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이 독자 여러분과 함께한 지 벌써 14년을 맞았습니다. 매년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기에 어느 한 해도 쉽게 보낼 수 없지만, 2018년은 유독 기억에 남는 소식이나 사건이 많았던 해가 아닐까 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지난해 디스이즈게임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소식이 뭐였나요?
창간을 맞이해 TIG 기자들에게도 "디스이즈게임 2018년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소식이 뭐였나요?"라고 물어봤습니다. 이중에는 다른 기자가 쓴 기사부터 본인이 쓴 기사까지 다양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 기자들이 선정한 기사의 제목을 누르면 해당 기사로 이동합니다.
# "지금도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해요" 2018년, TIG 기자들의 기억에 남은 '사건'
본인이 작성한 기사라서 꼽은 것이라기 보다는 꽤 마음에 걸리는, 여전히 씁쓸함으로 남아 있는 현장 인터뷰여서 선정하게 됐습니다. 기자의 아버지는 과거 아케이드 게임장 사장이기도 해서, 당시 정인게임장 사장의 어려움 토로는 뭔가 남다르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정인게임장의 축소, 숭실 게임랜드 폐업을 다뤘다기 보다는 기사를 통해 그들의 안타까움을 조금이라도 오롯이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당시 현장의 분위기를 좀 더 잘 전달할 수 없는 것이 여전히 한계로 남지만, 조금이라도 많은 유저와 독자가 게임장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물론, 국내 게임장의 여러 아쉬운 소식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 것입니다. 거의 해외 게임사의 타이틀로 구성된 상황에서, 게임사의 미흡한 지원도 있을 수 있고 게임장 자체가 유저나 산업의 흐름도 좀 더 면밀히 파악을 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할 것입니다.
정인게임장 이전과 이후 여럿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기는 했으나, 바람이 있다면 시장에서 잘 성장해 좋은 소식으로 다시 게임장 인터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국내 게임장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위 기사를 선정했습니다.
정혁진 기자는 아직도 2018년 5월 취재 당시 '정인게임장'의 모습이 선하다고 합니다
참 ‘역대급’으로 말이 많았던 블리즈컨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디아블로 4>가 공개되었어도 이 정도로 전 세계 게임업계가 들썩이진 않았을 것 같으니까요. 그만큼 <디아블로 이모탈>의 공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블리즈컨은 개막 전 ‘디아블로 신작이 공개된다’라는 것이 거의 확정적으로 정보가 퍼진 상태였기 때문에 게이머들의 기대가 역대 최고치까지 올라갔던 상태였습니다. 때문에 <디아블로 이모탈>이 공개됐을 때 충격과 실망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말이죠. 이는 블리즈컨 취재를 위해 미국으로 출장을 간 기자, 밤새 뜬 눈으로 취재 서포트를 위해 한국에서 대기하던 기자들 모두 공통으로 겪었던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러모로 블리즈컨 및 <디아블로 이모탈> 관련 기사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블리즈컨 개막 전에는 어떤 <디아블로> 신작이 나올까 예측하면서 즐거운 상상을 하며 즐거워했지만, “에이 설마 그건 아니겠지” 했던 ‘M’이 실제로 나오고 나서는… 하여간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블리즈컨이었고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게임일 것 같네요.
