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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한빛vs플래그십 ‘헬게이트 분쟁’ 어디까지?

헬게이트와 미소스 지적재산권 공방, 소송까지 예고

shiraz 2008-07-16 12:14:21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한빛소프트와 플래그십 스튜디오가 <헬게이트: 런던>의 서비스와 지적재산권(IP)를 두고 법정 다툼까지 벌일 기세다. 양측은 언론을 통해 대리전을 펼치는 양상으로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양측의 물밑 협상은 결렬됐고, 대화는 엇갈렸다. 쟁점은 <헬게이트: 런던>과 <미소스>의 지적재산권(IP)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 양측의 입장, 향후 전망을 단계별로 정리해봤다. /디스이즈게임 이재진 기자, 황성철 기자


 

[발단] <헬게이트: 런던>의 흥행 부진

 

플래그십의 개발진은 북미와 유럽에서 <헬게이트: 런던>의 패키지 유통을 맡은 EA의 압박 때문에 완성도가 미흡했지만 어쩔 수 없이 런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멤버쉽 기반의 월정액 부가서비스도 북미와 유럽에서 외면당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사전판매는 많이 됐지만, 제대로 서비스가 이루어진 나라는 한국뿐이다. 월정액 기반의 유료화 초기에는 2주만에 3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에서 반응이 좋자 플래그십 개발진은 고무된 표정이었지만, 매출이 점점 떨어지자 분위기는 다시 나빠졌다.

 

영어권에서 패키지 판매도, 멤버쉽 결제도 부진하고 한국 매출도 하락하자 플래그십 스튜디오는 운영자금난에 직면하게 된다. 빌 로퍼 등 플래그십 경영진은 미국의 투자은행과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협상] 플래그십과 한빛, 입장의 차이만 확인

 

한빛소프트와 플래그십은 그야말로 돈독한 사이였다. 우호적인 관계 이상의 친분을 과시했고, 온라인 서비스를 위한 법인 핑제로를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플래그십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플래그십과 한빛소프트는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양사의 관계나 소통은 예전 같지 않았다. 한빛소프트는 상당한 액수의 투자 제안을 플래그십에 했지만 거꾸로 납득할 수 없는 제안만 해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플래그십 지분투자에 대한 논의가 수 차례 오갔지만 경영권과 IP를 놓지 않으려는 플래그십 경영진의 완강한 의지에 부딪히면서 입장의 차이만 확인할 뿐이었다.

 

티쓰리가 한빛소프트를 인수한 다음에도 빌 로퍼 등 플래그십 설립자들이 한국에 와서 김기영 대표를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결국 성과는 없었다. 그러는 중에 플래그십의 경영난은 더욱 악화됐다. 시한폭탄의 초침이 재깍재깍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상황이었다.

 

플래그십 스튜디오의 입구, 직원들은 떠나고 설립자들만 남았다.

 

 

[대립] IP는 우리 것 vs 소송 걸겠다

 

서로의 입장을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플래그십의 전직원이 지난 13일 해고됐다. 당장 <헬게이트: 런던>의 국내 서비스와 아시아 수출을 해야 하는 한빛소프트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한빛소프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소스>의 지적재산권은 이미 확보한 상태이며, <헬게이트: 런던>도 가져와서 직접 개발하고 서비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었고, 상황이 정리된 것은 아니었다.

 

플래그십은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16일 오전 <헬게이트: 런던> 미국 포럼에 공식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가 올라왔다. <헬게이트: 런던>, <미소스>의 지적재산권과 기술의 소유권은 여전히 플래그쉽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북미와 유럽의 <헬게이트: 런던> 멤버쉽 이용자들은 무료로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정책도 밝혔다.

