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K-POP) 콘셉트의 <리그 오브 레전드> 걸그룹 'K/DA'가 전 세계에서 인기몰이 중입니다. 이달 초 유튜브에 공개된 K/DA의 데뷔곡 'POP/STARS'는 현재 뮤직비디오, 라이브 통산 1억 뷰를 돌파했습니다. (11월 27일 기준 뮤직비디오 8천 819만 뷰 + '롤드컵 2018' 라이브 1천 323만 뷰)
'POP/STARS'는 공개 24시간 만에 616만 뷰 이상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프로듀스 48>을 통해 결성된 걸그룹 아이즈원의 '라비앙로즈'가 10월 말 유튜브에서 24시간 만에 기록한 455만 뷰를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아이즈원의 기록은 케이팝 아이돌 그룹 데뷔곡 중 가장 높은 기록이었는데, 가상의 아이돌 K/DA가 이를 뛰어넘은 것입니다.
롤드컵 두 달 앞두고 발표된 타이틀곡 '라이즈'(RISE) 뮤직비디오가 9월 26일에 올라와 현재 7천 428만 뷰를 기록 중인데, 11월 3일 롤드컵 결승전 직전에 나온 'POP/STARS' 뮤직비디오는 벌써 8천 819만 뷰를 기록 중입니다. 'POP/STARS'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오르고 있어 시일 내 1억 뷰를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K/DA의 출발은 <리그 오브 레전드> 스킨이었습니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10월 9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신규 스킨 K/DA를 공개했습니다. 당시 공개된 스킨은 ▲ K/DA 아리 ▲ K/DA 아칼리 ▲ K/DA 이블린 ▲ K/DA 카이사 ▲ K/DA 카이사 프레스티지 에디션이었습니다.
무대의상과 비슷한 챔피언의 복장, 춤과 노래를 동시에 소화하기 위해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한 모습은 걸그룹을 연상시켰습니다. 실제로 당시 라이엇게임즈가 공개한 K/DA 스킨 프리뷰 영상에는 네 명의 챔피언이 걸그룹처럼 음악에 맞춰 군무를 추는 장면이 나옵니다. 10월 초까지만 해도 K/DA에 대해 유저들이 알고 있던 정보는 '아이돌 콘셉트의 신 스킨' 정도였습니다.
PBE Preview: K/DA Kai’Sa, Ahri, Akali, and Evelynn pic.twitter.com/TiSaayB00r
— League of Legends (@LeagueOfLegends) 2018년 10월 9일
라이엇게임즈는 뒤이어 K/DA 유니버스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현재 소개 페이지에는 첫 곡 'POP/STARS'에 대한 소개, 멤버 프로필 등이 나와 있습니다. 멤버 프로필을 살펴보면, 리더이자 리드보컬인 아리는 2013년에 케이팝 신인상을 받은 바 있고 다섯 개의 싱글을 발매한 뒤 휴식기를 가졌다고 합니다.
이블린의 취미는 '고급 차 수집'인데, 'POP/STARS' 뮤직비디오 시작은 이블린이 슈퍼카 보닛 위에 앉아있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리드 댄서인 카이사는 어릴 적부터 서울, 홍콩, 뉴욕, 케이프타운 등 다양한 지역에서 자랐고, 뮤직비디오에서 화려한 랩을 선보이는 아칼리는 래퍼가 되려고 배우던 무술을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리드 보컬, 서브 보컬, 리드 댄서, 래퍼로 이루어진 멤버 구성은 케이팝 아이돌 그룹 특유의 멤버 구성을 차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멤버별 취향, 성격, 이력을 알 수 있는 프로필도 가상 설정인 K/DA를 실제 아이돌처럼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소개 페이지에는 가상 인터뷰인 'K/DA 인사이드'가 공개되어 있는데, K/DA의 세부 설정이 비단 스킨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예고했습니다. (바로가기)
[K/DA 페이지에 공개된 소개글]
K/DA가 히트곡 'POP/STARS'로 폭발적인 사랑을 얻고 있습니다. 팬들마저 속이는 트레이드마크인 꼬리부터 스튜디오의 환상적인 분위기까지, 팬들은 K/DA의 파격적인 감각에 열광하고 있는데요.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아리의 말처럼 K/DA는 월드 투어를 통해 전 세계에 자신들의 음악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주걸륜과 어게인스트 더 커런트(Against The Current)가 함께 공연한 작년 롤드컵 결승전 무대. 중화권 최고의 스타와 떠오르는 팝 록 밴드의 만남으로 눈길을 끌었던 작년 무대는 실시간 렌더링 기술로 구현된 '장로 드래곤'으로 '화룡점정'이 되었습니다. 라이엇게임즈는 이 무대로 '스포츠 에미상'을 거머쥐었는데요. '스포츠 에미상'은 올림픽, 월드컵, 슈퍼볼 등 대규모 스포츠 행사의 세리머니 중 가장 돋보인 세리머니에게 주는 상입니다.
