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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한잔] 던그리드, 세피리아의 연이은 흥행! '기준'부터 남달랐다

팀 호레이 "전작 이상의, 장르 대표작에 뒤지지 않는 신작을 위해"

김승준(음주도치) 2025-04-28 18:46:31

"현직에 계신 분들도 기자와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취재를 하다 보면 자주 드는 생각입니다. 매일매일 이슈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잠시 차 한 잔, 술 한 잔 기울이며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멋진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분들을 만나, 뜨거운 현안들로 담소를 나눠보는 코너 '인디 한 잔'입니다.

바야흐로 大Steam의 시대입니다. 인디, 중소, 대기업 모두 너 나 할 것 없이 PC, 콘솔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쓴웃음을 짓고, 누군가는 피눈물을 흘립니다. 모바일 씬의 마케팅 과열을 피해 눈길을 돌린 스팀 또한 난공불락의 요새였기 때문이죠. 게임의 '재미와 완성도'가 다시금 중요해졌다는 점은 참 반갑지만, 신작의 홍수 속에서 어떤 차별점을 강조해야 할 것인지 그것부터 막막합니다.


이런 시점에서, 두 번이나 유의미한 성공을 거둔 팀 호레이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모두가 모바일 시장 공략을 외치고 있을 때, 당시 상대적으로 불모지였던 스팀을 개척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던그리드>의 사례도, 7년 만에 선보인 신작 <세피리아>가 혼잡한 시장 환경 안에서도 다시 한번 뜨거운 주목을 받은 것도 모두 굉장한 족적이기 때문이죠. 

 

확실히 팀 호레이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인상이었습니다. 2시간이 넘는 인터뷰에서 들을 수 있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기준'에 대한 인식이었죠. <던그리드>보다 더 발전된 결과물을 내고 싶다는 내부적인 '기준'이 있었고, 장르 대표작들이 주는 재미에 뒤지지 않기 위한 끝없는 노력의 '기준'이 있었습니다. 


팀 호레이는 자신들의 기준을 넘어서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해왔는지, 그런 고민 끝에 나온 신작 <세피리아>는 스팀에서 어떻게 또 한 번 호평을 받을 수 있었는지 함께 보시죠.


<던그리드>, <세피리아> 두 게임의 연이은 흥행을 만든 팀 호레이를 만나고 왔습니다.
왼쪽부터 문지환 기획자, 안태현 팀장(프로그래머)입니다.


▲ 7년 전 2018년 2월에 출시된 <던그리드>는 8,629개 스팀 리뷰 중 93%가 긍정적인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았습니다.



▲ 2025년 4월 3일에 얼리 액세스 출시된 따끈한 신작 <세피리아>는 1,365개 스팀 리뷰 중 91%에게 긍정 평가를 받은 '매우 긍정적' 평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사회초년생과 학생들이 모여 만든 <던그리드>

"저희도 만들면서 느끼지만 로그라이트 장르 자체가 만들기 어렵고,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은 그래도 <던그리드>도 서비스를 해오면서 여러 경험과 생각도 쌓아올 수 있었지만, 저희도 아무 것도 모른 채로 로그라이트 장르 개발한다고 하면, 경쟁작들이 시장에 굉장히 많잖아요? 재미로는 정말 재밌는 장르지만요."


'로그라이트' 장르 개발의 어려움에 대해 물었을 때, 안태현 팀장이 해준 말입니다. <던그리드>를 개발하기 위해 사회초년생과 학생들이 모여 팀 호레이를 결성했던 2017년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 게임 씬에서 로그라이트는 그리 익숙치 않은 마이너 장르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8년 사이 시장 트렌드가 많이 변했죠. 문지환 기획자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확실히 장르 내 경쟁작도 많고요. 로그라이트를 더 이상 장르라고 부르기도 힘든 지경이 됐죠. 퀘스트, 레벨 업, 스테이터스처럼 게임 안에 포함된 시스템 문법처럼 변한 느낌이에요."


국내외에서 많은 분들이 즐긴 <던그리드>는 횡스크롤 액션 로그라이트 게임입니다. 파괴된 마을을 복구하며 점점 깊숙한 곳까지 탐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키보드 마우스 컨트롤 특유의 트윈스틱 액션 조작이 강조된 게임이죠. 