 

플래그십의 빌 로퍼 대표(오른쪽 사진)는 보도자료에서 대부분의 직원들을 해고했다는 사실을 발표해야만 했던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그러나 플래그십의 관리자와 설립자들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밝혀 건재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빛소프트도 즉각 대응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미소스>는 한빛이 단독으로 담보권을 갖고 있어 지적재산권 확보에 문제가 없고, <헬게이트: 런던>은 담보권을 가진 미국 코메리카 은행과 협상을 진행해 지적재산권을 가져오겠다는 입장이었다. 해고된 플래그십 개발자를 영입하기 위한 인터뷰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회생의 노력을 게을리하고 자신들의 이익만 챙겨 주주들과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플래그쉽 설립자들(빌 로퍼, 데이비드 브레빅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쟁점] 지적재산권 공방, 담보 계약서가 관건

 

양측이 입장이 팽팽이 대치하는 가운데, <헬게이트: 런던>과 <미소스>의 지적재산권 향방이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는 플래그십이 파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두 게임의 권리를 소유하고 있다. 한빛소프트는 개발비 투자 계약서를 근거로 <미소스>와 <헬게이트: 런던>의 지적재산권을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한빛소프트 관계자는 “코메리카 은행이나 한빛 모두 플래그십에 개발 자금을 지원하면서 조건을 걸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예를 들면 어떤 상황에서는 투자금을 반환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지적재산권에 대한 권리를 어떻게 할 수도 있다는 식이다”라고 밝혔다.

 

한빛은 현재 <미소스> 개발비 투자 계약서를 검토하면서 지적재산권을 가져올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검토하고 있다. 계약서를 근거로 <미소스>를 가져오는 것을 최우선 목표이며, 여의치 않을 경우 지적재산권 확보를 위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송까지 걸릴 경우 단기간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빛이 발빠르게 미국 현지에서 움직이는 것도 자칫하면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래그십의 빌로퍼 대표와 임원들이 순순히 게임의 권리를 넘겨줄 가능성은 없다. 플래그십이 만일의 경우 지적재산권을 양도하겠다는 조항에 합의를 했는지는 계약 당사자들만 알고 있는 내용으로, 확인된 사항이 없다.

 

따라서 한빛이 계약서만으로 지적재산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핑제로를 설립할 때만해도 이런 상황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전망] 분쟁 장기화 되면 모두가 피해자

 

한빛은 <헬게이트: 런던>과 <미소스>의 지적재산권 확보를 자신있게 공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진행될까?

 

<미소스>의 경우는 담보권이 한빛에 있지만, <헬게이트: 런던>은 담보권이 코메리카 은행에 있어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한빛소프트가 보도자료에서 밝힌 계획대로 <헬게이트: 런던>을 가져와서 직접 개발하려면 다음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코메리카 은행이 <헬게이트: 런던>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한다.

(※ 현재는 코메리카 은행도 담보권만 가진 상태로, 100% 가져온다는 보장은 없는 상황)

한빛소프트가 코메리카 은행과 협상을 벌여 지적재산권을 가져온다.

3개월 동안 소스를 분석해서 개발을 재개한다.(3개월은 한빛이 밝힌 소요 시간)

컨텐츠 업데이트를 통해 국내 서비스를 강화하고 아시아권 수출을 진행한다.

 

얼핏 봐도 한두 달 내로 끝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과정이다. 플래그십의 입장이 강경한 만큼 <미소스>와 <헬게이트: 런던>의 담보 계약서 조항에 대한 해석도 입장의 차이가 클 것이다. 또, 코메리카 은행이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더라도 조건없이 한빛에게 넘겨주진 않을 것이다.

 

결국 피해는 현재 월정액을 내고 <헬게이트: 런던>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돌아간다. 플래그십 개발진들이 해고되면서 예정됐던 <어비스 연대기>의 업데이트 시기도 불투명해졌다. 평화적인 타결은 쉽지 않은 상황. 안타까운 것은 이번 분쟁이 승자 없는 싸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의적인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플래그십 설립자들은 신뢰도와 명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한빛소프트는 아시아 지역 수출계약 이행과 PC방 종량제 시간이 남아 있어 부담이 크다. 마냥 업데이트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유저들도 답답한 심정이긴 마찬가지.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가 누적되는 쪽은 한빛소프트다.  <헬게이트: 런던>의 국내 PC방 종량제 요금을 이미 받아놓은 상황에서 이용률이 높지 않아 시간 소진이 많지 않았다. 아시아권 수출 계약금까지 일부 받은 상황. 어떻게 해서든 서비스를 유지하고, 수출계약도 이행해야 한다. ‘갈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버티기에 나선 플래그십이 야속할만 하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분쟁. <헬게이트: 런던>의 지옥문이 엉뚱한 곳에서 열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