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롱뽀롱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등 유아용 콘텐츠의 파워는 이미 콘텐츠 업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이런 유아용 게임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되지만, 실제로 이런 유아용 게임 중에 큰 성과를 거둔 사례는 아직까지 찾아보기 힘들다. 유아용 게임에 교육을 녹여내야 하고, 대상 유저층에 있어 기존의 모바일게임과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뽀롱뽀롱 뽀로로>와 <꼬마버스 타요>를 만든 아이코닉스의 콘텐츠 개발팀 이우진 팀장은 25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꼬마버스 타요: 차고지 놀이>를 통해 콘텐츠 생산자의 시각에서 본 유아용 기능성게임에 대해 이야기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인턴기자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개발팀 이우진 팀장
■ ‘타요’는 함께 놀 수가 없다?
현재 52부까지 제작된 <꼬마버스 타요>는 싱가포르 외 16개국에 방송되고 있으며, 라이선스 계약만 110건이 넘는 등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게임을 출시하고, 또 더 큰 성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우진 팀장은 지난해 NDC 2012 강연을 통해 “유아용 콘텐츠에서는 수집(Collect)할 수 있어야 하고, 집중(Concentrate)할 수 있어야 하며, 교류(Communicate)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만으로는 교류라는 측면에서 한계점을 갖게 된다.
부모님이나 친구와 함께할 때 애니메이션에 관해 이야기는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콘텐츠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간접적인 경험은 제공하지만, 직접적인 컨트롤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이 팀장이 게임 개발에 힘쓰게 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아이들이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며 캐릭터와 노는 행동이 ‘캐릭터를 통해 개발사와 직접적으로 소통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라는 게임 플랫폼의 등장은 그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수 있게 해주었다.
근육 발달이 덜된 3세에서 7세 사이의 유아들은 게임 컨트롤러나 컴퓨터의 마우스로 뭔가를 주도적으로 조작하기 힘들다. 그러나 터치스크린에서는 아이들의 인지 수준에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그대로 만질 수 있고 뜻에 따라 조작할 수 있다.
이 팀장은 “게임을 한다는 것은 행동의지를 갖추고 캐릭터와 소통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애니메이션의 단점을 보완한다. 결국 모바일게임은 애니메이션이 주는 장르적 한계와 하드웨어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주었다”고 말했다.
■ ‘타요’는 놀면서 공부한다
“‘노는 게 제일 좋다’는 <뽀로로>의 주제가는 아이코닉스가 콘텐츠를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노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이 팀장은 아이들이 노는 행위는 단순히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지적 발달, 사회적 발달, 정서적 발달, 신체적 발달 등 학습에 필요한 모든 요소는 놀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자발적으로 선택해 참여한 놀이활동이 아이들에게 가장 가치 있는 학습경험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미국 보스턴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피터 그레이’는 “놀이로 자란 아이만이 사람과 어울릴 줄 알며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친구를 만들 줄 알며 도전의식도 강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곧 유아기 아이들에게 놀이는 일종의 생존 기술 습득의 장이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꼬마버스 타요: 차고지 놀이>는 여섯 가지 놀이 활동으로 구성된 섹션마다 교육적인 요소를 담았다. 공구를 이용해 모양을 맞추거나, 서로 다른 색의 엔진오일 순서를 맞추는 정비소 플레이는 아이들의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된다.
또, 정비소에서는 타이어에 바람을 넣기 위해 마이크에 입을 대고 직접 불기도 하고, 세차장에서는 화면을 문질러 차를 닦는 등 신체적 활동도 이루어진다. 충전소에서는 타이밍에 맞춰 연료를 넣는 게임을 통해 인지 활동과 동시에 순발력을 키우는 신체활동을 한다. 영상실에서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풀 수 있는 수준의 퀴즈를 내서 사회성을 키우고 정서적 발달을 돕는다.
이처럼 놀이 활동을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학습 활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유아용 기능성게임의 실질적 역할이다. 2011년 출시된 <꼬마버스 타요: 차고지 놀이>는 애플 코리아에서 ‘올해의 교육 앱’에 선정되는 등 유아용 게임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 놀이를 통해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들다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것이 낯설다. 유아 교육이 초·중·고등 교육보다 어려운 건 낯설어하는 아이들이 느끼는 공포심 때문이다. 처음 보는 것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낯선 것을 익숙하게 하는 과정이 바로 교육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꼬마버스 타요: 차고지 놀이>를 거부하지 않고 쉽게 플레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낯선 것을 익숙한 ‘타요’에 담아내 자연스레 적응하게 만든 것이다.
<꼬마버스 타요: 차고지 놀이>에서는 퀴즈의 정답을 들고 있는 낯선 사람을 버스에 태우도록 유도한다. 놀이활동을 통해 이방인에 대한 공포심을 호기심으로 전환함으로써 아이들이 퀴즈를 맞히는 학습활동을 돕는 것이다.
이 팀장은 “아이들이 낯설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건 인지능력의 발달을 의미한다. 즉, 스스로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유아용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놀이를 통해 낯선 것에서 오는 공포심을 익숙한 것, 즉 호기심으로 전환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아직도 갈 길이 먼 유아용 게임
하지만 유아용 콘텐츠 개발에 있어 가장 큰 문제가 남아 있다. 기본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할지는 난감하다.
아이코닉스에서도 유료 앱 판매 외의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했다. 플레이어가 유아다 보니 아이템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추가 수익을 올리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꼬마버스 타요: 차고지 놀이>에서는 CPC(Cost Per Click: 클릭한 횟수당 비용 지급) 광고를 시행했는데, 다른 앱에 비해 50배 이상의 클릭 수가 기록됐다.
이용자가 많아서였을까? 답은 아이들의 특성인 ‘마구잡이’ 터치 때문이었다. 이런 불확실한 결과를 과금모델로 채택할 수는 없다. 학습지와 같은 월정액제도 생각해 봤으나 실현 가능성은 낮다. 앞으로 마케팅 측면에서 더 고민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이 팀장이 개발자로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은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다. 낯선 것을 쉽게 만드는 부분은 나름 개념화하고 패턴화했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힘들다.
그는 “문자보다 상징이, 상징보다는 음성이 더욱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만든다. 아이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문자, 상징, 음성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유아용 콘텐츠 제작이 어렵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