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다 나오는 것 아니야?’
4월 7일 <크로노 크로스>의 리마스터 작품이 출시된 데 이어, 10일에는 <킹덤 하츠 4> 개발 소식까지 공개되자 일부 게임팬 사이에 다시금 회자하는 사건이 하나 있다. 2021년 게이머들을 놀라게 한 ‘지포스 나우 유출 사태’ 이야기다.
2021년 9월, ‘이고르 줄라이’(Ighor July)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개발자가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지포스 나우’ 클라이언트를 데이터마이닝 해 1만 8,000여 개에 달하는 게임 리스트를 발견했다.
해당 리스트는 당시 기준으로 아직 출시하지 않았던 타이틀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주목 받았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런 미출시 작품들이 정말로 세상에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파장이 커지자 엔비디아는 언론을 통해 “실제 출시된 타이틀과 추정 타이틀(speculative titles)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모두 순수하게 내부 테스트를 위한 것이다. 리스트에 포함됐다고 해서 그 게임이 실제 출시된다거나 존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 왜 계속 언급되나
그런데 해당 리스트는 최근까지도 간헐적으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엔비디아의 ‘추정’이 종종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크로노 크로스> 리마스터 버전과 <킹덤 하츠 4>는 그 최신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리스트 상에는 다소 ‘뻔한’ 타이틀도 많다. 예컨대 장수 시리즈의 ‘정식 넘버링 후속작’이라면 누구나 출시를 상상해봄 직하다. 실제로 리스트에는 <그란 투리스모> 7편이 적혀 있었고 이 타이틀은 지난 3월 정말 출시했지만, 그간 일정 주기로 정기 후속작이 나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예상 범주 내의 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후속작의 ‘유형’까지 세세하게 적중시켰다면 조금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리스트에 오른 스퀘어 에닉스 게임들이 그 예시다. 총 7개 타이틀 중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크로노 크로스 리마스터>, <킹덤 하츠 4> 등이 사실로 드러났다. 각각 리메이크, 리마스터, 넘버링 후속작이라는 구체적 형태까지 맞춘 셈이 됐다.
<GTA: 트릴로지>도 유사한 맥락이다. 리스트 상에는 <GTA 3, 바이스 시티, 산안드레아스 리마스터>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실제로 세 편을 묶은 리마스터 작품<GTA: 트릴로지>가 이후 공식 발표되었다. <갓 오브 워>, <데스 스트랜딩 디렉터스 컷> 등 몇몇 PS 게임의 ‘PC 버전’의 출시도 현실화된 바 있다.
# 추가적인 증언…그래도 '재미로' 봐야 할 이유
한편 리스트 상에 ‘마이크로소프트 게임’으로 구분된 <홀랜드>, <타이푼>, <우드스탁> 등은 위 예시들과 정반대 맥락에서 눈길을 끌었다. 앞선 게임들은 기존 유명 시리즈 후속작이기 때문에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던 경우다. 반면 MS의 세 개 타이틀은 기존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이름들이어서 궁금증을 유발했다.
여기에 외신 ‘윈도우즈 센트럴 게이밍’ 소속 기자 제즈 코든(Jez Corden)은 과감한 주장을 내세웠다. SNS를 통해 코든은 “DM으로 문의하는 분들에게 말하자면, 엔비디아 지포스 유출은 진짜다”라며 “<타이푼>은 <콘트라밴드>, <홀랜드>는 <페이블>의 코드네임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두 작품은 리스트 유출 전에 공개된 MS의 차기작들이다. 코든은 취재를 통해 알게 된 각 프로젝트의 코드명이 리스트에 그대로 올랐다고 주장한 셈. <우드스탁>에 대해서 코든은 “<포르자>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는데, 이후 11월에 <포르자 호라이즌 5>가 실제로 출시된 바 있다.
이렇듯 ‘지포스 나우 리스트’는 ‘적중’ 소식이 나올 때마다 다시 관심사로 부상하는 화젯거리다. 코든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진짜 정보’가 반영된 리스트일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여전히 리스트의 ‘100% 현실화’를 기대해서는 안 될 듯하다. 이미 ‘틀린 정보’로 확인된 항목도 있기 때문이다. 리스트에 적힌 ‘<툼 레이더 애니버서리 2021>’은 결국 나오지 못했다. 25주년 맞이 타이틀이 출시되리란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더 나아가 최초 유출자인 줄라이는 리스트의 게임 중 일부는 문자 그대로 ‘내부 테스트’용일 뿐, 고객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함께 제기했다. <마리오> 등 닌텐도 게임과 더불어 이를 구동할 수 있는 ‘돌핀 에뮬레이터’가 발견됐다는 사실이 이런 주장의 근거다. 현재 에뮬레이터를 통한 닌텐도 게임 구동은 원칙적으로 모두 불법이다.
줄라이는 돌핀 에뮬레이터와 닌텐도 타이틀이 목록에서 모두 발견됐다는 사실에 대해 “우연일 수도 있지만, 목록상의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Wii> 스크린샷을 자세히 보면 ‘엔비디아 대외비’라는 레이블이 확인된다. 닌텐도 게임을 (에뮬레이터로) 내부 테스트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 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 리스트에 오른 게임 중 <베요네타 3>등 ‘콘솔 전용’ 타이틀 상당수는, 일각의 예측과 달리 앞으로도 PC 버전으로 출시하거나 지포스 나우 서비스에 입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베요네타 3>는 닌텐도 스위치 전용으로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