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이 범죄 집단의 돈 세탁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제기됐다.
최근 노턴 안티바이러스의 제작사인 시맨텍(Symantec)은 '인터넷 보안 위협 보고서(Symantec Internet Security Threat Report) 제 12호'를 통해 <세컨드 라이프>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가상 세계가 범죄 집단의 돈 세탁 창구로도 쓰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범죄 집단이 수천 개의 계정을 만든 후 검은 돈으로 게임 내 아이템을 사들여 되파는 행위를 반복해 사법 당국의 자금 추적을 회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 계정의 현금 흐름 횟수를 모두 합하면 수백만 건에 달하게 되며 판매자가 계정 삭제 등의 방법으로 자취를 감추게 되면 자금 출처를 파악하기가 무척이나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를 뒷받침 하는 사례로 지난 2월, 중국 중앙 은행과 정부가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던 QQ머니에 제재를 가했던 일을 들었다.
QQ머니는 수백만 가입자를 보유한 QQ메신저의 개발사인 중국 텐센트(Tencent)가 지난 2002년 만든 일종의 사이버 머니다. 초기에 텐센트는 QQ머니를 통해 블로그나 QQ메신저의 아바타를 꾸밀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몇몇 온라인 게임사들이 QQ머니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신용카드가 보편화 되지 않은 중국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안전한 결제 수단으로 QQ머니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QQ머니가 인기를 끌게 되고 그 가치도 덩달아 상승하자 일종의 환투기 세력까지 뛰어들어 시장은 점점 더 과열되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지난 3월 보도한 기사(QQ: China's New Coin of the Realm?)에 따르면 2006년 전세계 가상 아이템 거래 규모는 20억 달러였으며 중국의 가상 아이템 거래 규모는 9억 달러에 달했다. 또한 중국 아이템 거래의 45%가 QQ머니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가상 아이템 거래의 규모가 방대해지게 되면 과세는 물론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이 같은 문제로 골치를 앓아온 중국 정부는 결국 통제를 벗어난 QQ머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중국 정부는 올해 1월 QQ머니가 자금 세탁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선데 이어 2월에는 중국 인민 은행을 비롯한 14개 정부기관이 텐센트에 자금 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QQ머니의 거래를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한편 시맨텍은 보고서에서 오토 프로그램을 가장한 악성 프로그램과 피싱 사이트들이 온라인 게이머들의 보안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해 설치하는 오토프로그램에는 의도적으로 키보드 입력 정보를 가로챌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중국에서 개발된 오토 프로그램 중에는 그러한 기능을 숨기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