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의 역사는 짧지만 그 어떤 시장보다 거대한 중국. 불과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이지만 중국 시장을 뒤흔든 온라인게임은 적지 않다.
지금은 대륙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중국의 대형 게임업체들은 한결같이 당시 중국 시장을 뒤흔든 게임을 서비스했던 곳들이다.
바로 샨다, 넷이즈, 나인유, 텐센트 등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진 중국 게임업체들이다.
매년 5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해 온 중국 게임시장은 자국산 게임보다 해외게임, 즉 한국이나 미국의 유명 온라인게임에 기대어 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지금은 해외 게임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하나의 기업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영향력을 가진 게임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차이나조이 2011을 앞둔 지금, 중국 시장을 뒤흔든 온라인게임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게임 한류의 탄생 <미르의 전설 2>
지난 2001년부터 2005년 사이에 중국 게임시장은 90% 이상 해외 온라인게임이 차지하고 있었다. 해외게임의 대부분은 한국의 온라인게임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시 국내 게임업체들은 중국을 가장 큰 시장으로 여기고 있었다.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만으로도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던 시기였다. 이때 온라인게임 한류를 이끌던 것이 바로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미르의 전설 2>였다.
2003년 동시접속자 80만 명 이상을 기록한 <미르의 전설 2>는 지금의 위메이드가 있게 했던 가장 큰 공신이자, 중국 퍼블리셔 샨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2001년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미르의 전설 2>는 현지 인터넷 인프라가 막 도입되던 시점과 맞물리면서 인기를 얻었다. 간단한 조작과 경쟁과 협동이라는 온라인게임의 기본적인 재미에 중국 유저들이 빠져들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성장세는 2002년 동시접속자 40만 명, 2005년 85만 명을 넘기면서 당시 중국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올해로 중국 서비스 10주년을 맞이한 <미르의 전설 2>는 지금까지 약 2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의 전설 2>는 지난 2006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반짝 인기를 얻었던 게임들이 순위에서 사라진 반면, <미르의 전설 2>는 지금도 10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미르의 전설 2> 10주년 기념 포스터.
■ 중국 정부마저 움직였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중국 게임시장을 넘어 업계와 정부마저 뒤흔든 온라인게임이었다.
초기에 웹젠의 <뮤>를 서비스하면서 중국 내 기반을 잡았던 더나인은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서비스했던 4년 동안 업계 1~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더나인의 매출 90% 이상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발생했고, 그 규모 또한 엄청났다. 전 세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유료 유저의 40%가 중국에 몰려 있었고, 동시접속자도 100만 명을 뛰어넘었다. 더나인에 있어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더나인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넷이즈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서비스를 이관했고 이 과정에서 중국 게임업계는 한바탕 진통을 겪었다.
매출의 90% 이상을 책임지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사라진 더나인에게는 치명적이었고, 넷이즈로서는 성장의 동력원이었기에 사활을 건 분쟁이 시작된 것이다. 결국 중국 신문출판총서와 문화부가 서로 나서면서 정부 부처의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면서 정책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와 업체, 그리고 블리자드를 울리고 웃겼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 과정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중국 서비스는 1년 가까이 중단됐고, 해외게임 서비스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중국 업체들은 자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게 됐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중국 서비스는 블리자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대표는 중국 서비스가 정상화 될 때까지 면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였으며, 작년 10월에는 세계 유료회원 1,200만 명 돌파의 원동력으로 중국 서비스 정상화를 꼽았다.
■ 중국게임의 자존심 <몽환서유>
중국 게임업계는 다소 기형적이다. 정부에서는 자국산업 육성을 이유로 해외업체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내 서비스 허가권인 ‘판호’와 해외업체의 직접 진출을 가로막는 법 체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을 뒤흔든 게임들은 대부분 한국과 미국에서 만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게임시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국게임이 맥을 못 춘다는 점에서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넷이즈가 서비스 중인 <몽환서유>는 해외게임의 틈바구니 속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중국게임이다. <몽환서유>가 화려한 게임은 아니다. 서유기를 배경으로 한 2D 그래픽에 중국 유저들에게 익숙한 문화를 녹여내는 등 우리가 보기에는 평범한 게임이다.
하지만 해외게임들이 하기 힘든 빠른 업데이트와 자국 유명 연예인을 이용한 마케팅, 중국의 문화가 녹아 있는 대사 등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이런 상황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서비스가 중단되자 다수의 유저들이 <몽환서유>로 이동했다.
<몽환서유>는 2009년 8월 동시접속자 256만 명을 기록하면서 <크로스파이어>가 올해 4월 270만 명을 넘어서기 전까지 중국 최고 동시접속자 기록을 갖고 있었다.
지금도 그 인기는 여전하다. 특히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개발사 및 중국의 신생 개발사들도 <몽환서유>를 하나의 롤 모델로 삼을 정도로 중국의 대표게임으로 인정하고 있다.
턴 방식의 간단한 게임이지만, 게임의 기본기와 운영의 정석을 보여준 <몽환서유>.
■ 게임 한류의 재확인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
시가총액 약 50조 원의 텐센트 역시 한국 온라인게임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경우다.
중국에서 동시접속자 300만 명을 넘어선 FPS 게임 <크로스파이어>와 260만 명을 기록한 횡스크롤 액션 RPG <던전앤파이터> 덕분이다. 초기 게임 한류 열풍을 몰고 왔던 <미르의 전설 2>의 동시접속자 80만 명과 비교해도 3배 이상 많다.
이러한 수치가 중요한 이유는 점차 성장세가 둔해지는 중국 게임시장에서 다수의 게임이 아닌 한두 개의 한국게임으로 과거 시장 점유율 90%에 육박하던 성적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77%의 성장세를 기록한 중국 게임시장은 지난해 25%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점차 비슷한 게임이 등장하면서 보다 많은 유저를 확보할 수 있는 킬러 타이틀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던전앤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가 텐센트의 핵심게임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중국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내 위상은 놀라울 정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 PC방 홍보전략으로 <크로스파이어>의 게임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 동관시 PC방 체인이 불법복제 윈도우를 사용했다며 소송을 걸어서 이겼다.
문제는 그 후였다. 엄청난 수의 중국 PC방을 적으로 삼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들을 달래기 위한 방법으로 <크로스파이어> PC방 대회 개최를 제안했다. 의외로 해당 PC방들은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 PC방의 윈도우 정품 이용률을 끌어올리고, PC방은 인기 게임의 대회를 유치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즉 <크로스파이어>의 인기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중국 PC방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열쇠 역할을 한 셈이다.
이제 중국 동시접속자가 1명만 늘어도 새로운 기록이 되고 있는 <크로스파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