를 연재 중이다. OBT 초반이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딱히 마케팅으로 활용하지도 않는 코스프레를 연재하는 건 조금 생소하다.

 

임종균: 2015년부터 게임의 키워드를 캐릭터로 잡았다. 매달 신규 캐릭터를 넣고, 주변에서 <최강의 군단>이 어떤 게임이냐 물었을 때 헤이디어즈, 갈가마귀, B 등의 캐릭터가 먼저 떠오르게 만들자는 거였는데, 그 일환으로 진행된 게 코스프레다.

 

캐릭터를 알려면 게임에 접속하거나 최소한 인게임 일러스트나 동영상까지 와야만 알 수 있다. 반면 코스프레라면 굳이 게임에 접속하지 않은 유저들에게도 부담 없이 캐릭터의 매력을 나타낼 수 있다.

 

 

TIG> OBT 초반이라면 덜 놀랐을 거 같은데

 

임종균: (웃으며) 지금은 좀 그렇다는 건가? 맞다. 다른 게임에서는 코스프레를 주로 단발성 이벤트로 많이 진행하니까. 대신 우리는 계속된 생명력을 갖기 위한 방향으로 컬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TIG> 컬쳐 프로젝트. 뭔가 재미있어 보이는 단어가 나왔다.

 

임종균: 음. 이렇게 말해도 되려나? 요즘 현대카드에서 문화적인 어떤 이벤트 같은 것들을 잘 하는데 거기서 따 온 거다. (웃으며) 그래, 너희는 하이컬쳐를 해라. 우리는 서브컬쳐를 하겠다 같은? 게임의 바리에이션을 늘려가자는 건데 OST부터 코스프레, 웹툰 등등 다양하게 준비 중이다.

 


 

TIG> 결국 그 모든 게 '캐릭터를 잘 알리고 싶다'는 데서 나온 거고?

 

임종균: 맞다. 우리가 알리고 싶은 건 캐릭터니까. 그 생명력을 최대한 끌어내려면 게임만이 아니라 다양한 외부적인 활동을 이끌어나갈 필요가 있었다. 지금이야 코스프레나 테마송 밖에 못하고 있지만 다음 캐릭터인 '비광'부터는 피규어도 하나 만들어볼 예정이다.

 

유저간담회에서 밝혔지만 캐릭터의 목소리를 이용해 음성을 바꿔주는 휴대폰용 보이스박스도 개발 중이고, 기회가 되면 미니 콘서트를 열고 인기성우를 모셔서 라이브 공연도 하고 싶다. 다만 일단 진행할 것들이 태산이다 보니 밀리고 있다.

 

 

TIG> 미니 콘서트는 확실히 끌린다. 

 

임종균: 최근에 화란의 테마송을 가사까지 붙여서 작업을 했다. 화란 성우분이 직접 맡으셨는데 노래가 장난이 아니더라. 현재는 데릭의 테마송도 작업 중이다. 테마송이 충분하게 채워지면 OST도 내 볼 생각이다.

 

참고로 <최강의 군단>의 PVP 콘텐츠인 MFL 연주는 오디오 파트장이, 목소리는 기획자 중 한 명이 맡았는데, 사내 워크샵에서 라이브로 연주하고 목소리를 붙였더니 반응이 장난 아니었다. 이런 걸 우리만 즐기지 말고, 유저들이랑 함께 해보고 싶다는 거지. 

 

 

TIG> 그걸 아예 게임 콘텐츠처럼 모으고?

 

임종균: 일단 사이트 내부에 코스프레 게시판도 열었고, 일러스트처럼 꾸준하게 축적하다 보면 점점 더 이를 하나의 콘텐츠로 받아들여줄 유저가 늘지 않을까 싶다. 마치 게임 일러스트처럼 말이다. 같은 캐릭터도 몇 명씩 해보고, 코스프레 자체가 하나의 놀거리도 되는 거지. 어? 모델분들 오셨다.

 

지난 달 헤이디어즈 코스프레에서 레브가 직접 입었던 의상. 이후 에이스톰에 전시(?) 중이다.

