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비전 블리자드 사내 성폭력·성차별 문제 고소와 관련, <오버워치>의 인기 영웅 ‘제시 맥크리’의 이름까지 화제에 오르고 있다.
"석양이 진다"라는 대사와 카우보이 콘셉트로 잘 알려져 있는 제시 맥크리(Jesse McCree)라는 이름은 실제 블리자드 개발자의 이름을 본떠 만든 것이다. 그런 맥크리의 이름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이름의 원주인인 제시 맥크리가 이번 사건의 주요 성폭력 용의자 ‘알렉스 아프라시아비’와 함께 성적으로 부적절한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
7월 29일 매체 코타쿠는 2013년 당시 블리즈컨에서 아프라시아비의 개인 스위트룸이었던 일명 ‘코스비 룸’(Cosby room)에 관한 의혹들을 보도했다.
‘코스비 룸’이라는 명칭은 미국의 전직 코미디언이자 성범죄자 ‘빌 코스비’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29일 코타쿠는 이 ‘코스비 룸’에서 빌 코스비 사진을 들고 아프라시아비와 함께 침대에 누워 포즈를 취한 여러 남성의 이미지를 입수해 보도했다. 해당 이미지 속의 인물들은 블리자드 직원으로 확인됐다.
‘제시 맥크리’는 침대 사진의 오른쪽 아래에 있다. 또한 해당 사진과 함께 공개된 ‘블리즈컨 코스비 크루’라는 페이스북 그룹 채팅방의 대화 내용 캡처 사진에도 등장한다. 채팅방의 개설 이유나 참가 인원들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 수 없지만, 부적절한 대화를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된다.
처음 말문을 연 것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하스스톤> 팀에서 일한 데이브 코색(Dave Kosak)이다. 그는 “코스비 룸 데려갈 섹시한 애들 모으는 중”(I am gathering the hot chixx for Coz)이라고 말한다. 이어지는 대화는 다음과 같다.
알렉스 아프라시아비: 데려와
코리 스톡턴: 그레그, 오고 있어?
데이브 코삭: 걔네들하고 다 결혼 할 수는 없어 알렉스
알렉스 아프라시아비: 나는 중동 사람이니까 가능해
제시 맥크리: 결혼이 아니라 **를 잘못 쓴 거겠지 (You misspelled f**k)
해당 채팅 내용은 알렉스 아프라시아비가 자신의 농담을 자랑할 목적으로 직접 페이스북에 게시했던 것으로, 전 블리자드 직원 중 한 명이 이를 코타쿠에 제보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두 사진 속 인물들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이른바 ‘남자 패거리’(frat boy·프랫 보이) 문화에 동참한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프랫 보이’문화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고소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고소장에 따르면 이는 남성 직원들끼리 뭉쳐 여성 직원을 괴롭히고 차별을 조장하는 문화를 일컫는다.
아프라시아비의 개인 스위트가 ‘코스비 룸’이라고 불렸다는 점, 직원들이 그의 초상화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는 점 등에서 ‘프랫 보이’ 의혹은 더욱 강화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원로 코미디언이었던 빌 코스비는 1970년대부터 벌인 수십 건의 성폭력 사건으로 2018년 유죄를 선고받은 인물이기 때문.
*빌 코스비는 2021년 6월 기존 유죄 판결을 뒤집고 2년여 만에 석방됐다. 재판부는 그에게 혐의가 없다고 본 것은 아니지만, 사법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 이렇게 판결했다.
다만 코스비의 성범죄 논란이 대중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재판이 시작된 2014년 말이다. 2013년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그의 범죄 의혹을 제시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 속 인물 중 하나인 그레그 스트리트 역시 자기 트위터를 통해 사진을 찍던 당시 코스비 관련 의혹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코타쿠는 ‘코스비 룸’이라는 명칭이 블리자드 직원들과는 상관없이 원래 존재하던 별칭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코타쿠 측에 빌 코스비가 자주 입던 촌스러운 스웨터와 비슷한 무늬가 방에 사용됐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스비 룸’이라는 명칭의 연원과 별개로, 채팅방 속 대화 내용은 그 자체로 부적절한 것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시 맥크리의 경우 일부 오버워치 팬 사이에서는 ‘캐릭터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