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밸브는 부단한 OS 업데이트를 통해 비판 여론 상당수를 뒤집을 수 있었지만, 여러 하드웨어적 한계는 아무래도 넘기 힘든 산이었다. 대부분 문제에서 그저 '다음 버전'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런데 그 '다음 버전'의 도래는 우리 대부분이 예상한 것보다는 다소 빠르게 현실이 됐다. 11월 10일 오늘 밸브는 기존 모델의 단점 상당수를 개선한 신형 기기 '스팀덱 OLED' 출시를 공식화했다.
디스이즈게임은 스팀덱 OLED의 공식 출시에 앞서, 리뷰용 기기를 제공 받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었다. 수일에 걸쳐 확인한바 스팀덱 OLED는 '완전판'이라는 표현이 제법 어울리는 제품이다. 기존 스팀덱에 존재했던 여러 '가려운 부분'들이, 이번 버전에서 어떻게 속속들이 해결되었는지 함께 알아보자.
[스팀덱 OLED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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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덱 OLED는 기존 대비 30~50%의 배터리 수명 연장이 이뤄졌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512GB LCD 버전과 1TB OLED 버전을 같은 길이로 플레이한 후 잔여 배터리를 비교해 봤다.
먼저 두 기기를 완전히 충전한 후, 디스플레이 밝기와 볼륨을 같은 수준으로 설정하고 <사이버펑크 2077>의 '부랑아' 루트 도입부 15분을 동일하게 플레이했다. 결과적으로 OLED 버전의 배터리 잔여량은 92%인 반면, LCD 버전은 85%로 양쪽 모델이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OLED 모델(아래)과 LCD 모델. 외형은 거의 같다.
계속 비슷한 속도로 배터리가 소모된다고 가정할 경우, LCD 버전은 <사이버펑크 2077>을 100분 동안 플레이할 수 있으며, OLED 버전은 약 187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OLED 버전에서 트리플A 게임을 약 2시간 30분에서 3시간가량 플레이할 수 있다는 밸브의 설명과 일치하고 있다.
기존 스팀덱은 워낙 빠른 배터리 소모 때문에 트리플A를 플레이할 수 있는 기기의 준수한 성능이 사실상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외부 환경에서 오랜 시간 플레이를 지속할 수 없다면, 휴대기기로서의 전반적 의의가 감소하기 때문. 따라서 OLED 버전의 배터리 수명 연장은 가장 반가운 개선 사항이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45분 안에 20~80% 충전이 가능할 정도로 충전 속도 역시 향상됐다는 점에서 스팀덱 OLED는 이전과 비교해 ‘휴대용 트리플A 게임기’로서의 역할을 더 충실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약 15분 간의 플레이 이후 OLED 버전의 잔여 배터리는 92%였다. 이론상 총 187분가량 플레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주얼 경험의 향상 측면에서 가장 먼저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변화는 넓어진 화면 크기다. 수치상으로는 0.4인치에 불과한 차이지만, 화면 테두리의 검은 베젤 영역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화면이 전면부를 더 가득 채우게 된다. 덕분에 기기를 쥐었을 때의 화면 집중도와 몰입감이 예상 이상으로 강화되는 현상을 체감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요소는 밸브가 자랑거리로 내세우고 있는 HDR이다. 어두운 것은 더 어둡게, 밝은 것은 더 밝게 표현해 명암 대비를 조성하는 HDR 기술은 특히 게임 업계가 보다 일찍부터 주목해 온 기술이다.
베젤 영역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게 체감된다.
인간이 현실 세계를 바라볼 때 눈으로 인식하는 명암차를 최대한 유사하게 화면에 구현함으로써, 3D 공간의 전반적 몰입감을 향상하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양쪽 스팀덱 모델의 디스플레이를 나란히 놓고, <사이버펑크 2077>의 어둑한 골목을 관찰했을 때, 두 디스플레이의 명암표현력 차이가 명확히 드러났다. 특히 최대 1,000nit의 OLED 디스플레이에서는 네온 간판의 빛이 현실에 훨씬 근접한 모습으로 표현되는 점이 두드러졌다.
