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다리 효과라는 것을 들어본 적 있나요? 위기나 긴장 상황 앞에서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그 긴장의 원인을 상황이 아닌 상대방에 대한 호감 또는 사랑에서 오는 것이라 착각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합니다. 썸타는 커플이 놀이공원에 놀러가거나 공포영화를 함께 보면 급격히 가까워지는 것도 흔들다리 효과로 설명되곤 하죠.
조금 더 스케일을 키워서 세계 종말 앞에서 연애를 해보면 어떨까요? 더 진한 로맨스가 펼쳐질까요? 데이팅 액션 게임 <이터나이츠>는 그런 상상을 체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터나이츠>는 지난 6월 데모 출시 당시 흥미로운 설정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시선을 끌었습니다. 데모 버전에서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으나, 9월 12일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상당 부분 해소되었고, 그 결과 1,049개 스팀 리뷰 중 89%가 긍정적인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세계 종말. 위기 앞에서 오른팔을 자유자재로 변환시킬 수 있는 힘을 넘겨 받은 주인공은 유나, 민, 시아, 요한 그리고 친구 찬이와 함께 세상을 구해야 합니다. 연애를 하며 호감을 쌓는 것이 강해지는 방법 중 하나로 등장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가진 <이터나이츠>는 어떻게 만들어진 게임일까요? 시원한 액션과 달달한 연애의 '사이'를 노린 스튜디오 사이 유재현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디스이즈게임: 세계 종말, 미연시, 액션 게임. 범상치 않은 조합입니다. <이터나이츠> 기획을 처음 시작했을 때 셋 중 어느 방향을 가장 먼저 목표로 했는지 궁금합니다. 세 가지 요소는 의도한 만큼 잘 섞였나요?
A. 스튜디오 사이 유재현 대표: 종말을 앞둔 세상에서 내가 갑자기 예쁘고 인기 많은 연예인과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유치하지만 한 번쯤 해볼 법한 상상에서 시작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캐릭터들과 인연을 만들 수도 있고, 한편으론 세상을 구하기 위해 싸워나가야 하는 게임이라면 재밌겠다, 나도 그런 게 있으면 하고 싶다는 생각에 고민을 하다 보니 미연시 장르와 액션을 섞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이터나이츠>의 액션 부분은 분위기가 무겁고, 호러적인 요소들이 많은 편이고, 캐릭터들과 어울리며 인연을 쌓는 부분에서는 밝고, 가벼운 농담들이 오고가는 분위기 인데요, 플레이들을 모니터링 하다 보면 액션, 그리고 스토리 진행 및 인연을 쌓는 파트가 교차되며 분위기가 환기되어 지루해 지지 않도록 상호보완되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생긴다고 보았어요.
Q. 팬데믹 기간을 포함해 오랜 개발 기간 끝에 <이터나이츠>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출시 이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고, 현재 좋은 평을 듣는 중인데, 감회가 궁금합니다.
A. 스튜디오 사이의 첫 게임, <이터나이츠>로 인사 드리게 되었습니다. 좋은 평을 해주신 분들도 많지만, 따끔한 지적과 날카로운 비평을 해주신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더 귀 기울여 들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모든 피드백들은 저에게 큰 의미이기 때문에 한마디, 한마디 모두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게임, 영화나 애니메이션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제가 플레이하거나 시청하는 동안 그 세상속에서 정말 시간을 보내고 온듯한 여운을 주는 작품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 또한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고, 제 게임을 플레이어 분들이 그렇게 즐기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회사의 이름도 “사이”라고 지었어요. <이터나이츠>를 즐기는 플레이어 분들이 게임 속 세계와 그 곳의 캐릭터들간에 어떤 “사이”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Q. 특히 기억에 남는 유저 반응이 있다면?
A. 게임을 출시하고 한 플레이어로부터 "feedback" 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게임에 뭔가 문제가 생긴줄 알고 긴장하며 열어봤는데, 게임을 마지막까지 플레이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와 그분이 이 게임을 하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아주 길게 적어 주셨더라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스팀 리뷰는 버그를 체크하기 위해 부정적 리뷰들을 위주로 체크하고 있었는데, 긍적적 리뷰들을 찬찬히 읽어보니 슬퍼서 울게 되었다는 리뷰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회사 이름을 ‘사이’로 지은 이유 만큼이나, 누구 한 명이라도 정말 <이터나이츠>를 플레이하며 <이터나이츠> 속 캐릭터들과 어떤 각별한 ‘사이'가 생겼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정말 컸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피드백들을 받으면 너무 감사하고 또 정말 행복해요.
