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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베트남 특집 5] 베트남 게임 책임자 최초 인터뷰 “한국 게임사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

정보통신부 방송전자정보국 레꽝뜨(Le Quang Tu Do) 국장

임상훈(시몬) 2025-05-21 11:15:49
20년 넘게 글로벌 게임 업계를 취재하며 여러 국가의 공무원들을 만날 기회도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이 두 명이다. 2008년 싱가포르에서 만났던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Infocomm Development Authority of Singapore) 소속 Luke Lee는 ‘감동’을 안겨준 인물이었다. 

2024년 호치민에서 만난 베트남 정보통신부 방송전자정보국 레꽝뜨(Le Quang Tu Do) 국장은 ‘충격’을 준 인물이었다. 그는 베트남의 판호(G라이선스) 발급을 포함해 게임 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다. 이런 고위 인사가 개회사는 물론 패널 토론까지 직접 참여해 베트남 게임씬의 한계와 발전 방향에 대해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의견을 나누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이런 모습에 더욱 호기심이 생겨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고, 더 깊이 있는 대화를 위해 하노이까지 찾아가 그를 만났다. 베트남 게임 산업의 발전에 진정성을 가진 그는 한국 게임 업계와 적극적인 협력을 희망했다. /디스이즈게임 시몬(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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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게임 책임자 최초 인터뷰 “한국 게임사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




지난해 게임버스 패널토크에서 베트남 게임씬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레꽝뜨 국장

Q. 디스이즈게임: 정보통신부가 바라보는 베트남 게임 산업 상황은 어떤가요?

A. 레꽝뜨 국장: 현재 베트남 게임 시장은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베트남 게임 산업이 돌파구를 마련할 적기, 적소, 적임자(right time, right place, right people)를 갖춘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 게임 산업은 약 20년 전 등장했지만, 여전히 여러 제한 사항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국 게임 퍼블리싱에 주력하며, 베트남 게임 스튜디오는 대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제작한 게임은 국내에 출시되지 않고 해외에만 출시되며, 일부 기업은 해외에 법인을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기업 간의 연결성과 통합성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2022년에 이르러 베트남 정보통신부는 ‘베트남 게임 개발 연합’(Vietnam Game Development Alliance, VGDA)을 설립하며 기업들을 모으고 연결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게임 제작사와 퍼블리셔들이 처음으로 정부와 협력하여 이전에는 개별 기업이 할 수 없었던 과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 산업에 외국 투자를 유치하고, 게임 디자인 및 그래픽 엔지니어링 전문가로 구성된 인력을 양성하는 등의 작업입니다. 동시에, 이들은 국경 간 플랫폼과 앱 스토어가 국내 게임 회사의 권리를 보호하도록 단합했으며,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 및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설립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베트남 게임 산업이 성장하기에 적합한 "적기, 적소, 적임자"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이 베트남 게임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천혜의 시기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드리고 싶은 점은, 이번에 베트남 정부가 처음으로 게임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게임 산업 발전 계획을 수립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각 부처와 지방정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것입니다.


Q. 2010년대 초반 베트남의 게임 규제는 한국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베트남을 게임을 엄격히 규제하는 국가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요?

