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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기획] "전설은 죽지 않는다"… 돌아온 '아랑전설'의 발자취

1991년 첫 출발부터 시리즈 최고의 역작까지

한지훈(퀴온) 2025-03-28 12:44:53
오는 4월 24일, SNK의 ‘아랑전설’ 시리즈가 최신작 <아랑전설 시티 오브 더 울브즈>(이하 아랑전설 CotW)의 출시로 부활한다. 

1991년 첫 작품 <아랑전설>으로 시작된 아랑전설 시리즈는 당시 대전 격투 게임 붐의 중심에서 독특한 세계관과 시스템, 그리고 화려한 도트 그래픽을 바탕으로 긴 시간 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이번 신작은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26년 만에 출시되는 <아랑 마크 오브 더 울브즈>(이하 아랑 MotW)의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아마 ‘아랑전설’이라는 이름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기자 역시도 <아랑전설> 보다는 <더 킹 오브 파이터즈>(이하 KOF)가 더 친숙한 세대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KOF>가 아랑전설 시리즈에 모태를 두고 있음을 알고 나면 이 작품이 사뭇 다르게 보일 것이다. 

게임의 출시를 앞둔 지금, 이번 기사에서는 아랑전설 시리즈가 걸어온 발자취를 되짚으며 각 타이틀이 담아낸 시대의 흐름과 기술적 진보,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조명하고자 한다. 오늘날 대전 격투 게임의 역사를 이끌었던 시리즈가 어떤 유산을 남겼는지 함께 살펴보자. 

오는 4월 24일 정식 출시되는 아랑전설 시리즈의 최신작 <아랑전설 CotW>


# <아랑전설>의 탄생

1980년대는 바야흐로 아케이드 게임의 황금기였다. 특히 버블경제의 절정을 맞이했던 일본에서는 아케이드 게임 역사를 뒤바꾼 명작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1987년 출시된 캡콤의 역작 <스트리트 파이터>도 그 중 하나다.

아랑전설 시리즈의 역사를 다룬다면서 뜬금없이 <스트리트 파이터> 이야기를 꺼낸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3판 2선승제로 진행되는 1:1 대전과 커맨드를 통한 필살기 시전 등을 최초로 선보이며 오늘날 대전 격투 게임이라는 장르의 초석을 세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면 <스트리트 파이터>는 아랑전설 시리즈의 탄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대전 격투 게임의 초석을 마련한 <스트리트 파이터> (이하 이미지 출처: World of Longplays)

이 당시 <사이코 솔저>, <이카리>(<KOF>에서 이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같은 아케이드 타이틀로 입지를 다졌던 SNK는 <스트리트 파이터>가 제시한 가능성에 주목했다. 1990년 4월 자체 게임 콘솔 ‘네오지오(Neo-Geo)’를 출시한 SNK는 차세대 먹거리로 대전 격투 게임을 선택하고, <스트리트 파이터>의 개발자 니시야마 타카시를 영입해 신작 개발에 착수했다. SNK의 전성기를 열어준 대표작 <아랑전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불세출의 명작 <스트리트 파이터 2>보다 약 8개월 뒤에 출시되어 아류작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사실 <아랑전설>은 <스트리트 파이터 2>와 비슷한 시기에 개발됐다. 오히려 <아랑전설>은 <스트리트 파이터>의 개발자가 개발했고 <스트리트 파이터 2>는 <파이널 파이트>의 개발진이 만들었다 보니, 일각에서는 <아랑전설>이 오히려 <스트리트 파이터>의 정신적 계승작으로 보기도 한다.

1991년 3월 출시된 <스트리트 파이터 2>와


같은 해 11월 출시된 <아랑전설>


같은 개발진의 작품이라 그런가
<파이널 파이트>와 <스트리트 파이터 2>는 비슷한 점이 많다.


<스트리트 파이터 2>와 <아랑전설>은 지향하는 방향이 달랐다. 전자가 여러 명의 캐릭터가 각기 다른 기술로 대결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후자는 내러티브 전달에 집중했다. 미국 남부에 위치한 가공의 도시 ‘사우스 타운’을 주 무대로 한 것도,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단 세 명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게임의 줄거리는 이렇다. 사우스 타운을 지배하는 흑막 기스 하워드에게 양아버지를 잃은 보가드 형제가 친구 죠 히가시와 함께 복수를 위해 기스가 개최하는 격투 대회 ‘더 킹 오브 파이터즈’(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 대회가 맞다)에 참가한다. 이러한 스토리를 게임 사이사이에 나오는 인게임 컷씬으로 녹여내어 전달했다.