Q. 크레딧에 다른 이름들도 많았지만, 1인 개발 기간이 길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발 기간 중 어려웠던 순간을 꼽아본다면?
A. 1인 개발이었다는 점보다는 아무래도 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의 부족함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꼽을 것 같아요. 아마 풀타임 멤버들이 있는 팀 체제로 개발을 했어도 제 역량의 한계가 명백해서 했던 실수는 똑같이 되풀이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여러 게임 회사나 IT 회사들을 거치면서 프로덕트가 개발되는 과정을 많이 지켜보고 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회사를 세우고, 게임 제작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제가 감히 상상도 못할 수많은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다른 분들의 노고와 씬들이 아주 많았던 거죠.
1인 개발, 혹은 이후 소규모 팀이 생긴 이후에도 개발 기간 동안 몇 달, 1년 후 까지 큰 계획을 신경쓰는 것부터 오늘 당장 시간을 할애해 해결해야 하는 작은 것도 놓치면 안되는 일들까지 매일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어요. 다음에는 이러지 말아야지 하고 실수를 적어두기 시작한 것이 개발을 마칠 즈음엔 아주 방대한 양이 되어있었습니다.
Q. 인게임 캐릭터 모델링이나 모션 등 그래픽이 아쉽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최선을 다하셨겠지만 출시 이후에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면?
모델링은 3D소프트웨어 툴인 블렌더를 독학해서 만들었습니다. 개발 초기에는 게임의 스케일이 지금보다 훨씬 작았어요. 그런 이유들로 로우폴리 형태의 캐릭터들로 개발이 진행되었습니다. 나중에 게임의 스케일이 커지고 게임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면서, 캐릭터와 개발 후기에 들어온 배경 아트 등과 괴리가 생긴 점이 아트적으로는 가장 아쉬웠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 쓴소리를 백 번 하셔도 백 번 엎드려 들어야 하는 걸 잘 알고 있어요.
Q. <이터나이츠>에서는 연애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설렘을 잘 전달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신경쓰셨나요?
A. 캐릭터와 가까워질수록 그 캐릭터의 속마음과 종말을 앞두고 후회하는 것들, 그리고 그것을 함께 극복해나가며 플레이어가 이 캐릭터를 좀 더 잘 알게 되어 가까워졌다고 느끼길 바랬습니다. 또한 플레이어의 선택지가 캐릭터의 반응에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미연시 게임의 대화 선택지와 같은 포맷을 넣었습니다.
Q. <이터나이츠>에는 평범한 인간이 아닌 존재들도 게임에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요한은 볼 때마다 <에반게리온>의 ‘카오루’가 떠올랐어요. 요한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만드셨나요?
또한 과거에도 “이성 또는 동성의 긴밀한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게임이라 언급하신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공략 대상으로 등장할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 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보고 확실히 알게 됐던 기억이 있네요. 특히 요한은 다른 캐릭터에 비해 강력한 강화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요한 루트를 넣게 됐나요?
A. <이터나이츠>의 초기 개발 단계에서 공략 가능하도록 구상된 캐릭터는 총 6명이었어요. 요한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이후 게임의 스토리가 다듬어지고 스케일을 조정하는 단계에서 다른 2명의 캐릭터는 공략 대상에서 제외되었지만, 성별 같은 것과는 상관없이 게임을 구성에 더 필요한 캐릭터가 기준이 되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 가족 이민을 와서 미국에서 쭉 지내왔는데, 유년기엔 여전히 한국인 부모님 아래에서 한국인이 많은 커뮤니티에서 자라왔지만 성인이 되고 미국 사회에 나오니 여러 모습의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구나 알게 되었어요. 요한도 그런 배경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에 지금 무작위로 6커플이 있다고 상상하면 왠지 그중에 한 커플은 동성 관계라고 해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싶었거든요.
사실 공략 가능한 남성 캐릭터를 넣는것 자체에는 큰 고민이 없었지만, 섣부르게 논쟁을 가져올 수 있는 이슈가 생기지 않도록 게임 안에서의 플레이나 대사 등에 문제가 없도록 많이 신경을 썼어요. 또한, 하나밖에 없는 남성 공략 캐릭터이다 보니 ‘꿈에서 그리던 신비롭고 잘생긴 남자’같은 느낌의 캐릭터라는 인상을 주고 싶었습니다.
