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너희는 인재가 없는 거야.” “소송이나 그만 하시지!”
세계 게임업계 1, 2위를 다투는 대형 퍼블리셔 액티비전블리자드와 EA가 자존심을 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설전의 주인공들이 회사의 대표인 사장급인데다 발언 수위도 높아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양사가 게임업계 1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까지 게임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EA는 블리자드와 액티비전의 합병으로 인해 왕좌를 빼앗겼다. 이후 액티비전블리자드의 1위 수성과 EA의 탈환 여부는 게임업계의 관심사가 됐다.
설전의 시작은 액티비전블리자드의 CEO 바비 코틱의 입에서 시작됐다. 바비 코틱은 직설적인 화법으로 인해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뉴스 메이커. 그는 최근 EA의 획일적인 인수 문화로 인해 인재들이 떠나고 있다면서 EA의 조직 문화를 비난했다.
이에 발끈한 EA 제프 브라운 부사장이 “액티비전블리자드와 개발사와의 관계는 잘 꾸며진 소송과 같은 사이”라면서 날카롭게 맞아 쳤다. 바비 코틱의 발언이 외신을 통해 알려진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EA가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로의 치부만 들춰낸 꼴이 된 양사의 설전은 다음과 같다.
■ “EA의 인수는 게임에 적합치 않아”
액티비전블리자드 바비 코틱 CEO(오른쪽 사진)는 27일 해외 매체 엣지(Edge)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EA는 기업구조가 완전히 잘못됐다. 이게 바로 EA가 1등이 되지 못하는 이유”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EA는 개발사를 인수하고 그 회사를 ‘EA 플로리다’, ‘EA 뉴저지’ 등으로 바꿔 버린다”고 말하면서 스튜디오를 인수하고 더 큰 기업이 되기 위해 합병시키는 것은 최고 수준의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적당한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EA의 DNA는 게임 퍼블리싱을 하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EA는 개발 스튜디오의 문화나 조직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며 EA의 게임 퍼블리싱 능력을 비하했다.
나아가 그는 “EA는 게임 관련 리소스를 많이 갖고 있으며 오랜 시간동안 게임사업을 해 온 거대 회사지만, EA는 게임 개발사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머지않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어서 바비 코틱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가 회사를 운영하는 핵심 원칙은 EA와 다르다. 우리는 개발사가 그들의 문화와 독립적인 계획 및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이런 부분들이 개발사를 성공으로 이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발사 2곳을 제외하면 개발사의 초기 설립자가 현재까지 해당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퍼블리셔는 개발사들이 더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장점은 특정 시기까지 게임 개발을 마치고 출시하라고 압력을 가하지 않는 대신, 오히려 개발사의 성공 보상에 대한 인센티브를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EA의 개발자들을 액티비전블라지드에서 끌어들여 채용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 “개발사와의 소송들은 어떻게 할 텐가?”
EA는 액티비전블리자드의 도발에 즉각 반발했다.
EA 제프 브라운 부사장(오른쪽 사진)은 “개발사의 능력과 바비 코틱 사이의 관계는 소송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며 최근 소송으로 얼룩진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여기에서 그가 언급한 소송은 언론에서 집중 조명됐던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개발사 인피니티 워드와의 소송, 그리고 퍼블리싱 라인업에서 빠진 <브루탈 레전드>의 개발사 더블파인이 다른 퍼블리셔와 계약하면서 불거진 소송 2가지다.
그는 “액티비전은 크게 3개의 프랜차이즈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하나는 그와 전혀 무관한 판타지 대륙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또 다른 하나는 바비 코틱의 오만함에 의해 망가지고 있다”며 바비 코틱의 무능함을 꼬집었다.
바비 코틱과 무관한 판타지 대륙은 합병 이전에 블리자드가 개발한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현재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게임은 리듬게임 시장에서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기타 히어로>를 의미한다. 그리고 바비 코틱의 오만함으로 망가지고 있다는 게임은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뜻한다.
■ 양사의 자존심, 슈팅에서 불꽃 대결
액티비전블리자드와 EA의 자존심을 건 설전은 오프라인을 넘어 게임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 하반기에 펼쳐질 전장은 바로 1인칭 슈팅 게임이다.
EA는 FPS 야심작 <메달 오브 아너>(2010)를 오는 10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 시리즈는 탈레반 군인이 미군을 쏴서 죽이는 이른바 ‘탈레반 모드’가 삽입돼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액티비전블리자드는 트레이아크가 개발한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를 오는 11월 선보인다. <블랙 옵스>는 2,00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모던 워페어 2> 이후 선보이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 7편으로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