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0시~6시) 인터넷게임 접속을 강제로 차단하는 셧다운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앞으로도 대응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문화연대는 지난 28일 오후 전자청구 방식을 통해 셧다운제를 포함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심판청구서를 헌법제판소에 제출했다.
헌법소원 청구인단은 지난 4월 개정된 청소년보호법으로 인해 직접 기본권을 침해받는 16세 미만 청소년과 학부모로 구성됐다. 법무법인 ‘정진’에서 맡은 모든 법률적 집행과 변론은 공익적 차원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문화연대의 헌법소원에는 2011년 5월 19일 개정된 청소년보호법의 제23조의3, 제51조6의2호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이 조항들이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행복추구권 및 교육권과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 ‘게임을 할 권리’와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 침해
헌법 제10조 전문을 보면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며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 행복추구권에는 구체적으로 행동자유권과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이 포함돼 있다.
문화연대의 헌법소원에 따르면, 취미로 게임을 즐길 권리도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에 속하는 기본권이다. 하지만 셧다운제가 시행되면 16세 미만 청소년들은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게임을 할 권리가 제한받게 된다는 것이다.
게임에 소질과 능력이 있는 16세 미만 청소년들에게는 게임을 통해 인격을 자유롭게 발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게임산업이 발달하면서 e스포츠가 활성화됐고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청소년도 늘어났다. 이들에게 게임은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자아실현의 수단이다. 따라서 이들의 게임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을 제한하는 일이 된다.
■ 세 가지 측면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평등권’ 침해
첫째.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게임을 하는 청소년과 다른 활동을 하는 청소년을 정당한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다. 음주와 흡연처럼 시간에 관계 없이 금지된 행위를 제외하면 청소년이 심야에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행위 중 법률로 제한되는 행위는 오직 게임뿐이다. 합리적 차별이 되려면 TV시청, 영화감상, 음악감상 등 다른 여가활동에 비해 게임이 더 유해하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
둘째. 인터넷게임을 하는 청소년과 인터넷게임에 해당되지 않는 기타 게임(PC·콘솔·모바일다운로드 게임)을 하는 청소년을 차별하고 있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인터넷게임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게임물’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지 않는 기타 게임은 셧다운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셋째. 게임으로 자아를 실현하려는 청소년들과 다른 방법으로 자아를 실현하려는 청소년을 차별한다. 공부, 음악, 미술, 운동 등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려는 청소년들은 학습이나 훈련에 있어서 어떠한 시간적 제약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셧다운제가 시행되면 게임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려는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은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훈련할 수 없게 되는 차별이 발생한다.
이와 유사한 판례도 있다. 지난 1993년 ‘18세 미만자가 당구장에 출입할 수 없도록 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 “당구에 선천적으로 비상한 소질이 있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보고자 하는 경우, 다른 종류의 운동 지망생과의 관계에서 평등의 원칙이 문제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고 판결한 바 있다.
■ 고민 없이 도입된 제도, 부모의 교육권도 침해
부모의 교육권은 헌법이 정해 놓은 기본권에 속한다. 지난 2000년 ‘과외교습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학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위헌 확인 심판청구’에서 헌법재판소는 “학교 밖의 교육영역에서는 원칙적으로 부모의 교육권이 우위를 차지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문화연대는 심판청구서에서 “청소년들이 왜 게임에 중독되는지, 왜 심야에 게임을 하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도입된 제도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셧다운제를 비판했다. 여기에는 논리적인 반박 근거도 포함돼 있다.
청소년보호법을 보면 인터넷게임 중독을 ‘게임의 지나친 이용으로 인하여 이용자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 손상을 입은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이용이 장시간 이용을 말하는 것이지, 심야의 이용을 말한다고 보기 어렵다. 인터넷게임 중독이란 게임을 얼마나 오래 하는가의 문제이지, 언제 하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심야에 게임을 해도 장시간 이용이 아니면 중독이 아닐 수 있고, 허용된 시간에 하더라도 장시간 할 경우 중독이 될 수 있다.
16세 미만 청소년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접속을 차단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도 강제 셧다운제의 대안 중 하나다. 선택적 셧다운제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에 포함돼 내년 1월 22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르면 게임물 사업자는 청소년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 게임물 이용시간을 제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