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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방구석게임] 왜 '아스트로봇'은 TGA 2024에서 'GOTY'가 됐을까?

두 사람의 생각

김승주(사랑해요4) 2024-12-20 10:23:09
<아스트로봇>이 '더 게임 어워드'에서 GOTY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매년 12월 진행되는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이하 TGA)에는 늘상 수많은 게이머의 이목이 모이고 있다. 연말 연초에는 여러 게임 시상식에서 '최고의 게임'(GOTY)을 선정하곤 하는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권위 있는 시상식이 바로 TGA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행사 진행 전부터 "어떤 게임이 수상할까?"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규칙 개정을 통해 <엘든 링: 황금 나무의 그림자>가 후보작으로 선정되자 "과연 DLC가 GOTY 경쟁을 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아스트로봇>은 왜 이번 TGA에서 GOTY로 선정됐을까? TGA가 마무리된 지는 1주일이 지났지만, 문득 몇 가지 생각이 들어 <아스트로봇>에 대한 기자와 리뷰어의 생각을 적어 봤다.


TGA 2024에서 최고의 게임상을 수상한 <아스트로봇> 개발진 (출처: TGA)



# 리뷰어의 생각


디스이즈게임은 유튜브 리뷰어 '깐'을 통해 <아스트로봇>의 외주 리뷰를 연재한 바 있다.

리뷰어의 생각은 어떨까? 리뷰어 '깐'은 "TGA가 말하는 '이상적인 게임'은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으면서, 가족을 향한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어 2021년의 예시를 들면서 "다소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당시 GOTY 수상작은 <잇 테이크스 투>였고, 올해와 마찬가지로 가족 게임상을 수상했다. 주요 경쟁작은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였다"고 말했다.

의견에 따르면 TGA는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 중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주목도와 시장 영향력 등 여러 요건을 고려할 때 이들이 선정한 최고의 게임은 개인 의견처럼 가벼이 여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와닿을 수 있는 게임에 높은 평가를 준 것 같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기조를 깰 정도로 '가족' 장르가 아닌 곳에서 '압도적인 재미'를 준 게임이 없는 것으로 심사위원단이 판단한 것일 수도 있다.



리뷰어는 <아스트로봇>의 '전체적인 레벨 디자인'과 '도전 욕구를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키는 과정'에 높은 평가를 남겼다. 처음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땐 유아용 게임처럼 쉽고 심신을 치유하는 놀이 같지만, 기술을 점진적으로 응용하기 시작하면 '어라?' 싶은 도전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스트로봇>의 레벨은 너무 길거나 복잡하지 않아 어떤 도전이든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다. 차근차근 게임에 익숙해지고 수집 요소들을 채워나가는 데서 만족감을 느낄 즈음엔 도전적인 난이도의 챌린지 레벨을 발견하게 된다. 이 일련의 과정 덕분에 작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게임에 빠져들어 모든 콘텐츠를 섭렵하게 될 수 있었다고 리뷰어는 평했다.



기발하고 귀여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외형의 매력에 그치지 않고 게임플레이의 재미로 녹여낸 부분 또한 호평받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리뷰어는 <아스트로봇>에서 '생쥐'로 변신하는 레벨이 특히 감동적이라고 평했다. 크기가 작아졌다, 커졌다 하며 쥐구멍을 오가는 퍼즐 요소를 다채롭고 재미있게 구현한 덕분에 이 부분부터 급격하게 애정이 커졌다고 했다.


마지막으로는 "올해 250개가 넘는 게임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스트로봇>이 최고의 게임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스트로봇>에서 경험한 것들은 다른 게임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었기에, 특별한 게임이라는 것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라고 했다.


이어 "게임 생태계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다른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장르와 주제가 공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제 2의 <아스트로봇>을 만나게 되는 것도 좋지만 똑닮은 게임이 아닌 새로운 게임에서 <아스트로봇>에서 느낀 수준의 특별한 경험을 해 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기자의 생각


개인적으로 기자는 <아스트로봇>의 수상을 조금 더 높게 점치고 있었다. 투표권이 있기에, GOTY로 투표한 게임은 달랐지만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후보작 중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게임이 <아스트로봇>이었기 때문이고, 서구권이 주류인 심사위원단의 취향 상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 봤다.

