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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핵심은 레벨 업과 무기, '잠재한 힘'이라는 일종의 특성이다. 보스 및 강력한 적을 사냥할 때마다 그 자리에서 랜덤한 무기 혹은 잠재한 힘을 얻을 수 있는 영혼이 생성된다. 무기는 랜덤한 전기와 부가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이 부가 효과는 해당 무기를 착용하지 않더라도 효과가 적용된다. 잠재한 힘은 '주위에서 출혈 발생 시 공격력 증가', '일정 시간마다 휘검 생성', 'HP 증가' 등 캐릭터의 강함을 늘려 주는 효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최대한 보스를 많이 사냥해 각종 무기와 잠재한 힘을 충분히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스토리 부분에서는, 각 캐릭터에게 할당된 개별적인 서사가 있다. 특정한 캐릭터를 많이 플레이할수록 해당 캐릭터의 이야기를 담은 일기가 해금되고, 최종적으로는 캐릭터의 개인적인 서사를 유추할 수 있는 콘텐츠가 주어진다. 이 콘텐츠는 별도로 플레이하는 것은 아니고, '한 게임에서 특정 지역의 보스 처치'와 같은 개인 목표 방식으로 주어진다.



리뷰를 할 때 게임의 난이도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정말로 어렵다. 변명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 리뷰는 제한된 시간 동안 공략 없이 도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정 게임의 난이도가 어렵다고 리뷰에서 대체적으로 평가를 내렸는데, 출시 후 유저의 공략이 충분하게 이루어지면서 '그 정도의 난이도는 아니다'고 결론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엘든 링>이 대표적인 예시다.
그러나 <엘밤통>은 확실히 쉽지는 않다는 인상이다. 게임의 구조 자체가 15분 내에 신속하게 파밍을 완료하도록 요구하며, 여러 곳에 프롬 소프트웨어 특유의 난이도 설정이 배치되어 있다. 3인 플레이를 상정하고 만든 만큼 보스는 틈을 잘 주지 않으며 '나 혼자서 엄청난 딜을 욱여넣고 캐리'하는 그림은 나오기 쉽지 않다. 성장 자체가 레벨 업을 제외하면 거의 랜덤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솔로 플레이도 가능하긴 하나,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누킹을 극대화할 수 있는 레이디를 선택하고 출혈 빌드를 대표하는 무기 '시산혈하'와 각종 출혈을 강화시켜 주는 특성이 예쁘게 붙어서 나오면 참으로 좋겠지만, 보통 그런 판은 수십판 중 하나가 될까 말까다. 아마 게임을 접한 초반부에, 프롬 소프트웨어의 팬이라면 미야자키 히데타카 대표의 얼굴이 자주 뇌리를 스쳐지나까지 않을까 싶다.
출시 후의 공략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3인 플레이를 상정했기에 보스의 패턴이 틈을 잘 주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열심히 피해야 한 두 대를 공격하는 시간 정도가 주어지는 것이 전부다. 움직임이 빨라 따라가는 것조차 벅찬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엘밤통>은 본편 <엘든 링> 보다 '차근차근 체력을 깎아나가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 레벨과 빌드를 조합해 보스를 대미지로 단번에 찍어누르는 행위는 하기 어렵다. 보스를 잡는데 설사 10분이 넘게 걸리더라도, 패턴을 확실히 피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공략해야 한다.

더욱이, <엘밤통>은 지난 네트워크 테스트에 비해 난이도가 올라갔다. 시연 버전을 위한 개발 빌드의 시간 차이가 있으니 당연하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필드 보스의 강력함이다. 가령 특정 위치에 있는 '친위기사 로레타'와 같은 필드 보스는 네트워크 테스트 당시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보상은 평범했지만 2레벨, 혹은 1레벨에도 시간을 들이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보스였다. 게임 시작 지점 바로 옆에 위치하는 경우도 있어 거의 필수적으로 거쳐가는 보스였다.
이런 기억을 살려 <엘밤통> 정식 버전 플레이 직후 동료에게 "2레벨 보스런을 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몇 초 만에 전멸했다. 그 위치에는 친위기사 로레타 대신 '본편에서 짐승 사제 앞에 있는 가고일'이 위치해 있었고, 이 가고일은 이전 테스트에서 없었던 '강력한 적'이라는 신규 기믹을 가지고 나왔던 것이다.