<던그리드> 플레이 화면

다양한 해금 요소와 함께 다채로운 액션을 선보이는 게 특징입니다.

안태현 팀장은 <던그리드> 출시 이후의 순간 중에서도 "메이저 업데이트를 출시하고 유저 반응을 살피던 때"를 먼저 언급했습니다. 


"물론 안 좋은 반응도 있을 수 있지만요.(웃음) <던그리드>는 2018년에 처음 출시했을 때는, 사실 지금보다 부족한 점이 많았고, 그런 부족한 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해서 보상을 좀 더 재밌게 바꾼다든지, 새로운 콘텐츠를 넣어서 유저들이 이 콘텐츠를 어떻게 즐기는지 보는 게 굉장히 좋았어요. 그래서 저희가 의도한 대로 '여기 뭔가 숨겨져 있었다'는 걸 찾아주시면, 알아 봐주셨구나 하면서 기뻐했죠."


문지환 기획자는 해외에서 온 이메일을 소개했습니다. "아들에게 게임을 시키려고 하는데, 화면이 좀 더 잘 보였으면 좋겠다"던 CS 요청이었는데, 문지환 기획자 또한 어렸을 때 즐거웠던 기억을 가지고 게임 개발자가 됐기 때문에, 자신들이 만든 게임이 가족이 함께 즐기는 게임이 됐다는 점이 뿌듯하고 인상 깊었다고 합니다.


<던그리드> 플레이 화면

"생각해 보면 저희가 스팀 게임 만들 때만 해도 인터넷에 한국어로 된 관련 정보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어요. 개발자 계정 생성 같은 사소한 정보부터 자료가 전혀 없으니까, 맨땅에 헤딩하면서 <던그리드>를 만들었죠."


안태현 팀장은 첫 작품인 <던그리드>로 스팀에 도전했던 당시를 돌아 보며 "고생도 했지만 운이 좋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던그리드>가 처음에 사랑 받을 수 있던 계기 중 하나는, 운이 좋았던 타이밍도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 <배틀그라운드>가 엄청 열풍이었기 때문에 국내 스팀 가입자가 늘어나던 시기였고요. 그와는 반대로 한국에서 스팀 출시에 도전한 인디게임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주목을 받은 측면도 있지 않았나 싶어요."


세무를 영어로 처리하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개발자라면 응당 스팀에 한 번은 출시해봐야지"하는 '로망'이, 팀 호레이를 <던그리드> 출시까지 이끌었다고 합니다. 안태현 팀장과 문지환 기획자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오히려 연차가 쌓인 상태로, 이런 어려움이 있는 도전이라는 걸 다 알고 있었더라면 안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볼 때도 있는데요. 당시엔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서(웃음), 어려움이 닥치면 '스팀 출시는 원래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하면서 받아들였어요."


<던그리드> 플레이 화면


# 7년 만의 신작 <세피리아>는 무엇이 달랐을까

호평을 받고 있는 신작 <세피리아> 또한 액션 로그라이트 장르의 게임이지만, 전작 <던그리드>와는 플레이 양상이 완전히 다릅니다. 인벤토리에 아티팩트를 배치해 시너지를 내고, 석판으로 강화하고, 도전 과정에서도 여러 강화 요소가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또한 <던그리드>는 횡스크롤에서 최대 2인 협동 플레이가 가능했던 반면, <세피리아>는 탑다운 시점에서 최대 4인 협동 플레이가 가능하죠. 


검과 방패, 대검, 단검까지 구르기, 막기, 기를 모아 휘두르기, 패링, 반격 등 근접 무기를 타이밍에 맞춰 조작하는 방식이 강조된 동시에 행성, 속성 공격, 소환 등의 패시브 공격, 마법 스킬과 같은 보조 공격 방식을 혼용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스탯 배분 및 여러 강화와 해금 요소도 있어, 말 그대로 재밌어 보이는 재료를 한 곳에 오밀조밀하게 잘 모아둔 느낌입니다.


팀 호레이는 인터뷰 중에 자신들의 소개를 요청 받았을 때 "게임을 진짜 좋아하고, 재밌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이어온 팀"이라 말했는데요. 확실히 7년 사이 정말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을 즐기며, 다른 작품들에서 느낀 재미와 아쉬움에서 느낀 교훈을 많이 반영하려 노력한 것이 보였습니다. 


