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아티스트 이철주는? 이철주 씨(오른쪽 사진)는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COH) 같은 실시간 전략 게임으로 유명한 ‘THQ 렐릭스튜디오’의 시니어 컨셉 아티스트(Senior Concept Artist)다. 2001년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 뒤 2002년부터 렐릭에서 근무를 시작한 그는 지금까지 <컴퍼너 오브 히어로즈> 및 <워해머: 던 오브 워> 같은 게임들의 컨셉 아트와 캐릭터 디자인 업무를 진행해왔다. 일례로 <COH>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90% 이상이 그가 직접 디자인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재능하고 기술이 있다면,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THQ 렐릭스튜디오에서 시니어 컨셉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철주 씨는 지난 15일 경기도 이천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월드 클래스 실전 노하우’라는 주제의 강연회를 갖고, 미국 메이저 게임업체의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개발자들의 해외 진출 필요성을 역설했다.
“왜 ‘잘하는 사람은 꼭 유학을 가야 하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전세계적으로 게임회사의 순위를 따져보면 한국 게임업체는 1~2개가 20위권에 겨우 듭니다. 한국 게임업계를 무시한다는 뜻은 물론 아니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월드 클래스 개발자를 꿈꾼다면 미국 같은 게임선진국으로의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철주 씨 역시 원래 한국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애니메이션 관련 직종에서 3년간 근무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3D라는 매체와 아트라는 장르에 갈증을 심하게 느껴서 결국 캐나다 밴쿠버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고, 1년간 노력한 끝에 THQ 렐릭스튜디오에 입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COH>의 성공을 바탕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이철주 씨가 작업한 <COH>의 포스터 원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개발자, 혹은 개발자 지망생들이 해외로 나가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어딜 가든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어디를 가나 지겹게 듣는 소리겠지만, 만약 미국 같은 곳으로의 유학을 준비한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영어를 미리 열심해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도 미리 학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철주 씨는 유학생들이 해외에서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으로 ‘커뮤니케이션’에서 오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꼽았다. 따라서 만약 유학을 생각하고 있다면 다른 무엇보다 언어 및 현지 문화에 대한 공부를 사전에 철저하게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언제나 자신감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사고방식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에 나가면 그 누구도 자신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존중해주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스스로가 자신감을 잃고 소심하게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이는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라고 한다.
“항상 스스로가 최면을 걸어야 합니다. ‘자신감을 가지자!’라고 말이죠. 자신의 의견은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의사표현 역시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괜히 ‘거만하게 보일 것 같아서’ 지레 짐작하고, 스스로를 속박하면 이뤄낼 수 있는 것도 못하게 됩니다.”
■ 한국인이라고 차별 받는 경우는 없다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해외 메이저 게임회사’ 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좋은 인력들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좋은 인력’에 개발자의 국적은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이철주 씨는 말했다.
“흔히 한국인이 해외에 나가면 ‘차별을 받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언어소통에 의한 불이익을 빼면 ‘국적’에 대한 차별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회사일수록 직원들의 출신지역은 굉장히 광범위하고 다양합니다.”
굉장히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또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 만나는 만큼 해외에서는 서로간의 문화를 존중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언어에 존칭이 없기 때문에 서로 말을 편하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을 깔보거나 거만하게 보이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되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언제나 겸손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존중해준다면 상대방 역시 나를 존중해줍니다. 해외에서는 특히 팀이나 회사에 잘 융합되는 직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모습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메이저 회사에 있어 개발자는 '왕'
앞서 메이저 게임회사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회사들은 보통 ‘리퍼럴(Referral) 제도’라는 것을 시행한다고 한다.
이는 회사에 인재를 추천하면 그 만큼의 보상을 받는 제도로, 가령 렐릭스튜디오 같은 경우에는 추천을 통해 개발자가 한 명 입사하면 추천한 사람은 평균 2백만 원 정도의 보상금을 받는다고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만, 미국 역시 개발자들의 이직이 굉장히 잦기 때문에 실력 있는 개발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보상 제도’가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세부적으로는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가 게임이 하나 출시되면 직원들에게 성과급에 따라 보너스를 주고, 게임의 판매량에 따라서 또 한번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보통 1만장 정도가 팔린다면 5백만 원에서 9천만 원 정도를 개개인에게 성과급으로 주는데, 일례로 액티비전의 <콜 오브 듀티> 팀 같은 경우에는 약 12만 달러(약 1억1천만 원)의 보너스를 받았다고 한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것은 모든 개발자가 이런 엄청난 양의 보너스를 받고, 왕처럼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특히 해외는 철저한 능력과 실적 위주로 회사가 운영되기 때문에, 만약 실적이 없다면 하루 아침에 해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개발자를 뽑을 때 곧바로 연구직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다고 한다. 즉, 계약직으로 뽑은 다음, 주기적으로 능력을 평가한다는 것.
보통 1년에 1번 이상 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일단 회사에 들어가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항상 긴장하면서 지내야 한다고 이철주 씨는 강조했다.
“어쨌든 해외는 한국과 굉장히 많이 다르며, 또한 어렵고 힘든 무대임에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기도 합니다. 여러 번 말하지만 재능과 실력이 있다면 더 넓은 세계의 문을 노크해보시길 바랍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철주 씨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청강대학교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