A. 2010년대 초, 베트남 게임 산업은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으며, 당시 게임 내용과 시나리오가 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평가로 인해 규제가 상당히 엄격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베트남 게임 산업은 많은 조정을 거쳤고, 사회적으로 더욱 개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게임 콘텐츠는 여전히 엄격히 관리되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게임 시간 제한이 있지만, 산업 발전을 장려하기 위한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e스포츠와 모바일게임은 더 강력하게 인정받고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게임 산업을 베트남의 국가 이미지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도구로 간주하며, 이를 육성해야 할 주요 문화 산업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Q. 게임 라이선스는 많은 한국 전문가들에게도 큰 관심사입니다. 많은 한국 게임 기업이 중국의 라이선스 시스템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게임 라이선스 정책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 베트남의 게임 라이선스 규정은 매우 투명하고 공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72/2013/ND-CP 법령에 명시되어 있으며, 베트남은 외국 기업, 특히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에 열려 있습니다. 베트남은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을 구별하지 않으며, 콘텐츠와 기술 시스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만 충족하면 됩니다.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 내에 기업을 설립해 베트남에서 직접 게임을 퍼블리싱하거나, 현지 기업과 협력해 퍼블리싱 계약을 통해 게임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Q. 베트남 게임 스튜디오는 특히 하이퍼캐주얼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오랜 기간 아웃소싱을 통해 프로그래밍 및 그래픽 제작 능력을 키워왔습니다. 또 다른 산업적 강점에는 어떤 게 있나요?

A. 베트남은 젊고 재능있는 인재가 많습니다. 젊은 개발자들은 창의적일 뿐만 아니라 AI, AR/VR과 같은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합니다. 예를 들어, <플래피 버드>나 <엑시 인피니티> 같은 글로벌 히트작이 베트남 개발자에 의해 제작됐습니다.

베트남 게임 중 가장 유명한 <플래피 버드>

이런 개발자들 사이에 커뮤니티가 발달해 있습니다.프로그래밍 및 게임 개발 커뮤니티의 협업은 작은 스튜디오들이 빠르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게 돕습니다.

개발비가 선진국보다 낮아 합리적인 예산으로 게임 제작이 가능합니다. 또한 5,000만 명 이상의 게이머가 있어 스튜디오들이 개발한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창의성과 재능, 그리고 낮은 개발 비용의 조합으로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게임 산업의 밝은 미래를 만들고 있습니다.


Q. 그 때문일까요? 게임버스 등을 통해 구글, 메타, 로블록스 등 글로벌 플랫폼들이 적극적으로 베트남 게임 개발자들에 어필하는 것을 봤습니다. 글로벌 플랫폼 회사들과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나요?

A. 글로벌 플랫폼들은 베트남 게임사의 제품이 전 세계 시장에 출시될 수 있게 지원합니다. 또한 비즈니스 네트워킹 행사를 개최해 베트남 게임 산업의 잠재력을 알리고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도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라이선스 절차를 간소화했습니다. 외국 기업이 베트남의 젊고 재능 있는 인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고요. 또한 매출이나 성장, 수요 및 개발 기회 등에 대한 데이터를 외국 기업에 제공해 베트남 시장의 가치와 수익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게임정책을 총괄하는 레꽝뜨 국장. 우리나라로 치면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 미디어정책국장, 콘텐츠진흥원장, 게임물관리위원장 등을 겸임하는 포지션이다.

Q. 현재 베트남 게임 업계의 고민은 무엇입니까?

A. 베트남 게임 산업은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몇 가지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데, 특히 중국 대형 스튜디오와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젊고 유능한 프로그래머가 많지만 AA나 AAA급 게임을 개발할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것도 현실입니다. 게임 산업 관련 교육과 인재 개발의 질이 균일하지 않습니다. 이와 더불어, 외국 자본 유치와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Q. 대규모 고품질 게임 장르에 대한 경험 부족과 게임 디자인의 한계가 베트남 게임 산업의 미래 발전에 허들이 될 수 있습니다. 대책이 있습니까?

A. 대규모 고품질 게임 장르 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보통신부는 게임 산업 정규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 베트남 우편통신대학교는 처음으로 게임 디자인 및 개발에 대한 정식 학사 학위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앞으로 톤득탕대학교와 FPT대학교 같은 다른 대학들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개설할 수 있도록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또한 VTC Multimedia Corporation은 게임 프로그래밍에 즉시 종사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단기 직업 훈련 프로그램(3~6개월)을 시행하고 있으며, 구글, 로블록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형 IT 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부는 프로그래밍, 3D 디자인, 게임 프로젝트 관리 분야에서 한국의 유능하고 경험 많은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심층 교육을 제공하기를 희망합니다.