특히, <엘밤통>이 기존 프롬소프트웨어 게임과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멀티 플레이가 기본이고, 보스에게 원하는 만큼 도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엘든 링>에서 사망하면 축복에서 부활해 달려가 다시 보스에게 도전하면 된다. 그러나 <엘밤통>에서는 다시 3명을 매칭해 3일차까지 가야 한다. <엘밤통>의 보스는 여러 신규 패턴과 기믹을 가지고 나오는데, 아무래도 유튜브에서 정리된 공략을 보는 것이 아니라면 빠르게 숙달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 속에서 느낀 것은 <엘밤통> 출시 후 커뮤니티에서 싸움이 종종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든 플레이어가 충분한 경험을 가지기 전까지는 실패할 때마다 게임이 답답하고, 재미 없고 나아가 짜증날 수 있는 구조다. 핑을 찍고 이동하자고 해도 혼자서 따로 놀거나, 서로가 템포를 맞추지 못하고 필드를 털어내는 속도가 느리다면 파밍 면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시 후 '괜찮게 하는 파티'를 찾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여겨진다. 같이 할 '소울 마니아' 3인이 있다면 쾌적하게 즐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출시 후 사람들은 조용하던 프롬 소프트웨어 관련 커뮤니티에 찾아가 '고인물' 파티를 찾을 확률이 높고, 커뮤니티는 갑자기 몰려온 사람들로 인해 몸살을 앓게 되지 않을까. 기자의 예측이 호들갑이었다면 좋겠다.
세팅의 재미 부족과 네트워크 문제도 리스크다. 이 부분은 출시 후 마니아들이 여러 빌드를 찾으며 달라질 수 있지만, 세팅과 무기를 조합하는 로그라이트 게임 특유의 맛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특정한 빌드를 타려고 해도 원하는 무기와 전기 그리고 잠재된 힘을 맞추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저 보스를 많이 사냥해서 조금씩 강해지고, 체급으로 게임을 밀어버리는 느낌이 강했다. 전설 무기를 얻더라도 '극적으로'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네트워크와 최적화 문제는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데이원 패치로 개선이 될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멀티플레이 타이틀임에도 프롬 게임 특유의 문제가 여전하다. 보스가 화려한 패턴을 사용하면 프레임이 급락, 심하면 잠시 멈추거나, 네트워크가 끊겨 보스가 순간이동을 하는 일이 종종 보였다. 가끔 동료와 같이 게임을 할 때마다 "프레임 드롭과 네트워크 이슈도 보스의 히든 패턴이지, 암암"이라고 농담했을 정도. 화면 찢어짐 문제도 겪어 보통 끄는 옵션인 수직 동기화를 켜 보기도 했으나 해결되진 않았다.
탐험이 중요한 게임임에도 림벨드 맵의 분량은 확실히 아쉽기도 하다. 하나의 정해진 맵에 '지변'이라는 이름으로 구조가 일부 바뀌는 정도다.

그러나 기묘하게도 <엘밤통>에서조차 프롬 특유의 게임 디자인은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수치적인 강함도 중요하지만 플레이어가 실패와 경험 축적 속에서 배우고 발전하는 것 말이다. <엘든 링>을 축약한 게임인 만큼 그 경험을 압축하는 것에는 성공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엘밤통>에서 실력척인 척도는 이외로 경험적인 측면이 크다. 특정한 지역에 숨겨져 있는 기믹을 알면 알수록, 파밍엔 효율이 붙고 플레이어가 더 강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늘어난다. 보스가 아니더라도 보상을 주는 적이 있으며, 맵 가운데에 위치한 성을 공략할 때 '지하 수로'의 보스를 공략한 후, 보스를 처치했을 때 생기는 통로를 따라 위로 올라가면 찾을 수 있는 상자에서 '보상을 한번 더' 받을 수 있다.
작은 성에 위치한 보스는 처치하고 얻는 보상이 전부가 아니다. 성곽을 따라 조그마한 방으로 들어가면 지팡이 아이템을 확정 드롭하는 무기 전시대와 주위에 있는 스카라베(처치시 탈리스만 확정 드롭), 보물 상자의 위치를 알려 주는 지도가 존재한다. 보스 뒤의 상자에서는 '석검 열쇠'가 확정 드롭된다. 스카라베의 위치는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어 나중에는 지형만 보고 찾을 수 있다.


