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가 코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 속에서 콘텐츠 창작자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이와 관련된 포럼이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마련되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23 콘텐츠 산업 포럼'이 그것이다. 올해에는 'AI 시대 콘텐츠 산업'을 대주제로 삼아 정책, 게임, 이야기, 음악, 방송을 다루는 5개이 포럼이 이어지며, 각 분야별로 AI를 통한 변화와 전망 그리고 그 의미와 쟁점을 살핀다.
포럼의 첫째 날인 24일에는 <정책포럼>이 진행되었다. 가천대학교 신경외과 뇌과학연구소의 김영보 교수와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의 정동선 교수,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의 김대식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챗GPT'로 대표되고 있는 AI 기술의 발전 현황과 콘텐츠산업에 대해 발표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신동하 기자
# "인공지능은 그동안 쌓아올린 지식의 총체로 신인류를 만든 것"
김영보 교수
첫 번째 발제자로는 가천대학교 신경외과 뇌과학연구소의 김영보 교수가 나섰다. 김 교수는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의 이사이자 한국뇌신경과학회의 평의원이기도 하다. 그는 "AI와 콘텐츠의 공존, AI 시대 인간의 가치"에 대해 강의했다.
김 교수는 '공상 과학 소설보다 현실이 더 소설 같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은 그동안 쌓아온 모든 지식의 총체를 기계에 주입하여 인간 스스로 또 하나의 신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과정이 인간의 뇌를 재구성하는 프로세스와 동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뇌과학을 연구하는 그는 요사이 들어서 '기계에 의식이 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전했다. 얼마 전에는 한 신문사에서 해당 문제에 대해 자문을 구해서 '사람의 뇌는 화학물질의 영향을 받아 움직이고, AI는 사용자가 입력하는 프롬프트에 따라 움직인다. 둘 모두 기계적인 작용이니 본질적으로 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대답했다. 막상 지면으로 나간 후에는 가족들이 다른 매체에서 공격을 받을 소지가 있다며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계도 감정이 있냐'라는 질문에도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요즘 에이아이는 '부정문과 긍정문을 판단하고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나누기 까지도 한다'며 이러한 상황은 '좋냐', '나쁘냐'를 가르는 것이고, 이를 감정으로 볼 수도 있다고 답한다.
그는 '인공지능은 결국 스승인 인간을 닮을 수 없다'며 '인간이 윤리적으로 좋은 쪽에 손을 들어주는 생명체로 진화한 것처럼 에이아이도 언젠가는 인간을 구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사람이 아닌 AI와 연애를 하겠다고 말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장동선 교수
뒤이어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의 장동선 교수가 "AI시대, 뇌를 유혹하는 콘텐츠는 무엇일까?"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AI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일상에도 깊게 침투한 것이 될지 존재했다 사라진 많은 주제들처럼 잠시 떴다가 지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후 청중들에게 '한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은 그 시대 안에서 역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했다.
장 교수는 현시대의 AI에 대한 세 가지 시사점을 제시했다. 우선, 그는 가난과 불평등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로 나누어지는 학계가 사라지고 누구나 평생 동안 필요로 하는 지식을 AI로 얻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다수의 사람들은 돈을 벌 수단 자체를 박탈당할 수 있기에, 기초소득 시스템도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인간과 AI의 구분이 모호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상용화된 챗 GPT4의 경우 우리나라와 해외에서 이미 글을 쓰고 책을 출판했다. 유발 하라리가 책 <사피엔스>의 10주년 판 서문을 AI로 작성했고 결과물을 보고 소름 끼치도록 놀랐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최근에는 한 여성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말투와 어조 등을 학습시켜 그와 연인 관계로서 대화할 수 있는 어플을 만들었다. 장 교수에 따르면, 해당 인플루언서는 어플의 사용자로부터 1분에 1달러의 서비스 이용료를 요구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한화 기준 약 70억을 벌어들였다고.
마지막으로, 인간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는 방법 자체가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까지 스크린 속에서만 존재했던 인터넷이 오프라인도 아우르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구글을 통해 검색해서 지식을 습득했지만, 기계 언어와 인간의 언어가 동일해져 사람들은 AI에게 질문하여 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 빼앗겼던 플랫폼을 '오픈 AI'로 되찾아"
김대식 교수
마지막은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의 김대식 교수가 맡았다. 그는 KDK 미래보험 AI연구센터의 연구 소장과 신세계아이엔씨-KAIST AI연구센터 센터장도 역임하고 있다. 그는 생산형 AI 시대의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생산형 AI가 플랫폼 비지니스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었다고 전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칙이 존재하는 '틀'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틀'을 제공하는 사업을 플랫폼 비지니스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예시는 '백화점'이다. 백화점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거쳐야 하지만 입점 후에는 어느 정도의 브랜드 가치가 보장된다.
IT 계열에서 이 플랫폼 비지니스를 처음 도입한 회사는 MS다. 윈도우스라는 플랫폼을 만들고 다른 회사들이 그 규격에 맞춰야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천 년대 구글이 검색 시스템을 도입하며 그 플랫폼을 빼앗아 갔다. 이후 약 30년은 구글의 세상이었다. 그러나 챗 GPT가 등장하며 다시 한번 판이 엎어졌다.
챗 GPT의 개발사인 2016년 비영리재단으로 문을 연 오픈 AI가 2018년 회사로 성격을 바꿀 때 MS로부터 1조 3천억 정도 되는 지원을 받았기 때문. 이 계약을 통해 MS는 오픈 AI가 개발하는 모든 기술의 첫 사용권을 확보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구글이 하행 길을 걸을 것이라고 봤다. 그에 따르면, 소비자가 인터넷 정보를 대화로 얻어내면 검색 니즈가 10분의 1로 줄어들고 광고 시장이 무너진다고 한다. 또한 '회사의 수익 중 광고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글은 이노베이터스 딜레마에 빠져 일을 아깝게 그르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