이렇게 롤드컵 결승 공연은 현장 무대, AR(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애니메이션 등이 합쳐진 디지털 콘텐츠로 널리 인정받습니다. 올해 롤드컵 결승 무대는 오늘의 주인공 K/DA가 장식했습니다. K/DA의 무대는 작년 롤드컵 결승전과 마찬가지로 현장 무대, AR로 구현된 네 명의 챔피언, 'POP/STARS'의 뮤직비디오가 조화를 이룬 복합 디지털 콘텐츠였습니다.
현장에서 롤드컵 결승전을 지켜본 기자도 K/DA의 결승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 무대에서는 홀로그램 챔피언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네 명의 공연으로도 충분히 강렬한 무대였습니다.
아리, 이블린, 카이사, 아칼리 네 명의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에는 담당 성우가 있지만, 'POP/STARS'는 한국 걸그룹 '(여자)아이들' 멤버 미연, 소연과 미국의 팝 디바 '매디슨 비어'(Madison Beer)와 '자이라 번스'(Jaira Burns)가 녹음했습니다. 2018년 롤드컵 결승전 무대에는 녹음에 참여한 4명이 나와 'POP/STARS' 노래와 안무를 선보였습니다.
뮤직비디오의 애니메이션과 결승전 무대의 홀로그램 동작도 이 4명의 '모션 캡처'로 구현된 것입니다. 미연과 소연은 'K/DA' 활동과 관련해 미국 빌보드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내 춤과 입술 모양이 아리에 나타나는 것을 보고 엄청 놀랐다", "모션 캡처 중 아칼리처럼 느끼고 행동하려 했다"며 모션 캡쳐 참가 후기를 밝혔습니다.
K/DA는 결승전 축하 무대에서 짧은 시간에 전 세계에 주목할 만한 데뷔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2018 롤드컵 결승전을 통해 공개된 K/DA는 엄청난 반응을 몰고 왔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리그 오브 레전드> 팬층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POP/STARS는 높은 유튜브 조회수 외에도 여러 차트에서 성과를 나타냈습니다. 라이엇게임즈는 이달 중순, 보도자료를 통해 "POP/STARS가 벅스를 비롯한 국내 음원사이트 순위 상단에 지속적으로 랭크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POP/STARS는 미국 아이튠즈 '케이팝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고, 'POP 차트' 기준으로 최고 4위까지 올랐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중음악 순위 차트인 '빌보드'도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리그 오브 레전드>가 가상의 케이팝 걸그룹인 K/DA를 공개하고 e스포츠 음악의 미래를 알렸다"라며 K/DA의 등장을 주목했습니다.
게임 웹진 유로게이머는 "K/DA의 POP/STARS는 놀랄 만큼 능수능란한 작품이며 아티스트와 애니메이터의 놀라운 업적"이라고 칭찬했습니다. 폴리곤도 "<리그 오브 레전드> 팬 이외에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간지나는(bad-ass) 디자인과 좋은 음악"이라고 호평했습니다. 연예 전문지 버라이어티도 "실존하지 않는 그룹인데도 생각보다 괜찮은(not bad)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위의 세 가지 외신 보도와 마찬가지로 K/DA의 POP/STARS을 호평한 웹진 버지(VERGE)는 "K/DA의 계속된 폭발에 힘입어 놀라운 팬 창작물이 계속 나오고 있다"라며 유저가 만든 2차 창작물 12가지를 연이어 공개했습니다. 오상헌 라이엇게임즈 e스포츠 사업총괄은 지스타 국제 게임 콘퍼런스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만들어 유저 참여를 유도한다"라고 말했는데, 바로 K/DA가 그렇습니다. (바로가기)
실제로 온라인에는 코스프레, 커버 댄스, 팬아트 등 팬들의 K/DA 2차 창작물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어제(26일),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하트 퍼프(@heart_puff)는 90년대 일본 만화 화풍으로 그린 K/DA의 팬아트를 올려 2만 9천 '좋아요'를 기록했습니다. 아래는 팬들의 손으로 재탄생한 K/DA의 모습입니다.
Kill / Death / Assist #LeagueOfLegends #KDA pic.twitter.com/OvB3plNGjx
— (@heart_puff) 2018년 11월 25일
팬들이 이렇게 K/DA에 대해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보낸 가운데, 원작자 라이엇게임즈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K/DA의 다음 노래도 나올 수 있을까요?
우선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K/DA의 향후 행보에 공식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디스이즈게임과의 통화에서 "후속곡 등 K/DA의 향후 활동에 대해 정해진 바는 아직 없으나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이어서 팬아트, 코스프레 등 팬들이 직접 만든 K/DA 콘텐츠에 대해 "멋진 K/DA 2차 창작물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각자의 상상력이 덧붙여져 원작 못지않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바로 콘텐츠의 특징"이라며 앞으로의 2차 창작물도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스킨으로 출발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e스포츠 음악의 미래"가 된 K/DA.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