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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게임을 할 수 있나요?"

국립재활원 '같이게임! 가치게임' 프로젝트 관련, 임명준 PD / Xbox MVP 김유정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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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진(홀리스) 2021-05-04 11:20:48

장애인은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비장애인보다 몇 곱절 많은 유/무형의 노력을 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이에 따라 사회가 발전하면서 환경도 변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은 많은 불편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불편함은 기본 생활 외에 여가 활동도 마찬가지다. 게임의 경우는 더 그렇다. 여러 플랫폼으로 수많은 장르의 게임이 쏟아지지만 컨트롤러를 통해 조작을 해야하는 물리적 한계로 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은 어느 순간부터 하고 싶지만 장애인은 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립재활원은 1월부터 오는 9월까지 중증중복뇌병변 장애인과 부모들이 겪는 게임 활동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들의 소외감 해소, 성취감과 자존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자조모임을 갖는 '같이게임! 가치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수요자(장애인)와 보호자, 국립재활원 관계자와 개발/임상/게임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단순히 장애인에게 게임을 제공한다는 측면 이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게임에 대한 이해를 돕고, 게임을 조금이나마 원활하게 즐기도록 개인에 맞는 개조된 보조기기를 제작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궁금했다. 기대도 됐다.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장애인도 원활하게 게임을 즐기도록 지속해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도 들었다. 국립재활원 임명준 PD, 그리고 전문가 집단에 소속돼 함께 프로젝트에 활동 중인 Xbox MVP 김유정 님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왼쪽부터 김유정 Xbox MVP, 국립재활원 이평호 PD, 임명준 PD

 

 

# '장애인 아이들도 자유롭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장벽을 허물기 위한 프로젝트의 시작

Q. 디스이즈게임: 장애인을 위한 게임 환경 조성은 이미 많은 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되어 왔지만 딱히 떠올려지는 사례는 몇 없는 것 같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A. 임명준 PD(이하 임명준): 게임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보조기기가 부족한 것 같다. 게임사에서 접근성 고려가 부족한 것도 있고. 또 그들이 게임을 원활히 즐기도록 지속가능한 정보, 인력과 공간도 필요하다.

 

오랜 시간 숙제였지만 모두가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한 것 같다. 국립재활원에서 진행한 '같이게임! 가치게임' 프로젝트도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에서 시작했다.

 

A. 김유정 Xbox MVP (이하 김유정): 해결을 위한 고민이 지속되지 않은 것 같다. 접근법도 잘못되거나 부족한 것 같고. 과거 Xbox 360 키넥트로 장애인 재활 프로젝트도 한 적 있는데, 일회성이기도 했고 몸을 움직여서 표현하는 방식이다 보니 일부만 해당했다. 그들(장애인)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진행하면 좋았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쉽다.

 

 

Q. '같이게임! 가치게임'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 어떤 계기나 목적을 가지고 있나.

 

A. 임명준: 올해 1월부터 시작했다. 프로젝트 저변에는 '노인 장애인 보조기기 연구개발 사업'이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보조기기 국산화를 위해 2020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경제적 가치 프로젝트와 사회적 가치 프로젝트가 있고, 사회적 가치 프로젝트는 국립재활원 내부에서 실시하고 있다. 장애인과 노인에게 꼭 필요한 수요를 공모하여 함께 만들어 확산하는 사업이다.

 

프로젝트를 하던 2020년 말, 뇌병변 장애인의 어머님 다섯 분이 "장애인도 게임을 할 수 있나요?"라고 같은 말씀을 하셨다. 즐거움을 위해 하는 게임이 그들에게는 어려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래서 자조모임 형태로 이분들과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다.

 

A. 김유정: 운영위원 중 한 분인 아름다운재단의 권 찬 사무총장님과 과거 Xbox 360 키넥트 장애인 행사에서 연을 쌓은 적 있다. 이후 국립재활원에서 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고 장애인 가정과 국립재활원에 게임에 대한 이해와 자문을 돕기 위해 전문가 집단을 모으는 과정에서 나를 추천해주셨다. 직장에서 맡고 있던 업무 분야도 이쪽이어서 프로젝트에 도움 줄 수 있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

 

 

Q. 맞춤형 보조기기를 개발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와 같은 운영 계획을 세우기도 그렇고. 과정이나 결심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A. 임명준: 쉽지 않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가장 큰 결심은 앞서 어머님들이 말씀하신 "장애인도 게임할 수 있나요?"라는 물음 때문이다. 그들의 물음에 대답해드리고 싶었다.

