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모두의 게임 행사가 되었지만, 개선이 필요한 점은 있다.
경기도 킨텍스에서 4일간 개최된 종합 게임 박람회 '플레이엑스포 2025'가 22일부터 25일까지의 행사를 마치고 성황리 마무리됐다. 올해 플레이엑스포의 슬로건은 "게임, 그 이상"으로 참관객의 단순 구경을 넘어 참여할 수 있도록 전통 인기 콘텐츠와 새로운 시도들이 균형 있게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플레이엑스포 2025
# "게임, 그 이상" 이라는 모토를 잘 지켰다.
수년 간 플레이엑스포를 취재하며 받은 인상은 확실히 넓은 연령층이 참여해 즐길 수 있는 행사라는 것이다. 가령 여러 오락실 게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아케이드 존'과 직접 플레이해볼 수 있는 '보드 게임 존'이 행사장 한 편에 크게 배치되어 있다. 스마일게이트 스토브나 네오위즈와 같은 대형 인디 게임 퍼블리셔가 현장 시연을 진행하는 한편 여러 굿즈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이전부터 다른 게임쇼에 비해 아이들의 참가가 많은 플레이엑스포였는데, 올해 행사에는 슈퍼셀이 참가해 주말 동안 부모님의 손을 잡은 아이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본래 플레이엑스포에서는 닌텐도가 아이들이 자주 찾는 부스였는데, 올해는 참가하지 않았다. 닌텐도의 빈자리를 슈퍼셀이 채워 준 셈이다.
슈퍼셀이 별도로 마련한 무대에서는 유명 인플루언서가 팬과의 만남을 진행하는 한편, 유명 팀 '크레이지 라쿤'과 '젠지 e스포츠'가 방문해 아이들의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보통 e스포츠 행사에는 청년층 관람객이 대다수지만, 슈퍼셀의 e스포츠 행사에서는 저연령층이 많아 새삼 <브롤스타즈>가 어린 게이머에게 가진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e스포츠 팀 '크레이지 라쿤'과 '젠지 e스포츠' 팬미팅을 위해 모인 관람객들
코어 게이머에게도 플레이엑스포는 여러 관람 포인트를 가진 행사다. 가령 리듬 게이머에게 플레이엑스포는 항상 여러 관람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펌프 잇 업>의 개발사로 유명한 안다미로가 항상 행사에 참여해 오고 있으며, 지난 4월 11일 출시된 하이엔드게임즈의 <플라티나 랩>이 부스를 내고 팬을 맞이했다. 그 외에도 <칼파> 등 다양한 국내 인디 리듬 게임이 현장에서 관람객의 관심을 모았다.
다양한 게임 굿즈도 플레이엑스포의 관람 포인트다. <이터널 리턴> 2차 창작 행사 '루미아 야시장'과 플레이엑스포 전통의 '레트로장터'가 행사장 한 켠에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반다이 남코, 님블뉴런 등의 개발사가 현장에서 공식 굿즈를 판매했다.
그 외에도 입구 기준 좌측에는 코스프레어의 굿즈나 마우스, 키보드 등 각종 게이밍 주변기기 개발사의 제품, 유명 게임의 2차 창작 굿즈가 판매됐다. 현장에서는 기존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되는 경우도 있어 물건 구매의 측면에서도 플레이엑스포는 관람 가치가 있는 행사다.

2차 창작 굿즈 및 키보드 주변기기를 판매하는 부스도 많다.

인기 캐릭터의 굿즈는 엄청나게 빨리 매진되기도
플레이엑스포에서는 e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올해는 <스타크래프트> ASL 시즌 19 결승전과 <이터널 리턴> 한국 e스포츠 리그의 개막전이 현장에서 진행됐다. 특히 <이터널 리턴> 대회는 좌석이 꽉 찬 상태에서 관람객이 찾아와 무대 바깥에서도 대회를 관람하는 등, 지난 행사와 비교해 더욱 높아진 <이터널 리턴> e스포츠 대회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편의성 부분에서도 개선된 모습이 체감됐다. 전시관 2홀을 추가 임대한 후 실내 입장 대기구역으로 활용해, 외부와 복도에서 관람객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이 사라져 이동이 상당히 쾌적했다. 그간 비판이 많았던 재입장은 전용 출입구를 별도로 마련해 나아진 모습을 보였으며, 푸드트럭 라운지가 130부스 규모로 확대됐다. 이외에도 여러 부스가 휴식처를 마련해 지친 관람객이 쉴 수 있도록 했다.

