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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로 변신한 이세돌, 다시 인공지능을 말하다

24년 바둑 인생, 보드게임 작가로 전직 이후 유니스트 특임교수로...

김재석(우티) 2025-04-11 15:59:55
프로 기사, 보드게임 작가, 그리고 특임교수...

두텁고도 공격적인 기풍으로 입신의 경지에 올랐던 이세돌 九단의 다음 행마는 보드게임 작가였다. 그는 은퇴 이후 코리아보드게임즈를 통해서 바둑 룰을 변형한 <그레이트 킹덤>, 오목 룰을 발전시킨 <킹스 크라운>, 그리고 숫자를 가진 말들이 대결하는 <나인 나이츠>를 출시한 바 있다. (바로가기)

프로 기사에서 보드게임 작가로 거듭난 그는 또 다시 예측 불허의 다음 수를 두었다. 지난 2월 UNIST(유니스트, 울산과학기술원)는 이세돌 작가를 특임교수로 임용했다. 그는 이번 1학기부터 이강수 기계공학과 교수와 공동으로 ‘과학자를 위한 보드게임 제작’ 강의를 진행한다. 3회차까지 진행된 연 단위 수업에는 28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다.

2016년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5번기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이세돌 九단은 이제 교수로 변신해 AI와 바둑을 융합한 연구를 수행한다. 아울러 유니스트 소속으로 AI 분야 자문과 특강 등 대외 교류 활동을 펼쳐 나간다. 11일, 유니스트 강의실에서 이세돌 九단이자 작가이며 교수를 만났다.

11일 울산 유니스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박종래 총장(왼쪽)과 이세돌 특임교수 (오른쪽)

# 유니스트 박종래 총장 "AI는 미래 세대의 언어"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유니스트의 박종래 총장이 이세돌 九단의 특임교수 채용의 배경에 대해 소개했다. 박 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AI가 화두가 되었다"며 "AI는 미래 세대가 소통할 랭귀지(언어)"라고 단언했다.  이어 "유니스트 교육과 연구가 AI를 배제하고는 성립할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에 도달했다"면서 "급변하는 AI 시대 속에서 연구 방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그 답을 찾는 여정 속에서 이세돌 교수를 초빙했다"고 소개했다.

박 총장은 "이세돌 교수는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이끈 분"이라며 "알파고(AlphaGO)와의 대결이 주는 레슨은 정말 엄청났다. 앞으로 레거시 교육 방식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선언"이라고 정의했다. 아울러 "(이세돌 九단이 이긴) 4국은 우리가 추구할 교육 초점"으로 "1국, 2국, 3국은 정석 중심의 프로 대 프로의 대국을 하듯 했다면 연구를 거듭한 4국은 인공지능의 버그를 유발하는 포인트를 찾아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속칭 '신의 한수'라고 불리우던 78수야말로 일종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과정과 같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이어 박 총장은 "이세돌 프로의 승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미래 세대가 그런 대문을 열 수 있도록 문고리를 잡고 활짝 열어주실 분이 이세돌 교수"라고 강조했다. 유니스트는 향후 전 학생에게 AI 사용을 교육하는 한편, 위치한 울산광역시에 제조업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AI를 활용하는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바지할 방침이다.

유니스트 박종래 총장

# 직관과 통찰력, AI 활용의 핵심 가치... 이를 위해 바둑&보드게임 활용 


이하 취재진과 이세돌 교수가 나눈 일문일답.


Q. 디스이즈게임: AI의 발전과 결합이 긍정적인 면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AI에 정서적으로 과의존하거나 윤리적 부작용의 발생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위험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A. 이세돌 교수: 나는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다.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AI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주제는 앞으로 계속될 이야깃거리다. 우리가 극복해 나갈 문제라고 생각한다. 부작용은 인식적인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정말 AI가 모든 걸 대체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분명히 어마어마하게 변할 거다. 기존에 있던 산업이 정말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 기존 일자리들이 모두 위협 받을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렇지만 그럴지언정 새로운 산업의 일자리가 더욱 많이 창출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인류의 더욱 더 발전적인 부분으로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Q.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새로운 도전일 텐데, 결심한 이유와 배경을 말해달라. 보드게임과 유니스트가 추구하는 창의력은 어떻게 연관되는가?