스토리 전개를 위해 <아랑전설> 1편은 보가드 형제와 죠 히가시까지 3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만 출시했는데,

덕분에 이런 스토리 컷씬을 게임 속에 녹여낼 수 있었다.

<아랑전설>은 시스템 측면에서도 독자적인 개성을 확보했다. <스트리트 파이터>의 6버튼 조작에서 한 층 더 간소화된 3버튼 조작(펀치, 킥, 잡기)을 채택했고, 플레이어 참가 시엔 <더블 드래곤>처럼 1P와 2P가 협력해 CPU 캐릭터를 상대한 이후 다음 스테이지에서 플레이어 간 대전이 펼쳐졌다.

무엇보다 큰 <아랑전설>만의 특징은 ‘라인 이동’의 존재였다.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의 횡이동을 대전 격투 게임에 도입한 것으로, 1편에선 능동적인 이동이 불가능했지만 이후 후속작부터는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아랑전설>은 1992년 일본 아케이드 게임 매출 순위 4위를 기록하고 북미 인기 아케이드 게임 순위에서 최고 2위까지 오르며 순조롭게 첫 발을 내디뎠다. 이 발자국이 앞으로 무려 26년간 이어질 것이라고는 당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랑전설>에서 최초로 선보인 라인(lane) 시스템.
1편에선 능동적인 라인 이동이 불가능했지만 이후 후속작부터는 가능해진다. 


# 1992년, 시리즈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다

<아랑전설>의 흥행은 SNK에게 확신을 안겨줬다.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으며, 이 성공이 단발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이들은1편의 출시 이후 몇 주 뒤에 곧바로 후속작 개발에 돌입했다. 전작의 개발자 니시야마 타카시도 개발에 참여했지만, 전체적인 개발 지휘는 SNK의 창립자인 카와사키 에이키치가 맡았다. 

흥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당시 <아랑전설>은 한발 앞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스트리트 파이터 2>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2>에 비해 “캐릭터 수가 적다”, “플레이어 간 대전 기회가 부족하다” 같은 평가가 꼬리표처럼 붙었고, 이에 자극받은 SNK는 이러한 평가를 오히려 적극 수용해 <스트리트 파이터 2>와 정면으로 맞붙겠다는 과감한 수를 던진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1992년 12월 출시된 <아랑전설 2>였다. <아랑전설 2>는 전작의 3인방에 더해 5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새롭게 추가했다. ‘시라누이 마이’, ‘김갑환’이 처음 등장한 것도 바로 이때다. 또한 전작의 사우스 타운을 벗어나, 세계 각국을 무대로 한 스테이지를 선보인 점 역시 <스트리트 파이터 2>를 의식한 변화였다.

시스템 측면에서도 <아랑전설 2>는 <스트리트 파이터 2>가 확립한 대전 격투 게임의 문법을 일정 부분 수용했다. 약펀치, 강펀치, 약킥, 강킥의 4버튼 조작을 채택했으며, 스턴 시스템을 추가하고 필살기의 비중도 줄였다. 그러면서도 시리즈의 정체성인 라인 이동은 그대로 유지하고, 새로운 시스템인 회피 공격을 도입해 차별점을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아랑전설 2>에서는 선택 가능한 캐릭터도 크게 늘었다.
시라누이 마이, 김갑환 등 익숙한 얼굴도 보인다.



한국, 중국, 미국 등 다양한 지역이 스테이지로 등장하는 것도 <스트리트 파이터 2>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다.

이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93년 9월, SNK는 아랑전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아랑전설 스페셜>을 선보인다. <스트리트 파이터 2>가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2>로 업그레이드됐듯, <아랑전설 2>를 한층 더 발전시킨 일종의 ‘확장팩’ 같은 작품이었다.

<아랑전설 스페셜>은 게임의 속도감을 한층 더 높이고 피격 무적을 삭제해 콤보 공격이 가능하게 하는 등 전작의 단점들을 대폭 개선했다. 무엇보다도 1편의 보스였던 기스 하워드와 그의 수하들, 2편의 보스인 볼프강 크라우저까지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등장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재밌게도 <아랑전설 스페셜>은 이후 SNK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게임 내에서 <용호의 권>의 료 사카자키가 히든 보스로 등장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자 SNK는 자사 게임의 캐릭터들이 총집결한 대전 격투 게임을 기획하게 되니,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프랜차이즈 <KOF>가 바로 이때 시작된 것이다.