Q. 능력을 많이 쓰면 점차 빛나는 눈이 되어가는 설정이 있었습니다. 유나도 잠시 그런 모습을 보여줬고, 요한의 한쪽 눈도 빛나고 있죠. <이터나이츠>의 여러 설정과 세계관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셨고, 어떤 점을 특히 신경쓰셨는지 궁금합니다.
A. 룩스로부터 열매를 받아 ‘룩스의 자식으로서의’ 인간성을 매개로 능력을 쓸 수 있게 된 캐릭터들은 한계 이상의 힘을 쓰면 그 인간성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유나가 첫 번째 벽을 깨부술 때 큰 힘을 쓰고 나서 눈 색깔이 잠시 이상해진 모습을 보고 초조해 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요한의 눈 색이 영구적으로 바뀐 것은 요한이 이전의 전투에서 많은 힘을 사용했고 그 결과로 인간성을 일부 잃었기 때문이에요. 나이를 먹지 않고 죽지도 못하는 이유 역시 인간성을 잃었기 때문이구요. 세계관의 배경은 여러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질문 주신 부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은 <신세기 에반게리온> 입니다.
Q. 처음부터 여정을 함께 한 유나로 엔딩을 봤지만, 시아도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유나나 민에 비해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였는데요. 시아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A. 저는 순정만화의 주인공같은 캐릭터라던지, 소년만화의 주인공같은 캐릭터도 좋아하지만 엉뚱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도 정말 좋아해요. 요즘 말로 너드미라고 할까요? 그런 캐릭터를 꼭 게임에 등장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이터나이츠>의 게임 세계 안에서 브레인을 맡아줄 캐릭터도 꼭 필요했는데 그 역할 역시 시아에게 딱 제격이라고 생각해요.
Q. 국내 더빙도 준수했지만, 일본어, 영어 음성이 참 좋았습니다. 특히 영미권 유저들은 엔딩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반응이 많던데, 좋은 연기의 몫도 컸던 것 같아요. 각 언어별 녹음을 어떻게 진행하고 관리하셨는지, 디렉팅에서 강조하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세 언어 녹음에 모두 참여했는데요, 가장 먼저 영어로 성우 녹음 세션이 진행 되었어요. 영어 녹음 같은 경우 민의 성우를 맡으신 잰시후인 님과 시아의 성우를 맡으신 키라버클랜드 님께서 보이스 디렉팅을 맡아 진행해주셨습니다. 제가 성우분들과의 녹음을 보이스디렉터로서 본격적으로 진행 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디렉팅을 주고받고 원활히 현장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후 일본어 녹음 세션에선 <이터나이츠> 일본어 번역을 해주신 분의 도움을 받아 실시간으로 통번역을 해가며 디렉팅을 하였습니다. 한국어 녹음 세션에도 직접 참여하여 디렉팅을 했구요. 왠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가장 익숙한 한국어가 오히려 3가지 언어 중 디렉팅을 드리기 가장 어려웠어요.
Q. 손을 잡는 방식으로 사용하던 키를, 손을 놓아주는 방식으로 반대로 활용하거나, QR 코드로 보는 시크릿 엔딩 등 몰입감을 높여주는 장치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유저들을 몰입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부분을 특히 신경쓰셨는지 궁금합니다.
A. 그런 인터랙티브한 경험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영화나 만화 같은 다른 미디엄에서는 하기 힘든 게임만의 장점인 것 같아요. 게임 제작을 하기 이전에 인터랙티브한 기능을 가진 웹앱이나 아트를 만드는 것에도 상당히 관심이 많았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장치들을 제가 구상할 수 있는 한 십분 활용하고 싶었어요.
좋아하고 아끼는 캐릭터를 플레이어가 직접 보내주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전부터 쭉 가지고 있었던 아이디어인데, <이터나이츠>에 잘 적용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QR코드의 시크릿 엔딩은 게임 화면에만 존재하는 캐릭터가 우리가 흔히 쓰는 핸드폰으로 나온다면 이 캐릭터들과 보낸 시간이 더 실감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기획했습니다.
