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게임즈의 남창건 씨는 꽤 이름이 알려진 3D 게임 디자이너다. 그는 넥슨에서 <제라>의 3D 캐릭터를 담당했고, 블루사이드에서 <킹덤언더파이어 2>의 3D 캐릭터를 작업했다. 그리고 그래픽 디자너들의 경연장인 ‘도미넨스 워’에서 3D 캐릭터 부문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마이에트에서 아트 디렉터를 맡고 있는 박중민 씨 역시 게임 2D 아트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는 지스텍과 소프트닉스에서 배경과 캐릭터 원화를 담당한 이후 CJ인터넷에서 <프리우스>의 캐릭터 콘셉트 원화를 작업했다. 그 역시 도미넨스 워 2D 부문 1위를 차지한 경력을 갖고 있다.
KGC 2009에서 각자 다른 주제로 진행된 2D와 3D 분야의 강연이었지만, 두 사람이 한 말은 거의 동일했다. 게임 그래픽 아티스트로 2D와 3D에서 자신의 실력을 인정 받은 그들이 같을 길을 걸어 갈 후배들에게 해 준 조언은 무엇일까?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이번 기사는 KGC 2009 3일차 그래픽 부문의 [도미넨스 워 대회와 3D 아티스트가 나아갈 길(남창건)]과 [컨셉아트 분야의 성공과 실패(박중민)] 강연을 종합해서 정리한 것입니다.
박중민 씨는 도미넨스 워 2D 부문에서 1위의 영예를 얻었다.
■ 도미넨스 워는 “자신의 평가를 위한 작업”
두 사람은 ‘도미넨스 워’ 참가와 입상이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되는 지 알아보는 과정이었고,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그림이 다른 이에게 지적 당하는 것이 부끄러워서 공개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발전 가능성을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창건 씨는 “도미넨스 워는 승부보다 자신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의미가 있다. 대회가 매주 자기의 작업 상황을 사이트에 올리고 남들에게 평가를 받아 결과물을 내놓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찾고, 이를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제공된다”고 말했다.
특히 대회에 참가해 기획, 콘셉 디자인, 드로잉, 그리고 최종 결과물까지 혼자서 작업하면서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경험하기 힘든 다양한 과정을 거쳤고, 이것이 실제 업무의 커뮤니케이션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회가 끝난 뒤의 실력 향상이다. 모든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실력이 향상되었음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도미넨스 워 3D 캐릭터 부문 2위를 차지한 남창건 씨의 3D 작품.
■ “툴보다 자신의 감각을 키워라”
두 강연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툴(Tool)이 아닌 자신의 감각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3D 작업을 하는 남창건 씨는 툴에 너무 의존해서는 좋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툴을 쓰는 방법은 알아야 하지만 자신의 감각이 아닌 툴의 효과에만 의존한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람을 그려야 하는데 사람을 알지 못 하고 어떻게 그릴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같은 것이다.
그는 “직접 손으로 많이 그려 볼수록 3D 모델링을 할 때의 데셍력이 그대로 반영된다. 손의 감각이 부족하면 툴이 따라갈 수 없다. 실제로 최근에 등장하는 모델링 툴은 사용자의 감각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2D 분야의 박중민 씨 역시 감각을 중요성을 강조했다. 타블렛이나 포토샵 등의 툴을 이용함에 있어서 테크닉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툴을 이용한 테크닉을 습득할 시간에 오히려 자기가 그리려는 것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역시 “실제 작업에 있어서 테크닉 위주의 작업은 실력향상에 도움이 안 된다. 툴의 테크닉만을 이용한 결과물은 그림을 조립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해당 테크닉을 이해하고 그 감각을 살려서 작업에 반영해야 한다. 도구나 테크닉은 실력과 비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 “자신의 포트폴리오와 프로젝트를 착각하지 말라”
마지막으로 이들이 한 말은 다르지만 내용은 같았다. 자신의 위치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박중민 씨는 좋은 컨셉아트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로 원화의 목적은 3D 모델링을 위한 설명서라는 것이다. 3D 디자이너들에게 기획의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좋은 원화(콘셉아트)가 될 수 있다.
그는 둘째로 아티스트 이전에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테크닉을 키우고 실험하기보다 해당 프로젝트에 맞는 디자인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마지막 조건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되 대중의 눈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남창건 씨 역시 “자신의 개인 작업을 프로젝트와 별개로 계속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바로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한 워밍업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위해 프로젝트를 하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것이다.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중민 씨가 말하는 좋은 그림을 그리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