이처럼 게임을 하면 할수록 노하우가 축적되고, 이 노하우는 플레이어 캐릭터를 충분히 육성시켜 도저히 못 깰 것 같았던 보스의 클리어에 성공하는 기반이 되어 준다. 게임 오버할 때는 정말 어려운 난이도라고 느껴지는데, 정작 클리어할 때는 이외로 상당히 쉽게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대미지가 약해 보스를 때려도 체력바가 줄어드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좌절감이 느껴지더라도, 팀원과 함께 정신을 부여잡고 차근차근 싸우다 보면 어느새 클리어가 눈 앞으로 훌쩍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보스에게 도전하기 위해 생각해야 할 요소도 있다. 각 보스는 약점을 가지고 있고, 맵에는 보스 사냥에 성공할 시 특정한 속성을 가진 무기를 드롭하는 장소가 정해져 있다. 당연하게도, 보스의 약점 속성은 맵에서 직접적으로 제공하지 않는다. 가령 '화염'에 약한 3일차 보스를 선택해 맵에 진입하면, 본래 필드에서 화염을 드롭했던 장소들이 다른 속성을 드롭하는 것으로 바뀌어 있다.
즉, 보상이 랜덤하긴 하지만, 주어진 선택지 속에서 '보스의 약점을 어떻게 공략할 것'이냐도 공략의 핵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기자의 사례를 하나 소개하자면, 화염 속성이 약점인 최종 보스를 공략할 때 아군이 건네 준 '밤불검'을 사용했다. 밤불검의 전투 기술 중 하나는 무기에 화염을 두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플레이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약점 속성 무기 제공이 의도적으로 제한된 상황 속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보스마다 주어진 특성 공략과 조합도 중요하다. 가령 특정 보스는 대부분의 시간을 하늘에 떠서 이동하기 때문에 활 쏘기에 특화된 '철의 눈' 채용이 필수적이다. 첫 보스인 '세 머리 짐승'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이 공격이 따라와서 하는 것이기에 '수호자'를 채용한 후 '방패를 들 시 적에게 노려지기 쉬움' 룬을 채용해 아군이 편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전략을 생각해볼 법 하다.


기자는 <엘밤통>의 네트워크 테스트부터 게임을 해 왔다. 리뷰까지 포함해 많은 부분을 랜덤 매칭으로 진행했는데, 위에서 언급한 시스템 덕분에 확실히 시간을 거치며 매칭되는 인원의 게임 실력이 늘어 가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처음만 하더라도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 헤메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자 핑만 찍어도 무엇을 생각하는지 서로 이해하고 한 몸처럼 움직인다. 강력한 무기를 얻더라도 남이 더 잘 활용해 줄 수 있으면 양보해 주기도 하며, 아군이 쓰러지면 어떻게든 살려낸다. 이곳저곳에 핑을 찍으며 기자에게 새로운 노하우를 전수해 주기도 했다. 서로가 '따스함의 돌'이 필드에 나오면 무조건 챙기는 모습을 보며 "이 녀석들, 진짜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진짜들은 소비 아이템도 적극 활용한다.
여담으로, 기자는 리뷰를 할 때 주로 랜덤 매칭으로 플레이했다. 아무래도 일정이 바빠 밤 9시 이후에나 게임을 할 수 있었는데, 기자의 일 때문에 밤 늦게 동료를 불러내기가 아무래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참을 기다리며 매칭될 때마다 환호를 지르고, 늘 만나던 사람과 매칭되다 보니 기묘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프롬 소프트웨어가 노린 부분이다. <엘밤통>의 스토리 자체가, 전혀 인연이 없던 캐릭터들이 거대한 재앙과 맞서기 위해 모인 것이니 말이다.


<엘밤통>은 참으로 프롬 소프트웨어다운 게임이다. <엘든 링>을 재미있게 즐겼던 마니아라면, 지금까지 사람들이 바래 왔던 확실한 멀티플레이 콘텐츠가 추가된 스핀오프 타이틀이 출시된 것이기에 재미 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시간 진행되는 로그라이크임에도 불구하고 프롬 소프트웨어 특유의 스토리 전개와 탐험 그리고 '여러 지식을 늘려 가며, 플레이어 스스로가 강해지는 재미'는 충분히 갖춰 놓았다.
그것이 아니라면 <엘밤통>은 복합적인 타이틀이 될 수 있다. 출시 후 공략과 파밍 동선이 정립된 이후라면 난이도는 당연히 낮아지겠지만, 멘땅에 헤딩하기와 같은 방식으로 도전한다면 <엘밤통>은 확실히 고통스러운 면이 있는 게임이다.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파밍을 해야 한다는 요소 덕택에 체력을 많이 잡아먹고 피로감을 유발하는 면도 있다.
분량이나 환경 변수 등의 콘텐츠가 그렇게 많지 않아 게임이 빠르게 비슷한 플레이를 반복하는 단조로운 구간으로 진입한다는 점이 결점 중 하나로 느껴지기도 한다.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의 멀티플레이는 항상 네트워크와 핵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는 점도 무시하면 안 되는 문제다.
그래도 <엘밤통>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은 타이틀이다. 엄청나게 힘을 주고 만들어진 게임도 아니거나와, 스핀오프 게임인 만큼 가격도 크게 비싸지는 않다. 에셋의 재사용이 많긴 하지만 그동안 자신들이 '잘 하던 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한 게임이기에 환영할 일이라고 본다.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지 않는다면 괜찮게 즐길 수 있는 타이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