Q. 외주 업무가 다양한 경험을 쌓기에는 좋지만, 할당된 작업을 완료하는 데 그치는 습관을 만드는 경향도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성공하기 위해 게임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A. 게임 품질을 개선하고 외국 기업들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베트남은 스튜디오가 외주 작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독창적인 제품을 개발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게임 프로제긑에 대한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강화합니다.  프로그래밍 기술, 디자인, 프로젝트 매니징에 관한 국제 표준 수준의 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한 베트남 게임사들이 해외 대형 게임 회사들과 협력하여 경험을 배우고 축적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Q. 한국 정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해 게임 개발과 마케팅, 인재 양성과 훈련 등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와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인건비의 20~45%를 환급하는 방식으로 게임 산업을 지원합니다. 베트남 정부는 게임 산업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나요?

A. 현재 베트남 정부는 다음과 같은 정책과 조치를 통해 게임 산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먼저, 세제 혜택이 있습니다. 하이테크 기업(게임 개발 기업 포함)에 대해 세금 감면 정책을 제공합니다. 소프트웨어 제작 기업은 15년 동안 10%의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형 테크 기업 및 국제 교육기관과 협력해 게임 프로그래밍에 대한 심층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이와 더불어 게임버스, 게임허브 같은 국내외 기업 간 협력을 위한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SEA 게임 31 같은 e스포츠 이벤트를 조직해 베트남 e스포츠 발전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 게임 업계와 협력에 매우 적극적이다. 기자에게도 의견을 묻고, 몇 가지 요청을 했다.

Q.  한국 게임 업계와 적극적인 협력을 희망하셨는데.

A. 현재 베트남 정부, 특히 정보통신부는 게임 산업 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주로 다음 4가지 주요 사안에 대해 협력을 원합니다.

먼저, 베트남은 게임 산업 인력 양성을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매우 희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그래픽 및 게임 디자인 분야의 국제 인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원해 주시길 요청 드립니다.  

두 번째로, 개발자와 게임 아웃소싱 협력을 원합니다. 베트남 개발자들은 게임 프로그래밍, 앱 제작,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능숙하며, 현재 구글과 애플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 내 구글플레이 및 앱스토어에 등록된 개발자는 약 43만 명에 달합니다. 이외에도 약 2,000개의 스튜디오가 활동 중이며, 개발에는 강점이 있으나 완성된 게임 디자인 구축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의 대형 게임 회사들로부터 외주를 받아, 베트남 개발자들이 한국 게임 산업의 다양한 프로세스를 경험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세 번째로, 한국 벤처 캐피탈 투자와 연결을 원합니다. 한국에는 게임 관련 벤처 캐피탈이 풍부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베트남 게임 스타트업 및 스튜디오들은 투자 자원에 대한 수요가 높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등을 통해 한국의 벤처 캐피탈이 베트남 게임 회사들과 연결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게임 행사 협력을 원합니다. 한국의 지스타나 중국의 차이나조이 같이 베트남에서는 ‘게임버스’라는 게임 행사를 주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한국 게임 기업들의 참여는 저조했습니다. 게임버스에 한국의 주요 게임 기업들이 많이 참여해, 베트남 시장과의 교류와 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이와 관련한 연결 채널을 구축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Update] 올해 5월 베트남 정부는 게임 주관 부서를 정보통신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이전했다. 레꽝뜨 국장은 게임 부문을 모두 가지고 문화체육관광부로 부서를 이동했다. 그가 여전히 게임을 총괄한다. 2000년 초 한국에서 게임 주관 부서를 놓고 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당시 문화관광부) 사이에 관할권 경쟁이 있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청와대 대변인을 했던 박지원이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오면서 게임 주관 부서가 문화관광부로 정리됐다. 최근 베트남 게임씬의 변화는 여러 면에서 20여 년 전 한국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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