Q. 저스트 회피, 배리어 파괴, 마무리 공격 등 전투의 재미도 뛰어났습니다. <페르소나>에 <세키로>를 더했다고 표현한 사람도 있더군요. 액션에서는 어떤 부분을 신경쓰셨는지, 그리고 참고한 게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보통 액션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좋은 플레이센스를 가지고 있다면 별다른 도움 없이 클리어 해나갈 수 있도록 되어있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이 부분에서 플레이어가 다른 캐릭터들에게 도움을 받고, 의지해서 플레이 할 수 있도록 가장 많이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또한 가장 의지하던 캐릭터의 부재시에, 그 빈 공간이 크게 느껴지도록 연출 하기도 하였습니다.
Q.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기대작으로 소개되기도 하고, 플레이스테이션 블로그에서 여러 차례 글이 올라오는 등 소위 밀어주는(?) 게임 중 하나였어요. 인디게임에 흔히 주어지는 기회는 아닌 것 같은데, 네트워킹 등에 어떤 비결이 있었나요?
A. 2020년 11월에 아주 짧은 데모를 소니에 보냈었는데 사실 이때는 소니에게서 반응이 없었어요. 하지만 그 후 2021년 4월에 다시 데모를 만들어서 보냈고 이때 비로소 긍정적인 피드백이 오가고 2021년 말에야 비로소 소니 독점작 계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도 2주에 한 번씩 소니팀과 미팅을 하며 진행했어요. 지속적으로 개발 업데이트된 부분이나 소니에서 <이터나이츠>에 더 흥미를 가질 수 있을 만한 것이 생기면 일단 보내고 봤습니다. 게임 발매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소니의 담당자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Q. 블리자드, 디즈니, 라이엇, 애플 등 이력이 화려합니다. 과거 재직 당시 사내에서 본인의 강점은 무엇이었나요? 1인 개발로 창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A. 저는 미국 사회에서 소위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이민자’잖아요. 그래서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뭐든 남들보다 빨리, 많이 만들어서 보여줬어요. 내가 이만큼 할 수 있다고, 나도 좀 봐 달라고. 제 나름 필사적인 생존법이었어요. 그런데 제 성격이랑도 너무 잘 맞아 떨어진 처세였죠.
저는 생각나는게 있으면 바로 만들어보고 해봐야 직성이 풀려요. 물론 이런 점이 꼭 장점이기만 하진 않아요. 못다한 게 있으면 눈을 감아도 잠도 못 들고, 팀워크에 대한 밸런스를 자칫 깰 수도 있어요. 한 가지만 붙잡고 있으니 가족한테 구박도 많이 받습니다. 그래도 저의 그런 점 덕분에 20대의 제가 어떻게든 미국 사회에 작은 뿌리라도 뻗어 성장해 올 수 있었고, <이터나이츠> 개발도 여기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라고 생각도 해요.
여러 회사를 거쳐 다니면서 저는 제가 정말로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찾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결국에는 제 이야기, 제 것을 만들고 싶었던 마음이 너무 컸던 것 같아요. 퇴근 후 집에서 이런 것 저런 것들을 만들어보고 레딧이나 트위터 같은 곳에 올려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는 게 제 소소한 낙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9년 경에 반응이 좋았던 어떤 게시물을 통해 한 게임 투자사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게 되었어요. 적은 투자금이지만 회사를 나와 2년 정도는 혼자 버틸 수 있겠다 싶은 계산이 서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에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온전히 내 시간을 내 것을 만드는데 쏟을 수 있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너무 신나서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Q. <이터나이츠>에서 다 못 보여준 이야기나 게임성도 많을 것 같아요. DLC나 차기작을 준비 중이신지? 차기작을 준비 중이라면 어떤 콘셉트인가요?
A. 현재 차기작 개발 중에 있습니다. 아직 차기작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드릴 순 없지만 <이터나이츠>와 비슷한 키워드를 가진 얼반 판타지, 로맨스, 모험 등이 강조된 게임입니다. 물론, 플레이어와 캐릭터간의 “사이”가 중요한 키워드이겠죠.
<이터나이츠>의 발매라는 챕터를 (제 나름) 무사히 끝내고 가장 기뻤던 일은 <이터나이츠> 개발에 파트타임으로, 컨트랙터로 참여해준 분들과 차기작에선 팀으로 뭉쳐서 해보자-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에요. 스튜디오 사이는 게임 발매라는 큰 이벤트를 넘기고 차기작 개발에 분주한 분위기 입니다.
Q.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이터나이츠>에 관심을 가지고 플레이 해주신 유저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개발자가 개발한 게임이라는 이유로 좋게 봐주신 점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런 관심과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게임 개발사, 개발자가 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