<세피리아> 플레이 장면. 전작보다 다수의 적을 상대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패링 등 타이밍을 활용한 근접 공격이 근간에 있고


인벤토리 배치를 기반의 여러 시너지도 강조됐습니다.


<던그리드>와 <세피리아>를 모두 플레이해보면 "손맛과 액션을 정말 잘 뽑아내는 팀"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정지된 화면만 보면 다소 슴슴해 보일 수 있는 도트 그래픽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실제 플레이 안에서는 기본 공격만 휘둘러봐도 "조작감에 신경을 많이 썼구나"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데요. 안태현 팀장은 "액션에서 타격감과 조작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게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타격감은 사운드, 흔들림, 이펙트 등의 요소들이 있겠고, 조작감은 플레이어의 입력 피드백 등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세피리아>를 만들 때도 조작에 대해 확실히 신경 써서 작업했어요. 애니메이션 동작도 등속으로(같은 속도로) 칼을 휘두르면 뻣뻣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가감속을 최대한 많이 썼고요. 공격 조작 사이의 순간에도 마우스 방향이나 키보드를 누르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조그만 움직임들이 액션 게임을 더 좋게 만들지 않나 생각해요."


<던그리드>가 "다다다다 공격을 쏟아붓는 느낌"이었다면, <세피리아>는 "경직이나 에어본 등 여러 피드백으로 묵직한 액션"도 담아내려 한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문지환 기획자는 "액션 게임을 하면서 세 번 때리는 것에서 주는 안정감의 익숙한 맛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기자 또한 인생게임인 <록맨X> 시리즈 '제로'의 "후 하 호"를 언급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돌아보면, <던그리드>와 <세피리아> 모두 키보드 마우스 '트윈스틱' 조작을 적극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공격의 자유에 대한 생각에서 출발한 조작"이라 입을 모았습니다.


"<록맨>, <할로우 나이트>, <컵헤드> 등의 게임은 키를 누르면 지정된 방향으로 공격이 나가는 방식인데, <던그리드>와 <세피리아>는 그보다 더 자유로운 공격을 할 수 있길 원했어요. 다만, 유저들마다 익숙한 경험이 다른 게 조금 어려웠던 것 같아요. 어떤 유저들은 마우스 방향으로 대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어떤 분들은 키보드 방향으로 대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시고요. <던그리드> 특유의 대시 시스템도 처음엔 낯설어 하시다가, 적응하신 분들은 <던그리드> 대시가 편하다고 해주시기도 하고요."


<세피리아> 플레이 장면. 손에 짝짝 붙는 조작감이 일품입니다.


<세피리아>의 인벤토리 배치를 통한 시너지에 대해서도 들어봤습니다. 안태현 팀장은 "<던그리드>의 액세서리 창이 엄청 컸으면 좋겠다"는 것이 아이디어의 시작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사실 획득만 하는 걸로는 다른 게임과 큰 차별점을 저는 못 느끼겠더라고요. <리스크 오브 레인> 같은 게임에서 특정 아키텍처를 강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세피리아>의 석판 요소까지 만든 후에 <백팩 히어로> 등의 게임도 접해보게 됐어요. 인벤토리 배치와 석판, 재능 등 요소를 많이 넣은 이유는, 로그라이트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게 매 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게임을 좀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많은 요소 중에서도 안태현 팀장은 "석판 각인"을 제일 좋아하는 시스템으로 꼽았습니다. 인벤토리 피로도를 줄여주는 시스템으로, 게임 커뮤니티 등에서도 "석판 각인은 인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랑받고 있는 시스템입니다.


사파이어를 통한 해금 요소가 많은 점 또한 지속해서 도전해야 할 이유가 되어주고 있는데요. 이런 해금 요소의 배치는 플레이 경험과 콘텐츠 소모 조절 속도를 모두 고려해 만들어졌습니다. 얼리 액세스 기준 10~15시간 정도의 플레이를 고려해 만든 시스템이었다고 하는데요.


"커뮤니티 피드백을 보니, 저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영역도 있었어요. 사파이어로 지금 준비된 모든 요소를 해금하고도 2,700개나 남을 정도로 많이 즐겨주신 분이 있었거든요. 현재는 특정 요소들을 해금하면 끝인 상태니까, 사파이어 소모처를 더 만들어야겠다는 계획도 세우게 됐어요. 사파이어로 해금하는 운명 각인 순서를 처음에 참 많이 바꿔가며 테스트해봤어요. 다음 강화에 호기심이 생길 정도를 생각하며 만들었고, 초반에 박탈감이 안 들게 하는 걸 신경을 많이 썼죠."