2018년 8월, <다이블로> 커뮤니티 매니저 브랜디 캐멀이 이렇게 말한 것이 지나친 기대를 자극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인생 게임이라 생각해요" 2018년 디스이즈게임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 소식
어린 시절 게임 플레이를 떠올리면 유독 "이건 좀 잔인하지 않았나?"하는 순간이 많습니다.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를 플레이하며 손님을 일부러 호수에 빠트려 보기도 하고, <코만도스>를 하면서 동료를 죽일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심즈> 시리즈에서 일부러 심을 죽여보기도 했거든요. 이런 기행을 저만 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플레이를 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왜 <심즈>에서 애지중지 만든 심을 죽이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고민을 해결해준 기사가 바로 우티 기자가 작성한 기사였습니다. 이를 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심을 죽이기 전 "내가 얘를 그렇게 싫어 하는 건가? 아닌데, 왜 이러는 거지? 내가 이상한 건가?"는 내적 고민이 많았는데, 덕분에 고민 없이 작업을 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과거 국내에 <심즈>가 처음 발매된 날 어머니 손을 잡고 게임을 사 온 게 어제 기억처럼 생생한데, 어느새 시리즈가 거듭되어 <심즈 4>까지 발매됐더군요. 저는 <심즈> 시리즈가 발매된 이래 지금까지 새로운 확장팩이나 차기작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라 설렙니다. 차기작 소식도 하루빨리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잔혹한 플레이를 이어가며 "내가 이상한건가?"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많았지만, 기사를 읽고 '의외로 정상입니다'라는 판정을 받은 듯 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에서 코코 할머니가 평생 안고 있었던 말은 '기억해 줘'(Remember Me)였습니다. <리브 오마>도 제작자가 할머니를 기억하기 위해 할머니와 산책하던 기억을 게임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기자는 자신과 할머니 사이의 추억을 풀어놓으며 <리브 오마>를 소개합니다. 게임의 색채와 기자와 할머니의 이야기가 산책하듯 걸어가다가 '기억'이라는 종착점으로 가닿습니다. 기적적인 '코코'도 잔잔한 <리브 오마>도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울림을 줍니다.
기사는 '특별한 장치나 특출난 스토리가 없는 게임'을 특별한 장치와 특출난 스토리로 풀어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이 아니면 나오지 않았을 기사가 아닐까 감히 말해봅니다. "모든 미디어는 결국 자신의 기억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구성한다"던 기자는 요즘 일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 "기억에 남는 인터뷰였어요" 디스이즈게임과 만난 기억에 남는 '인물'
2018년 게임계 여러 이슈가 있었지만, 이것만큼 큰 터닝 포인트가 있을까 합니다. 포괄임금제나 야근 등 노동 이슈는 게임계의 오랜 화두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껏 많은 개선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진 못했죠. 이 과정에서 일선 개발자들의 입장이 많이 반영되기 힘들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지난해부터 시작된 노조 설립은 한국 게임계에 그만큼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첫 시작인 넥슨 노조 설립은 더욱더요. (기사 하나만 꼽아야 해서 넥슨 노조 이야기만 얘기했지만, 비슷한 시기 나온 스마일게이트 노조도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후 넥슨 노조는 2019년 2월 26일, 3N으로 대표되는 대형 게임사 중 최초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기로 확정했습니다.
넥슨의 포괄임금제 폐지처럼, 앞으로도 게임계의 많은 노동 문제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네요.
넥슨 배수찬, 스마일게이트 차상준 노조 지회장
지난해 4월 넥슨의 개발 조직이 7개의 독립 스튜디오로 나뉘면서 기획 인터뷰가 진행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진행한 인터뷰 중 데브캣 스튜디오 김동건 프로듀서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적입니다.
그들이 만드는 게임 개발 원칙과 데브캣 스튜디오라는 조직, 작업 방식에 대한 이야기까지. 데브캣 스튜디오가 18년 동안 쌓아 온, 그리고 만들어 갈 조직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인터뷰였습니다. 특히, ‘비율’이라는 단어가 인터뷰를 관통하는 점 역시 흥미로웠고요.
인터뷰 내용 중 김동건 프로듀서가 <마비노기>를 개발할 때 고려했다는 ‘생활감’의 개념이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마비노기>와 <마비노기 영웅전>을 즐긴 팬이었고, 최근 <마비노기>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기사를 읽은 후 게임을 접하니 새로운 시선으로 플레이하게 됐고, <마비노기 M>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졌습니다.
데브캣스튜디오 김동건 본부장
김동건 본부장과 데브캣스튜디오 ‘스훈’. 먼저 작동하는 것을 만들어 두고, 발전시키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