 

또 다른 답은 내부에 있었다. 우리 팀에는 뇌병변장애와 함께 40여 년을 살아오신 이평호 PD님이 있다. PD님이 "나도 어렸을 때 비디오게임을 하고 싶었어요. 그 게임 못한 한을 이제 이 아이들에게 풀고 싶어요"라고 하신 말씀이 큰 울림이 있었다.

 

예전부터 꼭 하고 싶은 프로젝트였으나 부족하지만 이제야 하게 됐다. 과정에서 해외 사례도 많이 접했고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각종 장애인 단체, 조직과 협력해 개발한 어댑티브 컨트롤러도 발견했다. 

 

그러나 정보도 파편화되고 내부에 이에 대해 자세히 아는 분도 없다 보니 결심이 서도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려웠다. 그래서 김유정 님과 같은 전문가들과 함께 하게 됐다.

 


 

 

A. 김유정: 앞서 연구원님도 말씀하신 어댑티브 컨트롤러도 그렇고 지금은 찾아보면 장애인을 위해 준비된 것이 꽤 있다. 

 

과거 디스이즈게임에서 아이에스티몰이 중증 장애 게이머에게 맞춤 컨트롤러를 제작했다는 기사를 보도한 것으로 기억한다. 기간이나 R&D 비용, 보급 등을 고려했을 때 완전히 새롭게 제작하는 것보다 국내 장애인 실정에 맞게 한 번 더 손을 본다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아이에스티몰이 제작한 김광섭 씨의 커스텀 조이스틱(출처: 김광섭 유저 페이스북)

 

Q. 앞서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Xbox의 키넥트 컨트롤러로 뇌졸중 치료에 활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반복적인 운동/훈련에 목적을 두고 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본 보조기기는 훈련보다 장애인들이 게임을 원활하게 즐기는 편의성 측면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

 

A. 임명준: 치료와 재활은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다. 손을 더 높게 들 수 있고, 인지가 좋아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비장애인은 게임을 신체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재미'가 가장 큰 목적이다. 

 

카이스트 도영임 교수님의 한 논문에서 "게임을 하는 노인집단이 하지 않는 집단보다 삶의 질이 높고, 사회적 지지가 높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이는 장애인 그룹도 마찬가지이다. 그들도 삶의 질을 높이고, 친구를 만들고 싶어 한다.

 

인간은 하루에 35,000번의 선택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중증뇌병변 장애인은 하루에 몇 번의 선택을 혼자 할 수 있을까? 거의 없다. 거의 활동지원사와 가족이 대신 선택을 해준다. 그러나 게임은 '선택의 연속'이다. 게임을 하면서 선택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는 것은 인간 고유의 즐거움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중증뇌병변 장애인이 게임을 통해 선택의 기쁨과 능력을 알게 되면, 의사소통도 원활하게 할 수 있고 집 안의 전등을 혼자 켤 수도 있고. 전동휠체어를 혼자 운전해서 이동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장애인도 삶의 질을 높이고 친구를 사귀고,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프로젝트를 통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장애인과 관련된 게임 이벤트가 Xbox 키넥트와 같이 동작을 유도하는 운동과 치료 목적의 게임이었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다양한 게임기를 직접 체험하고, 중증장애인이 각자 좋아하는 게임 콘텐츠를 선택하고 그에 맞추어 게임 인터페이스를 개조 또는 제작하여 친구 또는 가족과 함께 즐기는 것이 목적이다.

 

프로젝트가 수행되고 있는 국립재활원 내 열린제작실의 모습

 

Q. 프로젝트를 위해 재활원 포함 다양한 관계자가 모였다. 총 인원은 몇 명이며, 어떤 기준으로 선발했나.

 

A: 임명준: 크게 1) 장애인 가족2) 재활원 관계자, 3) 외부 전문가로 나뉜다. 처음에는 장애인 가족의 경우 자녀와 어머니만 생각했는데 아버지도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부모 모두와의 관계 속에서 경험하는 것이 좋으니까.