<아랑전설 2>는 1993년 일본의 아케이드 매출 순위에서 2위를 기록했으며, 북미에서는 같은 시기에 가장 인기 있는 아케이드 게임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출시된 <아랑전설 스페셜> 역시 이에 준하는 기록을 세웠다. 1편과 2편, 그리고 확장팩까지 연달아 흥행 신화를 이어가면서 아랑전설 시리즈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모든 스테이지에서 한 번도 지지 않지면 히든 보스로 <용호의 권> 시리즈의 주인공 료 사카자키가 등장한다.

# 첫 실패, 그리고 재도약

그토록 바라던 <스트리트 파이터 2>의 라이벌 자리까지 오르는 데 성공한 아랑전설 시리즈는 최고의 전성기를 계속 이어가고자 했다. 1994년 후속작 개발을 시작한 이들은 새로운 시스템과 최고의 그래픽을 강조하며 팬들의 기대를 고조시켰다.

그러던 1995년 1월, 불의의 사고가 이들을 덮친다. 규모 7.3의 강진이 효고현 남부를 강타한, 이른바 ‘고베 대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지진으로 인해 당시 출시를 앞두고 있던 <아랑전설 3>의 개발에도 차질이 생겼다. 앞서 예고했던 대로 <아랑전설 3>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지진으로 개발이 지연되자 이를 완성하지 못한 채 이를 게임에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1995년 3월, <아랑전설 3>는 예정대로 출시됐고, 게임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아랑전설 3>의 훌륭한 그래픽과 사운드는 당시 많은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도트 장인” SNK의 노하우가 총동원된 새로운 캐릭터 스프라이트와 배경 그래픽은 당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새롭게 추가된 BGM과 시리즈 최초로 도입된 컷씬의 캐릭터 음성 역시 호평 일색이었다.

문제는 미완성된 시스템이었다. 기존 2라인 구성에서 벗어나 최초로 3라인을 도입하고 기본 공격 조합으로 간단한 콤보를 발동시키는 콤비네이션 아츠와 특정 기술을 시전하는 척하는 페인트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요소를 대거 추가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부족한 완성도가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애써 준비한 변화는 너무도 이질적이어서 되려 기존 시리즈의 경험을 해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픽이나 사운드 부분에선 당대 게임 중 최고라고 평가받았지만, 미완성된 시스템이 발목을 잡았다.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실패의 쓴맛을 맛본 SNK는 이를 계기로 심기일전하여 차기작 개발에 나선다.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 어려울수록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하지 않던가. 다시 프로듀서를 맡은 1편의 개발자 니시야마 타카시는 차기작의 타이틀명을 <리얼 바웃 아랑전설>로 결정했다. ‘리얼 바웃’은 1편 개발 당시 사용했던 가칭으로, 정식 넘버링을 이어가는 것 대신 새로운 타이틀명으로 시리즈의 변화를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한 시도였다.

<리얼 바웃 아랑전설>은 호평받았던 전작의 그래픽과 사운드는 그대로 지키면서 미완에 그쳤던 시스템을 한 층 더 발전시킨 형태로 적용했다. 전작에서 사라졌던 캐릭터들이 다시 돌아왔고, 3라인 시스템은 새로운 3버튼 조작(이번엔 펀치, 킥, 강공격)을 만나 더욱 정교해졌다. 여기에 2D 대전 격투 게임 중 최초의 링아웃 시스템과 오늘날 대전 격투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워 게이지가 추가되면서 게임에 개성을 더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리얼 바웃 아랑전설>은 <아랑전설 3> 이후 주춤했던 시리즈의 흥행세를 다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으며,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아 당시 평단으로부터 “아랑전설 시리즈 중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로써 다시 재도약에 성공한 아랑전설 시리즈는 이후 1997년 <리얼 바웃 아랑전설 스페셜>, 1998년 <리얼 바웃 아랑전설 2>까지 리얼 바웃 3부작을 전개하며 흐름을 이어간다.



화려한 그래픽과 시원시원한 게임성까지, <리얼 바웃 아랑전설>은 아랑전설 시리즈에 기대했던 매력을 모두 보여준 작품이다.


# 최악의 실패를 넘어 최고의 역작까지

이렇듯 아랑전설 시리즈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을 무렵, SNK는 한 가지 고민에 빠진다. <버추얼 파이터>와 <철권> 등의 3D 대전 격투 게임이 큰 인기를 끌던 당시, 야심 차게 준비했던 3D 아케이드 기기인 ‘하이퍼 네오지오 64’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아랑전설 시리즈의 인기를 빌려 분위기 반전을 꾀했던 SNK는 하이퍼 네오지오 64용 아랑전설 신작을 준비하게 되니, 1999년 출시된 <아랑전설 와일드 앰비션>이 바로 그것이었다.

