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T 버프는 커녕 이제 콘텐츠 업데이트 속도로도 화제 되기 힘든 장수 게임들. 이들은 어떻게 서비스를 유지하고 살아갈까? <디지몬 RPG> PM부터 <씰 온라인> 기획 파트장, <크루세이더 퀘스트> 기획 팀장을 맡아온 로드컴플릿 CQ 스튜디오 주용익 팀장은 그동안 자신이 얻은 장수 게임 노하우를 NDC 강연을 통해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오래된 게임의 정의와 이들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요? NDC 2019 1일차인 오늘(24일) 열린 '장수게임의 생존전략' 주요 내용을 강연자 1인칭 시점으로 정리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오래된 게임은 크게▲ 2000년대 초반 PC방 부흥기와 함께 오픈한 게임 ▲ 10년 이상 서비스가 지속한 PC 게임 ▲ 5년 이상 서비스 된 모바일 게임 ▲ 큰 투자금이 들어가지 않은 중소기업 게임들로 정의할 수 있다. 오늘 강연에서는 이런 '오래된 게임'이 놓치는 부분과 생존 포인트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오래된 게임들이 간과하는 현실은 다음과 같다. 우선 '새로운 콘텐츠 추가 없이 휴경기를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휴경기는 흔히 농사에 쓰이는 말로 일정 기간 농사를 짓지 않다가 땅에 영양이 충분히지면 그 떄 다시 농사를 시작하는 걸 말한다. 이걸 라이브 서비스로 따지면 매출보다는 게임 콘텐츠를 우선시하는 기간을 둬야 한다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 유저 매출이 100%라고 가정해보자. 만약 이 상태에서 콘텐츠 추가 없이 캐시 이벤트를 진행하면 일시적으로 매출이 늘어난다. 하지만, 이내 기존 매출에 비해서도 수입이 줄어드는 결과를 맞이한다. 결국 개발사는 '콘텐츠 추가'로 답을 찾는 게 아니라 다시금 캐시 이벤트를 열어 매출을 충당한다. 이를 반복하다 보면 유저들은 어느 순간 '캐시 이벤트가 없으면 과금하지 않아'라고 선언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와 같은 일은 유저풀은 물론 게임 내 모든 요소를 해치는 일이다.
나 역시 과거 한 게임에 연간 22회 캐시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2주에 한 번꼴로 캐시 이벤트를 진행한 셈인데, 시행 초기만 하더라도 매출이 2.8배까지 증폭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매출은 줄어들었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 각종 콘텐츠를 제공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게임을 오래 서비스 하고 싶다면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을 이해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먼저, 게임이 오래 서비스 될수록 올드 유저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는 단순히 '고인물 유저'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어떤 게임이건 서비스 초반에는 소프트 유저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른 게임으로 이동하며, 게임은 서비스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접속하는 일 자체가 습관화된 충성도 높은 하드 유저(올드 유저)들만 남는다.
사실 10년 이상 서비스 한 게임에 신규 유저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봐야 한다. 이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우 '신규 유저 유치'를 위한 이벤트나 개발 방향을 정하는 경우가 많은대 대부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게임이 오래 될 수록 함께하고 있는 '오래된 유저'에게 신경을 쓰길 바란다.
다음으로 개발자가 '유저 고유문화'를 이해해야 게임 발전 방향이 보인다는 점이다. <디지몬 RPG>에는 게임을 하지 않는 유저가 봤을 때 "저게 뭐야?"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PVP 문화가 있다. 예를 들어 공격이 '미스' 난 유저가 무조건 패배하는 '미튀전', 가운데 있는 캐릭터만 때릴 수 있는 '센터전' 등 종류도 다양하다. <크루세이더 퀘스트>도 마찬가지다. 해당 작품을 즐기는 유저들은 경쟁적 보상과 길드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며, 다른 유저들을 놀리면서 친해지는 문화가 있다.
