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의 첫인상은 플레이어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5월 24일 오후 4시, NC소프트(이하 엔씨)의 신작 <쓰론 앤 리버티>(이하 <TL>)의 클로즈 베타 테스트가 시작됐다. 테스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엔씨는 기존보다 스토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TL>의 세계관을 설명해 주는 인터랙티브 노벨 ‘플레이 노벨’은 스토리를 강화하겠다는 엔씨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게임의 스토리는 그 자체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당연히 설정이나 각본의 질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게임 플레이와 결합하느냐도 중요하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컨트롤러를 잡고 플레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지, 즉 스토리'텔링'의 요소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엔씨의 야심작 <TL>이 어떻게 스토리를 진행하는지 초반 진행을 통해 알아보자.
게임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아키움 군단과 맞서 싸우는 저항군 간의 투쟁에 관한 이야기다. 아키움 군단의 수장이자 작품의 메인 빌런인 레빌 루피우스는 전쟁을 일으켜 솔리시움 왕위를 찬탈하고 무수히 많은 사람의 목을 베었다. 아키움 군단에 저항하여 솔리시움 왕위를 되찾는 게 저항군의 목표다.
게임을 시작하면 파괴신 실라베스의 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주받은 힘이 담긴 일종의 오브젝트다. 전쟁의 판도를 바꿀 만큼 강력한 힘을 지녔다. 오프닝 영상에서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키움 군단의 마법사가 이 힘을 사용하여 저항군 마법사 얀 주니언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이때 섬에서 얀 주니언이 보호하던 아이들이 실라베스의 별을 갖고 태어난 ‘별을 품은 아이’다. 플레이어는 아키움 군단에 의해 사로잡히지 않고 섬에서 탈출한 아이 중 하나다. 성장하여 수습 저항군의 일원이 된 뒤에 벌어지는 스토리가 <TL> 본편의 시작이다.
첫인상은 좋았다. 마녀 칼란시아와 저항군 마법사 얀 주니언의 마법 대결로 시작하는 오프닝 연출은 더할나위 없었다. 거대한 도끼를 떨어뜨리며 등장하는 킹 베르테와 그의 양팔을 구속하며 공격할 틈을 만들어 주는 클레이 카터의 모습은 마치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를 한 자리에 오마주 해놓은 느낌마저 들었다. 튜토리얼이 끝난 후에 독수리로 변신하여 라슬란을 향해 날아가는 장면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스토리 진행도 공을 들인 티가 났다. <TL>의 핵심 테마는 시간 여행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스토리를 전개한다. 여기서 주인공이 어떻게 해서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있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자칫 개연성의 붕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그러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해 주는 장치가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실라베스의 힘이다. 처음부터 탄탄한 설정을 바탕으로 하여 미리 이야기에 설득력을 불어넣은 셈이다.
단순히 각본이나 일러스트만 좋은 건 아니다. 게임 스토리의 역할은 단지 감동적인 스토리를 전달해 주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왜 이러한 행위를 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제공해 주는 역할도 한다. 그런 점에서도 <TL>은 크게 걸리지 않았다.
이 게임의 메인 퀘스트라 할 수 있는 코덱스를 플레이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야기를 진행할 때마다 왜 이러한 행위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약재가 있으니 그 약재를 구해와야 한다는 식이다. 행동해야 할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준다.
기억에 남는 코덱스도 있다. 별의 힘을 얻은 우두머리 늑대 이스케일에게 맞서 싸운 헨리의 일화에 대한 이야기다. 플레이어는 헨리의 묘비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검은 울음 평원의 신성한 사슴, 하멜을 만나면서 코덱스를 시작한다.
여기서 시점은 과거로 전환된다. 플레이어는 늑대에게 포위당한 헨리를 구하면서 게임을 진행한다. 곳곳에서 리스폰 되는 늑대들과 더불어 어둡고 음산한 수도원의 배경이 위기감을 더한다. 늑대를 물리치며 앞으로 나아가면 곳곳에서 겁을 먹어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
보스급에 해당하는 늑대를 죽이고 헨리를 따라가다 보면 이벤트가 발생한다. 이스케일이 수도원에 도착하면서 지금까지 죽인 늑대가 재소환된다. 플레이어는 아이들을 마을로 데려다 주고, 헨리는 홀로 이스케일과 늑대 떼에 맞선다. 아쉽게도 플레이어가 헨리의 목숨을 직접 구하러 갈 수는 없다.
하지만 헨리가 늑대와 싸우는 장면, 이스케일이 달려들 때 저장고에 쌓여 있던 등잔 기름통에 횃불을 붙이는 장면은 스토리 진행의 백미였다. 선이 굵으면서도 비장한 모습의 일러스트는 위기에 처한 게임 내 상황과 잘 어울렸다. 컷신 뿐만 아니라 게임을 끝낸 후에 받은 아이템, 경험치 보상도 충실하다. 덕분에 다음 코덱스의 이야기는 무엇인지, 어떤 보상을 받을 지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이야기를 진행할 동기부여가 충분하다고 느꼈다.
물론 스토리에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 튜토리얼 진행과 헨리의 일화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뒤로 갈수록 스토리의 힘이 떨어진다고 느꼈다. 게임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설명하는 데 힘을 쏟을 뿐, 인상에 남는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
시간 기믹을 게임 메커니즘에 직접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왕래하며 스토리를 진행하는 건 좋지만, 기왕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다면 이를 게임 메커니즘으로 풀어보려는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 플레이어가 ‘직접’ 시간을 조종하여 주변의 사물이나 사람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는 방식의 접근을 해봤으면 더 좋은 게임이 되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아직 클로즈 베타 테스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금은 아쉬운 점이 조금 있을지언정 오픈 베타나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차후 정식 출시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