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아시아온라인게임컨퍼런스(AOGC) 2007의 강연자로 나선 웹젠의 강기종 PD는 지금까지 <헉슬리>를 개발해 온 과정을 영상과 이미지로 흥미롭게 풀어주었습니다. 그동안 <헉슬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개발이 되었는지 함께 살펴보시죠. 강기종 PD의 멘트를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얼마 전 <헉슬리>의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가 끝났죠. <헉슬리>는 참 커다란 프로젝트입니다. 100여 명의 개발 인원이 만 3년이 넘도록 매달렸으니 금액으로 따져도 정말 큽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렇게 많이 걸릴 줄 몰랐답니다. <헉슬리>가 E3에도 나가서 상도 받고, 해외매체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아서 여러분들은 참 잘 만들어지고 있었겠구나 생각하실텐데요… 오늘은 그 실체를 보여드릴까 합니다.”
AOGC 2007에 참가한 웹젠 <헉슬리>팀 강기종 PD.
2004년 4월 – 맨땅에 헤딩해보자!
처음 <헉슬리>에 대한 구상을 하고, 웹젠에 제안을 넣었다(편집자 주: 이때까지는 델피아이라는 독립 개발사였고, 이후 웹젠에 인수, 합병됩니다). MMOFPS라는 컨셉과 언리얼엔진 3를 쓰겠다는 계획은 이미 이때부터 확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직 <헉슬리>라는 명칭은 없었고, ‘맨땅’이라는 프로젝트명만 있었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을 하겠다는 각오였다. <니트로 패밀리> 개발인원을 총동원하고, <뮤>를 만든 웹젠의 기술력이 합쳐지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
이미 개발자들 사이에서 MMOFPS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었다. MMO와 FPS, PW(성장)와 FPS라는 상반된 개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전투지역과 비전투지역을 구분하는 등 해결책도 이미 제시되어 있었다. 개발자라는 사람들, 의외로 신중하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어 있지 않으면 시작도 안 한다.
2004년 8월 – 첫 기획서
첫 기획서가 나왔다. 왜 이제야 기획서가 나왔냐고? 언리얼엔진 3가 돌아가는 PC가 개발팀에 지급된 것이 이때였다. 사실 이 당시의 기획서를 보면 아직도 속이 쓰리다. 일정 부분에 첫 알파를 2005년 4월, 1차 클베를 2005년 12월로 잡아놨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태의 심각함을 모르고 있었다.
한 달 동안 원화 담당자와 씨름을 해서 내놓은 것이 화면의 이미지다. 이 연통모양의 갑옷이 지금까지 <헉슬리> 원화컨셉의 핵심이 되었다. <헉슬리>의 세계관을 처음으로 이미지로 구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2004년 10월 – 첫 프로토타입 빌드
첫 번째 프로토타입 빌드가 나왔다. 엄청나게 빨리 빌드가 나왔는데, 이는 더 좋은 조건의 투자를 받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빌드의 목적은 원화를 실제 엔진상으로 구현해보는 것이었다.
2005년 1월 – 꼬인다 꼬여!
급격하게 프로젝트가 꼬이기 시작했다. 기술 파트에서 전혀 진도를 나아가지 못하고, 엔진에 관한 스터디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MMO적인 부분, 유저들끼리의 채팅 같은 커뮤니티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적으로 FPS 전투는 가능했다. 그림은 이때의 이미지다. 아래쪽 그림은 1차 클베에서도 공개된 도시 노스탈로니아의 원형 이미지인데, 지금보다 6배는 넓었다.
2005년 5월 – E3에서 헉슬리 최초공개
E3 2005에서 <헉슬리>의 최초 공개가 결정됐다. 아직도 기술적으로는 진도가 거의 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그래픽적인 퀄리티를 보여주자는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게임엔진을 가지고 영화처럼 만드는 괴상한 시도를 하게 된다. 순전히 노가다(?)로 영상을 만들게 됐다. 얼마 전에 문근영이 출연한 영화가 개봉했는데, 그 감독이 이 영상작업에 참여했었다(편집자 주: <사랑따윈 필요없어>로 데뷔한 이철하 감독인 것 같습니다). 물론 데이터는 실제 게임 속의 데이터를 썼다.