당시 SNK가 야심차게 개발한 3D 아케이드 게임기 '하이퍼 네오지오 64' (이미지 출처: Paderetro)

<아랑전설 와일드 앰비션>은 시리즈 최초로 3D 그래픽을 활용한 작품이었지만, 아쉽게도 이 작품 역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PS1 이식 버전의 경우 기기 스펙의 한계로 전반적인 게임 그래픽이 하향 조정되었으며, 프레임마저 제대로 유지되지 않아 조작감도 떨어졌다. 

결국 <아랑전설 와일드 앰비션>은 시리즈 사상 최악의 게임이라는 받으며 빠르게 잊혀졌다. 믿었던 아랑전설 시리즈마저 실패하자 SNK는 같은 해 5월 출시된 <부리키 원>을 끝으로 하이퍼 네오지오 64 게임 개발을 중단하고, 다시 2D 대전 격투 게임 개발에 집중하게 된다.

3D 캐릭터 모델링과 완전히 따로 노는 2D 배경과

무슨 기술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기술 이펙트…


여러모로 아쉬웠던 <아랑전설 와일드 앰비션>

다행히 당시 SNK 내부에서는 <아랑전설 와일드 앰비션>의 실패를 우려해 2D 그래픽의 차세대 아랑전설 시리즈의 신작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었다. 앞서 니샤아마 타카시와 함께 <스트리트 파이터>를 개발했던 마츠모토 히로시를 필두로 오다 야스유키, 쿠로키 노부유키 등 SNK의 핵심 인력들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들은 후발주자인 KOF 시리즈가 아랑전설 시리즈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는 이유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지목했다. 큰 덩치를 가진 근육질의 남성 캐릭터들을 주로 내세웠던 아랑전설 시리즈와 달리 <더 킹 오브 파이터즈>는 소위 ‘모에’ 스타일의 미소년·미소녀 캐릭터를 주역으로 다뤘는데, 이 부분이 시장에 제대로 먹혔다는 분석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신작 <아랑 MotW>에서 캐릭터 풀을 완전히 갈아엎었다. 시리즈의 주인공인 테리는 그대로 두고, 시장에서 ‘먹힐만한’ 비주얼을 가진 캐릭터를 여럿 추가했다. 특히 테리와 함께 더블 주인공으로 발탁된 록 하워드는 의상부터 기술 이펙트까지 미소년풍의 스타일로 디자인되었으며, 호타루와 제니는 각각 귀여움과 섹시함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여지껏 이런(!) 캐릭터들을 선보여왔던 아랑전설 시리즈가

모에빔(?)을 맞고 이렇게 바뀌었다.

스킬 이펙트부터 손목의 옷깃까지 하나하나 미소년 스타일로 디자인된 록 하워드

1999년 최초 발매된 <아랑 MotW>는 따지자면 리얼 바웃 3부작의 후속작이지만, 게임의 시스템은 달라졌다. “가장 <아랑전설> 같지 않은 작품”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졌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는 시리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었던 라인 이동 시스템을 완전히 삭제한 것이다. 다른 경쟁작들과 마찬가지로 단일 라인 구조를 채택했는데, 이는 시리즈에 입문한 초보 유저들이 게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1991년 1편 이후 8년간 지켜왔던 핵심 시스템을 과감히 포기한 대신, 개발진은 “빠르고 지루하지 않은 게임”을 목표로 기존 대전 격투 게임의 문법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요소들을 다수 도입했다. 

그 중 하나가 플레이어가 선택한 체력 구간에서 캐릭터의 성능이 강화되는 ‘T.O.P. 시스템’이다. 이전 아랑전설 시리즈도 그랬고 <철권> 같은 다른 대전 격투 게임도 그랬듯, 보통은 캐릭터의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캐릭터의 성능이 강화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랑 MotW>에선 체력의 초반부, 중반부, 후반부 중 하나를 강화 구간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캐릭터의 체력이 해당 구간에 진입할 경우 캐릭터의 공격력이 상승하고 강력한 특수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기존의 요소들을 개량한 도입한 부분들도 돋보이는데, 앞서 <아랑전설 3>에서 선보였던 페인트를 발전시킨 페인트 캔슬과 브레이킹, 확장된 회피 공격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이후 후속작인 <아랑전설 CotW>까지 이어져 아랑전설 시리즈의 새로운 개성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시리즈의 정체성도 포기했고 기존의 인기 캐릭터도 모두 빠진 데다가 여기에 새로운 요소들도 잔뜩 추가되었으니 흥행을 기대하긴 어려웠을까? 전혀 아니다. <아랑 MotW>는 그래픽과 사운드, 시스템, 캐릭터 등 모든 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한 평론가의 말을 빌리자면 “SNK가 낳은 최고의 대전 격투 게임 중 하나”로 지금까지도 탄탄한 팬층을 유지하고 있다.