A. 작년 9월 강연으로 연이 닿았다. 주기적으로 강연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발전되게 되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바둑을 했고, 보드게임 작가로 데뷔했고, 제가 한 것을 학생들과 나누고 싶었다.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저도 학생들로부터 많이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보드게임을 통한 창의력을 말하고 있는데,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어떤 규칙을 만드는 것은 중요한 경험이다. 미국 학생들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소소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통해서 창업을 한다. 자기 학업을 하는 것도 좋지만, 아이디어가 제품이 되고 서비스가 될 수 있다. 보드게임을 만들어보면 학생들이 이런 부분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맡게 됐다. 보드게임 창작 말고 바둑에 대해서도 강의하는데, 바둑을 거의 처음 접한 학생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제가 잘 모르겠더라. (웃음) 제가 바둑 가르치는 것은 초짜다. 학생들이 고생을 했는데, 앞으로 그런 부분을 좀 맞춰야 할 거 같다. 초짜의 특임교수로서. 바둑은 아시다시피 인류가 만든 유일한 추상 전략 게임이다. (학생들이) 이 바둑을 잘 둘 수는 없겠지만, 이것을 접하고 경험하는 것은 전체적인 부분에서 큰 도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니스트 학생들은 이날 오전에는 바둑의 활로 개념을 배우고 오후에는 보드게임 제작에 관한 토의를 진행했다.

Q. AI 대체되지 않는 게 창의력이라고 하는데, 이제 창의력마저 AI가 급격하게 발전하는 듯하다. 이런 시대에서 AI에 대체되지 않을 사람의 특징은 무엇인가?

A. 사실 창의적인 것에 대해서 알파고 대국이 끝난 다음부터 의문을 가지고 있다. 도대체 창의력이 무엇인가? 왜 바둑을 두는데 AI가 훨씬 창의적인 바둑을 두는가. 지금이야 AI가 너무 발전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데, 당시에는 완벽한 수준은 아니었다. 인간의 바둑을 학습한 결과물이 왜 인간의 바둑보다 더 창의적인가 고민이 컸다.

그 이유는 이렇게 생각한다. 저는 굉장히 제 나름대로 틀에 갇히지 않은 창의적인 바둑 노력했지만 저도 모르게 고정관념에 갇힌다. 하지만 AI는 그런 게 없다. 그러니까 더 창의적으로 보는 것이다. 고정관념이 없다는 것을 창의적으로 보는 것도 사실 무리가 있다. 인간의 그런 통찰과 직관을 자유롭게 상상하는 것을 AI가 할 수 있나. 그저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이런 부분(통찰과 직관)은 인간이 앞서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둑을 잘두는 건 어렵다. 그러나 이제는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이제는 바둑을 만드는 사람이 필요하다. 바둑을 만들 줄 아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니 바둑을 잘 두는 것은 중요하지가 않다. 저한테는 바둑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어떻게 만들어가냐면, AI와 협업을 해야 한다. 아까 말씀드렸듯 우리 인간은 아무리 해도 고정관념이 생긴다. 그것이 인간의 약점인 거 같다. 우리가 톨찰 직관 그런 강점은 있지만 약점은 고정관념 같다.

틀 안에 갇히는, 어쩔 수 없는 (고정관념)... 근데 AI는 대답을 해준다. 거기서 뭔가 좀 고정관념이 깨질 수 있다. 인간은 이런 대답이 안 나올 텐데, 싶은 것들이 있다. 바둑만 해도 AI로 공부를 하는데 처음에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봤다. 은퇴하고 보이는 게, AI가 너무 쉬운 수들을 두는 거다. 그런 쉬운 수들을 (본인이) 간과하고 이상하게 뒀더라고.

제가 그 고정관념을 박살내지 못했던 거다. AI가 두는 걸 보면서 틀을 깰 수 있다. 물론 단점도 분명 있겠지만, 장점도 분명 있고 이것도 AI와 협업하는 것이다.


Q. 트렌드가 추론형 AI로 넘어오고 있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특이점'인데, 인간은 그 특이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두려움이 생기기도 하는데.

A. 그 두려움은 제가 제일 처음 겪었다고 해도... (웃음) 저는 무섭다. 특정 분야에 들어갔을 때 정말 바둑 같은 경우에는 스포츠카랑 인간이 100m 경주하는 그런 느낌이다. 차이가 엄청 난다. 인간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이점을 말했는데 특이점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다. 근데 계속 발전되는 거니까 언젠간 온다고 본다. 