90프레임으로 향상된 화면 주사율 역시 고사양 게임 환경에 익숙해 있는 플레이어라면 반길 만한 요소다. 최근 하이엔드 PC 보유자들에게 60프레임은 게임 퍼포먼스의 ‘최저 마지노선’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 면에서 항상 60프레임을 밑돌게 되어 있는 기존 스팀덱의 디스플레이는 어쩔 수 없는 ‘역체감’을 불러일으켰던 바 있다.
LCD 모델(위)과 OLED 모델의 명암 표현 비교. 기기 세팅 및 인게임 감마는 동일하게 설정되어 있음에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배터리 지속시간 외에 기존 모델에서 또 다른 대표적 단점으로 꼽히던 것이 바로 팬 소음이다. 제품 출시 초기부터 팬 소음을 줄이거나 저소음형 팬으로 교체하는 하드웨어 개조 팁이 유저들 사이에서 활발히 공유되기도 했다.
해당 문제를 인식한 밸브가 OS 업데이트를 통해 팬 소음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완전한 해결은 아니었다. 반면 OLED 모델의 경우 기존보다 큰 팬을 사용하면서 냉각 효율이 높아졌는데, 동시에 소음 절감에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줄어든 소음량 역시 두 기기를 직접 비교해 확인할 수 있었다. 풀3D 게임 지형을 불러올 때 팬 RPM이 분명하게 높아지는 현상은 물론 양쪽 기기에서 동일했다.
그러나 이때 LCD 모델의 팬 소음은 50%로 설정된 스피커 사운드를 뚫고 귀에 확연히 들릴 정도로 음량이 컸던 반면, OLED 모델 팬은 많은 경우 귀를 가까이 대지 않으면 유저의 크게 인식되지 않을 정도의 음량을 유지했던 점이 인상적이다.
촉각 측면의 개선도 뚜렷하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조이스틱의 설계 변화. 기존 모델의 조이스틱과 비교했을 때 엄지손가락 접촉 부위의 재질을 바꾸면서 접지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또한 테두리가 상단으로 얕게 돌출되어 있는 반면 가운데는 다소 오목한 형태로 재설계하면서, 엄지에 닿는 감각을 개선하고 조작성을 향상했다.
눈으로 보기에는 미세한 차이지만 직접 엄지를 얹었을 때의 체감은 확실하다.
LCD 버전에서 하드웨어 마감이 가장 아쉬웠던 의외의 지점 중 하나가 바로 터치스크린의 민감도 및 정확도였다. 특히 가상 키보드를 열어 텍스트를 입력할 경우, 그 한계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오타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기기에 비해 확연히 느리게 텍스트를 입력할 수밖에 없었던 것.
반면 OLED 모델의 터치스크린은 180Hz에 달하는 폴링레이트(신호를 주고받는 속도)와 개선된 정확성에 힘입어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에 유사한 감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시중에 판매되는 대다수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의 폴링레이트는 120Hz에서 300Hz 사이에 분포한다.
덕분에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세밀하고 신속한 게임 조작 역시 어렵지 않다. 좌우 클릭 구현은 상대적으로 어렵지만, 대신 트랙패드보다 더 직관적으로 화면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저 선호 및 장르에 따라 좋은 조작 옵션으로 기능할 수 있을 듯하다.
신형 프리미엄 케이스는 내피와 외피가 분리되는 디자인을 선택했다.
프리미엄 모델(1TB)을 구매했을 때 제공되는 독점 휴대용 케이스 역시 따로 살펴볼 만하다. 우선 외관부터 눈에 띈다. 케이스 바깥의 스팀덱 로고는 기존과 달리 파란색이 아닌 주황색 컬러를 사용한다. 주황색은 스팀덱 OLED의 키 컬러로서, 전원 버튼 및 부팅 화면의 스팀 로고에서도 같은 색상이 사용됐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롭게 도입된 ‘외피’ 탈착 기능이다. OLED 버전의 프리미엄 케이스는 외피와 내피가 구분되어 있으며, 필요할 경우 외피를 떼어내고 내피만 씌운 채 기기를 휴대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케이스의 부피가 다소 부담스럽다는 유저 피드백에 의한 개선 사항이라고 밸브는 설명했다.
프리미엄 케이스는 개발 단계에서 워낙 좋은 내부 반응을 얻었기 때문에, 이를 별도 판매하는 방안 역시 검토 중이라고 밸브는 밝혔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분명히 정해진 사안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