 

외부 전문가는 앞서 답변했듯 프로젝트의 전문성을 높이고 장애인 가정에 게임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선정했다. 세부 구성은 아래와 같다.

 

1. 수요자

- 중증뇌병변 장애인(부모 및 가족)

 

2. 전문가

1) 게임분야

- XBOX MVP 김유정 님

- GameDO 쎄오 님

 

2) 치료 및 교육

- 김미정 작업치료학과 교수님

- 송만호 서울경운학교(특수학교) 선생님

 

3. 게임리터러시

- 도영임 KAIST 문화기술대학교 교수님

 

4. 그리고 수요자 중 게임을 접한 분

- 이건배 님(PS4)

- 이충현 님(닌텐도 Wii)

 

5. Facilitator

- 이평호 PD

- 임명준 부PD

 

 

Q. 운영 기간이 1월부터 오는 9월까지 8개월 간이다. 어떤 기준으로 정했는지 궁금하다.

 

A. 임명준: 우선, 일정 별 계획은 아래와 같다.

 

- 1~3월: Xbox 어댑티브 컨트롤러, 로지텍 스위치, 콘솔 게임기 및 각종 게임 보조기기 재료수급 과정으로 보냈다. 수급 목록에는 있으나 아직 확보되지 않은 기기도 있다.

 

- 4월: 어머님 대상으로 게임에 관해 설명하고, 즐기며 게임의 재미와 이해도를 높이는 데 목적을 두었다.

 

- 5월: 장애인 개별 맞춤형 게임 선정과 콘텐츠, 보조기기를 세팅한다.

 

- 6월: 장애인을 포함해 장애인 가족이 함께 모여 이해도를 높이고 게임을 즐긴다.

 

- 7월~9월: 위 과정을 일부 포함해 장애인 포함, 가정이 자유롭게 게임을 즐기게 한다.


 

최초 프로젝트 수립 당시 게임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했고, 게임 보조기기와 게임기, 타이틀을 구입하는 데 시간이 들었다. 이후 가족이 먼저 게임을 알아야 하기에 어머님과 아버님을 위주로 게임을 소개했다.

 

개인 맞춤화는 시간이 많이 든다고 본다. 중증중복뇌병변 장애인은 혼자서 자세 유지가 힘들기 때문에 바른 자세에서 휠체어에 앉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다음에 조이스틱과 스위치를 통해 게임에 접근할 수 있는 맞춤형 게임 보조기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초선 평가를 했다.

 

또 중증중복뇌병변 장애인은 신체적인 장애뿐만 아니라 인지적인 장애도 동반하고 있어서 이에 대해 사려 깊은 고려가 필요하다. 그래서 다양한 게임을 시도해 보아야 자신에 맞는 게임을 알 수 있다. 

 

버튼 1개 또는 2개 이상을 사용하거나 조이스틱을 사용, 게임키를 매크로 하여 한두 개의 버튼으로 작동하여 게임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또는 가족/친구와 서로 도우며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A. 김유정: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나 그들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개발하려는 곳이 거의 없다. 설령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에 있더라도 장애인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즐기려면 어떤 게임인지 파악해야 하는데 그 점도 어렵다.

 

Xbox MVP여서 꼭 그런 것은 절대 아니지만, 플랫폼, 게임사를 통틀어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게임을 제한 없이 즐길 수 있는 모델은 Xbox 게임패스가 유일한 것 같다. 접근성이 높다 보니, 프로젝트에서 장애인 자녀와 부모님이 여러 게임을 체험하고 선택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됐다.

 


 

 

# 장애인 자녀와 부모, '게임'을 통해 새로운 일상의 행복을 발견하다

Q. 인터뷰 진행일 기준으로 3개월이 넘었다. 1차 정기모임을 한 상황일 텐데, 현재까지 진행 상황에 대한 재활원 및 전문가 평가는?

 

A: 임명준: 일단, 부모님들이 너무 좋아하셨다. 지금까지 총 4번의 모임을 토요일에 실시했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게임에 대해 알게 되고 그 가능성에 대해 함께 알게 되어 기쁘다. 과거에는 장애인 자녀가 게임을 즐기고 싶어도 부모님이 게임 이해도가 부족하거나 아예 모르면 게임을 즐기기도 어려웠다.