이 영상이 E3에서 굉장한 주목을 받았다. 언리얼엔진 3를 만든 에픽이나, 같은 엔진을 쓰는 개발사들에서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냐고 문의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E3 현장에서의 이 같은 좋은 반응과 달리, 스튜디오 내부의 사기는 점점 떨어져가고 있었다. “우리 게임 아직 안 돌아가잖아, 어떻게 하려고?”
[[#bodo/E32005HUXLEY.w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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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 Xbox360 빌드의 영상 발표
아직도 엔진을 서버에 붙이는 작업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언리얼엔진 3라는 엔진을 뜯어보니 MMO쪽으로 모듈을 쓸 수 없었다. 그래서 모듈을 다 빼내고 자체기술로 그 기능을 다 집어넣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스튜디오 내부의 상황과는 별개로, 웹젠은 글로벌전략의 일환으로 멀티플랫폼이라는 방향을 잡고 있었다. 이때 공개한 영상이 있는데, Xbox360 버전의 영상이라고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은 Xbox360으로 빌드를 만들어 싱글플레이 영상을 뽑아낸 것이었다.
이때는 Xbox360 버전의 스토리는 PC 버전 스토리의 겉을 맴도는 방식, 즉 360에서는 싱글플레이를 즐기다가 우연하게 지구 쪽으로 접근하면 멀티플레이가 되는 방식을 구상하기도 했다(편집자 주: 이 컨셉은 현재 변경되었음). PC버전에서 아무 기능도 안 하는 NPC가 있는데, 360버전의 유저가 이 NPC인 척하면서 플레이하는 등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있었다.
[관련기사] ▶▶ 당시 Xbox 360버전의 플레이 영상
지스타에서 플레이 가능한 빌드를 최초로 공개했다. 하지만 아직 멀티플레이는 되지 않고, 싱글플레이에서 스크립트에 의해 짜여진 플레이를 보여줬다. 어느 지역에 접근하면 기차가 지나가고, 어느 지역에 접근하면 적 NPC가 등장하는 식이었다.
2006년 5월 – 외부의 찬사와 내부의 불신
E3에서 플레이 가능한 빌드를 관람객들에게 공개했다. 네트워크 문제 등 어려운 부분이 거의 다 해결된 상태. 도시에 한꺼번에 5,000명이 접속할 수 있는 서버가 붙어있었다. 한번에 20:20의 전투도 구현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초의 플레이 가능 빌드 공개라는 의미가 있을 뿐, 게임플레이는 재미가 없었다.
덕분에 많은 매체들의 주목을 받았고 상도 많이 탔다. 하지만 스튜디오 내부에서는 “무슨 상 탔다는데 그거 진짜냐?”하는 식으로 잘 안 믿었다. 아직도 스튜디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있었다.
[관련기사] ▶▶ E3에서 <헉슬리>에 대한 현장의 반응
[관련기사] ▶▶ 당시 플레이 영상
2006년 11월 – ‘우리 게임이 정말로 돌아가는구나’
지스타 2006에서 플레이 가능한 빌드와 크로스플랫폼(연동)을 비공개 시어터에서 선보였다. E3보다는 훨씬 좋아진 버전이었다. PC와 360버전의 세계관을 ‘전혀 다른 세계, 두 개의 다른 세계를 오가는 컨셉’ 잡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이때부터 스튜디오 내부에서도 ‘정말로 게임이 돌아가는구나’ 하면서 점점 분위기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2007년 9월 –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
1차 클베를 끝냈다. 유저들의 많은 불만을 받아서 2차 클베 준비작업을 시작했다.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2가지, 안정성과 접근성으로 모아지더라. 솔직히 얘기하면 우리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 유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