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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길드워 챔피언은 어떻게 모바일게임 개발 스타트업이 됐을까?

<길드워> 챔피언의 모바일게임 도전 스토리

임상훈(시몬) 2014-07-22 13:06:23
게임을 함께 하던 사람들이 모여 게임을 만든다. 디스이즈게임 톱기사가 될 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그 게임의 세계 챔피언이고, 전세계적으로 열광적인 응원을 받았던 팀이라면? 그리고, 그 게임이 <길드워>였다면?

<길드워> 월드 챔피언 ‘더라스트프라이드’ 주요 멤버들이 뭉쳐 모바일게임을 만들고 있다. 그들은 어떻게 다시 뭉쳤을까? 게임을 잘 플레이하는 것과 잘 만드는 것은 매우 다른 일인데, 그들은 왜 자신하고 있을까? 엔젤게임즈(NgelGames) 아래 다시 모인 <길드워> 세계 최강 전사들을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시몬


[길드워&엔젤게임즈] ① 길드워 챔피언은 어떻게 모바일게임 개발 스타트업이 됐을까?

[길드워&엔젤게임즈] ② 길드워 챔피언이 뭉친 게임회사 '엔젤게임즈' 이야기

[길드워&엔젤게임즈] ③ 엔젤게임즈가 꿈꾸는 보드 위 익사이팅한 배틀 '모두의 탑'



더라스트프라이드의 영광


<길드워>(2005년)는 엔씨소프트 미국 진출의 결실이었다. 개발사 아레나넷은 엔씨소프트, 아니 국내 게임사를 통틀어, 해외 스튜디오 투자 사례 중 최고의 성과를 냈다. <길드워>는 작품성을 칭송받았고 흥행에 성공했다. 길드 사이에 벌어진 8대8의 전쟁은 전략적인 재미가 빼어났다.

<길드워>는 북미와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였다.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마니아가 꽤 있었지만, 대중적으로 흥행에 실패했다. 기존 MMORPG나 FPS 유저들은 다소 어려워했다. 그래픽도 대중적 기호와 결이 달랐다. 북미나 유럽 유저 규모에 비해 국내 유저풀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터무니없는 것은 또 하나 있었다. <길드워> 세계 챔피언은 우리나라 길드였다. 피겨스케이트 계의 김연아 같은 케이스였다. 초창기에는 ‘워머신’ 길드가 막강했다. ‘워머신’은 얼마 후 분화를 겪었다. 젊은 멤버들을 중심으로 ‘더라스트프라이드’(The Last Pride)가 생성됐다. ‘더라스트프라이드’는 질주했다. 래더 경기가 시작한 2005년 이후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모든 대회를 석권했다. 

▲<길드워> 월드 챔피언십 우승 챔피언십 래더 1위 인터세션 래더 1위 팩션 챔피언십 시즌 1·2 1위 


해외 인기는 엄청났다. 고정된 ‘정석 빌드’를 깨며 연전연승하던 그들의 플레이는 탄성을 자아냈다. 능숙하게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잘했다. 관중들은 그들의 별명인 ‘Evil’을 외쳐댔다. 아레나넷은 PvP와 관련된 조언을 요청했다. <길드워> 유저들 사이에서 그들은 슈퍼스타였다. <길드워> 길드전에 필요한 최소인원 8명만으로 이뤄낸 쾌거였다.


신기루처럼 사라진 영광, 헤어짐


영광의 유효기간은 길지 않았다. ‘더라스트프라이드’는 2006년 11월 마지막 비공식 대회를 끝으로 <길드워> 활동을 접었다. 2005년 11월 결성 이후 1년 만이었다.

<길드워>의 국내 흥행이 실패했고, 열리던 공식 대회들이 중단된 탓이었다. 멤버들은 20대 초반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뜨겁고 중요한 시기, 개인사를 제쳐놓고 <길드워>에 에너지를 쏟아넣었다. 정상에 올랐다. 그 게임이 더이상 그들의 열정을 받아주지 못했다. 멤버들은 뜨거웠던 마우스를 손에서 놓았다. 차가운 현실을 맞이했다.

리더였던 ‘마스터’(박지훈)은 학교(경북대 컴퓨터공학과)로 복귀했다. 후일 엔젤게임즈에 합류할 ‘단장’(이경표)과 ‘우노리’(정인철)는 곧바로 군대에 입대했다. 다른 멤버들도 학교로, 군대로 흩어졌다. 



