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관은 그 동안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피력해왔다. 2002년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산업발전법(이하 온디콘법)’이 만들어지면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콘텐츠를,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는 디지털 콘텐츠를 맡게 됐다.
당시 정통부의 정부 종합계획 책임직을 맡았던 이는 현재 한국 VR 산업협회 임시위원장직을 맡은 서강대학교의 현대원 교수. 현 교수는 지난 2002년부터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산업발전법에 대해 정보통신부로부터 디지털 콘텐츠 정부 종합계획 수립 책임자로 역임해왔다.
현 교수는 당시 정통부가 디지털 콘텐츠를 특화한 이유에 대해 당시 온라인 기반으로 형성 중인 디지털 생태계가 더욱 자유로운 환경으로 조성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콘텐츠 산업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가졌다. 최근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밝힌 전세계 VR 시장 규모로만 봐도 720억 달러 규모의 2007년 전세계 가상현실 시장이 2012년 1,380억 달러, 2020년 3,910억 달러에 이어 오는 2030년에는 1조 4,367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받쳐주지를 못했다. 12~3년 전 디지털 콘텐츠를 우리나라의 성장동력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인력 양성 및 기술 개발, 해외 진출에 대한 청사진까지 마련했지만,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았다. 성장과 규제가 반복됐기 때문에 원래 계획과는 달리 엇박자로 흘러갔다. 정부가 바뀌면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다시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자 했으나 여전히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 한국은 올해가 가상현실의 원년, 우리에게도 충분한 기회는 있다
이런 흐름을 지나 2013년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정부 종합계획을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맡게 됐다. 조직 개편에 따른 이관, 배치 등 2년간 여러 과정을 거쳐 지난 6월이 돼서야 디지털 콘텐츠 산업발전에 대한 종합정책을 내놓게 됐다. 가상현실(VR) 사업이 이 안에 포함되어 있다. 실감 콘텐츠, 홀로그램, 증강현실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미래형 콘텐츠인 AR, VR 등 가상현실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움직임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협회 설립까지 이어졌다.
현 교수는 아직 가상현실 산업이 완성형 단계는 아니어서 우리에게도 시간과 기회는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어떻게 보면 올해가 원년입니다. 종합계획에 대한 내용이 발표되고 시행 조치 내용도 점차 마련되고 있습니다. 또한, 방향성과 함께 많은 군소업체들에게 어떻게 하면 정책적으로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미래형 콘텐츠를 대표할 수 있는 ‘한국 VR 산업협회’ 설립에 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정부 사업 집행, 방향성을 모색, 협업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선순환 흐름을 위한 중심체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한국 VR 산업협회가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현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가상현실에 대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업계 종사자들로부터 많은 기대감을 한몸에 받았다고 밝혔다. 업계의 목마름이 눈에 보였다고 말했다. 기대감을 받으면서 동시에 지난 정부 때 디지털 콘텐츠가 성장동력으로서 모멘텀을 많이 놓쳐 정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함도 들었다며 협회 구성에 대해 더욱 신중함을 기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밝혔다.
■ 업계 종사자 중심의 협회로 구성, 그들의 몫으로 돌아가야
한국 VR 산업협회는 학계에서부터 설립 움직임이 있었지만, 구성원 80%가 업계 종사자로 이루어져 있다. 10%는 공공 연구기관이다. 관련 산업에 대한 연구 및 개발한 학계 관계자는 2~4명 정도다. 10%가 안 된다.
현재는 현 교수가 임시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협회 구성이 잘 된 다음에 자연스럽게 업계 종사자들이 리더십을 가져가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현재 120개 회원사가 가입되어 있으며, 관련 산업에 대한 다수 협회, 단체도 포함되어 있다. 아직은 초반이다 보니 다른 주체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산업이 구체적으로 활성화되고 투자 주체와 리딩 섹터가 분명하다면 업계, 학계를 막론하고 누구든 협회를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형성해가는 과정입니다. 정부의 비전과 정책의지도 함께하기 위해 많은 것이 논의돼야 하는 시점이고. 산업자 모두를 끌어모으는 단계입니다."
한국 VR 산업협회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안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대략적인 조직도는 나온 상태다. 협회는 크게 5개 분과로 나뉘어 있다. 사업, 대외협력, 기술, 정책, 기획 등이다. 그렇다고 준비 단계에서 종사자들의 의견이 오롯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규모, 계획을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밀실행정이나 다름없으며 활동과 공은 종사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 때문이다.
‘사업분과’는 가상현실과 관련된 인증 및 기술검증 테스트베드 역할을 통해 민관학 협동사업을 통해 인력을 양성한다. 물론 직접 하는 것이 아닌 예산을 받아 컨소시엄 업체에게 맡긴다. ‘대외협력분과’는 회원사의 원활한 해외교류를 지원한다. 투자 촉진이나 협회 관련 홍보도 맡게 된다.
‘기술분과’는 가상현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표준화도 마련되어야 하므로 이와 관련된 담당 업무를 맡는다. 전문성이 강조되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초기 분과장은 한 중소업체에게 말씀 드렸다. 학계, 대기업은 없다. ‘정책분과’는 협회 의견과 회원사의 의견을 모으는 역할로 가상현실 관련 법안 등 제도적인 측면에 있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
표준화 특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거나 해외 가상현실 산업에 대해 조사하는 역할도 맡는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관계자도 있다. 산업을 위한 법제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기관이 포함됐다. 마지막 ‘기획분과’는 한국 VR 산업협회의 운영, 살림을 맡는다.
■ 본격적인 움직임은 정식 출범 이후, 리딩 기업 및 관련 모임도 가질 예정
한국 VR 산업협회는 오는 9일 누리꿈스퀘어 대회의실에서 창립총회를 통해 정식 출범한다. 출범 절차를 밟은 이후 오큘러스, 삼성전자 및 엔비디아, AMD 등 관련 기술 리딩 기업들에게도 자문 및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교수는 “한국 VR 산업의 발전을 위해 관련 기술 리딩 기업들의 도움 및 자문도 필요하므로 꼭 요청 드리겠습니다. 많은 도움 주시면 좋겠습니다”라며 적극 협조를 요청했다.
업체에 대한 적극적 투자 유치도 나설 계획이다. 현 교수는 콘텐츠 산업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투자, 육성되는 구조가 하이리스크 비즈니스로 되어 있어 벤쳐회사에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금융권에서 아직 가상현실에 대해 매력적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의 경우, 가상현실 산업이 활성화되자 자금과 인력이 대거 유입되고 있습니다. 그래픽이나 게임, 타 산업에 종사했던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어요. 자금이 따라주고 시장이 열린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는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 의지 표명도 없고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신중하게 관망만 하는 정도로 머물렀습니다.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봅니다."
현 교수는 제대로 된 접근과 에너지를 모아 공적, 사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며 정부에서 트리거 역할을 해주고 벤처캐피털에서 밀어주는 형태가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대형 프로젝트 지원에 나서면서 오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VR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해외 기술 트렌드에 대해서는 협회 설립 후 많은 해외 업체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수시로 열 것이며 북미의 한미게임개발자모임 등을 통해서 해외 트렌드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 구성원들과도 다양한 컨퍼런스도 계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