그걸 꼭 극복해야 하는 건가?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이 아닐 거고. 어쨌든 로봇 이용해서 오프라인에서 할 지언정 인간의 삶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 AI가 우리를 지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 거라고 본다. 우리 스스로가 종속이 되는 거다. 그거에 대해서는 활발하게 논의 이루어져야 한다. AI에 대한 관심은 있는데 이런 토론 논의가 너무 부족하다. 

바둑에서 (AI와) 협업한다고 말씀드렸는데 바둑만의 문제가 아니다. 음악, 미술 이건 어떻게 받아들일 건가? 만약에 화가가 AI와 협업해서 그림 그렸는데, 그 사실이 알려지면 우리는 어떻게 판단할 건가? 그것도 예술이라고 할 건지, 인간의 순수창작이 아니라서 받아들이지 않을 건가? 음악도 마찬가지다. 또 우리가 관심 있는 게 자율주행인데, 나중에 인간이 운전을 못하게 되면 어떻게 받아들일 건지 논의가 부족하다. 

기술 발전에만 관심 가지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일 건지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 것들을 토론하는 게 너무 부족하다. 이런 논의가 있어야 기술도 같이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Q. (박종래 총장에게) 유니스트는 산업과 AI를 지향하니까 도구로 쓰게끔 가르치는 게 지향점일 텐데 어떻게 특이점을 극복할 수 있을까?

A. 박종래 총장: 이렇게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지금 추론형 AI로 발전해 가고 있는데 발전 과정 자체가 로우데이터 학습해서 점차 기능이 확대되는 것이다. 전형적인 포어캐스팅이다. 과거의 실적을 바탕으로 해서 그것을 미래에 프로덕션하면서 최적의 솔루션 찾아가는 노력이다. 우리 이세돌 교수가 4국에서 이길 때 포어캐스팅을 했다면 졌을 것이다. 

이세돌 교수가 그 순간에 한 것은 백캐스팅이다. 실패하는 AI를 미리 그려놓고, 알파고가 실패할 수 있는 순간을 거꾸로 (잡은 것이다). AI가 절대로 인간을 넘어설 수 없는 지점은 거기 있다고 본다. 백캐스팅이 안 되는 거다. 아무리 기술 발전 하더라도. 그래서 우리(유니스트) 교육 연구도 인간의 통찰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쪽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세돌 특임교수는 기술 발전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AI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서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다시 이세돌 교수에게) 수업을 몇번 하셨는데 학생 가르치는 것은 어떤가? 바둑은 혼자 두는 건데 수업은 여럿이 하는 프로젝트 아닌가?

A. (한숨) 솔직히 바둑 두는 게 편한 거 같다. (웃음) 저한테는 좋은 경험이다. 이걸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 어설프다. 저한테는 좋은 경험이 되고 있고, 조금씩이나마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 바둑 두는 게 편하다. 그런데 뭔가 재미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강의이기도 하다.


Q. 바둑, 빙고 등 기존 게임의 룰을 변형한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룰을 바꾸면서 자기 룰을 창작하고 있는 건데, 규칙을 변형하는 인사이트는 어디에서 오는 건가? 그 과정 중에 인공지능과 어떻게 협업할 예정인가?

A. 보드게임 만든 계기부터 말씀드리고 싶은데, 그 계기가 바둑의 진입장벽 낮추는 것이었다. 

바둑이 정말 의미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어렵지 않나. 처음에 들어오는 게(장벽이) 너무 높아서 이걸 좀 낮출 순 없나(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지금 출시된 게임 3개는 모두 1:1 게임이다. 아마 바둑을 했다 보니까 그렇게 됐는데, 사실은 1:1 게임만 만든 건 아니다. 다만 출시가 그렇게 된 거다. 여러명이 할 수 있는 게임 만들었지만, 출시는 안 이루졌다. 그런 것들(단점)을 보완해서 출시해야지 않을까...

바둑의 진입 장벽을 낮추려고 그렇게 게임 만들었는데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면 진입장벽 엄청 낮춘 게 아닌가라고 혼자서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이것도 만만치 않더라. 이걸 어떻게 조금 더 친숙하게 할까. 어떻게 친숙하게 바꿀까 고민하고 있다.