‘워머신’과 ‘더라스트프라이드’를 거치며 누렸던 ‘세계 최고’의 영광은 신기루처럼 하루 아침에 사라져버렸다. 당시 나는 <길드워>를 취재하던 중 이 멤버들과 자주 만났다. 세계 대회 우승에 덩달아 신났다. 군대 가는 멤버는 디스이즈게임에 찾아왔고, 나는 술을 퍼줬다.

박지훈은 2009년 고향에 있던 온라인게임 개발사 KOG에 입사했다. 곧 인정받기 시작했다. <길드워> 세계 챔피언답게 게임에 대한 이해가 깊었고, 달릴 줄 알았다. 군대에서 돌아온 이경표는 학교로 복학해 경영을 공부했고, 정인철은 그래픽학원을 다니며 아트 쪽을 공부했다. 

“언젠가 함께 게임을 만들겠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고, 각자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던 거죠.” (이하 인용은 박지훈 엔젤게임즈 대표)


<길드워 2>, 피우지도 못하고 져버린 꿈


2012년 막 모바일게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박지훈은 직접 자신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느꼈다. 몇몇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어렴풋이 구상을 하고 있었다.

그때 북미에서 <길드워 2>의 소식이 들려왔다. 아레나넷에서도 테스트 계정을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 진출한 해외 스폰서로부터 <길드워 2> 프로팀을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30세에 접어든 쉽지 않은 나이였지만, <길드워>에서 못 다 이룬 꿈을 마지막으로 풀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활동했던 기존 멤버들로 팀을 만들 수 있다는 조건 하에 프로팀을 창설하기로 했죠.”

‘더라스트프라이드’ 원년 멤버들과 중간에 합류한 멤버들이 모여 <길드워 2> 프로팀이 만들어졌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합숙훈련을 했다. 게임이 한국에 나오고, e스포츠 대회가 열리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기대와 달리 10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스폰서는 지원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접었지만,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 이 시기에 초창기 스타 프로게이머들을 많이 만났는데, 다들 스폰서의 지원 없이는 미래가 불투명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많이 아쉬웠죠. 게임을 정말 좋아하고, 열심히 하고, 다른 이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전달했던 사람들이었는데. 미래에 대해 고민해보게 됐습니다.”

고민의 결론은 게임 개발이었다. <길드워 2>로 돌아오기 전 준비했던 것으로 다시 돌아갔다. 프로게이머와 게임개발자로서의 경험을 동시에 살린 멋진 게임 만들기. ‘엔젤게임즈’는 그렇게 태어났다.


엔젤게임즈로 합류한 더라스트프라이드


<길드워 2> 프로팀의 해체 이후인 2013년 6월, 엔젤게임즈의 주요 개발자들이 모였다.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며 손발을 맞춰왔던 멤버들이었다. 첫 게임의 뼈대가 만들어졌다. 곧이어 <길드워> 전장을 누비며 수많은 승리를 함께 했던 ‘단장’(이경표)과 ‘우노리’(정인철)가 합류했다. 서울에 살던 그들은 가방 하나만 싸들고 곧장 대구로 내려갔다.

"스타트업으로 월급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울 친구들을 대구로 부르는 게 마음에 걸렸어요. 빨리 함께하여 경험을 공유하며 성장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머뭇거리게 됐죠. 그런데, 이 친구들이 '혹시 그런 이유라면 신경 쓰지 말라'고 먼저 이야길 하더라고요. 자기들도 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라고. 그냥 옷가지 몇 개 챙겨들고 대구로 내려온 거죠."



그렇게 다시 모인 ‘더라스트프라이드’ 멤버들은 <길드워>를 플레이하던 시절처럼 게임을 만들고 있다. 열정도 열정이지만, 게임을 만드는 방식도 <길드워>를 했던 식이다.

‘더라스트프라이드’의 플레이스타일은 무척 공격적이었다. ‘마스터’(박지훈)는 늘 상대의 진영과 전략을 흔들기 위해 공격적인 스타일로 단독 플레이를 했다. 8대8 게임에서 한 명이 단독 플레이를 하는 것은 꽤 위험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챔피언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뒤에서 팀을 정비하고, 마스터가 성과를 낼 때까지 버텨냈던 ‘단장’(이경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이가 어린 ‘우노리’(정인철)은 최고의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미친 듯이 고민하고 연습하던 멤버로 기억된다.