 

또 지금 그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었다. 1) 먼저, 게임조작 및 신체적 어려움이 있었다. 조작이 어려울 때 좌절감이 있었고 이를 차츰 극복할 수 있도록 쉬운 도구와 게임이 필요했다.

 

2) 다음으로, 게임 정보가 부족했고 선택도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게임기의 사용법과 게임 종류도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전문가 집단을 통해 많이 보완됐다. 김유정 님이나 쎄오 님도 게임 이해와 정보 전달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3) 다음으로 좋은 취지로 시작됐지만, 게임 이용 조절과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고려해야 했다. 이 부분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Games and Life Lab의 도영임 교수님이 도와주고 계신다.

 

A. 김유정: 1월 첫 미팅을 했을 때 참가자분들이 게임에 대해 최대한 잘 알려드리더라도 흥미를 느끼게 될까 하는 걱정을 했다. 그런데 모든 분이 너무 행복해하셨다. 발표 이후 집에서 직접 게임기를 설치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직접 집에서 설치해 게임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Q. 장애인 자녀, 부모의 현재까지 반응 및 체험 소감은 어떤가. 그들의 소감도 궁금하다.

 

A. 임명준: 가족 관계가 좋아졌다. 가족 내 장애인-비장애인 형제나 부모와 유대감 등. 아버지와 시행착오 끝에 게임을 클리어하는 경험을 하며 전우애(?)를 느꼈다는 분도 있더라(웃음).

 

그 밖에 인터넷 사용도 더 익숙해졌다. 갖고 싶은 게임 혹은 기기를 마련하기 위한 경제활동, 수단을 스스로 찾기도 했다. 자신감도 커졌고, 집중력도 좋아졌다.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부모에게 요구사항도 다양해졌다. 

 

[미니 인터뷰] 수요자 자녀 김 온 군, 어머니 조경미 님

 

Q. 먼저, 어떻게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중증중복뇌병변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지인이 있었는데, 그분이 이 프로젝트를 소개해주며 자조모임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아이가 좀 더 즐겁게 생활했으면 하는 바람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Q. 평소 자제분이 게임을 즐기는 환경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A. 저와 남편 모두 게임을 전혀 경험하지 않았습니다. 일상도 바쁘고, 다른 중요한 것도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이를 돌보는 시간도 적지 않았고요.

 

그러다 보니, 온이도 게임을 하기 위한 환경은 전혀 조성되지 않았습니다. 장애가 있다 보니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경우가 없어 저희와 별개로 접촉할 가능성도 없었고요. 아이의 즐거움도 더욱 알게 해주고 싶었고, '같이게임! 가치게임' 프로젝트가 아이에게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희 관심 외에, 주변 환경을 보면 장애인을 위한 게임 환경이 전혀 안 돼 있는 것 같습니다. 온이가 게임을 하고 싶더라도 보조기구나 게임 내 기능 조성이 부족하다 보니 아예 못한다고 봐도 될 것 같았어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새로운 세상을 보면 호기심이 생깁니다. 하지만 신체장애 보호자의 시선에서 온이의 환경을 보면 게임 환경의 접근성이 낮습니다. 물론 일상생활을 온전히 해내기 위해 애쓴 것도 있고요.

 

이번 기회를 통해 저희 부부나 온이 모두 새로운, 즐거운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제 차츰 알아가고 있는 과정이지만 매우 즐겁습니다. 

 

 

Q. 아직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참여한 프로젝트에 대한 소감은 어떠실까요.

 

A. 아이가 새로운 취미를 가지게 됐다는 것에 기쁩니다. 전문가분들이 프로젝트를 위해, 저희를 포함해 여러 가정에 도움을 주시는 것도 감사하고요. 장애인이 게임을 즐기는 환경이 확장되는 희망이 보여 좋습니다.

 

과거에는 유튜브 같은 동영상 채널에서 선택해서 보며 행복해했는데, 프로젝트를 하며 직접 조작하고 경험하는 것을 보며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온이가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건 정말 대단하거든요. 또 프로젝트를 좀 더 잘 해내기 위해 온이의 모든 것을 체크하다 보니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불편함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김 온 군과 부모님들.