사파이어를 통한 해금 요소들

스탯을 강화하는 재능 시스템도 있습니다.


<던그리드>와 <세피리아>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러티브 라인은 "파괴된 세계를 재건"하는 것인데요. 많은 동물 중에서 '토끼'가 <세피리아>의 주인공이 된 것은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우연히 나온 아이디어였다고 합니다. 


"홍수가 나고 방주에서 동물들이 내렸는데, 섬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산꼭대기였다는 콘셉트로 시작되거든요.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발전시켜왔어요. 토끼로 하게 된 이유는 처음엔 단순히 귀여움 때문이었어요. 여담이지만 이런 게임 중에는 여우가 주인공이면 잘 팔린다는 글을 본 적이 있거든요. 저희가 동물 좋아하는 분들을 주요 시장 층으로 생각하고 만든 게임은 아니라서(웃음), 캐주얼한 느낌으로 토끼를 골랐어요."


기자와 팀 호레이는 토끼와 여우가 모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디즈니의 <주토피아>가 괜히 흥행한 게 아니라는 우스갯소리를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토끼들이 모인 마을에서 <세피리아>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캐주얼한 면모도 있는 동시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강렬한 내러티브도 플레이어를 맞이해줍니다.


# 모든 고민의 순간들이 지금의 팀 호레이를 만들었다

<페어리라이츠>


안태현 팀장이 입대를 하게 된 2019년, 다른 팀원들은 <던그리드>의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이후 <페어리라이츠>라는 신작을 만들게 됐지만, 재미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신작을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게 더 빠르겠다"는 판단으로 2021년부터 <세피리아> 프로젝트에 뛰어들게 됐죠.


<세피리아> 또한 처음의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다채로운 액션이 강조된 지금과는 달리, 초기의 <세피리아>는 직접 공격 없이, 부하들을 이용해 공격하는 '전략 게임'에 가까웠다고 하죠. 하지만 이 기획 또한 많은 고민 끝에 폐기하게 됐고, <던그리드> 때의 강점을 살려 액션​ 로그라이트에서 다시 출발하게 됐습니다. <세피리아>가 지금의 기획처럼 새롭게 출발하게 된 때는 2021년 말이었습니다. 


<세피리아>의 초기 기획 모습

2021년 말부터 얼리 액세스 출시를 하게 된 2025년 4월까지 3년 반의 시간 동안, 많은 요소들을 검토했습니다. <던그리드>와 <세피리아>의 던전은 모두 절차적 생성으로 매번 다른 구조로 만들어지는데요. "유저의 시간을 최대한 존중하자"던 마음으로 만들었던 <던그리드>의 '포탈' 시스템은, <세피리아>에서는 맵에서 클릭만 하면 이동하는 방식으로 훨씬 더 간소화됐습니다. 


이렇게 긴 시간 게임을 만들다 보면, 개발자들이 시스템에 너무 익숙해져 처음 플레이하는 유저의 경험을 예상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생기곤 합니다. 팀 호레이는 적정 난이도를 찾기 위해 테스트도 많이 거쳐왔습니다.


"저희 팀 내부의 의견을 첫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가 했을 때 너무 쉽진 않았으면 하거든요. 주변의 지인들에게 테스트를 많이 받기도 하는데, 1시간 하고 가는 분도 있지만, 10시간 이상 해주시는 분도 있고, 캐주얼 유저, 장르에 익숙한 유저 등 다양한 분들이 의견을 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곤 합니다. 일례로, <던그리드>로 게임을 처음 입문해 많이 즐겨 준 친구도 있는데, <세피리아>는 시스템이 어렵다고 하기도 했어요. <세피리아>의 깊이를 좋아해서 반대의 의견을 주신 분도 있고요."



▲  2024년 8월에 업로드된 <세피리아> 데모 공개 트레일러.