이세돌 교수가 개발한 <그레이트 킹덤> (출처: 코리아보드게임즈)

Q. AI와 협업하는 인간을 위해서 통찰과 직관을 기르는 보드게임 수업 진행한다는 것인데, 수업에서 어떻게 그런 요소를 기르는가?

A. 직관, 통찰, 창의성을 느낄 수 있는 분야는 바둑 만한 게 없다. 또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것만큼 직관거과 통찰을 훈련하는 것은 없다. 인간이 무엇을 통해서 그런 걸 경험하고 느끼겠나. 보드게임을 만들어보고, 팀을 이루어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 그것 만한 게 없다. 보드게임이 아니라 다른 것을 만들어보는 것도 굉장히 좋다. 지금 우리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보드게임을 만드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Q. (박종래 총장에게) 유니스트에서 1인 1생성형 AI 체제를 도입한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A. 반 농담 반 진담으로 미래 세대 인간을 2부류로 나누면 AI를 쓸 줄 아는 사람과 쓸 줄 모르는 사람으로 분류한다고 하더라. AI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을 세분화하면, AI 개발자가 있고, 통찰적 AI 사용자가 있고, 단순 사용자가 있다. 저희 유니스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것은 통찰적 AI 사용자고 더 나아가 'AI 지배자'를 길러내고 싶다. 기능을 부여하고, 어떻게 하면 편리하게 사용할까를 개발하는 것. 허점을 파악하고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하고 지배하는 능력을 가진 인재를 기르려 한다.

그러려면 첫째 단계가 AI와 친숙해져야 한다. 학생은 학생대로, 교수는 교수대로, 행정은 행정대로 자기 일에 AI 사용할 수 있게끔 자기 에이전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그 도움은 대학원이 줄 것이다. AI 단순 사용자 수준에 도달해야 통찰적 사용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 또 그걸 넘어서야 지배자로 거듭날 수 있다. 첫 출발점이 1인 1 생성형 AI 체제다.


Q. (다시 이세돌 교수에게) 보드게임 만들면서 구체적으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하는 게 무엇인가?

A. 처음에 뭘 만든다는 게 사실 굉장히 막막하다. 뭐가 없지 않나. 막막하다. 거기서 무언가 떠올리는 게 쉽지 않다. 그게 가장 어렵다. 사실 처음에 뭔가 떠오른 다음부터는 쉽다. AI도 원래는 사용 안 하고 있었다. 근래 들어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도 사용을 권하고 있다.

이날 참관 수업에서 이세돌 교수는 "수업에 나오지 않아도 좋으니 게임을 잘 만들어 오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토의를 진행 중인 유니스트 학생들. 이 조는 농작물을 소재로 한 보드게임을 구상 중이었다. <스플랜더>, <문명>, <아그리콜라> 같은 게임들이 언급됐다.

Q. 영화 <승부>에서처럼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승부사로 살았는데,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그런 세계관에서 변화가 있었는지.

A.  프로였기 때문에 승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바둑을 벗어나 보니까 (냉혹함이) 비교가 안 된다. 냉혹함이 바둑에서는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다. 바둑은 승패를 가리는 그런 종목이 아니다 바둑은. 저는 그렇게 배웠다. 둘이 만나서 서로 생각했던 것을 풀어내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제 생각에 (바둑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는 아니다. AI가 나오면서 많은 변화가 있어서 은퇴하게 됐고, 처음에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도 많이 했다. 지금은 AI를 통해서 바둑의 본질적인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Q. 우리나라도 AI 기본법을 제정해서 시행해서 최소한 규제를 하겠다는 방향성을 가져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규제와 진흥 사이에서 어떻게 방향성을 가져가야 할까?

A. 규제를 말하긴 이르지 않나. 미국이나 중국은 되어야 규제할 때가 됐나 하는데, 우리나라가 그런 수준은 아닌 것 같다. 규제라고 하니까 어떤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직 먼 이야기 같다. 규제를 이야기할 수준이 되면 좋겠다.


Q. 2016년하고 비교했을 땐 인공지능이 엄청 발전했는데 바둑을 둔다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A. 이제는 정상적인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말씀드렸다시피 자동차랑 경주하는 느낌이다. 이길 수 없는데 아마도 수학을 전공하신 분이 바둑을 수학적으로 다가간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는 생각한다. 정석적으로 우리가 해온 방식으로는 AI를 이길 수 없다. 수학적으로 공식을 도출해 낸다면 그것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인간은 인공지능의 바둑 상대가 되지 않는다

Q. 특임교수가 되면서 인공지능이랑 바둑 융합을 연구한다고 했는데 진행되고 있는지.

A. 아직은 이른 단계다. 바둑이라는 게 AI와 어떻게 더 무언가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런 부분을 확실하게 하게 된다면, 그때 가서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알파고와의 4국 때 다른 접근을 조금 더 부연한다면?