 

 

Q. 프로젝트를 통해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A. 온이가 게임을 좋아하고 좀 더 많은 흥미,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바랍니다. 프로젝트가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어떤 형태든 지속되기 바랍니다.

 

많은 분이 저희를 위해 애쓰고 계시고 감사하지만 온이와 같은 아이는 온전히 터득하는데 제법 걸립니다. 저희 같은 게임에 접점이 없는 부모는 더욱 그렇고요. 가정에서 자체적으로 많이 즐기도록 멘토링 같은 역할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A. 장애인, 비장애인이 같이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것이 필요하겠지만, 모두 게임을 즐길 권리가 있으니까요. 비장애인도 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고요.

 

비장애인 자녀나 부모 중에는 온이가 휠체어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며 할 수 있는 것이 적다고 한계를 짓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물론 그분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인식이나 생각 때문이라고 봅니다.

 

저희는 이번 프로젝트 이후에도 게임 산업이나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환경이 잘 조성된다면 장애인, 비장애인 가정 모두가 '동등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제법 많다'는 생각을 가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많은 관계자가 관심을 가지고 환경 개선을 위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그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능 개선을 위한 것도 좋지만 장애인도 충분히 재미를 경험할 수 있는 게임도 나오면 좋고요.


 

Q. 보조기기 개발은 어떻게 보면 기존 게임기의 접근성 부족이 컸다고 생각한다. 장애인들이 어떤 불편함을 느꼈는지 파악한 것이 있다면.

 

A. 김유정: 게임을 잘하거나 좋아하는 유저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게임이 많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의 경우 접근성이 더욱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보조기기가 완벽히 비장애인과 동등한 퍼포먼스를 내기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적어도 경험 차원에서 동등함을 제공하고, 그들에게 하나의 새로운 목표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중증중복뇌병변 장애인의 증상도 다양하지 않나.

 

A. 임명준: 장애 정도에 따라 운동 기능과 인지 능력이 다르다. 닌텐도 Wii와 같이 버튼 1개를 누르고 모션 플러스로 스윙하는 동작을 할 수 있거나 손가락 1~2개를 사용해 <철권>을 할 수 있기도 하다.

 

<철권> 시리즈 같은 경우, 신체 움직임을 버튼으로 플레이하는 것이라 캐릭터별로 각 버튼에 동작을 매핑하면 1~2개의 버튼으로 3~4개 이상의 동작을 하는 효과로 플레이를 보완할 수 있다.

 

참고로 중증중복뇌병변 장애인을 크게 나누면 '경직형'과 '이완형'이 있다. 경직형은 근육이 경직되어 있어 버튼을 누르려고 인지하고 나서 버튼을 누를 생각을 하고 근육이 경직되어 하나를 누르기 힘들다. 이완형은 근육에 힘이 없어 빠르게 버튼을 누르기 힘들다. 두 형태 모두 빠르게 스위치를 누르는 것이 반응하기 어렵다.

 

 

 

#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게임을 즐기도록... 기관 포함 정부, 게임 산업도 노력 부탁

Q.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인들이 어느 수준까지 게임을 조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인지 궁금하다. 기존 컨트롤러에서 편의성을 더해 개조하는 방향일 듯한데.

 

A. 임명준: 여러 컨트롤러 가운데 Xbox 어댑티브 컨트롤러는 장애인을 가장 잘 고려한 기기라고 생각한다. 장애인마다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다른데 각종 보조기기를 붙여 본인에 맞게 컨트롤러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Xbox 어댑티브 컨트롤러를 기본으로 보고 있지만, 국내 환경에서 이용하기에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일부 있다. PC에서 게임을 할 경우에는 다른 컨트롤러를 R&D 해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더불어 국립재활원 열린 플랫폼이 제작 또는 개조된 보조기기를 오픈소스로 공유해 누구나 제작 또는 개조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다양한 기기를 테스트해 참여자에게 맞는 컨트롤러, 게임을 발견하고 있다.