대기업도 스팀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요즘, <세피리아>는 어떻게 얼리 액세스 단계부터 많은 유저에게 도달할 수 있었을까요? 팀 호레이는 "마케팅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유의미한 답변이 될지 모르겠다"며 "가장 주요했던 요인은 <던그리드>를 즐겨주신 분들의 관심"이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통해 데모를 선보이고, 위시리스트가 늘었던 게 판매량에도 영향을 많이 줬어요. 넥스트 페스트 기간을 포함해 데모 공개를 한 이후로 26번 이상의 패치를 진행했습니다. 디스코드와 커뮤니티에서 피드백을 주시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어요.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세피리아>의 평가가 지금보다 훨씬 낮았을 수도 있다고 봐요."


이런 노력의 자세는 팀 호레이가 <던그리드> 모바일을 출시했을 때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바일에서도 조작이 잘 된다던 평가, 알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저희가 모바일에서 <던그리드>의 조작을 살리기 위해서 진짜 노력도 많이 했고, 갈아엎기도 많이 했거든요. 모바일 기준 다른 액션 로그라이트 경쟁작과 비교해도 충분히 매력 있는 조작이라 생각해요."


<던그리드> 모바일에 대한 구글플레이 스토어 리뷰 중 하나입니다.
조작감에 대한 호평이 많은데, 첫술에 배부른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세피리아> 스팀 페이지. 
얼리 액세스 출시 이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긍정적인 리뷰 지표입니다.


기자는 인디한잔 인터뷰를 이어오면서 여러 개발사들에게 '장르 대표작과의 경쟁에서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지' 물어왔습니다. 이에 대한 팀 호레이의 답변은, 지금까지 들어온 말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먼저 안태현 팀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로그라이트 장르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해요. 이 장르의 게임을 많이 즐기려고도 하고요. 요즘은 대기업들도 이 장르의 게임을 많이 내고, <하데스>라는 최고 대장도 있고요. 수준도 높고 할 것도 많아서, 유저들의 눈이 높아졌어요. 저희가 <세피리아>를 개발할 때도, 긴장 상태로 시작했어요. 기본은 해야 한다. <하데스 2>는 얼리 액세스인데도 진짜 할 게 많잖아요? 기준점이 거기에 있어야 한다고 봐요. 물론 <하데스>는 저희의 경쟁 상대라고 하기엔 너무 커다란 존재지만요."


"지금도 부족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넣으려 했던 것 같아요. 최소한의 기준은 통과해야겠다. 그 기본이 되어야 평가도 오는 거니까요. 사실 유저분들 입장에서는, 신생 개발사가 큰 도전하네-라고 보기보단, 다른 게임과의 경험을 그대로 비교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문지환 기획자는 "장르 경쟁작이 늘어나는 상황이 나쁘기만 한 게 아니라 좋은 점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장르가 심화되면, 레퍼런스로 참고할 타이틀이 많아지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동시에 아쉬움이 남기도 해요. <하데스 2>를 해보면서 '이런 건 진짜 좋은데 우리 게임에 어떻게 적용해야, 이 좋은 느낌을 가져갈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고, 그렇지 못한 게임들에서는 '우리 게임의 이런 아쉬운 부분들은 꼭 개선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니까요."


"매출 최상위에 있는 게임들은 잘 된 메이저 게임들이 계속 더 잘 팔리는 방식으로 예전 게임들이 많은데, 그 사이에서 <세피리아>의 느낌을 가진 게임은 제가 느끼기엔 없어서, 이 시장에 들어와도 충분히 의자에 앉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팀 호레이 안태현 팀장과 문지환 기획자입니다.


이런 팀 호레이 또한 여느 인디 팀처럼 "생존이 일차적 목표"라고 합니다.


"<던그리드> 이후로 시간이 많이 지나서, 경제적 풍요와는 거리가 멀고요. 저희도 일단은 생존이 목표예요. 오랫동안 팀 호레이를 이어가고 싶어요. 단기적인 계획은 <세피리아> 개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왕이면 '팀 호레이 신작 나온대, 일단 사고 생각하자'하는 보증 수표, 대명사 같은 개발사가 되고 싶어요. 생존이라는 목표도 충분히 원대하고 낙관적인 목표지만요."


긴 인터뷰를 마치며, 두 사람은 팀 호레이의 <던그리드>와 <세피리아>를 즐겨주신 유저분들께 인사를 전했습니다.


"저희 게임 즐겨주시는 분들께, 말로는 다 표현 못 할 정도로 감사드리고요. 저희 게임 앞으로도 계속 더 좋게, 재밌게 만들 수 있게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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