 


 

■ 그 어디보다 '깐깐한' 코스프레. 그만큼 애착이 강하다

  

TIG> 코스프레 모델들이 오셨으니 코스프레로 주제를 바꿔보자. 지금까지 코스프레를 꽤 많이 했다.


임종균: 1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RZ코스와 CSL, 제이코스와 함께 진행 중인데 지금까지 공개된 코스프레가 9개고 제작 중인 게 12개나 있다. 덕분에 세 팀에 소속돼있던 분들과 거의 다 일을 하고 있다 한다.

 

초반 계획은 일주일에 하나씩 내자였는데 빈도가 너무 높으니 기존 것들이 묻히더라. 그래서 앞의 코스프레 반응에 따라서 약 2주에 하나씩 내고 있다.

 

 

TIG> 반응이 가장 좋았던 코스프레 하나만 뽑자면?


임종균: 에키홀릭님의 오드리다. 2가지 면에서 반응이 좋았는데 캐릭터 자체가 인기가 가장 많았고 에키홀릭님의 실력이 정말 폭발한 코스프레였다. 다음으로는 제이코스의 소은님이 하신 미리어드도 인기가 좋았고.

 

레브: 일단 <최강의 군단> 자체가 캐릭터마다 겹치는 요소가 없어서 할 때마다 새롭다. 덕분에 깐깐할 지는 몰라도 재미있다. 지금까지 헤이디어즈와 바리공주를 했는데 부담되는 건 맞지만, 개성도 강하고. 할 맛이 난다고 해야 하나? 일단 캐릭터가 비주얼적으로도 예쁘다.

 

 

TIG> 코스프레까지 게임 콘텐츠로 본다고 하면 꽤 깐깐하게 검수할 듯 한데?


임종균: 이게 내부에서도 다들 '덕심'이 강하다 보니까 다들 한 마디씩 거든다. 제작된 코스프레 사진은 내부에서 전체공유를 하는데, 다들 분야가 다르다 보니 보는 부분도 다르다. AD부터 원화 파트장, 원화가. 기획자까지 '이 캐릭터 성격은 이렇고요. 재질은 이렇고요. 자세는 이렇고 성격상 이건 안되고요. 설정은 이런 곳이고요' 등등을 얹다 보면 지적이 많아지는 편이다.

 

사실 거의 손을 안대는 사진도 있는데 반대로 피드백이 엄청 많은 것도 있었다. 몇 개는 아예 다시 제작한 것도 있다. 이자나미가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 주에 사진을 받아서 내부에 돌렸더니. 피드백이 산이다. 산.

 

 

가장 반응이 좋았던 오드리(왼쪽)와 미리어드(오른쪽)의 코스프레

 

 

TIG> 가장 깐깐했던 예를 든다면?


임종균: 최근 공개된 미리어드 전신사진에서 풀이 붙어 있는데 너무 테이프 느낌이 난다든가. 코스어는 하얀 스타킹을 신었는데 원래는 없다거나. 해골모양 팬던트에 눈동자 빨간 점이 없어요. 이자나미는 헤어가 고스로리에 말려서 컬이 있고 풍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몽영은 빨간 자켓을 가디건으로 입는데 사진에는 가죽이에요. 등등. 

 

에키홀릭: 오드리 사진 때는 선글라스 내려 달라는 피드백이랑 야외 촬영 배경을 죽여 달라는 피드백도 있었다. 보통은 주면 그대로 올리는데 이렇게 일일이 지적하다 보니 결과물은 더 좋다.

 

레브: 다른 업체보다는 좀 더 같이 만들어가는 느낌? 우리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 중이다. 일단.

 

임종균: 그래서 코스어들이랑 이야기 할 때도 우리를 밟고 올라서라고 한다. 우리는 깐깐하게 굴 테니까, 당신들도 그 사진으로 이력도 쌓고, 개인적인 홍보 등에 사용해도 좋다고. 참고로 지금 가브리엘 코스프레 사진을 보정 중인데 깃털 하나하나까지 디테일해야한다는 피드백이 나와서 그걸 하나하나 보정하고 있다. 깃털이 300개고, 그런 사진이 10장이다. 하하하.