A. 1국은 사실 많은 걸 얻지 못했다. 어덯게 보면 알파고가 잘 둔 게 아니라 내가 무너진 대국이라 큰 의미가 없었다. 2국에서도 정상적으로 이기긴 어렵겠다 싶었. 3국부터는 작전을 짰다. 근데 잘못 짰다. 너무 정보가 없으니까 극초반에 승부를 보는 작전 폈다. 

사실은 극초반이 차이가 많이 난다. 인간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4국에서는 정 반대로 초반은 안좋다게 가다가도 50수에서 100수 사이에서 승부를 보기로 작전을 짰다. 100수가 넘어가면 AI가 완벽하게 둘 확률 높다. 수가 너무 많아서. 극초반은 우리 인간이 안 되고, 너무 수가 많아지면 AI가 완벽해져서 그 사이에 승부 둔 것이다. 78수에서 알파고에서 버그가 일어났지만, 그 수는 정상적으로는 두면 안 되는 수다.

정상적 대국처럼 두면 결국 안될 거 같은 거다. 그래서 거기서 승부를 본 거다. 한마디로 바둑이 안 좋은데 꾹 참은 거다. 보통은 그러면 안 된다. 한번 참아놓고 78수에서 버그가 일어나면 승리하는 거고, 그러지 않으면 패하는 것이다. 4국 두기 전부터 거기서 승부를 봤다. 그때는 정보가 있으니까. 가장 큰 문제는 알파고의 시간이었다. 

당시의 알파고는 바둑을 두는 타이머가 정해져있다. 50초인가 1분 안에 무조건 두게 되어있다. 만약에 제가 78수 둘 때 (알파고에게) 시간 더 두었다면 그런 버그는 안 일어난다. 자유롭게 치고 나갈 때는 빨리 두고, 어려울 때는 장고하고 그런 기능이 있었다면 그런 일 안 벌어졌다. 50초에 한 수를 두게 되기 때문에 거기서 버그가 일어나지 않았나 한다. 


Q. (박종래 총장에게) AI에 너무 일찍 노출되면 알고리듬에 의존하는 문제 때문에 오히려 창의력이 마이너스라는 이야기가 있다. 오히려 유럽은 반대로 아날로그식 책에 노출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한다. 유니스트는 어떤 생각인가?

A. 박종래 총장: AI가 미래 세대의 랭귀지라고 이야기했다. 언어를 모르면 소통이 안 된다. 랭귀지는 무조건 가르쳐야 한다. 전자계산기가 처음 나올 때도 그런 질문이 있었다. 사칙연산을 손으로 풀게 해야 두뇌가 발달해서 수학 잘한다고. 공학계산기부터 가르치면 애들 수학 머리가 굳는다고. 근데 그런 일은 안 일어나지 않았나. AI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바꿔나가는 것이 나오면 빨리 노출시키고 그거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Q (다시 이세돌 교수에게) 바둑 선배로서 스마트폰 숏폼과 AI에 노출된 기사들이 능력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 (스마트폰과 AI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유튜브나 SNS나 미디어나 그런 것들은 (바둑 선배로서) 찬성하지 않는다. (후배 기사들은) 지금 제 세대보다 떨어지고 있다. 7살이 6살 같고, 6살이 5살 같다. 바둑이라는 게 추상 전략인데, 그런 부분이 떨어져 있다. 유튜브에서 짧고 자극적으로 나오지 않나. 저는 그거 안 좋아한다. 부작용이 아닌가 생각한다.

AI는 다르다. AI와 대화하는 걸 빨리 접했을 때 아이들이 오히려 더욱 더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완전 다르다. AI한테 물어보면서 바둑을 가르치면,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더욱 더 창의적으로 바둑적인 부분에서도 발전 이루지 않을까 생각한다. 총장님도 저랑 비슷한 생각이시지 않을까.

진짜 뭔가 만들기 위해서는 수업 바깥에서의 보드게임 제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세돌 교수

학생들은 오전 바둑 수업은 이해가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토의 방식을 통해 자신들의 보드게임을 개발하는 유니스트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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