올해는 부스 한 켠을 임대해 별도의 휴식처를 마련한 곳이 많이 보였다.
특히, GTX 킨텍스역의 개통이 관람객 편의에 있어 가장 체감되는 부분이었다. 서울역에서 약 20분 정도면 GTX-A를 타고 곧바로 킨텍스역까지 이동할 수 있었기에, 광역급행버스 M7731이나 행사장에서 거리가 있는 대화역 3호선을 이용해야 했던 이전과 달리 행사장 이동 및 철수가 엄청나게 편해졌다. GTX-A 지하철의 배차 간격 및 수용량도 뛰어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토요일에도 '지옥철'과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호평하고 싶은 부분도 있다. 플레이엑스포는 많은 코스프레어가 모이는 행사기도 하다. 그러나 그간 행사장 앞 복도에서 조명 장비를 놓고 사진을 촬영하거나, 유명 코스프레어와 같이 사진을 찍기 위한 관람객이 줄지어 서 통행에 방해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코스프레 문화에 대한 비판은 절대 아니나, 확실히 그간 현장 복도 입장과 겹쳐 이동에 어려움이 있곤 했다.
올해는 1층 로비 및 2~3층 복도 내 코스어 촬영 규정이 신설돼 이런 모습이 사라졌다. 설치형 조명은 전면 금지됐으며, 사용하자 않더라도 촬영 대기줄이 장시간 공간을 점유할 경우 퇴장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그러나 완전히 촬영을 금지할 경우의 불편을 고려해 단순 촬영은 허가됐다.
이처럼 플레이엑스포는 관람객의 다양한 관람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행사다. 게임, 굿즈, 코스프레, 강연, e스포츠, 성우 등 다양한 게임 관련 활동이 행사 하나에 모여 있어, 게임을 잘 모르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해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행사다.
# '넓고 얕음'은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플레이엑스포는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축제다. 반대로 말하면 특화된 전문분야에서는 약점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될 수 있다. 서브컬처 쪽은 AGF가 특화되어 있고, 인디 쪽은 BIC나 버닝비버가 있다. 주요 게임사는 연말 개최되는 지스타에서 신작을 시연하고 공개한다.
행사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 인디 관련해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몇몇 관람객은 "혹시 눈에 띄는 게임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이미 다른 게임 행사에서 봤던 게임이 대부분이다. 올해는 유독 프로토타입 게임이 많은 느낌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물론, 플레이엑스포는 접근성이 높은 '전시회'인 만큼 참가 게임의 퀄리티 허들을 무턱대고 높이면 진입 장벽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주머니 사정이 항상 어려운 인디 개발사들이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이유는 '유저의 직접적인 의견'을 조사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인디는 이런 행사가 아니라면 특성 상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이나 QA를 받기 어렵다.
그래도 단순히 '전시된 것이 많다'는 것을 넘어선 '플레이엑스포만의 확실한 관람 포인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 점은 인디 뿐만이 아닌 메인 부스에도 해당된다. 플레이엑스포 행사에는 다양한 개발사가 참여해 오고 있으나, 게이머 커뮤니티에서 곧바로 눈에 띄는 반응이 올 만큼의 유니크한 전시는 지금까지 많지 않았다.

B2B 부스에 위치했던 별도 게임 체험 공간. 주말에는 일반 관람객에게 오픈됐다.
이런 것은 부스에 방문해 게임은 하고 싶지만, 개발자와의 스몰 토크가 부담되는 관람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여러 제약 속에서도 관람객을 모으기 위해 아이디어를 쥐어짠 곳도 있다.
사진의 부스는 관람객의 스코어를 집계한 리듬 게임 <DODORI>