 

 

TIG> 코스프레팀 3곳이 돌아가며 작업을 한다면 부담은 없나? 서로 평판도 신경 쓰일 것 같은데?


에키홀릭: 평판부담은 별 생각이 없다. 나만 잘하면 되니까. 사실 팀에서 뭘 하는 지도 모르겠고. 그냥 나 혼자 잘하면 되는 거잖아. (웃으며) 어? 다들 그런 거 아니었어? 그래도 반응이 걱정되면 주변친구들한테 주고 물어보고 그런다. 일단 공개도 안 된 사진이니까.

 

레브: 회사 대표님이 만든 단톡방이 있다. 코스프레 검증방처럼 쓰인다. 사실 나도 주변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싶은데, 그래서 매번 어깨가 들썩들썩거린다. 아. 정말. 보여주고 싶은데... 그래서 막상 올리고 나면 리트윗 열심히 체크하고 그런다. 

 

아 참! 이거 경쟁이랑 부담이야기였지? 그런 건 없고, 에키홀릭님 오드리가 너무 예쁘게 나와서 저장해놓고 지금도 가끔 보고 있다.

 

에키홀릭: 그게 오드리 캐릭터 설정 듣고 집에 있는 명품이랑 명품은 다 끌어 모아서 찍은 거다. 지금은 화란 3차 승급 코스프레 중인데, 아이디까지 다시 만들어서 전직도 하고. 그러고 있다. 일단 모토가 내가 게임에서 안 해 본 건 안 한다는 거라.

 

 

가장 최근에 공개된 화란의 3차 전직 코스프레. CSL의 에키홀릭이 맡았다.

 

 

TIG> 잠깐. 화란 3차 전직이면 레벨 140부터인데, 코스프레를 위해서 캐릭터 레벨을 올린다고?


에키홀릭: 원래 관심이 없는 건 못한다. 알지도 못하는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해? 좋아하는 것도 일로 접하면 하기 싫어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하는데. 어떻게 좋아하지 않는 것을 하겠나? 

 

 

TIG> 그렇다고 매번 캐릭터를 키울 수도 없을 텐데?


에키홀릭: 왜? 왜 못 한다는 거지? PC방에서 열심히 달리면... 어? 잠깐? 이거 내가 이상한 거야?

 

레브: 나는 일단 <최강의 군단>만 아니라 게임 자체에 울렁증이 심하다. 덕분에 에키홀릭님이 게임도 하고 그런 걸 보면 되게 부럽다. 남이 하는 걸 보거나 동영상을 찾아 보거나, 설정도 찾아서 보고, 그렇게 최대한 많이 찾아보는 방식으로 코스프레 중이다. 아니면 저기 임종균 실장님을 괴롭히거나.

 

 

TIG> 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에키홀릭: 이미 늦었지만 헤이디어즈도 하고 싶다. 저기, CSL말고 그냥 에키홀릭이라고 나와서 혼자 하면 안돼요? 개인적으로. 너무 서운해서 헤이디어즈를 키우던 계정을 버렸을 정도다. 그리고 마리도 하고 싶고. 백설도 하고 싶었고. 아, 정말 많다.

 

레브: 개인적으로는 하임달. 근데 정작 그건 CSL이 가져간다.

 

에키홀릭: 어? 그거 우리팀에서 해요? 아, 난 진짜 우리팀 일에 관심 없나봐. 맞다. 비광도 하고 싶었는데. 그것도 우리팀 피온이... 비광 완전 매력 있는데...

 

레브: 이거 뭐 트레이드라도 해야할 판인데요?

 

 

RZ코스의 레브가 준비 중인 바리공주 코스프레.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서브컬쳐도 '게임 콘텐츠'다"


TIG> 이야기 좀 정리해보자. 아까 캐릭터를 알리고 싶다 말했는데 <최강의 군단>은 그러기에 너무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일단 캐릭터가 너무 작다.