몇몇 의견을 살피면 <아스트로봇>이 엄청난 개발비가 투입된 게임이 아니라, 경쟁작에 비해 비교적 작은 스케일의 게임으로 보이기에 수상에 대해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꼭 화려한 그래픽과 압도적인 스케일이 '최고의 게임'을 정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게임이 '망가진 최적화'로 DLSS 같은 기능을 켜지 않으면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요즘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픽이 평가에 있어 중요할까?
DLSS 안 키면 AAA는 60프레임 유지도 버거운 이상한 세상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특히  <아스트르봇>은 겉으로만 보면 어린 사람이 즐기기 좋은 가벼운 플랫포머 게임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솔직히 말해 기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게임을 해 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겉으로는 이미 흔하게 보던 3D 플랫포머 게임 같지만, 해 보니 스테이지마다 선보여지는 다채로운 기믹과 매커니즘 그리고 여기에 따른 연출이 상당히 정교하고 훌륭해 패드를 손에서 놓기 어려웠다. 몇몇 PS5 게임에 '억지로' 들어간 느낌이 강했던 '햅틱' 기능도 정말로 잘 살려냈기에 "이 정도면 소니가 듀얼센스를 만든 의의가 있다"고 느끼기도 했다. 결국에는 게임의 재미와 완성도다.

귀엽고 흥미로운 기믹을 선보이고, 이를 비틀어 응용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온고지신'을 잘 했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최고의 게임'을 논할 때 어느 게임에서도 보지 못했던 신선한 매커니즘이나 기믹 같은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창의적인 게임이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단 것이다. 그러나 기자는 창의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진실로 창의적인 것'은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미 비디오 게임은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정말로 수많은 게임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사용됐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창의적'이거나 '처음 봐서 재미있다'고 느꼈던 시스템이 사실 다른 게임에서 이미 시도됐던 것일 수도 있다. 

진실로 독창적인 게임은 많지 않으며, 게임은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발전하는 중이다. 지나친 표절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타 게임에 대한 충분한 존중과 함께 이미 있던 것을 갈고 닦아 더욱 멋지게 선보인 것을 나쁘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아스트로봇>의 강력한 경쟁작으로 여겨진 GOTY 후보 <메타포: 리판타지오>(이하 메타포)도 이 점과 맞닿아 있다. <메타포>가 정말로 독창적인 게임인가? <메타포>는 아틀라스가 기존에 잘 해왔던 것을 JRPG의 정석을 보여 주는 새로운 세계관 속에서 잘 다듬어낸 게임에 가깝다. 

'투표'라는 소재는 신선하지만, 커뮤니티를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은 <페르소나> 시리즈에서 많이 보던 것이다. 아키타이프 역시 '페르소나'를 떠올리게 하며, 프레스 턴 시스템은 <진 여신전생> 시리즈를 통해 이미 아틀라스가 수없이 선보였던 개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융합한 결과물이 정말로 재밌고 깔끔하게 만들어졌기에 사람들이 <메타포>에 호평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메타포>를 비판하는 내용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기자도 70시간을 정말 재미있게 했다.

결국, 무조건 독창적이고, 기술적으로 엄청나고, 스케일이 크고, 제작비가 엄청나게 들어간 게임보단 '재미있고 잘 만든 게임'이 심사위원단에게 인정받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내용이 "<아스트로봇>은 흔한 플랫포머 게임인데 GOTY를 왜 받느냐?"에 대한 답변이 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PS2를 즐긴 것은 아니겠지만, PS2는 전성기 시절 정말로 많은 게이머의 손을 거쳤기에 스토리와 엔딩이 많은 전문가의 가슴을 울렸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아스트로봇>에 PS 진영의 캐릭터가 나오는 것이 단순히 소니의 마케팅 수단을 위해서는 아니란 것이다. PS2는 전 세계에서 1억 6천만 대가 팔렸다. 기자의 고향 집 창고에도 먼지 쌓인 PS2가 아직 있다.

누군가에겐 <아스트로봇>에서 패러디된 다양한 PS 게임의 캐릭터를 보고 "누구세요?"라고 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소중한 동료다. 몇몇 캐릭터는 PS2 시절 이후 게임 시리즈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잊혀진' 것들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게임을 즐겨 왔을 사람들에게 <아스트로봇>에서 묘사된 캐릭터들은 눈물을 쏟게 만드는 절절한 그것이었을지도 모른다. 


PS 진영에서 잊혀진 줄 알았던 캐릭터가 총출동했으니 감회가 더욱 남다르다.

그렇게 이번 TGA의 승자는 <아스트로봇>이 되었다. 근거가 어떻게 되었건 이 게임의 수상은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애초에 TGA의 '권위'부터가 약간 모호한 감이 있다. 가장 많은 사람이 보는 게임쇼에서 정해 주는 것이 정말로 2024년 최고의 게임인가? TGA와 같은 각종 시상식의 평가가 게임의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지대한가? TGA에서 수상하면 갑자기 게임 판매량이 100만장씩 늘어나는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 상을 타면 좋고, 못 타면 조금 아쉬울 뿐이다. 너무나 이 'GOTY'라는 개념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GOTY라는 개념에 대해 사람들이 조금 너그럽고 즐겁게 받아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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