B2B에서는 사람을 모아 참가작에 대한 단체 FGT가 진행됐다.
이런 행사의 존재 및 확대가 관람객, 참가사에게 모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인디 게임은 특성상 QA나 소비자의 의견을 받기 어렵기 때문. 행사 참여도 주로 일반 유저의 반응을 조사하기 위함이다.
갈수록 발전하곤 있지만, 메인 무대에서의 행사도 콘텐츠 개선이 있었다면 좋겠다. 올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리파인>의 게임 소개나, <안녕 서울> 게임 쇼케이스, 민트로켓의 게임 개발 관련한 강연, 코스프레 행사 등이 있어 눈길을 끌었지만, 인기 있는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관람객 참여도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차라리 아이디어 중 하나로 위에서 언급한 인디 게임의 문제와 연계해, 인디 개발자가 자신의 게임을 무대에서 소개할 수 있도록 하고, 플레이엑스포 특유의 현장 퀴즈를 통한 여러 굿즈 제공으로 관람객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이 어떤가 싶다. 관람객의 눈길을 끌거나 입소문을 탈 수 있을 만큼 확실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는데, 콘텐츠를 잘 분산시키면 플레이엑스포 특유의 '토요일에만 관람객이 너무나 모이는 문제'도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디 기대작이라는 타이틀 덕분인지 관람석이 가득 찼던 <안녕 서울> 관련 쇼케이스

올해 그나마 코어 게이머의 관심을 끌 만한 전시는 <엘든 링>이나 <오버워치 2>, <슈퍼로봇대전 Y> 정도였다.
e스포츠 분야에서는 장비 이슈와 스케줄 이슈가 있었다. 금요일 진행된 <이터널 리턴> e스포츠 리그에서는 앞선 경기의 장기화와 선수석의 장비 이슈로 1시간 넘게 진행이 지연됐다. 결국 오후 6시 플레이엑스포 행사가 종료되고도 e스포츠 대회는 현장에서 계속해서 진행됐다.
많은 선수가 선수석 인터넷의 지연 문제, 장비 연결 문제, 아래의 선을 실수로 건드리면 즉시 종료되는 컴퓨터 문제 등을 토로했으며, 대회 막바지에는 마지막 두 팀이 최후의 교전을 앞두고 한 선수의 컴퓨터 이슈로 인해 교전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결국 님블뉴런 측은 사과 및 개선안과 관련해 공지했으나, 해당 대회는 계약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던 만큼 운영을 행사 측에서 담당했다.

올해는 e스포츠 무대 관련 잡음이 있었다.
무대 행사와 부스 전시가 같은 공간에서 한꺼번에 진행된다는 문제도 있었다. 가령 레트로 장터와 몇몇 인디 부스는 플레이엑스포 메인 무대 근처에 위치해 있는데, 메인 무대에서 행사가 진행되는 시간에는 소통이 어려울 만큼 소음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쉬운 안은 아니나, e스포츠 및 강연 등의 행사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어떤가 싶다. e스포츠 대회는 인기에도 불구하고 좌석 수용량이 약간 모자라 토요일에는 늘 경기장 바깥에 대회를 보는 사람들의 인파가 늘어서기도 한다.
관람객 편의에 대해서도 여전히 신경 쓸 부분이 있었다. 올해는 킨텍스역 제 1전시장 주차장의 전면 공사로 인해 이용 불가해 이를 몰랐던 관람객 사이에서 불만이 오갔다. 기자에게도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에게서 "1전시장 주차장을 쓸 수 없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냐"는 문자가 다수 오곤 했다.
흡연장에 관한 문제도 있었다. 1전시장 공사로 인해 전면 출입구에 위치한 흡연장이 이용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킨텍스역과 가까운 출구에 있던 흡연용 재떨이는 금요일까지 운영되다가 토요일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철거됐다.
근처의 자전거 보관소에 '철거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 관련해 재떨이를 먼저 철거한 것으로 추정되나, 관람객은 기존에 재떨이가 비치되어 있었다는 인식으로 인해 여전히 같은 장소에서 흡연을 하고 바닥에 꽁초를 버렸다. 덕분에 바닥이 더러워지고 해당 입구를 이용하는 관람객이 간접 흡연에 노출되는 피해가 있었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토요일에는, 늘 좌석 수용량을 초과한 인원이 경기장 바깥에서도 대회를 관람하곤 한다.
올해는 스크린의 케이스가 작아져 경기가 잘 보이지 않는 불편함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