“게임에서는 제가 아빠, 단장은 엄마, 우노리는 열 손가락 중 가장 아픈 아들이었죠. 회사에서도 비슷한 것 같아요. 게임 디렉터이지만 대표이기도 한 저는 외부 활동이 많죠. 그래도 우리 팀은 정말 알아서들 열심히 개발합니다. 힘든 상황이지만 모두를 다독이고 보다듬어 주는 경영팀 단장의 역할이 크죠. 우노리는 현재 모바일게임에서 무척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UI(유저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1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는데,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죠. 최근 UI는 보는 사람들마다 오래된 경력자가 디자인한 것 아니냐고 물을 정도죠. 무척 예쁜 녀석입니다.”


게임이 가진 멋진 힘


세상에 거의 모든 것들이 그렇듯, 게임에게도 단점이 있다. 일부에서는 인과관계을 뒤집고, 다른 요인은 덮으며 그것만 부각시켜 게임을 죽이려 한다. 그런 그들이 들으면 싫어할 만한 사례가 있다. 엔젤게임즈 내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엔젤게임즈는 두 그룹의 멤버로 구성돼 있다.

박지훈 대표와 함께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했고, 기존 회사를 퇴사한 멤버
박지훈 대표와 함께 <길드워>를 플레이하며 세계 챔피언을 경험했던 멤버

이 두 그룹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대면한 것은 2013년 부산, 지스타 때였다. 박 대표는 사무실이 아닌 외부 공간을 택했다. 딱딱하지 않은 곳에서 만나면 좀더 빨리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실패했다. 당시 분위기는 썰렁했다. 당연했다. 그들은 생면부지였다. 달랐다. 30년 가까이 살아온 곳도, 쓰는 억양도. 경계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 경계는 꽤 빨리 지워져버렸다. 게임 덕분이었다.

"'게임'이라는 공동의 취미가 있었던 거죠. 지스타 후 3주 정도 철야로 달렸습니다. 퍼블리셔 테스트를 위한 빌드 일정을 맞추느라고요. 그렇게 달려서 일정이 잘 마무리되고 하루 전체 휴가를 가졌죠. 그런데 오랜만의 휴가에 다들 멍했던 거예요. 대구로 내려온 녀석들도. 개발만 하던 개발자 녀석들도. 오후에 회사에 나와보니, 게임방인 줄 알았어요. 다들 같이 <리그오브레전드>를 하고 있더군요. 다들 하나둘 회사로 나와 같이 게임을 하고 있었던 거죠. 아마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그 뒤로 오래지 않아 경계의 흔적조차 찾기 힘들어졌죠. 사람을 묶어주는 데 게임의 힘은 위대한 것 같습니다." 


위쪽 대회 우승 사진과 이 사진에는 3명의 동일 인물이 등장한다. 이 사진 맨 왼쪽이 '마스터' 박지훈, 모자를 쓴 멤버가 '단장' 이경표, 맨 오른쪽 의자에 앉은 이가 '우노리' 정인철이다.


이질적인 멤버들은 함께 철야로 게임을 테스트하며 서로의 열정과 능력을 믿게 됐고, 게임을 플레이하며 친해졌다. 


그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


최근 <길드워 2> 프로팀을 통해 더라스트프라이드에 합류한 '순진이'(안지훈)가 회사에 합류했다. 대전에서 달려왔다. 경기도에 사는, 아직 안 온 멤버는 사무용 의자를 공장 가격에 공수하도록 도와줬다. 회사가 커지면 더 많은 라스트프라이드가 합류할 것이다.

“가장 막내였던 멤버는 지금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도 머지않아 합류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죠. 다른 멤버들도 각자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기에 합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길드워>를 플레이하며, 다들 스스로 항상 최고가 되길 원했고 각자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내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알아서 거기에 대한 준비를 하는 듯합니다.”

<길드워>의 뜨거웠던 경험이 그들을 다시 모이게 했다. 만드는 게임도 그들이 즐겼던 게임의 프레임을 벗어날 수 없다. “저희의 궁극적인 개발 목표는 e스포츠 시장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겁니다. 그 시작으로 현재는 ‘보드 기반의 배틀 RPG’를 개발하고 있죠. 보드라는 쉽고 직관적인 전장에서 나만의 전략과 전술과 상대방과 경쟁하는 게임입니다.”

그들이 만들고 있는 게임에 관한 이야기 만들고 싶은 게임에 관한 이야기 게임을 함께 했던 팀이 함께 게임을 만들며 벌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 등은 관련 기사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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