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 취재팀 기자이자 연세디지털게임교육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국순신 기자는(오른쪽 사진) 지난 9일 KGC 2009에서 ‘온라인 게임 FGT의 설계와 분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FGT는 ‘포커스 그룹 테스트’(Focus Group Test)의 준말로, 제품의 출시에 앞서 제한된 인원이나 특정 그룹들 대상으로 진행되는 테스트를 말한다.
이전에는 게임 오픈에 앞서 시장에서의 반응을 미리 확인하기 위해 소규모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CBT 이전 단계에서 개발사의 필요에 의해 중간중간 진행되기도 한다.
국순신 기자는 “FGT는 시장의 반응을 사전 점검하는 것보다는 신작의 미비한 점을 확인하고, 개선점을 발견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목적을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하지만 미비점을 확인할 때는 게임의 기초가 되는 기획 의도를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FGT에서 ‘확인’해야 할 것과 ‘존중’해야 할 것
국순신 기자는 토마스 에디슨의 명언을 예시로 들면서 “게임은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 FGT로 확인해야 할 것은 이 중에서 바로 ‘노력’에 해당하는 부분이고, 영감-기획의도는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획 의도를 부정하면 진행하는 테스트의 목적성이 없어진다. 따라서 FGT를 진행할 때는 기획 의도를 인정하면서, 게임의 개선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국순신 기자는 “최근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은 특별한 영감이나 아이디어에 의지하기보다 완성도나 개별 시스템의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추세로 흐르고 있다. 유저들 역시 과거에는 게임의 특별한 콘셉트나 아이디어를 중요시한 반면, 최근에는 전체 게임의 완성도나 개별 시스템들의 디테일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최근의 경향을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이로 인해 FGT에 대한 갈증이 심해지고 있다. FGT를 통하면 게임의 세부적인 사항들을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에는 게임의 콘셉트나 아이디어 같은 '영감'(Inspiration)이 중요했다고 하면,
최근에는 게임의 세부 디테일, 즉 '노력'(Perspiration) 부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노력 부분을 검증하는 FGT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 FGT 결과에서 오해할 수 있는 네 가지
국순신 기자는 FGT를 진행하고 결과를 도출했을 때 주의해야 할 사항 네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팀대전이 핵심이 되는 ‘캐주얼 대전 게임’의 경우, PC방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면 결과가 과장되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PC방 같은 한 공간에 유저들이 모여서 게임을 즐기면 채팅이 아닌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저들의 초기 반응이 좋을 수 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이런 게임들은 PC방을 벗어나 유저들이 집에서 개별적으로 플레이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만족도는 나빠진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게임사에서 ‘새로운 요소는 무조건 재미있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다. 유저가 튜토리얼을 거치고 게임 조작에 익숙해지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치기 전에 개발자들이 직접 개입해서 게임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 요구하는 재미는 바로 이런 것이니 유저들은 이 부분에 대한 재미와 만족을 체크하면 된다는 것. 하지만 요즘에는 게임이 복잡해지면서 유저가 게임을 이해하고 조작하는 과정이 길어지고, 초기 진입부터 유저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는 CBT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의 만족도가 점차 높아지는 사례다.
철저한 분석 없이 플레이 종료 이후에 설문을 실시하면 게임에 불만을 느끼는 유저들은 설문에 응답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만족도가 높은 유저들이 잔류하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일 경우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순신 기자는 “장기 체류한 유저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초기 이탈하는 유저들의 의견을 수집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네 번째는 FGT의 초기 반응이 좋지 않게 나왔을 때 “유저들이 우리 게임의 핵심 콘텐츠를 맛 볼 정도로 게임을 오래 즐기지 않았기 때문에 반응이 좋지 않다”고 스스로 변명하는 경우다.
국순신 기자는 “실제로 지난 해 FGT를 진행한 모 액션 슈팅 게임의 경우, FGT 초기 반응이 좋지 않자 개발사에서는 ‘최소 10시간을 플레이해야 우리 게임의 재미를 알 수 있다’고 해명했다”는 예를 들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보면 게임에 3회 이하로 접속한 유저가 전체의 80%를 넘어설 만큼 상당수의 유저들이 초기 게임 진입과정에서 이탈하고 있었다. 결국 이 게임의 재미는 전제 접속자 중 10% 남짓한 유저만이 알게 되는 셈이다.
■ FGT의 중요성에 대해
국순신 기자는 “일각에서는 FGT를 진행했지만, 현실과는 다르다며 ‘해 봤자 도움도 안 되는걸 왜 하는거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FGT는 유저들의 반응이나 게임 시스템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도록 사전 테스트를 병행하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고인이자 데이비드 오길비의 명언 “리서치를 무시하는 광고인은 적군의 징조를 무시하는 장군만큼 위험하다”를 예로 들면서, “이를 게임에 적용하면 ‘FGT를 무시하는 것은 유저들의 반응을 무시하는 게임 개발사만큼 위험하다’ 정도로 치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