 

임종균: 맞다. 다만 캐릭터성에서 인게임 모델링은 아주 일부라 본다. 캐릭터의 생명력을 즐기는 분은 세세한 설정에 더 열광한다. 누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누구랑 잘됐으면 하는 것들에 대한 매력?

 

대신 인게임에서는 액션의 매력을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라 공주는 튜브를 끼고 쭉 파도에 올라타고, 화란은 장승을 꺼내고, 데릭은 굳건히 버티며 주변 캐릭터를 보호하는 등의 액션성이다.

 


TIG> 그래서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효과가 있던가?


임종균: 사실 이게 효과를 확인하기가 되게 어렵다. 얼마를 넣으면 얼마의 효과를 본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게시판 조회수 페북이나 트위터 공유 수, 댓글 수 등으로 파악 중인데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의도한 대로 효과를 보는 것도 있고, 반응이 약해서 아쉬운 것도 있고 그렇더라.

 

다만 인기도 없는 우리 게임이(...) 트위터에서 엄청난 2차 창작물을 쏟아내고 있고, 각종 코스프레 행사를 가도 몇 팀 씩 꼬박꼬박 보이고, 유저들의 자체 행사까지 하는 걸 보면 반응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이런 거 찾아 다니는 게 일이다.

 

 

TIG> 결국 <던전앤파이터>나 <사이퍼즈>에서 해왔던 '아래부터 올라오는 마케팅'의 연장으로 보인다.


임종균: 마케팅 자체는 목적이 아니다. '덕질할 여지'를 만들어줘서 유저들을 붙잡는 방식인데 <최강의 군단>에서는 보다 대대적으로, 꾸준히, 개발사가 직접 나서서 한다고 보면 될 거다. 일단 지금 갖고 있는 캐릭터 설정만 200명이 넘는다. MFL까지 포함하면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도 100명이 넘고, 파고들 여지는 충분한 셈이다.

 

덕분에 수확도 있는데 3월 말에 동인행사를 가봤더니 <최강의 군단> 코스프레만 30명이 넘었다. 관련상품도 많이들 파시는 바람에 꾸준히 모으다 보니 지갑을 걱정할 상황이다. 대규모 광고를 통해서 위에서 내려오는 마케팅도 좋겠지만, 이렇게 아래부터 저변을 튼튼히 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보면 훌륭한 방법이 될 거라 믿는다.

 

 

지금까지 구입한 관련상품은 한 곳에 차곡차곡 모아서 보관 중이다.

 

 

TIG> 업무부담도 꽤 많을 것 같은데? 회사 입장에서는 코스프레부터 음악까지 전부 돈이잖나?


임종균: 지출이야 당연히 많고, 사실 업무는 7할을 혼자 한다. 대신 나머지는 전 직원이 돕는다. 다들 캐릭터를 만드는 사람들이니까 자기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애정이 지나친 사람도 있고. 그래서 한층 수월하게 다들 돕는 그림이 그려지는 듯하다.

 

 

TIG> 마케잉이 아닌 '콘텐츠'라는 점을 굉장히 강조하는 중이다. 


임종균: 아까도 말했지만 정말로 게임 콘텐츠 중 일부라고 생각한다. 헤이디어즈 코스프레 정도만 마케팅으로 활용했고, 솔직히 코스프레 한다고 보도자료도 잘 안 보내는 걸 알 거 아닌가? 우리한테는 게임 콘텐츠니까 굳이 특별하지 않고 알릴 일도 없는 거다. 

 

큰 그림에서는 음악과 만화 등을 고루 생각 중인데, 어느 정도 그려지고 나면 계획들이 보일 듯하다. 그때가 되면 아까 말한 미니 콘서트도 하고, 코스프레에서 입었던 복장들을 아바타로 쭉 전시도 하고 그래야지.

 

 

<최강의 군단> 유저들이 진행하는 테마카페 무한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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