 

 

Q. 다수의 중증중복뇌병변 장애인에게 기기가 제공되고 게임을 경험하려면 어쨌건 상용화가 중요할 것 같다. 접근성이나, 비용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A. 임명준: 투 트랙으로 가야 할 것 같다. 먼저, 신체/감각적인 부분은 보조기기로 보완할 수 있다. Xbox와 로지텍에서는 기업의 사회공헌 차원에서 게임 보조기기를 상용화했다.

 

Xbox 어댑티브 컨트롤러는 99달러(약 11만 원)로 접근성이 매우 좋다. 로지텍에서 나온 '로지텍 어댑티브 게이밍 킷'도 스위치 12개에 99달러다. 보통 스위치 하나가 10만 원 정도 하는데, 하나당 만 원 정도로 낮췄다.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어댑티브 컨트롤러.

 

로지텍 어댑티브 게이밍 킷도 장애인에 맞게 조합할 수 있어 매우 편하다고 밝혔다.

 

다른 하나는 게임사 쪽에서 좀 더 노력을 기울여주었으면 한다. 완벽하게는 어렵더라도 시각/청각/신체/인지를 고려해 조작이나 기능적인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설계, 접근성을 낮춰 최소한 경험의 기회라도 동등하게 주어지면 좋겠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20%가 장애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 모두 노인이 된다. 우리가 노인이 되어도 게임을 하고 싶지 않을까? 노인이 되면 눈이 침침해지고, 잘 안 들리며, 반응이 느려지고 근력이 떨어진다.

 

노인도 게임을 하게 해서 게임 인구를 늘이려면 게임회사에서도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보면 사회공헌도 있지만, 게임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IGDA(International Game Developers Association)에서는 'Accessibility in Games'를 통해 게임 제작 시 접근성을 고려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게임사도 이를 준수해 제작하면 좋을 것 같다.

 

 

Q. 보조기기 제작을 고려할 경우 관련 업체 선정도 중요하다.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A. 임명준: 현재는 다섯 명에게 맞는 보조기기가 어떤 것인지 게임 콘텐츠와 같이 인터페이스를 찾는 과정으로 제작과 관련해서는 5월~6월경 계획이 나올 것 같다.

 

국내에도 게임 컨트롤러를 제작하는 업체가 다양하게 있다. 이들과 협업을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내부 R&D 차원으로 출시된 기기를 개조, 실험하기도 했다. 컨트롤러 앞면에 쓰인 알파벳 주변 구멍이 직접 작업한 것으로,
이곳에 로지텍 어댑티브 게이밍 킷 같은 것을 부착해 조작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Q. PC나 콘솔, 모바일 등 게임 플랫폼이 다양한데, 어떤 플랫폼을 주 방향으로 설정했나.

 

A. 임명준: 제한 없이 실시하고 있다. 콘솔 게임 중에 접근성이 확보된 것이 많아서 현재는 콘솔 게임 위주로 하고 있으나, 점차 PC나 모바일로 확장할 예정이다.

 

 

Q. 끝으로, 본 보조기기 개발을 통해 기대하는 성과나, 목적이 있다면.

 

A. 임명준, 김유정: 목표는 단순하다. '누구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중증뇌병변 장애인이 언제든 게임을 즐기도록 게임 보조기기, 게임에 관해 잘 아는 전문 인력, 그리고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과 관심이 필요하다. 게임강국인 만큼 많은 게임사나 게임 산업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많아지길 바란다.

 

추가로 국립재활원에서는 노인 장애인 보조기기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보조기기 개발 공모를 하고 있다. 보조기기 개발을 위한 공모는 해당 사업 기간 내(∼2023년) 상시로 계속될 예정이다.

 

공모 주제는 보조기기가 필요한 일상생활 속 어려움 사례를 제출하는 '보조기기는 내가 만들게, 클릭은 누가 할래?'와 맞춤 활용 중인 보조기기 사례를 제출하는 '요건 몰랐지? 나만 알고 있는 보조기기 맞춤 사용 비밀'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접수 방법은 국립재활원 보조기기 열린페이지 누리집(홈페이지)에서 해당 주제의 설문란에 내용을 기재한 후 제출하면 된다. 많은 관심 바란다.

 

노인 장애인 보조기기 연구개발 사업 보조기기 개발 공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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