체력바의 빨간 부분이 해당 캐릭터의 T,O.P. 구간으로, 체력 게이지가 이 구간에 진입하면 캐릭터의 성능이 강화된다.
그래픽, 사운드, 게임성까지 뭐 하나 빠짐 없이 훌륭했던 <아랑 MotW>.

<아랑 MotW>의 스토리는 후속작인 <아랑전설 CotW>로 이어진다.
26년 전 뿌려졌던 무수한 떡밥들이 어떻게 회수될지 기대된다.


# 20년 공백기를 넘어 다시 현역으로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개발진은 곧바로 후속작 개발에 착수했지만, 2001년 SNK의 도산이라는 악재를 맞으며 프로젝트는 당시 개발했던 컨셉 아트와 일부 기획안만을 남긴 채로 중단되고 말았다. 이로써 화려했던 아랑전설 시리즈의 역사도 끝을 맺는 듯했다.

<아랑 MotW>의 개발에 참여했던 오다 야스유키는 2014년 당시 SNK의 사장이었던 카와사키 에이키치의 권유를 받고 다시 SNK로 돌아왔다. 과거 중단됐던 프로젝트가 못내 아쉬웠던 그는 에이키치 사장에게 다시 한 번 <아랑 MotW>의 후속작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2016년 다시 재기에 성공한 SNK는 그의 뜻대로 후속작 개발을 재개했다.

이후 SNK가 EVO 2022에서 아랑전설 시리즈의 신작을 깜짝 공개했다. 20여 년 만에 돌아오는 <아랑 MotW>의 후속작 <아랑전설 CotW>가 마침내 그 모습을 처음으로 드러낸 것이다.

<아랑전설 CotW>는 후속작답게 전작의 혁신적인 시도들을 온전히 계승했다. 저스트 가드(공식 명칭은 저스트 디펜스), 페인트 캔슬과 브레이킹 등의 요소들은 이번 작품에서도 재등장했고, 전작의 T.O.P. 시스템은 게임의 테마에 맞게 ‘S.P.G.(Selective Potential Gear)’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전작 <아랑 MotW>의 처음 선보인 저스트 디펜스
상대의 공격 직전에 가드를 사용하면 발동되며, 일반 가드에 비해 REV 게이지 상승량이 적고 카드 캔슬이 가능하다.

전작의 T.O.P. 시스템도 S.P.G. 라는 이름으로 계승됐다.


동시에 <아랑전설 CotW>에선 최근 대전 격투 게임의 트렌드에 발맞춘 요소들도 적극 채용했다. "모르면 맞아야하는" 장르적 특징 때문에 하던 사람만 즐기는 매니악한 게임이 되어버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들, 이를테면 입문자에 최적화된 새로운 조작법과 대전이 두려운 이들을 위한 싱글 플레이 콘텐츠까지 놓치지 않고 도입한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대전 격투 게임과는 다른, <아랑전설 CotW>만의 개성은 무엇일까? 아마 많은 이들이 'REV 시스템'을 꼽을 것이다.

REV 게이지는 REV 블로나 REV 액셀 같은 강력한 기술을 사용하거나, 상대의 공격을 가드할 경우 증가한다. REV 게이지가 가득 차면 일정 시간 동안 REV 기술을 사용할 수 없고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면 가드 게이지가 감소하는 패널티가 발생한다. 이러한 요소는 공방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맞추면서, 동시에 플레이어의 실력에 따라 충분한 보상을 제공한다.

 

REV 액셀​ 같은 강력한 기술을 사용하면 REV 게이지가 크게 상승한다.

REV 게이지가 가득 차면 일정 시간 동안 REV 액션을 사용할 수 없는 패널티를 받는다.


출시연도를 기준으로 26년 만에 돌아오는 아랑전설 시리즈의 신작에 SNK도 힘을 제대로 싣는 모양새다. 긴 시간 함께 경쟁하며 대전 격투 게임의 역사를 이끌어왔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 그리고 월드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으며, 오는 7월 열리는 e스포츠 월드컵에선 <스트리트 파이터 6>, <철권 8>과 함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한편, <아랑전설 CotW>는 이번 달 31일까지 두 번째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뒤 오는 4월 24일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20년 넘는 공백기를 거쳐 다시 현역으로 돌아온 아랑전설 시리즈가 써내려갈 새로운 역사에 주목할 때다.


<아랑전설 CotW>​가 e스포츠 월드컵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아랑전설 시리즈는 20여 년 만에 다시 현역으로 돌아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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