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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인디게임 사전심의 논란 국내외 ‘일파만파’

아고라 서명 진행, 1인 시위 준비, 해외에서도 주목

안정빈(한낮) 2010-09-08 16:27:16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의 아마추어 제작 게임에 대한 등급심의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국내 인디게임 관계자들이 단체 퍼포먼스에 나서는가 하면, 해외 매체에서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게임위는 지난 8월 말 아마추어 게임 개발 커뮤니티 니오티에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 제공을 중단하라는 시정요청을 보냈다. 니오티에서 공유되고 있는 아마추어 개발 게임들이 게임위의 사전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한, 게임위는 밸브의 스팀 서비스 역시 국내 미심의 유통을 이유로 상황을 검토 중이며 최악의 경우 국내 서비스 차단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국내 유저 불만 폭주 ‘1인 시위’도 준비

 

게임위가 니오티에 보낸 시정요청이 알려진 후 유저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게임위의 질문/답변 게시판에는 관련 기사들이 나온 지난 3일 이후 350여 개의 게시물이 등록됐다. 대부분 아마추어 개발 게임의 사전심의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국내 블로그형 인디게임 웹진 피그민에서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플레이하실 수 없습니다는 이름의 단체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다. 인디게임을 다운로드해서 실행하면 일정 분량의 오프닝만 공개된 후 게임위의 심의를 받지 않아 플레이할 수 없다는 코멘트가 뜨는 퍼포먼스다.

 

다음 아고라에는 아마추어 게임 심사에 대한 현실적인 제도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록됐다. 이 청원은 6일 현재 4,000 명에 가까운 유저가 서명했다. 이 밖에도 게임위 앞에서 1인 시위를 준비 중이거나 네이버 카페를 통해 게임위의 검열에 반대하고 항의 문서와 패러디 영상을 제작하는 유저도 등장했다.

 

다음 아고라에 등록된 관련 청원.

 

 

해외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핫이슈

 

게임위의 스팀과 인디게임 등급심의 논란은 해외에서도 이슈가 됐다. 미국 웹진 코타쿠는 지난 6한국에서 스팀이 추방될 수도 있다(Report: Korea Might Ban Steam)’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사전심의가 아이들이 침실에서 즐기는 모바일 게임까지 심의를 보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해외 웹진 비프잭닷컴에서도 “한국의 사전심사 제도가 인디게임 개발자를 불구로 만들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하고 국내 아마추어 개발 게임에 대한 사전심사 제도를 문제 삼았다.

 

관련 소식을 접한 해외 유저들은 대부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해외 유저는 제목만 보고 북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향후 게임 개발의 밑거름이 되는 아마추어 개발자와 그들을 돕는 훌륭한 수단 중 하나인 스팀 서비스를 막는 것은 쉽게 이해가 안 간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해외 유저 역시 다른 나라 사람으로 참견한 일은 아니지만, 이런 식의 심의라면 곧 한국에서 게임이 사라질 것이다고 게임위의 처사를 비판했다.

 

코타쿠에 실린 기사. 밸브의 스팀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게임위 “게임법 개정 전까지는 방법 없어”

 

게임위는 법률을 임의로 해석할 수 없는 만큼 국회에 계류된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잇따른 유저들의 질문에 대해 사전 등급분류가 적절하지 않은 게임에 대한 예외조항이 포함된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며 그 때까지는 현행법률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반복해서 내놓고 있다.

 

게임법 개정안은 지난 4월 임시국회 때 상정됐지만 여성가족부에서 제출한 강제 셧다운 제도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의견이 맞서면서 법사위 통과에 실패했다. 게임법 개정안은 지난 1일 시작된 정기국회에서 다시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아마추어 개발 게임의 사전심의에 반대하는 유저가 만든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