이런 문화는 초기에는 이해할 수 없지만 '유저들이 이런 방식으로 게임을 이해하고 즐기고 있다'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게임이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이게 된다. 때문에 개발에 있어 유저 문화를 이해하는 자세를 가지기를 바란다.
복귀 유저를 끊임없이 관리하고 유치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사실 유저가 게임을 이탈했다고 해서 "나 이제 저 게임 안 해!"라고 완벽하게 인연을 끊는 건 아니다. 사실 나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시즌 1부터 해오다 접었지만 지금도 패치 노트를 확인하곤 한다. (웃음)
이렇듯 복귀 유저는 '내가 원하는 요소'만 해결된다면 언제든 게임에 복귀해 정착할 수 있다. 보통 신규 유저는 게임에 정착하기까지 그래픽과 시스템, 경제 시스템을 확인한 뒤 상위권과의 격차까지 확인한다. 하지만, 복귀 유저의 경우 내가 원하는 요소, 즉 '내가 다시 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가'만 확인하게 된다. 신규 유저에 비해 정착이 쉽고 복귀 유저기 때문에 그래픽 등 진입장벽 역시 없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복귀 유저를 부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는 복귀 이벤트나 아이템 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될 수 있다.
게임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선 '보안'에 강한 모습도 보여야 한다. 오래된 게임은 설계 시설부터 장비 등으로 인해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보안 강화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장수할 수 있으며, 대부분 보안 문제는 발생 전 조짐이 있기에 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다수 유저가 한 유저를 지속적해서 신고하는 일이 있다. 이는 기존 유저들이 평소와 다른 '이상 상황'을 감지해 신고하는 내용이며, 이를 확인해 대응한다면 보안 문제에 있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이처럼 개발자는 물론 게임을 가장 오래 해온 유저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나 특정 조짐에 신경 쓴다면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음으로 게임이 오래된 만큼 개발팀 역시 교체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게임 업계는 이직이 잦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세대교체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이중 개발팀 세대가 바뀌었을 때 이전 개발자들이 '개발 히스토리'를 남기지 않았다면 불필요한 업무를 추가로 하는 등 문제가 생긴다. 즉, 세대교체가 이뤄졌을 때 앞선 기록을 확인할 수 없으면 비효율적인 작업이 늘어난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를 겪지 않기 위해 기록을 꾸준히 해야 한다. 문서와 공지 등 기록은 게임이 살아있는 근거가 되니 이 점을 꼭 명시하길 바란다.
게임 내 새로운 시스템을 넣고자 한다면 해당 콘텐츠가 '현재 게임에 어울리고, 넣었을 때 무리가 가는 콘텐츠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실제로 다른 게임 속 요소가 좋아 보인다고 내 게임에 구현했다 서버가 터지거나 게임과 어울리지 않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내 게임 콘텐츠를 생각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구현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유저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비스 투명화'를 실현했으면 한다. 과거 게임 개발들은 유저들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벌렸지만, 최근에는 간극을 줄이는 경향이다. 게임 발전을 위해 개발자와 유저 사이는 가까울수록 좋다. 물론, 사적 영역이 안 들어갔을 경우에 한하는 이야기다. 대부분 사건 사고는 사적 영역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그 어떤 게임이라도 사건·사고가 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사건·사고에 어떻게 대처하냐에 따라 유저들이 받아들이는 결과는 천지 차이로 변한다. 대부분 개발사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황 파악 후 보상 등 향후 절차를 정리해 한꺼번에 발표한다. 하지만, 유저들은 보상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고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가'를 궁금해한다. 때문에 문제 해결과 보상을 고민하며 시간을 보낼게 아니라, '개발사가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을 먼저 알려야 한다. 이 부분이 제대로 해결된다면 추후 문제 해결과 보상 문제에 대해 시간이 다소 걸려도 유저들이 이해해준다. 가장 무서운 건 '표현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